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o heirs RAW novel - Chapter 22
23
이 저택에 머무를 수 있게 해 달라고?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묻기도 전에 문이 벌컥 열리면서 네아가 들어왔다. 그러고는 하운에게 소리쳤다.
“이게 다친 곳이 손이 아니라 머리였나,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네아!”
저쪽은 대공이거든요? 알 게 뭐예요? 헛소리하면 맞아야지! 저게 어딜 은근슬쩍 붙어살겠다고! 이런 대화가 리엘라와 네아의 사이에 오고 갔다.
하운이 당장이라도 네아의 목을 치라고 하는 게 아닐까 안절부절못하면서 리엘라는 그를 보았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하운은 그런 말에 별로 신경 쓰는 것 같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표정이랄까.
계속해서 소리치는 네아에게 귓속말로 ‘나도 같은 생각이니까 네아는 잠깐만 나가 있어요.’라며 겨우 진정시켰다. 하운의 머리가 좀 이상한 것 같다고 생각한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네아를 내보낸 뒤, 리엘라는 하운을 보았다.
“아, 저기 왜 갑자기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만.”
“위험하기 때문이다. 이 저택을 지키는 문스톤이 있고, 네아가 저 방의 문을 닫을 수 있는 것은 알고 있어. 하지만 침입자를 완전히 막기는 힘들지. 네아는 공격을 위한 보석을 허가받지 못하니까. 그러니 이 저택에 침입을 막는 보석술사가 하나 있는 것이 좋을 것 같군.”
틀린 말은 아니었다.
“맞는 말씀이세요. 하지만 그 일을 왜 대공님께서 하신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보석술사 분들을 고용해도 충분한….”
리엘라가 거기까지 말했을 때 하운이 말했다.
“빛나는 꽃.”
“……!”
“길러 낼 수 있지 않는가.”
하운의 말에 리엘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러더니 후다닥 뒷걸음질 쳐 하운에게서 멀리 떨어졌다. 그가 한 걸음만 움직여도 비명을 지르면서 뛰쳐나갈 기세였다. 그런 리엘라의 모습에 하운은 한숨을 쉬었다. 누가 보면 제가 협박이라도 한 줄 알 것이다.
“호슨 공작이 내게 따로 남긴 유언장에서 알려 주었다.”
“공작님이요?”
“그게 아니면 내가 갑자기 어떻게 알았을 것 같나?”
“공작님이 그럴 리가 없는데….”
리엘라가 중얼거리며 여전히 하운을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호슨 공작이 뭐라 가르쳐 놨을지는 뻔하군.’
보나마나 능력이 들키면 무척 위험하니 잘 숨기라 열심히 가르쳐 놓았을 것이다. 그 사실에 대해서 불만은 없었다. 그건 사실이니까. 아니, 오히려 호슨 공작에게 수고했다고 칭찬이라도 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그 능력이 얼마나 위험한지 제대로 깨닫지 못해 자각 없이 여기저기 알리고 다녔다면 어떻게 되었겠는가. 이곳에 보석술사들이 몰려들었음은 물론, 리엘라가 지금 여기 없을 수도 있었다.
그런 상황을 생각하니 하운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내가 그렇게 놔둘 줄 알아? 호슨 공작이 억지로 부탁하듯이 보호를 떠맡기기도 했지만 하운 역시 빼앗길 생각은 없었다.
‘나라의 큰 손실이니까.’
그 이유다. 그 이유 때문에 이렇게 신경이 쓰이는 것이 분명하다. 하운은 몇 번이나 스스로에게 그런 이유 때문에 지금 제가 이 저택에 있으려 한다는 것을 납득시켰다.
“호슨 공작이 나에게 말한 이유는 적어도 내가 그대를 겁박해 꽃을 강탈할 사람이 아님은 확신했기 때문이겠지.”
“…안 하실 건가요?”
“안 해.”
“보석술사들은 다 갖고 싶어 한다고 했는데요…?”
“갖고 싶긴 하나 억지로 빼앗을 생각은 없다. 대신 나에게 팔도록. 값은 제대로 쳐 줄 테니.”
“…….”
리엘라가 망설이자 하운이 재빨리 말했다.
“그것만 약속한다면 책임지고 보석의 방을 안정시킬 때까지 그대를 보호하도록 하지.”
거기까지 말한 다음 하운은 곧바로 말을 덧붙였다.
“원한다면 평생도 가능하고.”
