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o heirs RAW novel - Chapter 7
7
옆에서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리엘라는 정신을 차리고 황급히 허리를 숙였다. 화분 안에 있던 흙이 이리저리 튀어 고급스러운 카펫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어서 빨리 치우지 않으면 곤란해질 것이다.
황급히 맨손으로 깨어진 화분 조각과 흙을 쓸어 모았다. 어지러이 흩어진 흙 사이에 엉망이 된 꽃이 보였다. 그것을 보는 순간 어쩐지 눈물이 핑 돌았다. 역시 이걸 가져오는 게 아니었어.
이곳에서 울 수는 없기에 슬쩍 소매로 눈가를 훔치고는 조심스레 꽃의 뿌리가 다치지 않게 들어 올렸다. 빨리 집으로 가져가 새 화분에 심는다면 크게 상하지는 않으리라. 공작님께는 다른 선물을 준비해야지.
리엘라가 서둘러 일어나려 할 때였다.
“네아.”
들어본 적 없는 차갑고 무거운 목소리로 호슨 공작이 네아를 불렀다.
“네, 주인님.”
“내 저택에 허가 없이 들어온 죄, 내 손님에게 무례를 범한 죄 그리고 꽃을 상하게 한 죄를 물어….”
날카로운 공작의 시선이 카밀라를 향했다.
“카밀라를 처벌하라.”
리엘라는 보석술사들에 대해서 아는 것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보석술사들이 어떻게 힘을 쓰는지, 그 힘이 어느 정도인지는 그저 상상만 할 뿐이었다. 그나마 제대로 본 것이라면 네아가 방문했을 때 신발 가게 주인을 속였던 것 정도가 전부였다.
그래서 눈앞에서 벌어진 일에 리엘라는 놀라 그대로 굳은 채 모든 것을 바라봐야만 했다.
처벌하라는 말이 들렸던 것 같다. 그 말이 끝나는 순간 네아가 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순식간에 네아의 모습이 사라졌다. 다음 순간 리엘라가 본 것은 허공을 날아가는 카밀라의 몸 그리고 깨지는 장식장의 유리들이었다.
“컥!”
와장창 유리가 깨지고 카밀라의 몸이 방의 바닥을 굴렀다. 하지만 카밀라는 곧바로 일어섰다. 그녀의 몸이 붉은빛에 휘감김과 동시에 거대한 빛의 채찍이 허공을 갈랐다.
쾅!
빛과 빛이 부딪친 순간 거대한 폭음과 함께 충격이 방 안을 뒤흔들었다. 리엘라는 본능적으로 눈을 질끈 감으며 다가올 충격을 기다렸다.
“어?”
하지만 바닥이 흔들리고 거센 바람과 깨지는 소리가 들려도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놀란 리엘라가 고개를 들자 그녀의 앞에는 어느새 호슨 공작이 서 있었다. 리엘라가 놀란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공작의 손에 걸린 진주 팔찌가 웅웅거리는 소리를 내며 흰색의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 빛은 호슨 공작은 물론 리엘라와 주변에 있던 하인들까지 감싸고 있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빛의 느낌에 리엘라는 저도 모르게 손을 들어 빛을 잡아 보았다. 마치 솜사탕을 잡는 것처럼 빛무리가 리엘라의 손에서 이리저리 모습을 바꾸었다.
그 모습을 보던 호슨 공작은 마치 칭찬이라도 하듯 진주 팔찌를 쓰다듬은 다음 미안한 표정으로 리엘라에게 말했다.
“놀라게 해서 미안하네. 보석술사들은 싸우기 시작하면 적당히 하는 법이 없거든. 주변에 뭐가 있는지 보이지도 않지.”
호슨 공작이 그렇게 말하는 사이에 방 안은 박살이 나고 있었다. 온갖 색의 빛이 번쩍거릴 때마다 장식장과 가구가 부서졌다. 바닥의 고급 대리석은 이미 금이 간 지 오래였다.
진주가 만들어 낸 흰 빛이 자신을 지켜 준다는 것을 안 리엘라는 용기를 내어 네아와 카밀라의 싸움을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두 사람 다 비등비등하게 싸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곧 누구나 알 수 있을 만큼 카밀라가 밀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던 호슨 공작이 못마땅하다는 듯 말했다.
“뭘 하느냐, 네아. 어서 빨리 끝내도록 하거라.”
순간 네아의 손가락에 있던 반지에서 여러 갈래의 빛이 생겨났다.
