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o heirs RAW novel - Chapter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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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엘라는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초조한 마음을 누를 수 없었다.
‘정말 괜찮을까?’
세수를 하면서도, 아침을 먹으면서도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네아가 리엘라의 상태를 알아차리고는 몇 번이나 문제없다, 괜찮다 말했지만 그 마음이 쉽사리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강제로라도 그 생각을 할 수 없도록 만들어 드리죠, 후후후.”
여전히 안심하지 못하는 리엘라에게 네아는 악당 같은 말을 하고는 옷방으로 그녀를 데려갔다.
그곳에 도착한 리엘라는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곳에는 네아에 지지 않을 만큼 투지에 불타는 저택의 하인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시작해 볼까요?”
“뭐, 뭘요?”
“뭐긴 뭐겠어요. 우리가 얼마나 이 날을 기다려 왔는데. 애들아, 준비하자!”
“좋았어!”
힘차게 대답한 하녀들을 의자에 씻고 온 리엘라를 앉히더니 재빠르게 움직였다. 제일 먼저 머리카락부터 그녀들의 손을 거치기 시작했다. 씻고 와서 물기를 머금고 있던 머리카락이 분주한 하녀들의 손길에 빠르게 마르기 시작했다. 뜨거운 바람이 얼굴에 닿았고 하녀들의 손은 머리카락을 쭉쭉 잡아당겼다. 그 느낌에 리엘라는 눈을 꼭 감고 가만히 있었다.
“꽃 장식은 어떤 게 좋을까?”
“난 구두 준비해 올게!”
“일단 아가씨 속치마부터 먼저 입혀 드리고 드레스 고르자고!”
리엘라가 앉아 있는 순간에도 하녀들은 정신없이 움직였다.
“아가씨 눈 뜨고 머리 모양 한 번 확인해 보세요. 혹시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말씀해 주시구요.”
하녀들의 재촉에 리엘라는 눈을 뜨고 거울을 보았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한 걸까. 평소의 강한 곱슬머리는 사라지고 차분해진 머리카락이 한쪽으로 올려 묶여 있었다.
‘장식인 줄 알았네.’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정교하게 땋은 건가 싶을 정도로 여러 갈래로 나누어 땋아서 올린 머리카락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장식 같았다.
“예뻐요!”
“마음에 드시는 것 같아 다행이네요. 혹시 신경 쓰이는 부분은 없으세요?”
그 질문에 리엘라는 고개를 저었다. 리엘라가 만족해하는 빛을 보이자 네아가 재촉했다.
“자, 그럼 이쪽으로 오세요. 드레스 골라야 하니까요.”
“드레스라면 이미 어제 골랐잖아요?”
“어머, 그걸 골랐다고 하시면 안 되죠. 그냥 눈여겨보았다고 하는 거랍니다.”
무슨 말이야? 어제 세 시간이나 네아와 함께 고르고 골랐었는데?
물론 딱 이걸로 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 네아가 들고 오는 드레스들은 하나같이 예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이것을 보면 이게 제일 예쁜 것 같고 저것을 보면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은데 어떡하란 말인가.
평소라면 리엘라는 그중에 적당한 것을 재빨리 골랐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연회의 옷은 쉽게 결정할 수가 없었다.
‘가면 샤를로테 공주도 있을 거고 하운 님도 있을 테니까….’
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과 함께 샤를로테의 얼굴이 떠올랐다. 햇살처럼 밝고 화사한 인상을 가진 샤를로테다. 머리카락과 눈 색마저 동화 속 공주님과 같은 금발에 푸른 눈이 아니던가. 무엇을 입어도 자신보다는 아름답고 화려할 샤를로테였다. 그래서 리엘라는 평소보다 훨씬 더 신경 써서 착장을 골라야 했다. 그러다 보면 들떴던 마음이 다시 가라앉고 말았다.
‘어차피 질 건데….’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또 다시 기분은 바닥을 향해 내려갔다. 살면서 굳이 자신과 남을 비교한 적이 없었는데 왜 자꾸 샤를로테와 스스로를 비교하며 지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건지.
‘정신 차리자.’
리엘라는 자신의 볼을 약하게 툭툭 쳤다. 네아도, 다른 하녀들도 이렇게 신나서 꾸며 주고 있다. 그녀들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스스로 놀랄 정도로 모습이 변해가는 것이 보였다.