그러자 리엘라가 딱 잘라 말했다.
“아니오.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
그 대답에 하운은 어쩐지 짜증이 났다. 부담스러운 건 알겠는데 그렇게까지 딱 잘라 말할 필요는 없잖아?
리엘라는 한참이나 고민하더니 다시 말했다.
“저, 저야 다 들어 드린다는 약속을 지키고 싶지만 그 전에 변호사님들께 물어봐야 해요.”
크레이튼을 비롯한 변호사들은 깐깐하기로는 세상에 둘도 없을 사람들이었다. 리엘라를 만나겠다며 기세등등하게 들어오던 사람들도 그 변호사들과의 말싸움에서 지고 결국 꼬리를 말고 저택을 나가지 않던가.
‘죄송해요, 변호사님들. 부탁드려요!’
리엘라는 그 사람들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변호사들이라면 하운 대공작을 잘 설득해 돌려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럴 거라 생각했다.
***
“하운 대공님께서 그리해 주신다니. 감사합니다.”
크레이튼이 하운에게 꾸벅 허리를 숙였다.
…어?
“정말 안심입니다. 그렇잖아도 어떻게 할까 저희들끼리 고민을 하고 있던 참입니다.”
다른 변호사들도 크레이튼과 마찬가지로 하운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이게 아닌데?’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는 듯한 표정으로 리엘라가 변호사들을 바라보았다. 크레이튼이 그 시선을 눈치채고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리엘라가 속삭였다.
“이건 기회입니다, 리엘라 아가씨.”
“기회라니요?”
“보석의 방 문제를 끝낼 기회 말입니다. 언제쯤 열 수 있을지 몰라 일단은 미뤄 두었던 문제 아닙니까.”
크레이튼의 말대로긴 했다.
보석의 방은 공작의 유언장에서 제일 골치 아픈 부분이었다. 변호사들은 안에 무엇이 있는지 확실하게 알아야 처리를 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열 수가 없으니 아무것도 진행할 수 없었다. 변호사들과 네아는 강한 보석술사에게 맡겨 열어야 한다지만 사실 리엘라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공작님의 보석들에 손대고 싶지 않아.’
다른 문제들과 달리 보석의 방을 열지 않는다고 해서 큰 문제는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이대로 놔두는 것이 편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사람들의 관심과 흥미가 부담스러운데 보석의 방을 연다고 하면 더욱더 이목이 쏠릴 테니까.
리엘라가 크레이튼과 이야기 하는 사이 하운은 옆에 있던 변호사 한 명을 불러 질문했다.
“왜 지금까지 보석의 방을 열지 않았지?”
“함부로 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무엇보다 리엘라 아가씨께서 그다지 열고 싶어 하지 않으셨기 때문입니다.”
“열고 싶지 않았다고?”
“네, 저희도 몇 번 아가씨를 설득했지만 보석의 방을 당장 열 필요가 없다면 그대로 놔둬도 상관없다고 말씀하시더군요.”
변호사의 대답에 하운은 리엘라를 바라보았다. 이해할 수 없었다. 공작의 재산 중에 가장 소중하고 가치가 높은 것은 보석의 방이다. 그런데 정작 그곳을 방치하려고 했다니.
‘아니, 어쩌면 몰래 진행하려고 했을지도 모르지.’
세상에는 자신만큼은 아니어도 강한 보석술사들이 여럿 있다. 어쩌면 그들에게 은밀하게 의뢰를 부탁하려 했을지도 모른다.
‘빨리 내가 열어야겠어.’
안에 있는 유언장을 얻기도 해야 했지만 다른 누군가가 접근하는 것도 막아야 했다. 그렇다면 자신이 더욱더 이곳에 있어야 한다. 하운은 크레이튼과 이야기를 끝낸 리엘라에게 말했다.
“보석의 방을 그대로 두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그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고 있는건가?”
“위험하다구요?”
“그래. 오늘 안에 있는 보석들의 위력을 봤으니 알겠지만 저것들은 하나같이 강력한 힘을 가졌어. 공작이 멋대로 풀어놓은 덕분에 보석술사가 없더라도 힘을 마구 뿌리고 다닐 수 있는 것들이지. 만약 저 중에 하나라도 바깥으로 빠져나가면 어떻게 되겠나?”
“하지만 보석의 방 안에 그대로 놔둔다면 별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요.”
