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003
1004화
임정숙이 쓴 편지를 보던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저도 정숙 씨와 일한 삼 년이라는 시간…… 정말 행복하고 또 행복했습니다. 조금 오래 기다려 주세요. 제가 너무 일찍 가면 정숙 씨 화를 낼 것 같으니 오래오래 잘 살다가 만나러 가겠습니다. 가면 제가 여기서 겪은 재밌는 일들 다 이야기해 줄게요.’
웃으며 임정숙이 쓴 편지를 읽는 강진에게 배용수가 말했다.
“우리도 좀 보자.”
배용수가 손을 뻗자 강진이 급히 편지를 뒤로 빼서 이혜미에게 넘겼다.
“넌…… 마지막이야.”
“응? 왜?”
“그런 이유가 있다.”
그러고는 강진이 이혜미를 보자, 그녀가 웃으며 편지를 받아 강선영과 같이 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배용수가 급히 말했다.
“나도 같이 보면 되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나중에 혼자 봐.”
“혼자?”
의아해하는 배용수를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이, 편지를 본 이혜미가 눈가를 손으로 눌렀다.
“정숙이가 이렇게 착해.”
“우리 저승에 든든한 백이 생긴 거네.”
강선영의 말에 이혜미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요. 나중에 저승 가서 집 구할 걱정은 없겠네요.”
“좋은 동생 둬서 좋네.”
임정숙이 간 아쉬움을 농담으로 달래던 이혜미가 문득 배용수를 보았다. 그러다가 강선영에게 작게 뭔가를 속삭이자, 그녀도 배용수를 보았다.
자신을 보던 두 귀신이 작게 고개를 젓자 배용수가 눈을 찡그렸다.
“왜요? 저에 대해 뭐라고 쓰여 있어요?”
“아니에요. 그냥…….”
이혜미가 배용수를 보며 웃었다.
“좋으시겠어요.”
“네?”
의아해하는 배용수에게 이혜미가 쪽지를 내밀었다. 그에 배용수가 쪽지를 받아 펼치자 강진이 그가 내용을 다 읽기를 기다렸다가 말했다.
“고백받았네. 좋겠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편지를 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정숙 씨가 나를 좋아했구나.”
“그러게요. 아무런 티도 안 내서 그런지 전혀 몰랐네.”
이혜미의 말에 배용수가 웃으며 편지를 보다가 그것을 손으로 쓸어 보고는 강진을 보았다.
“이건 내가 가지고 있을래.”
“왜? 생전…… 아니지, 생전과 사후를 통틀어서 처음 받아 보는 고백에 감동이라도 한 거야?”
“일단 살았을 때 고백받은 적 있다. 물론 죽어서는 처음인데…… 기분이 좋네. 그 순수한 정숙 씨가 나를 좋다고 해 주다니 내가 좀 멋진 사람 같아.”
배용수가 진심으로 기뻐하는 모습을 보던 강진이 말했다.
“너는 멋진 놈이니까.”
“갑자기?”
“나 다음으로.”
농담 섞인 말을 던진 강진이 웃으며 식당에 있는 귀신들을 보았다. 그들은 여전히 자신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런 귀신들을 보던 강진이 의자 위에 올라갔다.
“잠시 주목 좀 해 주세요.”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그를 보았다.
“이 사장 의자에 올라갔네?”
“할 말이라도 있나 본데?”
식당 내 모든 귀신들이 자신을 보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기쁜 소식이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아시겠지만 저희 가게 아름다운 여직원 중 한 분인 임정숙 씨가 방금 승천을 했습니다.”
“정숙 씨가?”
“아…… 가셨구나.”
“말 참 예쁘게 하고 좋은 분인데, 잘 됐네.”
귀신들이 임정숙을 떠올리며 웃는 것을 보던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그 시선에 배용수가 말없이 잔에 맥주를 가득 따라 내밀었다.
말을 하지 않아도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배용수를 보며 웃은 강진이 잔을 들었다.
