Two heirs RAW novel - Chapter 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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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하르메아가 어떻게 여기에?
모두가 갑작스러운 하르메아의 등장에 의문을 품는 사이 하운과 루시안 그리고 과거 왕궁에서 하르메아를 보았던 보석술사들은 이상한 점을 알아차렸다.
“하르메아가 저렇게… 컸었나?”
하르메아는 어린 드래곤이었다. 그렇기에 본체라고 해도 꼬리가 좀 길었을 뿐, 마차와 비슷한 크기였다. 하지만 지금 결계를 향해 날아오는 하르메아는 예전보다 몇 배나 더 커져 있었다. 다른 드래곤들을 잡아먹기 전의 네이판타와 거의 비슷하게 보일 정도로.
드래곤의 생태에 별 관심이 없는 하운조차 놀라서 바라보고 있을 때, 하르메아는 빛의 기둥이 내려찍었던 부분에 정확히 제 몸을 날렸다.
콰과광!
하늘에서 땅을 향해 쏜 화살처럼 빠른 속도로 곧바로 날아간 하르메아였다. 엄청난 크기를 가진 드래곤의 몸이 부딪힌 순간, 엄청난 진동에 모두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주변에 있던 건물의 유리창이 터지듯 깨져 나가며 벽이 무너져 내렸다. 잠시 몸을 숙였던 하운은 급히 고개를 들고 하르메아를 바라보았다.
결계에 부딪힌 하르메아의 몸이 다시 튀어 오를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하르메아는 마치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듯, 결계의 위에서 그대로 멈추어 있었다. 정확히는 버티려는 결계의 힘과 맞서고 있는 것이었다.
“이이이이이익!”
하르메아는 이를 악물고 모든 힘을 다해 날개를 퍼덕였다. 제 아래에 있는 투명한 결계는 보는 순간부터 기분이 나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하르메아는 제가 여기에 오기까지의 일을 떠올렸다.
카르디아에서 메아닌 산맥으로 돌아갔을 때, 하르메아는 레어를 잘 정리한 다음 금방 수도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러다 호슨 공작이 남긴 에메랄드가 자라는 나무를 보았다. 거기엔 리엘라와 기타 등등에게 쥐여 준 것과 같은 에메랄드가 주렁주렁 맺혀 있었다.
“쩝.”
나무를 보던 하르메아는 입맛을 다셨다.
날아올 때는 몰랐는데 놔두고 보니 나무에 열린 보석들이 맛있어 보였다. 게다가 그사이에 어쩐지 더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았고. 그래서 하르메아는 조심스럽게 발톱으로 남아 있는 에메랄드 중 가장 큰 것을 떼어 입 안으로 던져 넣었다.
꿀꺽.
성인 남성의 주먹만 한 에메랄드가 순식간에 하르메아의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하르메아는 제 몸 안에 가득 퍼지는 힘에 기분 좋은 듯 미소 지었다. 태초의 빛을 품은 보석은 드래곤이 가장 좋아하는 먹이였다.
하르메아는 다른 드래곤들과는 달리 빛이 이미 존재하는 시대에 태어난 드래곤이었다. 그렇기에 다른 드래곤들에 비하면 보석에 대한 욕구는 적은 편이었지만 그래도 제일 좋아하는 먹이이긴 했다.
“응?”
보석을 삼킨 지 얼마 되지 않아 하르메아는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정신이 몽롱해지고 눈이 자꾸만 감겼다. 하르메아는 나뭇가지로 만든 제 레아의 안으로 기어들어 갔다. 잔뜩 깔아 놓은 마른 낙엽이 몸을 덮자 따뜻함과 함께 기분 좋은 나른함이 몰려왔다.
처음 겪는 기분에 도대체 자신이 왜 이럴까 생각하던 하르메아는 다른 동물들이 지금 자신과 비슷한 상태가 될 때가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가장 먼저 기억난 것은 인간들이었다. 해가 산을 넘어가고 어둠이 찾아들면 인간들은 눈을 비비며 침대로 갔다. 그럴 때마다 하르메아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밤이 되면 다들 눈을 감고 숨만 쉬면서 움직이지 않는 것일까.
‘잠을 잔다고 했지.’
