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02
102화
JS 편의점이라 적힌 간판을 보던 강진이 안을 보았다.
“생긴 건 이승 편의점하고 비슷하네요.”
저승 편의점이라고 해서 불이라던가 무서운 것이 있을 줄 알았는데 평범했다.
편의점을 밖에서 보고 있을 때, 강두치가 말했다.
“죽은 사람들이 적응하기 쉽도록 저승은 이승과 비슷한 모습으로 운영이 됩니다.”
“친절하네요.”
“친절하다기보다는, 일일이 설명하기 귀찮으니까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요?”
“하루에 죽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걸 일일이 다 설명하겠습니까? 그래서 저승도 운영하기 편한 쪽으로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아!”
강두치가 핸드폰을 들어 보였다.
“특히 핸드폰하고 컴퓨터 만들어졌을 때, 저희 저승에서도 많이 좋아했습니다.”
“그래요?”
“아니면 일일이 편지를 보내거나 소환을 해야 했거든요.”
“소환?”
“일종의 저승의 과학이라고 할 수 있죠. 자! 그럼 들어가시죠.”
“네.”
강두치가 앞장서서 들어가자 강진도 그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편의점 안에는 사람들 몇이 물건을 사고 있었다.
“내복이 필요하다고 하던데…….”
“저승이 무척 춥다네요.”
“후신딘 이것도 꼭 필요하다고 하던데…… 가격이 너무 비싸다.”
사람들로 보이지만 귀신 손님들이 편의점 한쪽에서 물건들을 고르고 있었다.
그에 강진이 그들이 있는 곳을 보았다.
‘저승 귀성분들을 위한 맞춤 코너?’
귀신들 머리 위에 있는 코너 표시판을 보던 강진이 그곳에 있는 물건들을 보았다.
‘열화내의?’
강진이 상품을 볼 때, 강두치가 말했다.
“저승에 가시는 분들에게 필요한 물건입니다.”
“내의하고 연고가요?”
그 외에도 여럿 보였지만 내의하고 연고가 필요한가 싶은 것이다.
강진의 물음에 강두치가 진열이 되어 있는 열화내의를 집으며 말했다.
“한빙지옥 필수품…… 말 그대로 한빙지옥에서 이거 안 입고 있으면 추위로 생살이 떨어져 나갑니다. 거기 엄청 춥거든요.”
“그래요?”
“그래요 수준이 아닙니다. 예를 들자면…… 남극에 팬티 바람으로 서 있는 것보다 더 추운 곳이 바로 한빙지옥입니다. 하지만 이걸 입고 있으면 후끈후끈하죠.”
강두치의 말에 물건을 고르던 귀신들이 슬며시 열화내의를 챙기기 시작했다.
“사는 것이 낫겠어.”
“추운 것보다는 따뜻한 것이 좋지.”
그 모습을 보던 강진도 슬며시 열화내의를 챙기려 했다.
‘올해 겨울도 엄청 춥다고 하니까.’
강진이 열화내의를 챙기자 강두치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한빙지옥의 필수품이지 이승의 필수품은 아닙니다.”
“한국 겨울도 추운데요.”
“한빙지옥에 비하면 이승 겨울은 여름입니다. 이거 이승에서 입으면 바로 쪄 죽습니다.”
“아…….”
그에 강진이 물건을 내려놓자 강두치가 말했다.
“이쪽에 있는 건 말 그대로 저승에 필요한 것이고, 강진 씨가 살 만한 물건들이 아닙니다.”
“그럼 제가 살 수 있는 것과 없는 것도 있습니까?”
강진의 물음에 강두치가 그를 보다가 웃었다.
“돈만 있으면 못 살 것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럼 살 수 있습니까?”
“그럼 다 살 수 있지요. 다만…… 여기 있는 건 사도 강진 씨가 딱히 쓸데가 없다는 것이 문제죠.”
“정말 쪄 죽습니까?”
“쪄 죽습니다.”
웃으며 강두치가 내복을 툭툭 치며 말하자 강진이 후신딘을 들었다.
“이건 다쳤을 때 쓸 만할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칼에 베인 상처도 바르면 바로 새살이 돋고 아무니까요.”
“대단하네요.”
“하지만…… 가격은 쓸 만하지 않을 겁니다.”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의아한 얼굴로 후신딘을 보았다. 그리고 강진의 얼굴에 놀람이 어렸다.
“27만 원?”
깜짝 놀라는 강진을 보며 강두치가 웃으며 말했다.