“만남은 길고, 이별은 짧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우리 정숙 씨를 기분 좋게 술 한 잔 마시며 보내 주려고 합니다. 다들 잔 따라 주세요.”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모두 잔에 술을 채웠다. 배용수와 이혜미, 강선영도 술이 든 잔을 들었다.
“다른 말은 안 하겠습니다. 자, 정숙 씨를 위하여!”
강진이 잔을 들어 올리며 외치자, 귀신들도 웃으며 잔을 높이 들었다.
“정숙 씨를 위하여!”
“정숙 씨를 위하여!”
아내의 발바닥을 주물러 주다가 살짝 잠이 들었던 임형근이 문득 눈을 떴다.
“응? 방금 내 딸 이름을 들은 것 같은데?”
임정숙의 이름을 들은 것 같은 느낌에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임형근이 입맛을 다셨다.
“서울이 시끄럽기는 하네.”
어디서 나는 건지 알 수가 없는 소음에 고개를 저은 임형근이 고개를 숙여 자신의 맞은편에서 자고 있는 아내를 보았다.
오늘 여러 곳을 돌아다녀서 피곤했는지 정신없이 자고 있는 아내를 보던 임형근이 슬며시 그녀의 배 위에 올렸던 다리를 들어 소파 등받이에 올렸다.
아내를 위한 배려기도 했고 이게 편하기도 했다.
자세를 다시 잡은 임형근이 눈을 감으려다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잠시간 텅 빈 거실을 가만히 보던 임형근이 입을 열었다.
“아빠도 딸 많이 사랑한다.”
왜 이런 말을 했는지는 몰라도 딸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한 임형근이 웃으며 눈을 감았다.
어쩐지 잠이 잘 올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생각대로 임형근은 곧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쿨! 쿨!
무슨 꿈을 꾸는지 모르겠지만, 임형근의 얼굴은 무척 편안하고 행복해 보였다.
***
아침을 먹은 강진은 임형근 부부를 기차역 앞에서 배웅해 주고 있었다.
“여기까지 안 와도 되는데.”
미안해하는 진세영을 보며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부산까지 모셔다드려도 시원치 않은데 역까지만 모셔서 제가 더 죄송하죠.”
“무슨 그런 말을 해. 여기까지 데려다준 것도 고마운데.”
진세영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쇼핑백을 내밀었다.
“이건 도시락이에요.”
“도시락?”
“부산 도착하시면 점심때잖아요. 바로 집에 들어가지 마시고 근처 경치 좋은 곳에 가서 도시락 드시고 들어가세요.”
강진의 말에 진세영이 웃으며 쇼핑백을 받았다.
“너무 고마워. 그렇지 않아도 점심에 어디 밥이라도 먹고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해운대 가서 바다 보면서 먹으면 되겠어.”
“그거 좋네. 사람 구경도 하고 바다도 보고.”
이야기를 나눈 진세영이 강진을 보았다.
“부산 또 놀러 와.”
“알겠습니다. 두 분도 서울 오시면 잊지 마시고 꼭 찾아 주세요.”
“그래.”
웃으며 두 사람이 걸음을 옮기자 강진이 손을 흔들었다.
“저는 여기까지만 할게요.”
“그래. 잘 가!”
진세영이 웃으며 손을 흔들자, 임형근이 그녀의 손에 들린 쇼핑백을 받아 들었다.
인사를 마친 두 사람이 손을 잡고 기차역 안으로 들어가자, 강진이 그 모습을 보다가 웃었다.
“저렇게 다정하시니 정숙 씨도 마음 편하게 가셨겠지.”
부부의 뒷모습을 보던 강진이 몸을 돌렸다. 그러자 강진과 같이 온 귀신들도 같이 몸을 돌렸다.
임정숙 부모님이 가는 길이라 한끼식당 식구들이 모두 배웅을 나온 것이다.
이혜미는 문득 자신의 옆을 보았다.
“집에 가면 정숙이가 없다는 것이 실감 나겠네요.”
