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021
1022화
“와, 음식 정말 많아요.”
강진이 웃으며 들어오자, 조순례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강진이 왔어?”
“어머님 잘 주무셨어요?”
“나야 잘 잤지.”
강진의 손을 잡아 옆자리에 앉힌 조순례가 웃으며 말했다.
“명절에 이렇게 사람들이 많으니 너무 좋아.”
“작년에도 북적거렸잖아요.”
강진의 말에 조순례가 고개를 저었다.
“올해는 새 식구도 있잖아.”
조순례가 주방에서 뭔가를 하고 있는 문지나를 보는 것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건 그러네요.”
강진은 고개를 돌려 거실 한쪽에 있는 아기 침대를 보았다. 햇살이 잘 드는 곳에 있는 아기 침대에는 투희가 김소희와 놀고 있었다.
“아궁! 아침부터 사람들이 북적거려요. 그래요. 오늘은 명절이에요. 추석이에요. 나중에 우리 투희도 명절에 고모하고 송편 같이 만들어요.”
투희에게 말을 걸며 놀아주고 있는 김소희를 보며 강진이 웃었다.
“그리고 아기 새 식구도 있어요.”
“그러게 말이야. 그래서 북적북적해.”
조순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문득 주방을 보다가 말했다.
“장 여사님이 안 보이시네요?”
“장 여사도 이제 나이가 있으니 명절에는 집에서 쉬어야지.”
조순례의 말에 황민성이 음식이 담긴 쟁반을 들고 나오며 말했다.
“추석 연휴 동안 장 여사님이나 오 실장님이나 모두 휴가야.”
“잘 됐네요.”
장 여사는 정말 특별한 일이 아니면 휴일 없이 24시간 조순례와 함께 했다. 그러다 정말 특별한 경우에는 휴가를 받고 집에 다녀오고는 했다.
명절에도 늘 같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조순례의 몸 상태가 좀 좋으니 집에서 쉬게 휴가를 보낸 것이었다.
황민성은 늘 명절에 집에 가지 못하는 장 여사님에게 미안했다. 자신이 어머니를 위하는 마음만큼, 장 여사의 가족들도 어머니를 위할 테니 말이다.
휴일에 일하는 사람도 모두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어머니이고 자식인 것이다.
“그동안 장 여사님에게 미안한 짓을 많이 했지.”
황민성의 말에 조순례가 미소를 지었다.
“요즘은 내 몸이 아주 좋으니 앞으로는 장 여사 쉬는 날을 자주 만들어 주자꾸나.”
“그러려면 어머니가 더 건강하셔야죠.”
“후! 그렇구나. 장 여사 휴가 자주 가려면 내가 더 건강해야겠어.”
웃으며 답한 조순례가 소파 옆에 놓인 옥난에 코를 댔다. 그러고는 향을 맡는 조순례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황민성을 보았다.
황민성은 거실에 놓인 커다란 잔칫상에 음식들을 더 올리고 있었다.
“지금도 음식이 가득한데 뭘 그렇게 계속 올리세요.”
“명절이잖아.”
황민성의 말에 조순례가 웃으며 상을 보았다.
“명절에 음식 하는 게 힘들기는 하지만…… 아침에는 이렇게 차려야 명절 같지.”
그러고는 조순례가 강진을 보았다.
“어제 보육원 갔다 왔다면서?”
“네.”
“거기 아이들도 명절인데 잘 먹고 할지 모르겠다.”
“민성 형하고 상식 형이 식재를 많이 보내 주셔서 음식 거하게 장만들 하시더라고요.”
강진의 말에 조순례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한숨을 쉬었다.
“음식이 많아서 좋기는 해도, 그래도 명절에는 가족과 함께 있어야 하는데…… 아이들이 참 딱해.”
“보육원에도 가족들은 있어요. 많은 형들이 있고 누나가 있고 동생들도 있고요. 그리고 잘 살펴 주는 원장님과 선생님들도 있어요.”
강진의 말에 조순례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이 무슨 의미로 말한 건지는 알지만, 그래도 혈연과는 다르니 말이다.
“그래. 다행이야. 좋은 원장님과 선생님들이 있어서 말이야.”
미소를 지으며 조순례가 말을 이었다.
“우리 때는 보육원 하면 때리고 굶고 그런 곳이라 생각을 했는데, 요즘은 안 그런 것 같아.”