하르메아는 자신이 잠을 자려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레어의 깊은 곳에 몸을 동그랗게 만 채로 하르메아는 제 보석들을 품에 안은 채 수면기를 맞이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하르메아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제 레어가 박살이 나 있었으니까.
“…뭐야?”
아무리 하르메아가 인간과 잘 지낼 정도로 어리고 순한 드래곤이라고 해도 드래곤은 드래곤. 자신의 안식처가 침범당했다고 생각하자마자 하르메아는 메아닌 산맥 전체가 울릴 정도의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감히 어떤 놈이? 가만 안 둬!
분노에 차 씩씩거리며 몸을 일으킨 하르메아는 곧 위화감을 느꼈다.
뭐야? 이렇게 긴 녹색의 꼬리는 누구 것인데? 게다가 날고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높은 곳이 잘 보이지? 게다가 방금 소리친 목소리도 이상한데? 내 목소리 맞아?
한참 후, 하르메아는 상황을 알아차렸다.
“나 커졌어?”
레어를 박살 낸 것은 다름 아닌 하르메아 자신이었다. 몇 배나 더 커진 몸을 레어가 견디지 못한 것이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고민하던 하르메아는 제가 끌어안고 잤던 에메랄드 나무를 보았다.
“설마….”
하르메아는 그것을 하나 더 따서 제 레어 옆에 있던 나무 아래 두었다. 그러고는 그 보석의 힘을 끌어내었다. 그러자 나무가 갑자기 빠르게 쑥쑥 자라나기 시작했다. 원래도 꽤 컸던 나무는 메아닌 산맥에서 저 혼자 높이 솟아 있는 나무가 되고 말았다. 그 모습에 하르메아는 호슨 공작이 멋대로 가져갔던 보석이 생물을 자라나게 하는 힘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무의 열매가 땅에 떨어지면 그 자리에서 똑같은 나무가 자라듯이, 아무래도 나무에 열린 보석들은 처음 싹을 틔우게 한 보석과 똑같은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하르메아는 제 날개를 활짝 펼쳐 보았다. 땅에 거대한 그림자가 지는 것에 하르메아는 만족했다. 레어를 깨끗하게 정리하고 다시 수도로 돌아가야지. 이제는 하운도 이길 수 있을 거야.
하르메아는 제가 모았던 보석을 모두 삼켰다. 조금 전에 삼킨 보석과 달리 다람쥐처럼 입 안에 물고 있는 것뿐이긴 했지만.
그리고 레어를 정리한 다음 다시 리엘라에게 돌아가기 위해 날아올랐다. 하지만 이내 하르메아는 석연찮은 무언가를 느꼈다.
“뭐야?”
땅이 이상했다. 정확히는 땅속이. 아직 속은 어린아이나 마찬가지인 하르메아였다. 제 흥미를 끄는 것이 나타나자 조금 전까지 제가 어디로 가려 했는지도 잠시 잊어버리고 하르메아는 땅으로 내려와 이상한 것을 추적했다.
‘땅 아래가 이상해.’
무엇인가가 땅속에서 움직였다. 그랬다가 갑자기 사라지기도 했다. 하르메아는 다시 날아올라 이상한 기운이 어디로 향해 있는지 찾았다. 그러다 하르메아가 도착한 곳은 아르펠트해였다.
“크다.”
아르펠트해 위를 빙빙 돌면서 하르메아는 처음으로 제 동족을 보았다. 과거 에르첼라에게 큰 피해를 입고 잠들었다던 드래곤 로드를 본 것이다. 하지만 하르메아는 별다른 감정이 들지 않았다. 어차피 동족으로서의 연대감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드래곤이었으니까.
그러다 아래에서 저를 본 인간들이 소란스러워지기에 하르메아는 마침 잘됐다 싶어 인간들에게 다가갔다. 하르메아가 날개를 접고 앉자 인간들의 대표로 보이는 이가 앞으로 나왔다.
“기억하고 계실까요? 저는 카르디아 소속 아르펠트 기사단의 단장 라단이라고 합니다. 이곳에 무슨 일로 오셨는지요, 하르메아.”