이혜미의 말에 식구들이 그녀가 보는 곳을 보았다. 텅 비어 있는 임정숙의 빈자리를 보던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완전한 이별은 아니잖아요. 우리가 저승 가면 만나게 될 테니까요.”
“하긴, 끝이 아니죠.”
나중에 이혜미와 강선영, 그리고 다른 한끼식당 식구들도 저승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 터였다.
“자! 집에 가시죠.”
강진이 걸음을 옮기자 귀신들이 그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
강진은 신림에 있는 최광현 집에서 음식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강진을 채송화가 투덜거리며 지켜보고 있었다.
“냉면 한 그릇 해 주러 오라고 몇 번을 이야기했는데.”
“미안해. 미안해. 요즘 바빠서 올 시간이 없었어.”
“여름 다 가고 무슨 냉면이야.”
채송화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여름 다 가기는. 아직도 나가면 엄청 더워.”
“지금도 더워?”
“구월이라고 시원해지는 건 옛날이고, 지금도 더워.”
웃으며 강진이 삶아진 면발을 얼음물에 담가 씻어냈다.
“으! 맛있겠다.”
얼음물에서 탱글탱글하게 씻겨 나오는 면발을 보며 채송화가 침을 삼켰다.
“저승식당에 올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못 가니까.”
채송화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먹고 싶은 거 있으면 광현 형한테 이야기해. 면처럼 바로 먹어야 맛있는 건 못 보내도 반찬이나 튀김 같은 건 만들어서 보내 줄 테니까.”
“그렇지 않아도 네가 해서 보내주는 음식들 맛있게 먹고 있어.”
그러고는 채송화가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고맙게 생각해.”
채송화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고는 웃으며 냉면을 사발에 담았다.
“비빔, 물 둘 다 먹을 거지?”
“응!”
채송화의 답에 강진이 한 그릇에는 냉면 육수, 한 그릇에는 비빔 양념을 담았다.
그러고는 강진이 입을 열었다.
“장대방, 장대방, 장대방.”
화아악!
강진의 부름에 장대방이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하세요.”
그는 강진에게 인사를 하고는 채송화를 보더니 손을 들었다.
“안녕.”
장대방이 편하게 말을 거는 것에 채송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냉면 먹자.”
“냉면?”
장대방은 의아한 듯 강진을 보다가 그가 냉면을 놓는 것을 보고는 웃었다.
“맛있겠네요.”
“비빔? 물?”
“비빔으로 먹다가 나중에 육수 넣어서 물냉으로 먹을게요.”
“냉면 먹을 줄 아네요.”
“냉면 집 가면 비냉에도 육수 주잖아요. 그래서 아빠가 그렇게 먹어요.”
웃으며 장대방이 자리에 앉다가 주위를 보았다.
“광현 형이 안 보이네요?”
“광현 형은 강원도 갔어요.”
“강원도요?”
장대방의 말에 채송화가 말했다.
“사건 하나 터졌다고 거기 갔어.”
“바쁘시네.”
장대방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광현 형이 바쁘면 좋을 것이 없는데 말이에요.”
최광현이 바쁘다는 건 그만큼 범죄가 많이 발생했다는 것이니 말이다.
“이야기 그만하고 어서 먹자.”
자리에 앉은 채송화가 냉면 그릇을 들고는 후루룩 먹더니 미소를 지었다.
“너무 맛있다.”
해맑게 웃는 채송화의 모습에 강진이 피식 웃으며 장대방을 보았다. 강진의 시선에 장대방이 웃으며 냉면을 스슥! 비볐다.
붉은 양념에 버무려지고 오이와 무채가 섞이자 무척 맛깔스러워 보였다.
꿀꺽!
침을 삼킨 장대방이 냉면을 크게 떠서는 입에 넣었다.
후루룩!
단숨에 냉면을 흡입한 장대방이 미소를 지었다.
‘정말 맛있다.’
장대방이 웃으며 강진을 한 번 보고는 다시 냉면을 입에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