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010
1011화
햄버거를 꺼내 상에 놓은 강진이 오태산을 보았다.
“동네 빵집이라 그런지 햄버거가 옛날 스타일이네요.”
“요즘 동네 빵집이라고 해도 이런 스타일 거의 없는데…… 여기는 특이하네요.”
“체인점이 아니라서 그런가 봐요.”
강진의 말에 오태산이 햄버거를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송화가 햄버거 좋아했는데.”
“그래요?”
말을 하며 강진이 채송화를 보았다. 그러고 보니 전에 채송화가 햄버거가 먹고 싶다고 해서 해 준 적이 있었다.
물론 햄버거 빵을 쓰지 않고 식빵을 써서 샌드위치라고 해야 맞겠지만 말이다.
“무척 좋아했어요. 그래도 이렇게 눅눅한 건 별로 안 좋아할 것 같네요.”
오태산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바로 만들어서 먹는 것이 아니면 어쩔 수 없죠.”
강진의 말에 오태산이 웃으며 햄버거를 들었다.
“그래도 이렇게 눅눅한 햄버거도 이것만의 맛이 있죠. 일단 덜 퍽퍽하잖아요.”
오태산이 크게 햄버거를 한입 베어 물자, 그것을 보던 채송화가 웃으며 햄버거를 집어 들었다.
화아악!
불투명하게 손에 들린 햄버거를 보며 채송화가 말했다.
“눅눅하지만 그래도 소스와 야채를 아끼지 않고 많이 넣었다는 거잖아. 그러니 이것도 맛있어.”
채송화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편의점에서 파는 햄버거도 만든 지 시간이 지났지만 눅눅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소스를 많이 넣지 않고 그저 바르는 수준이라 그랬다. 눅눅해질 정도로 야채를 많이 넣지도 않고 말이다.
빵이 눅눅하다는 건 그만큼 재료를 아끼지 않고 넣었다는 증거기도 했다.
“그래도 이거 만들고 바로 먹으면 더 맛있겠다.”
채송화가 햄버거를 입에 넣는 것을 보며 배용수가 웃었다.
“무슨 음식이든 만들고 바로 먹는 것이 가장 맛있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햄버거를 입에 넣었다.
눅눅한 부분을 피해 한 입 크게 베어 문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딱 알맞게 맛이 좋았다. 특히 야채와 소스가 입에 잔뜩 들어올 정도로 양이 많은 것이 마음에 들었다.
‘확실히 소스가 많으니 눅눅해지는 건 어쩔 수 없네.’
바로 먹으면 정말 맛이 좋을 것 같았다.
“햄버거는 확실히 재료가 많이 들어가야 맛있는 것 같아요.”
오태산의 말에 채송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웃으며 채송화가 햄버거를 먹다가 문득 오태산을 보았다.
“그러고 보니 일요일에 면회 갔을 때 네가 군대리아 가져다줬는데.”
“군대리아?”
배용수가 의아한 듯 보자, 채송화가 웃으며 말했다.
“어느 날 일요일에 면회를 갔는데 태산이가 웃으면서 건빵 주머니에서 봉지를 꺼내더라고. 그러고는 이게 군대리아라고 줬어.”
채송화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군대리아…… 군대에서나 맛이 있지.’
사회인의 입맛에 맞지는 않을 것이다. 친구들도 가끔 군대리아 이야기를 하기는 했지만 추억의 맛이라고 하지, 밖에서까지 먹고 싶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군대리아라고 해도 그냥 고기 패티에 야채샐러드, 딸기잼 들어가는 것이 전부이니 말이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채송화가 말했다.
“그때 그거 참 맛있었는데.”
“맛있었어?”
배용수의 물음에 채송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태산이 먹이려고 통닭하고 김밥하고 이것저것 사서 갔는데 나는 군대리아가 맛있더라.”
“별 특이한 것도 없잖아.”
“그건 그런데…… 태산이가 나 주겠다고 자기 아침에 먹을 걸 안 먹고 만들어서 가져다준 거잖아. 그래서 맛이 더 좋았던 것 같아.”
“하긴, 정성만 한 맛도 없지.”
배용수의 말에 채송화가 오태산을 보았다.
“태산아, 이거 그때 먹은 군대리아하고 비슷하다.”
채송화의 말에 배용수가 그녀를 보았다.
