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o heirs RAW novel - Chapter 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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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맙소사…!”
루시안은 경악에 찬 얼굴로 모습이 변한 네이판타를 바라보았다. 과연 저것을 네이판타라 불러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셀비아스와 플레노트에 이어 드래곤 로드까지 잡아먹은 저것은 도대체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 드래곤의 집합이니 드래곤의 형태를 취할 것이라 상상했건만 그들의 앞에 나타난 것은 각각의 몸을 접붙인 것 같은 괴이한 생명체였다.
네이판타는 아르펠트해에 반쯤 걸치고 있던 제 몸을 끌어당겼다. 그리고는 북부 전선의 하늘을 향해 날갯짓했다.
“큭!”
“아무거나 붙잡아!”
크게 날갯짓을 한 번 한 것뿐인데 사람들이 날아가고, 나무들이 뿌리째 뽑혔다. 네이판타는 어느새 하늘 높은 곳으로 떠올라 있었다. 거대한 몸이 태양을 가리자 땅에 어둠이 드리워졌다. 여전히 몸의 절반이 넘는 것 같은 거대한 입이 크게 벌어졌다. 그 순간 하운이 소리쳤다.
“모두 방어를! 브레스다!”
네이판타의 거대한 입에 빛이 모이기 시작했다.
***
“아….”
리엘라는 자리에 주저앉아 제 머리 위로 보이는 광경에 넋이 나간 사람처럼 짧은 신음 소리를 내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광경이 현실감이 없었다.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광경의 연속인지라 누군가의 머릿속에 있는 지옥의 모습을 구경하는 것 같았다.
투둑.
머리 위에 있던 투명한 벽에서 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리엘라는 제 얼굴로 떨어진 물을 떨리는 손으로 만져 보았다. 누군가의 피를 풀어 놓은 것 같은 붉고 짠 물. 이것은 분명 아르펠트해의 바닷물임이 분명했다.
네이판타가 만든 방어 결계는 결계임과 동시에 아르펠트해로 연결되는 공간의 문과 같았다. 그리고 그것이 깨지면서 아르펠트해의 바닷물이 결계 사이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리엘라는 어느새 발목 높이까지 차오른 붉은 바닷물을 보았다. 천장의 결계는 더더욱 금이 가고 있었다. 저것이 깨지는 순간 이곳은 또 다른 아르펠트해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리엘라는 황급히 제가 도망갈 곳을 찾았다. 그러다 네아와 눈이 마주쳤다. 네아는 리엘라에게 다가오려는 듯 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에 리엘라는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며 물러섰다.
“…….”
그러자 네아가 움직임을 멈췄다. 그러더니 보지 말라는 듯 엎드려 제 몸을 웅크렸다. 리엘라는 제가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 지금까지 언제나 자신을 돌봐 주었던 네아를 끔찍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러면 안 되는데.’
네아인데. 언제나 자신을 도와주었던 네아인데… 그저 모습이 달라진 것뿐인데….
네아가 왜 저런 모습이 되었는지 짐작이 되었다. 네이판타는 제 몸을 바꾸기 전, 네아로 먼저 실험을 한 것이다.
‘그래서 보여 주지 않은 것이었어….’
만약 네아가 저렇게 된 것을 미리 보았다면 자신은 어떻게 했을까.
“주지 않았어….”
리엘라는 제가 네이판타에게 건넸던 빛나는 꽃을 떠올렸다. 리엘라 역시 네이판타가 드래곤 로드를 삼킨 직후 꽃을 삼키는 것을 보았다. 자신이 꽃을 주지 않았다면, 네이판타는 드래곤 로드를 삼킬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자신이 이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었다.
“몰랐어….”
리엘라는 손으로 입을 막으며 덜덜 떨었다. 기껏해야 몇 개의 보석을 다시 사용하는 데 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일에 쓰이게 될 것을 알았다면. 절대로….
그 순간 리엘라의 마음속을 스치는 의문이 있었다.
알았다면 자신은 정말로 네이판타에게 꽃을 주지 않았을까? 네이판타가 제 목을 조르며 당장이라도 숨을 끊으려 한다 해도 버틸 수 있었을까?
리엘라는 대답을 알고 있었다. 아니, 자신은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 사람들이 위험해질 것을 알았다 하더라도 결국은 제 목숨이 소중했으리라. 리엘라는 스스로가 끔찍해졌다. 이런 힘이 없었다면. 아니, 자신이 제대로 행동하기만 했어도….
리엘라는 다시 네아를 바라보았다. 네아는 여전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예전이라면 곧바로 달려와 그녀를 감싸 안고 조금이라도 다치지 않게 보호하면서 이곳을 빠져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네아는 몸을 웅크리며 팔로 제 얼굴을 가린 채 그저 리엘라의 눈치를 살필 뿐이었다. 리엘라가 자신을 두려워하는 것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슬픈 것처럼.
네아의 모습에 리엘라는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자신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네아는 자신과 있었기에 저런 모습이 된 것이었다. 제가 없었다면 팔이 잘리지도, 귀가 잘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때 땅이 흔들리면서 천장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리엘라가 팔로 머리를 감싸며 몸을 숙일 때, 큰 바위가 정확히 자신의 위로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여기서 이렇게 죽겠구나.’
다가올 고통을 각오하며 눈을 감았지만 고통은 없었다. 놀라 눈을 떠 보니 네아가 떨어지던 바위를 끌어안은 채, 저 멀리 나동그라져 있었다. 떨어지는 바위를 몸으로 밀어낸 것이 분명했다. 이제 네아의 몸은 성한 곳이 없었다. 하나 남은 팔마저 바위에 깔려 피투성이가 되어 너덜거렸다.