처음으로 참석하는 연회고 그 중에서도 예전부터 가고 싶다 생각했던 꽃 축제의 연회다. 오늘 왕궁의 정원에는 수천 개의 보석으로 만들어진 램프가 허공을 떠다니며 피어오르기 시작한 꽃들을 비추며 곧 있을 꽃 축제의 시작을 축하하겠지. 한 번도 들어가 보지 못한 온실 깊숙한 곳에 있는 희귀한 식물들도 이 날만큼은 바깥으로 나와 여름밤의 바람을 맞을 것이다.
리엘라는 최대한 샤를로테와 하운을 생각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아침부터 준비했건만 준비가 완벽하게 끝났을 때는 어느새 해가 점점 기울어진 시각이었다.
가기 전부터 지친 기분이었지만 거울 앞에서 리엘라는 드레스 자락을 쥔 채 이리 저리 움직여보았다.
축제가 있을 때마다 친구들과 꾸미고 참가한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제대로 차려입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도대체 어떤 천으로 만들었는지 몰라도 흰색의 드레스는 은은한 광택이 흘렀다. 게다가 사람이 만든 것인지 의심할 정도로 정교한 레이스가 겹겹이 치마의 아랫단을 장식했고 가슴 쪽에는 얼핏 보면 흰 꽃잎들이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섬세한 자수가 가득했다.
이 정도면 이건 옷이 아니다. 예술품이지. 게다가 레이스의 끝에는 부분 부분 진주 장식까지 붙어 있었고.
“이거 엄청나게 비쌀 것 같은데요.”
“물어봐도 가격은 안 알려드릴 거랍니다. 그리고 저택의 예산에서 아가씨의 의상 비용으로 책정된 금액은 아직도 한참이나 남아 있으니 신경 쓰지 마세요. 변호사님들께서 왜 돈을 안 쓰냐고 저를 구박하고 계신다구요.”
이런 옷을 수십 벌이나 사 놨는데 왜 돈을 안 쓰냐는 소리를 들어야 하다니. 다 쓰려면 도대체 어떤 옷을 사야 하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의상비로 배정된 예산이 얼마인지도!
“그럼 장신구를 마저 해야 하는데…. 어차피 메인이 되는 보석은 루시안 님께서 가져오실 테니 조금 기다려야겠네요.”
그 말에 리엘라는 리나가 말해 주었던 첫 연회의 예법이 생각났다.
‘파트너가 보석을 준비한다고 했어.’
새 것이 아닌 오래된 것으로. 그러면서 최대한 아름다운 것으로.
‘파트너가 루시안 님이라서 다행이다.’
그는 보석술사다. 그것도 원탁회의의 의장을 맡을 정도로 능력 있는 보석술사. 그라면 집에 남는 보석 한두 개쯤은 충분히 있으니 부담이 되지는 않을 것이었다.
“루시안 님 오셨어요!”
마차 소리가 들린다 싶더니 하녀가 올라와 루시안이 도착했음을 알렸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다른 하녀가 루시안에게 받아왔다면서 보석이 든 상자를 들고 올라왔다. 그것을 열어 보자 안에는 푸른색의 보석이 박힌 목걸이가 들어 있었다. 네아는 그것을 꺼내어 리엘라의 목에 걸어 주었고 다른 하녀들은 목걸이의 색에 맞추어 머리에 다는 꽃 장식을 다른 것으로 바꾸었다.
“이제 다 됐어요. 거울 한 번 보실래요?”
네아는 리엘라를 전신 거울 앞으로 데려갔다.
“와….”
저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옷과 장식의 힘 덕분이라고 해도 거울 속에 보이는 자신의 모습에 리엘라는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고 말았다. 확실한 것은 오늘이 지금까지 제 인생에서 가장 예뻐 보이는 날이라는 것이다.
준비를 마치고 밑으로 내려가자 현관 앞에 서 있는 루시안의 모습이 보였다. 평소 입고 다니던 원탁회의의 예복과는 달리 그는 연회의 남성복을 완벽하게 차려입었다. 그의 가슴 포켓에는 오늘 첫 참석하는 사람의 파트너라는 것을 알리는 흰색의 꽃이 꽂혀 있었다.
“모시러 왔습니다, 리엘라.”
루시안은 계단을 내려온 리엘라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
“예법인 건 아는데 어쩐지 부끄럽네요.”
정중한 루시안의 태도에 리엘라가 조금 붉어진 얼굴로 말하자 그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여러 번 하다 보면 익숙해질 테니까요. 성심성의껏 돕도록 하지요.”