“군대리아하고?”
“그때 태산이가 군대리아를 만들 때 야채샐러드를 많이 넣고 잼도 많이 넣었거든. 그래서 그때 빵 상태가…… 이것보다 더 심했어.”
“하긴, 양배추 샐러드에는 수분이 많으니까.”
“그래도 맛이 좋았어. 소스에 절인 것처럼 돼서 빵이 되게 부드러웠어.”
채송화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햄버거를 보았다.
‘부드럽다기보다는 죽이 됐을 것 같은데.’
하지만 그냥 물을 먹어서 눅눅해진 것이 아닌, 소스를 먹어서 눅눅해진 것이니 맛은 있었을 것이다. 스프에다 빵을 담가서 먹기도 하니 말이다.
자신의 햄버거를 하나 다 먹은 강진이 오태산을 보았다.
“태산 씨도 하나 더 드세요.”
강진의 말에 오태산이 웃으며 채송화의 앞에 놓인 햄버거를 보았다.
“그럼 하나 더 먹겠습니다.”
사양하지 않고 햄버거를 집어 드는 오태산을 보며 채송화가 미소를 지었다.
“너하고 이렇게 음식을 같이 먹을 날이 다시 올 줄 몰랐어. 너를 보면서 너하고 같이 음식 먹고…….”
오태산이 햄버거를 먹는 것을 보던 채송화가 소파에 놓인 노트를 보았다.
“그리고 너하고 이야기도 하고. 너무 좋다.”
미소를 지으며 오태산을 보던 채송화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노트를 가리켰다.
“강진아, 노트 뒤쪽으로 넘겨 줘.”
채송화의 말에 강진이 노트를 집으며 말했다.
“이건 다 보셨어요?”
“내용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다는 못 봤습니다.”
오태산의 말에 채송화가 웃으며 말했다.
“나는 말을 노트로 써야 하니까. 그래서 양이 많아.”
채송화는 그동안 대화 상대가 없었다 보니 남들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웃으며 채송화가 강진의 옆에 와서는 말했다.
“더 넘겨. 더, 더, 더.”
채송화의 말에 강진이 노트를 한 장씩 넘겼다. 그러던 중 종이를 넘기던 강진의 손을 채송화가 잡았다.
“여기.”
채송화의 말에 강진이 노트에 적힌 글을 보았다.
강진이 노트에 적힌 문구를 보자, 채송화가 웃으며 말했다.
“이거 보여줘. 이 녀석도 아침을 참 안 챙겨 먹거든.”
채송화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자기 걱정이나 하지……. 남자친구 밥 걱정을 하는 거야?’
남자친구 걱정을 하는 채송화를 보며 고개를 저은 강진이 노트를 슬며시 밥상 위에 올렸다.
강진이 밥상에 노트를 놓자, 햄버거를 먹던 오태산이 그것을 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여자친구분이 여기 형님을 무척 좋아하시나 봐요.”
“여자친구 아니라니까!”
채송화가 급히 말을 하며 강진을 보았다. 어서 뭐라고 말을 하라는 듯 말이다.
하지만 강진이라고 뭐라고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이미 노트의 주인을 여자친구라고 말한 상황이니 말이다.
고민하던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이 노트를 쓴 분이 남자친구를 무척 아끼고, 무척 보고 싶어 하고…… 무척 사랑합니다.”
강진의 말에 채송화가 미소를 지었다.
“맞아. 나는 내 남자친구를 무척 좋아하고 무척 사랑해.”
채송화의 말에 강진이 작게 웃을 때, 오태산이 웃으며 말했다.
“제가 아침을 잘 안 챙겨 먹어서 송화도 늘 아침 챙겨 먹으라고 했어요. 한국 사람은 밥심으로 사는 거라고…….”
웃으며 노트를 보던 오태산이 말을 이었다.
“정말 이 노트 쓴 분 우리 송화 같네요. 그리고 오늘 강진 씨…… 아니, 강진 형을 만난 게 저한테는 정말 큰 행운인 것 같아요.”
자신을 형이라 부르는 오태산을 보고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
“형 덕에 송화가 살던 집에 들어와서 이렇게 송화 생각하면서 대화할 수 있었잖아요. 비록 노트를 통해서이지만요.”
오태산은 노트를 지그시 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송화야.”
