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beknownst to Me, I am Secretly Dating the Emperor RAW novel - Chapter (143)
황제와 비밀 연애 중인데 나는 그걸 몰라 159화(143/144)
* * *
이베타의 데뷔탕트에서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은 참석했던 귀족들의 입을 통해, 혹은 친황실파 신문 등을 통해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
사람들의 관심이 절정에 이르렀을 무렵, 이베타는 하녀가 가져온 증거가 사실로 밝혀졌고 추가 조사도 하고 있다며 성녀 명의의 성명을 냈다.
이베타의 성명문은 형식을 잘 갖춘 딱딱한 공문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보단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과 이번 일을 엮어 그녀가 얼마나 피해자들의 심정에 깊이 공감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을 얼마나 진심으로 돕고 싶은지에 중점이 맞춰져 있었다.
‘증거가 미비하니 감성의 도움을 받은 거지.’
작전은 아주 효과적이었다.
실제 피해자를 대신해 무대에 올랐던 하녀를 포함하여 실제 피해자들을 이베타가 직접 보호하고, 대신관과 추기경급의 고위 사제들을 성녀의 이름으로 소환해 문책하겠다는 주장에 성녀의 지지율이 치솟았다.
확실한 증거만 없을 뿐 불법 노예 무역에 신전이 연루되었다는 의심은 암암리에 퍼지고 있었다.
푸른 매를 동원해 여론을 교묘하게 부추기자 신전을 향한 원성은 마른 섶에 붙인 불처럼 커져만 갔다.
초반에는 관망하는 태도를 보이던 신전도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정도였다.
에드가 교활한 너구리 같다고 칭하던 대신관은 추기경들을 이끌고 나와 납작 엎드렸다.
일부 신관들의 일탈을 파악하지 못한 죄를 청하며.
예상했던 시나리오이기는 했다.
대신관이 둘 수 있는 수는 애초에 몇 개 없는 데다 일단 몸을 낮춰서라도 후일을 기약하는 것이 나았을 테니.
그러나 예상보다 대신관은 참을성이 좋았다.
베스에게 ‘악의 없이 상대를 도발하는 말하기’를 전수받은 이베타가 상냥한 얼굴로 자존심을 박박 긁어대는데도 계속 겸양한 태도를 유지했다.
결국 이베타는 대신관이 주장하는 ‘일부 신관들의 일탈을 알아채지 못한 죄’만을 물어야 했다.
기대보다는 미약한 성과였지만 그래도 신전은 크게 휘청였다.
무엇보다 큰 이득은 제국민들이 ‘성녀’와 ‘신전’을 분리해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원래 대중에게 그다지 인기가 없었던 신전보다 성녀인 이베타의 인기가 높아져 갔다.
나날이 올라가는 이베타의 인기를 확인한 뒤 우리는 신전을 상대하기 위한 전략을 수정했다.
성녀인 이베타의 명성이 신전을 압도하도록 만들어, 신전의 존재 의의를 흔든 뒤 신전을 완전히 무너트릴 생각이었다.
그 뒤로 이베타의 아래에 새로운 신전의 구조를 재편하는 것까지가 계획의 완성이었다.
‘살릴 만한 부분보다 썩은 부분이 압도적으로 많으니까.’
차라리 전부 쓸어내고 살릴 수 있는 부분만 건져내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이베타는 신전의 체계를 개편한 뒤에는 황실에서 신전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이후 적극적으로 협력했다.
그러고는 본격적인 대외 활동을 시작했다.
더 이상 신전에 구휼을 맡길 수 없다며 황실에서 설립한 복지 재단을 운영하는 일을 맡게 된 것이다.
복지 재단은 이베타에게만이 아니라 황실에서도 중요한 사업이었다.
짧은 시간 안에 빠르게 자리를 잡아 레겐시아 제국이 왕국이었던 시기부터 이어온 신전의 아성을 이겨야 했다.
그쪽으로 자본이 대량으로 투하되었으나 크게 무리는 가지 않았다.
에드는 아주 부유한 황제였으니까.
‘자본은 괜찮은데…….’
인력의 유출이 문제가 컸다.
믿을 만한 주요 인재라고 해봤자 황제인 에드의 최측근과 푸른 매가 전부였다.
그러다 보니 업무 공백이 심해진 것이다.
황제의 보좌관실까지도.
* * *
긴히 할 말이 있다며 나를 부른 카일은 차를 내어준 뒤로는 곤란한 얼굴로 침묵했다.
그나마 다른 곳보다는 사정이 나았지만 감찰단 제5과도 평소보다는 바빴다.
기다리다 못한 내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찾으셨다고 들었는데요.”
카일이 괜히 찻잔의 손잡이를 엄지로 문지르다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제가 와달라고 하기는 했죠.”
말끝에 따라붙는 카일의 미소가 어딘지 떨떠름했다.
‘무슨 심각한 일이 있는 건가?’
나는 자세를 바로 하며 카일을 응시했다.
카일이 어색하게 웃더니 마른세수를 한번 하고는 표정을 굳혔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릴게요.”