“저승하고 이승 물가는 비슷하지만, 지옥을 대비하는 물품들은 아주 많이 비쌉니다.”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내복 가격을 보았다.
‘30만 원?’
내복 가격도 비쌌다.
“이렇게 비싼데 사는 사람이…….”
말을 하던 강진은 방금 전에 내복을 가지고 간 귀신들을 떠올렸다.
“있기는 하군요.”
“생살이 떨어져 나가는 것보다는 돈을 내는 것이 낫죠.”
“그래도 너무 비싼 것 아닙니까?”
“착하게 산 분들한테는 그리 큰돈은 아니죠.”
그러고는 강두치가 물건을 보다가 말했다.
“하지만 효과도 엄청나죠.”
“그래요?”
“검수지옥은 나뭇잎들이 모두 칼날입니다. 게다가 밀림처럼 나무들이 빽빽하게 자라 있죠.”
“신기하네요.”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검의 날이 가득한 숲을 이틀 정도 걸어가야 검수지옥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눈을 찡그렸다.
“검으로 된 날이 가득한 숲이라면서요?”
“그렇습니다.”
“거기를 걸어요?”
“걸어야 재판장에 갈 수 있습니다.”
“재판?”
“저승에 가면 이승에 지은 죄를 재판받습니다. 자세하게 말하면 길지만, 어쨌든 죄를 심판받기 위한 재판을 받으러 가는 길 자체가 지옥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지옥에 가지도 않았는데도 지옥이라는 건가요?”
“말이 그렇다는 것이고…… 진짜 지옥은 그 너머에 있지요. 검수림이나 아까 말을 한 한빙지옥 같은 경우는 그냥 대기실 정도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남극에 팬티 차림으로 있는 것과 검으로 된 숲이…… 대기실입니까?”
강진의 물음에 강두치가 미소를 지었다.
“착하게 사세요.”
그걸로 답을 대신하는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기실도 끔찍한데 본방은…… 생각하기도 싫네요. 착하게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강진의 말에 웃으며 강두치가 후신딘을 원래 있던 곳으로 놓았다.
“그리고 저승 약은 산 사람에게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부작용?”
“저승에서 자란 약재로 만든 거니, 산 사람에게 부작용이 없을 수는 없겠죠?”
“그렇군요.”
“다른 걸로 골라 보세요.”
“그럼 추천하는 건 뭔가요?”
“마음에 드시는 것 골라 보세요. 이승이나 저승이나 편의점이 다 거기서 거기 아니겠습니까?”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편의점을 둘러보았다.
‘여기 있는 것만 봐도 이승 편의점하고는 많이 다른데.’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다른 물건들을 둘러보았다.
성능이나 브랜드명의 차이는 있지만 이승의 편의점처럼 저승 편의점에도 이것저것 물건이 많았다.
쌀도 있고 응급약도 있고 과자와 음료수, 도시락 같은 것도 팔았다.
이상한 상품명을 보며 가게를 돌아보던 강진이 사과와 몇 가지 과일을 골랐다.
고른 이유는 간단했다. 과일이 너무 맛있게 보였다. 과일을 몇 개 집어 들고 보던 강진의 눈에 잡화들이 보였다.
손톱깎이부터 칼과 이런저런 물품들을 보던 강진이 식칼을 들었다.
검수식칼을 강진이 보고 있을 때, 강두치가 말했다.
“저승식당 하시는 분들도 여기 오면 하나씩 사가는 물건입니다.”
“좋나 보네요.”
“관리하기가 쉽지 않지만 좋죠.”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식칼을 보다가 날을 보려고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는 칼날을 보며 강진이 식칼을 뒤집었다. 칼 뒷면에는 관리 방법이 적혀 있었다.
관리 방법을 본 강진이 놀란 눈으로 강두치를 보았다.
“이게?”
사실이냐는 듯 보는 강진을 보며 강두치가 말했다.
“검수지옥에서 떨어진 잎들로 만든 식칼입니다. 그래서 식칼이기는 하지만 화초처럼 관리를 해야 합니다.”
“그건 그렇다 치고…… 날이 무뎌지면 사람의 피를 먹이라고 쓰여 있는데요?”
“사람들의 피를 먹으며 자란 식물이니까요.”
사람의 피를 먹고 자랐다는 말에 강진은 조금 소름이 돋았다. 그러고는 슬며시 식칼을 내려놓았다.
“좋은데, 안 사시게요?”
“사람 피를 먹고 자랐다는데…… 내키지가 않네요.”
“그럼 그렇게 하세요.”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아쉽다는 듯 말했다.
