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o heirs RAW novel - Chapter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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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식사부터는 안 차려도 되겠네요.”
하운 몫의 식사를 다 먹은 네아가 만족스러운 얼굴로 말하자 리엘라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래도… 바로 안 차리는 건 좀….”
당연한 일인데도 매우 나쁜 짓을 하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리엘라는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사람의 식사를 매번 신경 써야 했다. 결국 그 음식들은 전부 네아의 것이 되어버리고 말았지만.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오늘, 그가 돌아온 것이다.
말에서 내리는 그가 자신을 보고 어쩐 일이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을 때,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지난 일주일간 왕궁에 편지를 보내 언제쯤 돌아오는지 물어본 것과(변호사들이 감사관이 없으니 곤란하다는 말을 써 넣으라고 했다) 말소리가 날 때마다 현관을 바라보았던 것, 매일 온실에 가서 엘피안 꽃을 보고 있었던 자신의 시간들이 정말로 쓸데없는 일이었던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 탓에 평소처럼 인사를 하려던 입은 퉁명스러운 인사를 내뱉고 말았다. 그랬더니 돌아온 것은 무슨 일이냐는 하운의 인사였다. 네가 왜 이런 식인지 모르겠다는 듯한 그의 태도에 리엘라는 다시 말했다.
“급하게 떠나신 뒤 연락이 없어서 지난 일주일간 대공님의 귀환을 기다리고 있었던 터라.”
누가 들어도 가시 돋친 목소리였다. 그 말을 뱉고 나서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뭐라고 하운에게 이렇게 따진단 말인가.
자신은 그저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았을 뿐, 아무런 작위도 없는 평민이다. 감히 대공을 향해 이런 태도를 취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지금까지 하운이 별다른 말이 없었고, 잘 대해 주었기에 주제를 잊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꼭 신분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하운과 무슨 관계라고 연락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런 태도를 취할 수 있단 말인가.
‘그래도 어디 가는지 정도는 알려 주실 수 있잖아.’
남들도 다 아는데. 정작 마지막까지 같이 있었고 같은 저택에서 지내던 자신은 몰랐다니. 게다가 그렇게 사라졌으니 남은 사람이 걱정할 거라는 생각도 안 해 봤나?
고개를 숙였던 리엘라는 어렵게 입을 떼었다. 어쨌거나 조금 전 자신의 무례를 사과해야 했다.
“죄송합니다, 그냥 너무 오래 연락이 없으시길래….”
“기다리고 있었나?”
“네?”
들려온 하온의 목소리에 리엘라는 놀라 고개를 들었다.
처음 보는 하운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놀란 것 같기도 했고, 당황한 것 같기도 했고, 그러면서도 어쩐지 기뻐하는 것 같기도 한 그런 복잡한 표정이었다.
하운이 다시 물었다.
“날 기다렸다고?”
어쩐지 묘한 감정이 뒤섞인 그 목소리에 리엘라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하운의 질문이 이어졌다.
“어째서?”
“어째서냐니. 심각한 얼굴로 휙 떠나신 후에 아무런 소식이 없으면 사람이 걱정하는 게 당연하잖아요?”
이런 걸 설명을 해야 아는 건가? 따지려던 리엘라는 그의 얼굴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말꼬리를 잡아서 시비를 걸려 하는 것이 아니었다. 하운의 표정은 정말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의 대답과 표정에 리엘라는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그러고 보니….’
확실히 저 말고 아무도 하운을 걱정하지 않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 이 나라에서, 아니 이 대륙에서 하운보다 강할 존재가 몇이나 있을까. 자신이 드래곤조차도 제압하는 최강의 보석술사를 걱정한다는 것은 개미가 사자를 걱정하는 것만큼이나 어이없는 짓일지도 몰랐다.
하운의 말에 딱히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한 리엘라가 시무룩하고 있을 때 하운이 되물었다.
“걱정하고 있었나?”
“당연히 걱정하지요!”
“왜?”
“왜냐면… 어… 대, 대공님이 안 계신 동안 그만큼 일이 미뤄졌으니까요! 변호사님들이 걱정하시더라고요!”
제가 그를 걱정할 만한 타당한 이유를 찾던 리엘라는 그럴듯한 변명을 찾아내고는 당당하게 말했다.
변호사들이라는 말에 하운은 잠시 리엘라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일들이 미뤄진 것은 미안하게 되었어. 이제 돌아왔으니 최대한 빨리 처리하도록 하지. 불편하게 해서 미안하군.”
“그게 아니라!”
하운의 말에 당황해서 소리친 리엘라는 눈을 질끈 감고 외쳤다.
“웃기다고 생각하시겠지만 걱정했단 말이에요! 갑자기 왕궁에서 부르고! 루시안 님이 말하길 몬스터 수색을 가셨다고 해서 혹시 다칠지도 모르니까! 아무리 강해도 사람이 다치려면 얼마든지 다칠 수 있잖아요?”
하운은 리엘라의 앞으로 다가와 허리를 숙여 얼굴을 가까이했다. 갑자기 가까워진 그가 부담스러워 잠시 물러날까 했던 리엘라는 어쩐지 그러기 싫어 똑바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운은 잠시 생각하더니 리엘라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니까 내가 다칠까 봐 걱정했다 이건가? 정말로 쓸데없는 걱정을 했군. 이런 정도의 수색을 가는데 주변에 알리고 가는 것이 더 민망한 일이야. 어차피 수색지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오크의 시체가 발견된 주변을 샅샅이 뒤졌지만 비슷한 시체는커녕 다른 몬스터 하나도 발견할 수 없었다. 마치 그 오크의 시체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그래서 하운은 별다른 소득 없이 수색을 중지하고 돌아와야 했다.