첫 번째의 빛이 카밀라의 몸을 때렸다. 그녀는 그대로 유리창 밖으로 날아갔다.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유리는 박살이 났고 카밀라의 몸이 정원을 굴렀다.
두 번째의 빛이 빠르게 카밀라가 구르는 정원을 향해 날아갔다. 그러더니 그녀의 주변을 맴돌았다.
세 번째의 빛은 두 번째의 빛을 따라가더니 카밀라에게 닿는 순간 갑자기 거대한 그물처럼 변했다. 그러더니 마치 거미가 먹이를 감싸는 것처럼 카밀라의 몸을 돌돌 말았다. 그리고 모든 것이 조용해졌다.
보석술사들의 전투는 그렇게 끝났다.
***
“저, 저, 저, 저는 괘, 괘, 괘, 괜찮습니다.”
누가 들어도 괜찮지 않은 목소리로 리엘라는 힘겹게 대답했다. 그녀의 손에 들린 찻잔과 접시가 다각다각 부딪치는 소리를 내고 있었지만 지금 그것에 신경 쓸 정신은 리엘라에게 남아 있지 않았다.
“이런, 이렇게 무서워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네.”
“죄, 죄송합니다.”
나무 인형처럼 딱딱하게 움직이는 리엘라의 모습에 호슨 공작은 긴 한숨을 쉬었고 네아는 연신 죄송하다며 고개를 푹 숙였다.
“미안하게 되었어. 사실 이 정도는 보석술사들 사이에서 그렇게 험한 싸움인 편은 아니라서.”
“그, 그렇군요.”
리엘라는 힘겹게 웃으며 찻잔을 입가로 가져갔다. 박살이 났던 방과 엉망이 되었던 카밀라의 모습이 생각났다. 전쟁이 일어난 것 같은 모습이었는데 그게 별일이 아니라고? 그때 네아가 풀죽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렇게 놀라실 줄 알았으면 차라리 한 방에 죽여… 아, 아니 기절하게 만들 걸 그랬나 봐요.”
네아가 실수했다는 듯 부끄럽게 입을 가렸다. 그 모습을 보면서 리엘라는 알 수 있었다.
진심이다. 진심이야. 죽여 버리겠다는 거 진심으로 한 말이야.
“네아.”
호슨 공작이 노려보자 네아는 그 시선을 못 본 척 고개를 돌리며 딴청을 피웠다.
“어쨌든, 미안하게 되었어. 이런 험한 꼴을 보이게 되어서. 훌륭한 선물까지 가져온 손님에게 큰 폐를 끼치게 되었군.”
“훌륭한 선물이라뇨. 그냥 화분 하나인데… 어차피 깨져 버렸구요.”
정신없던 나머지 바닥에 굴러다니던 꽃을 챙기지 못한 것이 기억났다. 아마도 자신이 자리를 옮긴 후에 그 방을 치우는 저택의 하인들이 주워서 버렸을 것이다. 나중에 나가면서 어디에 버렸나 물어보고 몰래 챙겨가야 할 것 같았다.
“아, 그거라면.”
리엘라의 말에 네아가 갑자기 방을 나갔다. 잠시 후 돌아온 그녀의 손에는 시들시들하지만 분명히 자신이 가져온 화초가 가져왔던 화분 모습 그대로 들려 있었다.
“어떻게…?”
깜짝 놀란 리엘라는 곧 제가 멍청한 질문을 한 것을 깨달았다.
“이것도 보석의 힘인가요?”
“복원의 러다이트라는 보석의 힘이지. 제약이 무척이나 많고 아무 때나 쓸 수 없는 데다가 까다로운 녀석이지만 적어도 그 방에서 망가진 것들에 대해서는 문제없이 고칠 수 있어. 그 방이 아니었더라도 녀석이 이건 고쳐 주었을 것 같지만. 정말이지 이렇게 빛나는 꽃을 가져오다니. 다시 봐도 내 눈을 믿을 수가 없군.”
그 말에 신기한 눈으로 화분을 바라보고 있던 리엘라가 더욱 놀라 벌떡 일어났다.
“공작님도 보이시나요!”
“그렇다네. 저번에 가져다준 꽃들도 훌륭했지만 이건 더더욱 훌륭하군. 이것도 자네가 기른 꽃인가? 보통 꽃이 아닌 것 같은데.”
“아, 네. 이건….”