“네아….”
조금 전까지 자신을 두려워하며 끔찍해하던 사람을 위해 제 몸을 던지다니. 리엘라는 눈물만 뚝뚝 흘렸다. 간신히 눈을 뜬 네아는 제 흉측한 모습에 리엘라가 겁을 먹은 것이 걱정이 되는지 필사적으로 몸을 웅크리면서 큰 입을 움직였다.
“도망… 가… 세요….”
조금 전보다 더 또렷하게 들리는 목소리에 리엘라는 더욱 눈물을 쏟았다. 무서워하며 피하는 것을 보았음에도 네아는 여전히 그녀를 걱정하고 있었다.
리엘라는 천천히 몸을 움직여 네아에게 다가갔다. 징그럽다. 무섭다. 네아인 것을 알고 있음에도 당장이라도 도망가고 싶었다. 하지만….
리엘라는 떨리는 손을 뻗어 엉망이 된 네아의 팔을 붙잡았다.
“……!”
그러자 네아가 놀라 몸을 움찔거렸다. 네아는 리엘라가 자신을 무서워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자신이 드래고니안인 것을 숨겼다. 혹시나 제 정체를 알면 피할 것이 두려워서. 하지만 이런 모습을 보이느니 차라리 처음부터 말을 하고 일찍 떠나는 것이 나았을 텐데.
‘그러면 아가씨는 무사하셨을 텐데….’
호슨 공작이 세상을 떠났을 때 자신도 공작저를 떠났다면, 그래서 리엘라와 인연을 끊었다면. 리엘라는 네아를 위해 온실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네아는 이 모든 상황이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호슨 공작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에서 그녀를 기억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싶었다. 자신은 인간이 아닌데, 그곳에 있을 수가 없는데… 욕심을 부린 결과가 이것이다. 네이판타는 강력하고 끔찍한 것으로 새로이 탄생했고, 리엘라는 정신을 지배당한 자신에게 붙잡혀 이곳으로 끌려왔다. 이제 네이판타를 어떻게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리엘라만이라도 사람들에게 데려다주어야 했다.
‘여기서 나가야 해.’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네아는 차마 리엘라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제가 잡았을 때 비명을 지르면 어쩌지. 저를 뿌리치면서 도망가면 어쩌지.
그때 리엘라가 떨면서 한 걸음씩 다가오더니 네아를 붙잡았다.
“같이 가요….”
“…….”
“난 네아랑 같이 갈 거니까….”
무서워하면서도, 덜덜 떨면서도 리엘라는 엉망이 된 네아의 팔을 붙잡았다. 검은 비늘이 잔뜩 돋아 있으며 부러진 손톱이 덜렁거리는 팔을.
네아는 제 팔을 붙잡는 리엘라의 손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 피마저 검었건만 눈물은 인간의 것과 똑같았다.
“저… 무섭잖아요.”
“…….”
“징그럽… 잖아요…. 제가… 아가씨를… 잡아먹으면 어떻게… 하려고.”
네아는 스스로 자신의 상처를 벌렸다. 마치 이런 꼴의 자신에게 먼저 잘도 다가왔다는 듯이. 네아는 스스로의 행동에 조소를 흘렸다. 이것은 투정이었다. 내가 이런 꼴인데도 당신은 나를 아낄 수 있겠느냐는 투정. 리엘라의 대답이 자신을 찌를 것을 알면서도, 네아는 기어코 물어보고 말았다.
네아의 말에 긴장으로 굳었던 리엘라의 눈이 커졌다. 놀랐을 것이다. 특히나 조금 전에 네이판타가 드래곤 로드를 잡아먹는 것을 보았으니 공포는 더욱 커졌을 것이고. 네아는 리엘라가 다시 제게서 손을 떼고 도망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리엘라가 갑자기 와락 네아를 끌어안았다.
“무서워요….”
“…….”
“무, 무서운데… 그래도 네아잖아요….”
“…….”
“그러니까 괜찮아요….”
리엘라의 대답에 네아는 헛웃음을 흘렸다. 잡아먹겠다는 말에도 괜찮다니. 도대체 얼마나 자신을 믿고 있길래. 네아는 리엘라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눈물을 흘렸다.
‘다행이다.’
리엘라가 도망가지 않아서, 무서워도 괜찮다고 해 주어서 정말로 다행이었다. 오래전부터 네아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
브레스라는 하운의 외침에 개중 아직 보석을 움직일 수 있는 보석술사들이 급히 방어의 힘을 가진 것들을 사용했다. 하지만 모두들 알 수 있었다. 이 정도로는 절대로 네이판타의 브레스를 막아 낼 수 없으리라는 것을.
그것은 하운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운의 옆에서 샤를로테가 비명처럼 소리 질렀다.
“막을 수 없어요! 조금 전에 대부분의 보석이 힘을 다 소진했단 말이에요!”
샤를로테는 제가 맡았던 보석을 보았다. 보석진의 힘을 안쪽으로 모아 가둘 수 있도록 조금 다르게 운용했던 문스톤이 그녀의 손에 들려 있었다. 그것은 테티아의 보물 중 하나였다. 만약 힘을 잃지만 않았다면 브레스 한 번쯤은 막을 수 있는….
탁!
그 순간 하운이 그녀의 문스톤을 낚아채더니 품에서 무엇인가를 꺼냈다. 샤를로테가 본 것은 네이판타가 삼켰던 것과 같은 빛이 머물러 있는 작은 꽃송이였다. 그리고 하운이 그것과 함께 문스톤을 쥐었고….
캬아아아아아악!
네이판타의 브레스가 모두를 덮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