조순례도 그동안 보육원 봉사를 자주 갔기에 자신이 알던 곳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요즘은 안 그래요.”
보육원 하면 그런 이미지가 있었지만, 요즘은 그렇지가 않았다. 체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 눈과 인터넷이 있으니 함부로 그럴 수 없었다.
강진이 조순례와 이야기를 나눌 때, 문지나가 음식을 놓으며 말했다.
“어머니, 식사하세요.”
문지나의 말에 조순례가 미소를 지었다.
“고생들 했어.”
“고생은 형님이 많이 하셨죠.”
문지나가 물을 들고 오는 김이슬을 보자,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무슨 소리야. 다 같이 한걸. 자, 식사들 하시게요.”
김이슬의 말에 강진이 조순례의 손을 잡았다.
“어서 식사하셔요.”
강진의 말에 조순례가 힘을 줘서 살며시 일어나더니 떨리는 다리로 밥상에 가서 앉았다.
뒤이어 강진, 황민성의 가족, 그리고 강상식 가족이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은 식구들을 물끄러미 보던 조순례가 미소를 지으며 옆을 보았다.
옆에는 지금 차려진 밥상에 비해 크기는 작지만 같은 음식들이 놓인 밥상이 하나 더 차려져 있었다.
“그쪽도 많이들 들어요.”
조순례의 말에 강진이 의아한 듯 옆 밥상을 보았다.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같이 온 귀신 식구들도 그냥 서 있을 뿐, 자리에 안 앉았으니 말이다.
강진이 의아한 듯 보자, 김이슬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 마당에 아침마다 귀신들 먹으라고 밥 차리잖아요.”
김이슬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그걸 아직도 하시는구나.’
이 집에서 살던 노부부가 승천을 하고 난 후에는 안 할 거라 생각을 했는데 지금도 계속 하는 모양이었다.
“어머니께서 명절이니 밖에서 식사하던 분들도 오늘은 안에서 드시게 하자고 해서 안에 상을 차렸어요.”
“그렇군요.”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황민성이 배용수와 직원들을 향해 눈짓을 했다.
‘어서들 앉아.’
그 신호를 눈치챈 배용수가 자리에 앉으며 조순례를 보았다.
“어머니 덕에 눈칫밥 안 먹게 생겼네요. 감사합니다.”
“어머니 감사해요.”
“잘 먹을게요.”
배용수와 직원들이 감사 인사를 하자, 황민성이 웃으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밖에서 드시던 분들도 모처럼 안에서 먹으니 좋아하시겠네요.”
“귀신이라 해도 우리 집 밥을 먹으니 식구라 할 수 있지. 그리고 오늘은 명절이니 같이 한 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조순례는 사람이 없는 밥상을 보며 말을 이었다.
“자주 집에 들여 식사를 하면 좋겠지만 그것이 쉽지 않습니다. 오늘은 명절이라 편하게 식사를 하자 청했으니 찬 부족하다 탓하지 마시고 맛있게 드십시오.”
조순례의 말에 문지나가 웃으며 말했다.
“어머니는 귀신을 믿으세요?”
“귀신?”
“정말 있는 것처럼 말씀하셔서요.”
문지나의 말에 조순례가 웃으며 말했다.
“귀신을 본 적이 없어서 귀신을 믿지 않아.”
“그런데 왜 매일 밥상을 마당에 차리세요?”
“믿지는 않은데 혹시 있을 수도 있잖아. 그럼 얼마나 배고프겠어. 그래서 하루에 한 끼라도 우리 집에서 밥을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
조순례의 말에 문지나가 그녀를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우리 오빠도 어머니 같은 분 만나서 밥 잘 먹고 다녔으면 좋겠네요.”
문지나의 말에 조순례가 손을 내밀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
“오빠는 귀신이 되지 않았을 것이야.”
조순례는 문지나의 손을 토닥이며 말을 이었다.
“아주 좋은 곳에서 하고 싶은 일 마음껏 하면서 있을 거야. 그러니 나 같은 사람은 없어도 돼.”
“그럴까요?”
“그럼. 그렇고말고.”
웃으며 조순례가 문지나를 보다가 사람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럼 다들 아침 식사들 하세나. 음식 앞에 두고 이야기가 너무 길었어.”
조순례가 웃으며 수저를 들고는 식구들을 보았다.