루시안의 말에 네아가 리엘라의 뒤에서 ‘진짜 능숙하다니까.’라며 중얼거렸다. 아주 자연스럽게 다음에도 자신이 에스코트 하겠다고 말하고 있었으니까.
두 사람이 탄 마차는 네아의 배웅을 받으며 왕궁으로 출발했다.
‘괜찮… 겠지?’
달리는 마차 안에 가만히 앉아 있으려니 다시금 하운과 샤를로테의 생각이 떠올랐다. 게다가 자신이 왕궁 연회의 예법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도.
불안한 마음에 입술을 물자 루시안이 금새 눈치채고는 말했다.
“너무 긴장할 건 없어요. 왕실의 예법이 좀 더 까다롭다고는 하지만 오늘처럼 큰 연회에서는 워낙에 사람도 많고 바빠서 누가 신경 쓸 시간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저도 첫 연회에서 실수를 수 없이 저질렀지만 지금 보면 누구 하나 기억하는 사람이 없는 걸 보니 정말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실수하셨었어요?”
“엄청났었지요. 신문 기사로 날 정도로요. 오죽하면 그때 전대 원탁회의의 의장님께서 이런 멍청이가 새로운 의장이 되었다는 게 알려지면 곤란하니 돈이라도 써서 기사를 막아야 할까 고민하셨을까요.”
“무슨 실수를 하셨는데요?”
모든 것에 능숙해 보이는 루시안이 실수를 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다. 루시안은 조금 부끄럽다는 얼굴로 그가 처음 왕궁 연회에 참석했을 때의 이야기를 해 주었다.
장식인줄 모르고 음식이라 생각해서 먹어 버린 일이라거나, 춤을 출 때 파트너의 발을 세 번이나 밟았다는 일, 작위가 더 높은 사람이 먼저 말을 걸어 줄 때 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도 모르고 유명인을 만났다는 생각에 들떠 멋대로 가서 먼저 인사를 한 일 등등.
“무엇보다 한심했던 것은 긴장을 풀려고 마신 술에 취해 버려 혼자 구석에서 잠들어 버린 일이었지요. 지금 생각해도 파트너 분께 얼마나 실례를 저질렀던 건지. 전 의장님의 부인 분이셨기에 조용히 넘어갈 수 있었지 그렇지 않았다면 전 아직도 용서받지 못하고 머리를 숙이고 다녀야 했을 겁니다.”
듣고 있으니 정말로 할 수 있는 모든 실수를 한 것 같았다. 하지만 루시안의 이야기를 들은 덕분에 리엘라는 어떤 것을 좀 더 주의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어느새 긴장이 풀리고 두 사람이 연회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마차는 왕궁의 문을 지났다. 마차가 다시 한참을 달려 연회장의 앞에 도착하자 먼저 도착한 귀족들이 보였다. 그들은 루시안과 함께 내리는 리엘라를 보더니 루시안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오랜만입니다, 루시안 의장. 옆에 계신 분은….”
“이쪽은 호슨 공작의 상속인이신 레이디 리엘라 테니어입니다. 오늘이 첫 연회의 참가이니 잘 부탁드립니다.”
“오, 소문의 그 분이군요.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인사를 하러 온 사람들은 놀란 얼굴로 자신들을 소개하며 리엘라에게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말했다. 그들과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헤어진 다음 연회장으로 들어가면서 리엘라는 루시안에게 물었다.
“저 실수한 거 없었나요?”
“완벽했어요. 제가 처음으로 참석할 때와는 너무 다른데요? 어젯밤 인사 연습만 한 건 아닙니까?”
루시안의 말에 리엘라는 조금 마음이 가벼워졌다. 첫 번째 인사가 문제가 없었으니 계속 이렇게 하면 되겠지.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리엘라는 마음속으로 다짐하면서 저를 위해 노력해 준 네아와 하녀들의 모습을 떠 올렸다. 배웅을 해 줄 때 즐겁게 즐기고 돌아오라 인사해 주었었다. 아침부터 고생한 그녀들을 생각 해서라도 오늘은 즐기고 돌아갈 것이다.
연회장으로 들어가자 루시안이 들고 온 초대장을 시종에게 넘겼다. 그러자 시종이 적혀 있는 이름을 확인하더니 두 사람의 도착을 알렸다.
“카르디아 원탁회의 의장이신 루시안 모리스 님과 레이디 리엘라 테니어 양께서 오셨습니다.”
그 순간 리엘라는 연회장의 모든 시선이 자신을 향하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러다 리엘라는 시선이 마주쳤다.
샤를로테와 팔짱을 끼고 있는 하운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