카일이 한번 숨을 들이켠 뒤 말을 이어갔다.
“폐하의 보좌관 둘을 성녀님께 보낸 건 아시죠?”
듣기는 했다.
신전을 타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한 복지 재단이었지만 해야 할 일을 소홀히 할 수는 없었다.
전쟁 동안 신전에 맡겨둔 제국의 빈민 구제는 엉망인 수준이었으니까.
그러다 보니 복지 재단의 규모나 일이 자꾸만 늘어나고 있었다.
제국 최고의 엘리트인 황제의 보좌관들이 급히 투입되어야 할 정도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원래도 황제 폐하의 보좌관실은 인력 부족이었거든요. 그래서 충원을 해야 할 거 같은데요.”
능력과 충성심을 동시에 충족하는 인재는 드물었다.
그간은 카일을 갈아 넣으며 버텨온 모양이지만 두 명이 빠지자 이제 한계에 다다른 듯했다.
이베타도 복지 재단 쪽의 일로 바쁘다 보니 성녀님의 ‘축복’과 ‘치유’도 전처럼 자주 받을 수 없었으니까.
“당연히 인력 보충하셔야죠.”
과로사에 예민한 나는 좋은 생각이라며 카일을 지지했다.
“감사합니다.”
카일이 부드럽게 웃으며 내게 인사했다.
‘왜 나한테?’
사소한 의문은 금세 해결되었다.
“리나가 그렇게 말해주시니 제안을 드리기 편해졌네요. 리나, 당분간만 보좌관실 일을 도와줄 수 있을까요?”
카일이 충원하겠다는 인력이 바로 나였다고?
‘다른 곳이라면 몰라도 에드랑 같은 공간에서 일을 하는 것은 부담스러운데.’
황제의 집무실과 보좌관실은 이어져 있었다.
내가 거절이라도 할까 봐 걱정이 되는지 카일이 빠르게 나를 선택한 이유를 나열했다.
“리나만큼 업무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푸른 매에도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그나마 감찰단 제5과가 다른 곳보다는 사정이 나아요.”
베스는 이베타가 별궁에 머물기 시작한 뒤로 이베타의 적응을 돕기 위해 붙어있느라 거의 감찰단으로는 출근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감찰단의 푸른 매들은 베스의 공백에 꽤 익숙해진 상태였다.
이베타의 복지 재단 일에 인원을 차출할 때도 감찰단의 푸른 매에서는 이미 베스가 있다는 이유로 더 이상의 차출이 없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은 폐하를 너무 무서워하거든요. 요새 일이 늘어서 폐하 기분이 안 좋으시기도 하고요.”
카일이 말끝을 흐리며 웃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아마 마지막인 것 같았다.
이베타의 데뷔탕트 이후 나는 에드에게 퇴근 후에만 만나자며 못을 박았다.
그러나 갑자기 바빠지며 연일 야근이 이어지자, 일주일에 일곱 번 만나던 나와 에드는 이번 주에는 고작 두 번 정도 만났다.
그래서인지 어제는 나를 만나러 올 때부터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다.
‘잘 시간이라 그만 돌아가 달라고 했을 때는 정말 안 좋았고.’
나는 내 연인이 상당한 내숭쟁이라는 것을 알았다.
잔뜩 내숭을 부리는 중인 내 앞에서도 그 정도로 기분이 안 좋은 걸 드러낸다면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유가 그러면 내가 거절 못 하잖아.’
하지만 여전히 연인과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건 꺼려졌다.
‘공과 사의 구분이 될까?’
내가 제대로 말을 못하고 망설이자 카일이 쐐기를 박듯 말했다.
“리나, 도와주세요.”
초록색 눈동자가 촉촉했다.
내 부담감을 이유로 거절하기에는 카일의 안색이 너무 안 좋았다.
게다가 나는 카일에게 크고 작은 도움을 받은 게 이미 많았다.
“그런데…… 제가 가도 괜찮을까요?”
에드의 보좌관은 열 명이 넘었다.
감찰단의 푸른 매들이야 나와 어느 정도 친분이 생긴 뒤 에드와의 관계를 알게 되었다지만 그쪽은 아니었다.
“다른 분들이 불편해하실 텐데요.”
조심스러운 내 걱정을 카일이 웃으며 일축했다.
“그건 염려 안 하셔도 됩니다. 이미 다들 찬성한 상태이고 리나가 제발 와주기만을 바라고 있으니까요. 못 믿겠다면 보좌관들에게 직접 물어보셔도 됩니다.”
“정말이죠?”
“네.”
괜히 한 번 더 확인한 뒤에야 내 입에서 그러겠다는 승낙이 떨어졌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여기 서명 한번만.”
카일은 내게 푸른 매에서 보좌관실로 파견의 파견을 동의한다는 서류에 서명을 요청했다.
그러고는 내가 동의서에 서명을 하자마자 곧장 나를 황제 궁으로 안내했다.
“리나가 일하게 될 곳은 여기입니다.”
놀랍게도 카일의 발이 멈춘 곳은 에드의 집무실 안이었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없었을 책상이 하나 늘어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