“자네들도 어서 들게나.”
조순례의 말에 그녀가 좋아서 승천하지 않고 옆에 있는 정주현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 많이들 먹어들.”
정주현의 말에 황민성이 그를 보았다. 그 시선에 정주현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 민성이도 많이 먹고.”
정주현의 웃음 섞인 말에 황민성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언제부터인가 정주현은 황민성을 마치 아들처럼 대했다. 아마 황민성이 귀신을 보게 되면서인 것 같았다.
‘하아!’
황민성은 정주현이 자신을 자식처럼 대하는 것이 다소 불편했다.
정주현이 어머니를 지극히 생각하는 마음을 알아서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머니의 남편처럼, 자신의 아버지처럼 구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 것이다.
자신을 불편하게 보는 황민성의 모습에 정주현이 웃으며 말했다.
“밥 잘 먹어.”
정주현은 귀신들이 모여 있는 밥상으로 다가가 앉았다.
“차린 건 없지만 자네들도 잘 먹게나.”
정주현의 말에 배용수가 웃으며 말했다.
“회장님이 여기 집 주인인 것 같네요.”
“하하하! 나하고 조 여사하고 몇 년인데…….”
웃으며 정주현이 밥을 먹는 조순례를 보았다.
“내가 살아 있으면 벌써 내 집 안방에 앉혔을 텐데 말…….”
“험!”
말을 하던 정주현은 황민성이 작게 기침을 하는 것에 그를 보고는 웃었다.
“물론 민성이 허락을 먼저 받아야겠지만 말이야.”
정주현의 말에 배용수가 웃으며 황민성을 보았다. 황민성은 밥을 먹으며 이쪽을 힐끗거리고 있었다.
정주현이 쓸데없는 소리를 할까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었다.
그 모습을 보던 배용수가 정주현을 보았다.
“그런데 회장님 집에서 제사 안 하세요?”
“제사야 하지. 근데 안 간 지 꽤 됐어.”
“안 가세요?”
배용수의 물음에 정주현이 씁쓸하게 고개를 젓다가 말했다.
“자네 운암정에 있었으니 우리 애들 봤지?”
“저희 운암정에 가끔 오시는 VIP들이니 저도 몇 번 뵈었죠.”
한국 최고의 한식당인 운암정에는 그룹 회장들이나 VIP들이 자주 오갔다.
“우리 애들도 어릴 때는 참 착했는데…….”
정주현이 작게 고개를 젓고는 음식을 집어 입에 넣었다.
“제삿날에 가면 애들이 돈 가지고 자주 싸워.”
“돈으로요?”
배용수가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혹시 드라마처럼요?”
이혜미가 묻자, 정주현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 죽을 때 그래도 애들 싸우지 말라고 적당히 다 챙겨서 나눠 줬는데…… 가지고 싶은 것이 왜 이리 많은지.”
입맛을 다시며 정주현이 밥상을 보았다.
“백억이 있든, 천억이 있든…… 밥 한 그릇이면 배부른 건 다 똑같은데 말이야.”
정주현의 말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셨다.
“그건 그렇죠. 돈이 많든 적든…… 자는 거, 타는 거, 입는 거 조금 다를 뿐이지 먹는 거야 삼시 세끼니까요.”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정주현이 동그랑땡을 하나 집어 입에 넣으며 말했다.
“후! 나 살았을 때 누가 그런 말을 했었지. 죽어서 싸 갈 것도 아닌데 뭘 그리 아득바득 돈을 좇느냐고…….”
정주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때는 웃었는데, 그 말이 정답이었구먼. 하하하!”
죽기 전까지는 그 말을 바보 같다 여겼다. 살아서 큰돈을 벌었으니 나이 먹어서도 호강했고, 최고급 요양 시설에서 개인 의사와 간호사들의 간병을 받으며 지냈다.
그런데 죽고 이렇게 되어 보니…….
-죽어서 싸 갈 것도 아닌데 뭘 그리 돈을 좇는 것인가.
‘자네 말이 참으로 옳았구먼.’
돈이란 죽어서 싸 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자식들한테 그냥 남겨 줄 것이 아니라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처럼…….
‘돈이 정말 필요한 이들에게 조금씩이라도 나눠 줄 것을…….’
살았을 때는 누구나 자신에게 성공한 삶이라는 말을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후회와 아쉬움만이 가득한 삶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