그 말에 하르메아는 인간을 보았다. 사실 하르메아의 눈에 인간은 거기서 거기였다. 눈 두 개, 코 하나, 입 하나. 하르메아가 구분할 수 있는 인간은 공작저의 사람들과 그나마 자주 보았던 루시안, 리나 정도였다. 그것도 반쯤은 냄새로 구분하는 것이었지만.
“나를 본 적이 있었어?”
“예전에 셀비아스 소멸과 관련해 왕궁에 갔을 때 하운 대공님과 같이 계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렇구나. 아, 내가 여기 온 건 이상한 게 느껴져서야.”
“이상한 것이라니요?”
“여기 밑에… 뭔가가 좀 이상해. 기분 나쁜 게 있어. 지금은 사라졌는데….”
하르메아는 바다에 잠들어 있는 드래곤 로드를 보았다.
“저것에게 간 것 같은데….”
라단은 드래곤 로드를 저것이라고 말하는 하르메아의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고민했다. 게다가 기분 나쁜 것이라니? 그것이 드래곤 로드에게 갔다는 말도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다 라단은 하르메아가 나타났을 때 제가 그에게 물어보려 한 것이 있었음을 떠올렸다.
“그러면 네이판타와는 관계없이 그냥 이쪽에 오신 겁니까?”
“네이판타? 블랙 드래곤? 그게 왜?”
“모르셨나 보군요.”
라단은 하르메아에게 네이판타의 부활과 지금 그곳에서 하운이 싸우고 있다는 것을 알렸다. 그리고 네이판타가 리엘라를 납치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는 사실도.
“뭐? 북부 전선이라는 곳이 어디야?”
“이대로 북쪽으로 쭉 가시면….”
“리엘라아아아아아아!”
라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르메아는 곧바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북쪽을 향해 한 번도 쉬지 않고 날았다. 그리고 북부 전선에 도착하니 이 난리가 나 있었다.
“이이이이익!”
하르메아는 온 힘을 다해 네이판타가 만든 결계를 뚫기 위해 노력했다. 그 모습에 하운은 곧바로 손을 움직였다. 보석진의 힘은 이제 에르첼라의 보석이 아닌 하르메아를 향해 집중되었다. 결계의 힘에 밀려나던 하르메아는 인간들의 도움을 받아 다시 크게 날갯짓했다. 하르메아의 발톱이 결계를 내려치기 직전, 하르메아는 의문을 가졌다.
왜 결계의 아래에 바다가 보이지? 그것도 저기는 분명….
“아르펠트해?”
하르메아가 중얼거린 순간, 하르메아의 몸이 결계에 부딪혔고 세상이 깨어지는 것 같은 엄청난 소리와 함께 결계가 깨졌다.
***
“왔구나.”
땅이 흔들리자 어둠 속에서 네이판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땅 위에서 너를 구하기 위해 인간들이 많은 보석을 모아 내가 만든 결계를 깨려 하고 있지.”
분명 자신에게 좋은 상황이 아닌데, 네이판타는 즐거워하고 있었다. 리엘라가 떨며 바라보자 네아의 눈을 빌린 네이판타의 눈이 웃기라도 하는 듯 가늘어졌다.
“이 재미있는 것을 혼자 보기는 아깝지. 그러니 너에게도 보여 주마.”
그러자 순식간에 천장이 사라지고 그 위에 투명한 벽이 나타났다. 빛이 방 안으로 들어온 순간 리엘라는 의아함을 느꼈다. 바닥으로 쏟아지는 빛은 너울거리고 있었다. 마치… 수면이 일렁이는 것처럼.
사실 제가 있던 곳이 호수의 아래인가 싶었던 리엘라의 눈에 거대한 것이 보였다. 처음에는 너무나 커서 무엇인지 몰랐지만 이내 리엘라는 제 머리 위에 보이는 것의 정체를 깨달았다.
“드래곤 로드…?”
책에서 수도 없이 보았던, 아르펠트해에 잠든 드래곤 로드.
그리고 거대한 충격이 다시 느껴진 순간, 네이판타가 기쁨에 가득 찬 목소리로 외쳤다.
“어리석은 것들, 너희들 덕분에 드디어 드래곤 로드를 얻게 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