리엘라는 꽃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리고 얼마나 애정을 담아 길렀는지도. 리엘라의 말이 끝났을 때 호슨 공작과 네아가 조금 곤란한 듯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런 꽃이면 이건 아무래도 먹이로 줄 수 없겠는걸?”
“네? 먹이요?”
꽃을 누가 먹는단 말인가? 리엘라가 눈을 끔뻑거리자 호슨 공작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설명할 게 좀 많은데…. 일단 후원으로 자리를 옮기지.”
***
그 후로 꽤 긴 호슨 공작의 설명이 이어졌다. 호슨 공작이 말하다 목이 잠기면 네아가 그 설명을 이어받아 말했다. 몇 시간에 걸친 설명이 끝났을 때, 리엘라는 꽤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보석들이 빛나는 꽃을 좋아한다는 거군요? 먹으면 힘이 강해지고?”
“그렇다네. 야생에서는 아주 가끔 보이는 정도에 지나지 않지. 게다가 이렇게 밝은 빛을 내지도 못해. 그런데 이렇게 훌륭한 빛나는 꽃을 길러 낼 수 있다니. 놀라운 일이야.”
고개를 끄덕거리려던 리엘라는 신문에서 보았던 보석들의 이야기를 떠올려 보았다.
오래전에 블랙 드래곤 네이판타를 쓰러트렸을 때, 대륙의 많은 보석들이 그 힘을 다 써 버렸다. 그 바람에 유명한 보석들이 죄다 잠들어 버려 아직까지도 사용할 수 없는 상태라고 했다. 그래서 보석술사들은 그 보석들을 조심히 자신들의 보석의 방에 보관하며 깨어날 날만을 기다린다고 했었는데 빛나는 꽃이 그 보석들을 깨울 수 있다면….
거기까지 생각하던 리엘라의 얼굴이 굳었다.
“저, 그렇다면 혹시 제가 이런 꽃들을 기를 수 있다는 게 알려지면 어떻게 되나요?”
“무척 위험하지.”
“쿨럭!”
딱 잘라 말하는 호슨 공작의 말에 리엘라는 마시던 차가 목에 걸렸다.
“솔직히 난 자네가 아직까지 별일 없었다는 게 신기할 지경이야. 만약 이게 보이는 보석술사들이 자네를 발견했다면 가만두지 않았을걸.”
“가만두지 않는다는 것은….”
“일단은 자네를 가두려고 하겠지. 그리고 계속 꽃을 길러 내도록 강요하지 않을까? 보석술사들은 모두 탐욕스러운 자들이거든.”
마치 자신은 거기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듯, 호슨 공작은 느긋한 목소리로 말하며 찻잔을 들었다.
설명을 들었지만 믿어지지 않았다.
힘을 가진 보석이라고 해서 무한정 그 힘을 사용할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특히 무리해서 힘을 써 버리면 보석들은 마치 드래곤처럼 수면기에 들어간다고 했다. 하지만 빛나는 꽃을 얻은 보석은 빠르게 힘을 되찾고 깨어난다니.
‘이 꽃에 그런 힘이 있다고?’
시들한 꽃을 바라보던 리엘라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공작님은 저를…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용기를 내어 물어보았지만 입 안이 바싹 말랐다. 힘겹게 마른침을 삼키며 리엘라는 공작의 눈치를 살폈다. 그런 리엘라의 모습에 공작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나는 자네와 친구여도 좋지만 아쉽게도 서로 걸어온 길이 너무 다르다 보니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네.”
호슨 공작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앞으로 남은 시간도 얼마 없고. 그러니 친구가 되는 것은 공작도 사양이었다. 친구라면 먼저 떠난 이들로도 충분했다.
“나는 자네의 꽃들이 욕심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네를 가둬 두고 꽃만 기르게 할 생각은 없어. 이제 와서 더 강한 보석술사가 되어 봤자 나라에 불려 가는 것 말고 뭐 좋은 일이 있다고.”
진심이 담긴 공작의 말에 리엘라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근심이 끝난 것은 아니다.
“공작님은 그렇게 생각해 주시지만 다른 보석술사분들은 그렇지 않겠군요.”
“그렇지.”
“저기… 그렇다면 제가 어떻게 해야 안전할 수 있을까요?”
리엘라의 질문에 호슨 공작의 얼굴에 웃음이 걸렸다.
“대답하기 전에 하나 묻겠는데, 혹시 자네… 남자 친구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