“보석의 방이 영구적으로 저 보석들을 가둬 두고 있을 거란 보장이 없어. 튼튼하게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약해지지. 그때 안에 있는 보석들이 한꺼번에 나오면 이 저택은 물론이고 수도, 나아가 카르디아 왕국 전체가 위험할 수 있는 일이다.”
리엘라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하운의 말대로라면 정말로 엄청난 위험이 되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감사관의 일도 처리해야 했고…. 지금 당장 저 보석의 방을 열고 안에 있는 보석들을 정리할 보석술사를 구한다면 내가 제일 적임일 것 같군. 그렇지 않나?”
“그… 렇지요.”
“그럼 이야기는 끝났군. 오늘부터 이곳에 머물면서 보석의 방을 정리하도록 하지.”
반론 따위는 듣지 않겠다는 하운의 태도에 리엘라는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
“일단 아가씨 옷부터 갈아입으셔야 할 것 같아요. 좀 더 자세한 이야기는 변호사님들께 잠시 맡기도록 해요.”
네아는 하운을 거절할 말을 찾으려 고민하는 리엘라의 손을 잡아끌었다. 두 사람이 나가자 하운은 곧바로 변호사들을 바라보았다.
“자, 그럼.”
하운은 책상으로 다가가더니 종이에 무엇인가를 가득 써서 변호사들에게 내밀었다.
“이게 무엇입니까?”
“임시 출입 금지 명단.”
“네?”
변호사들은 다시 종이를 보았다. 절반으로 시원하게 찢어진 종이에는 사람들의 이름이 가득했다. 그런데 전부 많이 듣던 이름들이었다.
“전부 보석술사님들 아니십니까?”
“그래. 위험해 보이는 자부터 순서대로 적었으니 일단 이 명단에 있는 자들은 무조건 출입을 금하도록.”
변호사들은 종이 위 이름을 살펴보았다. 전부 강한 보석술사들이었다. 그것도 전부 젊은 남자 보석술사.
***
다음 날부터 저택에는 변화가 생겼다.
저택에는 아직도 공작의 유산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었다.
“오늘은 내가 꼭 리엘라 양을 만나고 갈 거요! 호슨 공작님과 나와의 인연으로 말할 것 같으면!”
오늘도 아침부터 멀리서 찾아온 자들이 현관을 시끄럽게 했다. 평소대로라면 하녀들이 곧바로 그들을 변호사들이 있는 방으로 안내하거나 아니면 대기실로 보내, 번호표를 나누어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그래, 그 인연이 뭔가?”
멀리서 왔다는 준남작이라는 자는 갑자기 제 앞을 막아서는 사람 때문에 고개를 들었다. 뭐 이렇게 키가 커? 요즘 변호사는 키를 보고 뽑나? 하지만 보이는 것은 변호사들과 달리 양복을 입지 않은 사내였다. 기사인가 싶을 정도로 몸은 좋았지만 그렇다고 검을 차고 있지는 않았다.
편해 보이는 흰색의 상의와 하의를 입고 있는 남자는 누가 보기에도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알 수 없는 위압감에 주춤거리던 준남작은 있는 용기를 다 끌어모아 말했다.
“뭐? 넌 누구야?”
“하운 아렐 펜드래건이다. 너는 누구지?”
“네?”
다행히 이 준남작은 그 이름을 듣고 다시 물어볼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았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그런 준남작을 본 하운은 귀찮다는 듯 짧게 말했다.
“알면 나가.”
“물론입니다!”
그렇게 하운은 빠르게 첫 번째 방문자를 돌려보냈다. 그리고 대기실에 남아 있는 자들을 둘러보았다.
“다음은 누구인가?”
그 말에 앉아 있던 사람들을 빠르게 일어섰다.
“아이고, 오늘 딸 생일인 걸 잊었네!”
“난 오늘이 결혼한 지 3816번째 되는 날인 걸 잊었어요!”
“우리 집 고양이 밥 주고 오는 걸 잊어버렸어!”
모두 다 자신이 잊은 것을 외치며 대기실을 빠져나갔다. 평소라면 해가 질 시간까지 북적거리던 대기실은 지나가는 개미 한 마리도 없는 조용한 공간이 되었다. 그것을 본 하인들은 아예 정문에 큰 종이를 붙였다.
하운 대공께서 머무시는 중. 매우 심기 불편하심.
효과는 놀라웠다. 그 순간부터 저택을 찾는 손님들의 모습을 볼 수 없었으니까. 저택은 오랜만에 평화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