의문은 남았지만 아무런 성과도 없는 수색이었고 너무도 쉽게 끝나버린 일이었는데 이런 걸 나가면서 말을 하고 간다고? 게다가 남아있는 사람의 걱정을 바라면서? 하운의 기준에 그건 민망한 것을 넘어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새삼 저와 수도에 사는 사람들의 기준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을 기억해냈다.
“돌아오는 길 내내 오자마자 물어보려고 생각한 게 있었는데 지금 물어보면 될 것 같군.”
“그게 뭔가요?”
하운이 무슨 말을 할지 몰라 리엘라는 슬쩍 그를 살피며 물었다. 뭘 물어본다는 거지?
그러자 하운은 몇 번이고 입술을 들썩이고, 손을 올렸다 내렸다 하며 안절부절못하더니 곧 결심한 듯 마른침을 삼키고 말했다.
“…주말에 시간 있나?”
하운의 질문에 리엘라는 곧바로 대답했다.
“없는데요.”
진짜로 없었다.
꽃집 일을 하는 것 때문에 변호사들과 보낼 시간이 모자라 유언장의 설명이 늦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주말에는 하루 종일 저택에서 설명을 들을 예정이었다. 그래서 시간이 없다고 대답했을 뿐인데. 하운이 왜 세상 무너진 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었다.
“아무래도 계속 일을 나가는 저 때문에 변호사님들이 너무 오래 시간을 낭비하고 계시니까요. 주말에는 그동안 밀렸던 설명을 들어야 할 것 같아요.”
“그것 말고 다른 일이 있다거나 하는 건 아니고?”
“그거 말고 제가 할 일이 뭐가 있겠어요.”
리엘라가 대답하자 하운은 잠시 뭔가 생각하더니 알겠다고 대답했다.
***
다음 날 아침, 변호사들은 리엘라에게 이번 주말은 일정을 좀 바꿔서 움직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말을 했다.
“확인이요?”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이 저택 말고 상속받으신 호슨 공작님의 다른 토지에 가 보신 적이 없지 않으십니까? 일단은 수도 근교의 저택과 토지들부터 가 보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한 번씩은 봐 두는 것도 나쁘지 않지요. 그곳에는 미리 연락을 해 두겠습니다. 그리고… 하운 대공님께서 함께 가실 겁니다.”
크레이튼을 필두로 변호사들의 날카로운 시선이 하운에게 쏠렸다. 그 시선에 하운이 몇 번 헛기침을 했다.
“그럼 변호사님들 중에서는 누가 함께 가시나요?”
“안타깝게도 저희들이 처리해야 할 일들이 있어서 아무래도 하운 대공님과 두 분만 가시게 될 것 같습니다.”
두 사람만 간다고 해도 변호사들이 동행하지 않을 뿐, 마부와 네아도 함께 가겠지. 그렇게 생각했기에 리엘라는 알겠다고 말했다.
그날 밤, 수도에는 오랜만에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졌다. 번쩍거리는 빛이 하늘에 빛의 나뭇가지를 만들어 냈고 뒤따라 들려오는 우르릉거리는 소리는 땅을 흔들었다. 거센 빗방울이 쉴 새 없이 유리창을 두드리는 소리에 리엘라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래서야 나가는 건 무리이지 않을까?’
수도 안에서야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으니 괜찮겠지만 수도 밖으로 나서면 분명 길이 진창이 되어 있을 것이다.
큰 도로가 있는 곳이면 괜찮겠지만 설명을 들어 보니 오늘 가야 할 곳은 그렇게 사람들의 통행이 많은 곳이 아닌 것 같았다. 풀이 없이 흙으로만 되어 있는 길들은 이런 폭우가 쏟아진 날에는 진흙 구덩이가 되는 곳이 많았다. 그런 곳에선 마차의 바퀴가 헛돌아 진창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물이 빠지기 전에는 마차들은 돌이 깔린 정비된 도로 외에는 잘 다니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아무래도 비가 쏟아지는 모습을 보아하니 나가기는 틀린 것 같다 생각하며 리엘라는 겨우 잠이 들었다.
그리고 아침이 되었다.
어서 일어나라며 방으로 들어온 네아가 창문을 열었다. 하늘은 푸르렀고 햇살은 따스했다. 적당히 기분 좋을 정도의 시원한 바람이 부드럽게 나뭇잎들을 어루만졌다. 상쾌한 아침 공기와 부스럭거리는 시원한 이불의 느낌에 리엘라는 기지개를 폈다.
“서두르세요, 아가씨. 멜다 부인이 새벽부터 열심히 도시락을 싸더라구요. 제가 얼핏 봤는데 아가씨가 좋아하는 스콘을 종류별로 만드셨어요. 치즈하고 베이컨하고 크랜베리에 양파까지.”
“정말요?”
“네, 그리고 비가 많이 온 탓에 마차로 가기에는 무리일 것 같아 말을 직접 타고 가셔야 할 것 같아요.”
“괜찮아요. 그럼 빨리 준비할게요!”
이런 좋은 날씨에 좋아하는 음식까지 있다니. 즐거운 나들이가 될 것이다.
***
…라고 생각했었는데.
리엘라는 몸을 돌려 저택 앞에서 손을 흔드는 하인들과 변호사들을 보았다.
‘둘만 가게 될 줄은 몰랐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