“가격도 저렴하고 좋은 물건인데.”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가격표를 보았다.
“만 원? 싸네요?”
놀라 보는 강진의 모습에 강두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편의점에서 비싼 물건을 팔 수는 없죠.”
“하지만 후신딘은 27만 원이나 했는데?”
“그건 저승 귀성자들 필수 물품들이라 그런 것이고, 다른 건 이승하고 물가가 비슷합니다.”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물품들을 보다가 다시 식칼을 들었다.
“칼에서 피 맛이 돈다거나 하지는 않겠죠?”
“그렇다면 저승식당 분들이 사서 쓰지 않겠죠.”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식칼을 보다가 말했다.
“잘 들기는 하죠?”
“검수림 칼날에 베이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강두치의 답에 강진이 식칼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쯤 있으면 좋겠네요.”
피를 먹고 자랐다는 것이 조금 꺼림칙하기는 하지만…… 귀신과 지내는 자신인데 이 정도 쯤이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가격도 마음에 들고 말이다.
그에 물건을 다 고른 강진이 물건을 계산대에 올리자, 직원이 힐끗 그를 보고는 말했다.
“저승식당 분이세요?”
“네.”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직원이 물건들을 바코드 기계로 찍었다.
삑! 삑!
소리와 함께 가격이 체크되는 것을 보며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확실히 이승하고 저승이 그리 다른 것은 없네.’
그런 생각을 하며 계산 가격을 보았다. 가격도 그리 부담스럽지 않았다.
저승 귀성자 필수 물품 가격과는 다르게 이승하고의 물가 차이도 별반 없는 듯했다.
물건을 봉지에 담아 주는 직원에게 강진이 카드를 꺼내 내밀자, 강두치가 웃으며 말했다.
“저승입니다.”
“아!”
습관적으로 자신이 사용하던 신용카드를 내밀었던 강진이 지갑에서 다시 JS 카드를 꺼냈다.
“이 카드 쓰는 건 처음이네요.”
“안 사셔도 됩니다.”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벌기만 해서야 실감이 안 나잖아요. 써야 내가 돈을 벌었다는 것을 알죠. 그리고 이 정도 돈도 못 쓸 정도로 나쁘게 산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것도 그렇죠. 돈이라는 것이 쓰려고 버는 것이니.”
카드를 직원에게 내밀어 계산을 마친 강진은, 사과 두 개를 꺼내 강두치에게 내밀었다.
“딱히 드릴 건 없고 이거라도 드세요.”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웃으며 사과를 받아서는 먹었다.
으적! 으적!
사과를 두 입 크게 베어 문 강두치가 미소를 지었다.
“발설지옥에서 나온 사과는 역시 꿀이 뚝뚝 떨어지네요.”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다른 사과를 꺼내다가 그를 보았다.
“발설지옥?”
“염라대왕이라고 들어 봤습니까?”
“들어 봤습니다.”
염라대왕은 워낙 유명하니 말이다.
“염라대왕이 관리하는 지옥인데 그곳에서 나는 식재들이 무척 맛이 좋습니다.”
“염라대왕이 농사도 짓습니까?”
“저승 제일가는 농사꾼이죠.”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물었다.
“그럼 거기서는 농사를 짓는 것이 형벌인가요?”
강진의 물음에 강두치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게으르게 산 자들에게는 노동이 좋은 벌이 될 수도 있지만…… 발설지옥은 혀로 지은 죄를 처벌하는 곳입니다.”
“혀?”
“사람을 죽이는 것은 칼만 있는 것은 아니죠. 사람의 혀도 충분히 사람을 상처 입히고 때로는 죽음에 이르게도 합니다. 발설지옥은 그런 남을 해한 혀의 죄를 판단합니다. 그리고 통과를 하지 못하면…… 혓바닥을 늘려서 그 위에 농사를 짓죠.”
“혀에…… 농사?”
강진이 놀란 눈으로 사과를 보았다.
“사과보다 혀가 작을 텐데?”
“사과는 나무에서 자라죠.”
“그럼…… 나무가 혀에서 자란다고요?”
“그렇습니다.”
“아니 그게 어떻게 가능합니까?”
“보통 한 사람당 사과나무를 백 그루 정도 심더군요.”
“백 그루…….”
“아! 저기 있는 쌀도 발설지옥에서 농사지은 겁니다. 저걸로 밥 지으면 아주 꿀맛입니다.”
강두치가 한쪽에 있는 쌀을 가리키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정말 착하게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