“왜?”
채송화가 답을 한 것과 거의 동시에, 오태산이 손가락으로 노트 구석을 가리켰다.
짧게 한 글자 쓰여 있는 부분을 가리키며 오태산이 말했다.
“송화가 있었으면 분명 이렇게 말을 했을 거예요.”
오태산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그렇게 말을 했습니다.’
오태산은 노트 페이지를 천천히 넘기며 입을 열었다.
“사람들이 너 귀신이 돼서 이 집에 있다고 하더라.”
오태산은 노트를 주르륵 넘기다가 한 곳을 가리켰다.
채송화는 입을 열지 않았다. 자신이 귀신이 돼 이곳에 머물고 있는 건 사실이니 말이다.
“그래도 여기에 이제 사람이 살고 있으니 그런 헛소문이 퍼지지는 않을 거야. 우리 송화처럼 좋은 여자가 귀신이 될 리가 없잖아.”
오태산의 말에 채송화가 어색하게 머리를 긁었다. 그의 생각과 달리 이렇게 귀신이 돼 있으니 말이다.
탁!
가볍게 노트를 덮은 오태산이 주위를 보다가 말했다.
“내가 사랑하는 송화야, 들리니?”
오태산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그 시선에 오태산이 살짝 민망한 듯 그를 보다가 말했다.
“마을에 그렇게 소문이 났다고 하니 혹시나 송화가 여기 남아 있나 해서요.”
민망한 듯 머리를 긁는 오태산을 보던 강진이 말했다.
“저 잠시 담배 한 대 피우고 올게요.”
“아, 그러실래요?”
강진이 일어나자 채송화가 눈을 찡그렸다.
“담배 피워? 몸에 안 좋아. 냄새나고. 끊어.”
채송화의 말에 배용수가 웃었다.
“강진이 담배 안 피운다.”
“그럼 왜? 아!”
채송화가 오태산을 보자, 배용수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바로 하얀 거짓말이다.”
강진과 배용수가 집을 나서자 오태산이 입맛을 다시며 주위를 보았다.
텅 비어 있는 집안을 보던 오태산이 입을 열었다.
“혹시…… 그럴 일은 없지만…… 혹시 송화 네가 여기 있다면 내 이야기 잘 들어 줬으면 해.”
“알았어. 이야기해.”
채송화가 미소를 지으며 오태산을 보았다.
오태산은 입을 달싹거렸지만 말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그 모습에 채송화가 웃었다.
“그러고 있으니 네가 나한테 고백하던 날 같다. 그때도 한참을 말 못 하고 머뭇거리기만 했는데.”
저녁을 먹고 집에 가려는 자신을 잡고 쓸데없는 이야기만 하며 시간을 끌던 오태산은 무척 바보 같았다. 같은 이야기를 하고 또 하고…… 할 말 없으면 들어가겠다는 자신을 다시 잡던 오태산…….
떨리는 목소리로 “좋아해.”라고 고백을 하던 오태산…….
그때의 모습을 채송화가 떠올릴 때, 오태산이 입을 열었다.
“사랑해.”
단 한 마디, ‘사랑해’라는 말을 어렵게 뱉는 오태산의 모습에 채송화가 웃었다.
“나는 무슨 대단한 말을 하려나 했네. 너는…….”
“그리고…… 미안해.”
뒤를 잇는 오태산의 말에 채송화가 그를 보았다.
“네가…… 네가 뭐가 미안해.”
“나…… 여자 소개받았어.”
멈칫!
오태산을 쓰다듬으려던 채송화가 멈췄다.
“여자…… 만났구나.”
살며시 손을 내리는 채송화의 앞에서 오태산이 말했다.
“송화 너처럼 착한 여자야. 그래서 만나 보려고 해.”
오태산의 말에 채송화가 그를 가만히 보았다. 그러고는 가만히 오태산의 머리를 자신의 품에 안았다.
“그럼 만나야지. 바보처럼 죽은 나만 가슴에 품으려고 했어? 잘 했어. 정말 잘 한 거야.”
오태산의 머리를 끌어안으며 채송화가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 나한테 미안해하지 마. 너는 정말 잘 한 거야.”
미소를 지으며 오태산의 머리를 쓰다듬던 채송화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너는 그렇게 한 발씩 나아가면 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