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025
1026화
“삼! 이! 일!”
“삼! 이! 일!”
“삼! 이! 일!”
일이라는 소리와 함께 강진이 잔을 높이 치켜들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강진의 외침에 귀신들도 잔을 들어 올렸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하하! 올해는 다들 승천들 하자고.”
“그렇게 하자고. 네 얼굴을 너무 오래 봐서 속이 울렁거려.”
“누구는 아닌 줄 알아!”
귀신들이 웃으며 서로에게 덕담을 가장한 악담을 하기 시작하자, 강진이 웃으며 한쪽에서 조용히 잔을 들고 있는 김소희를 보았다.
건배사에 동참하지는 않았지만, 그녀도 그녀만의 방법으로 새해를 축하했다.
그에 강진이 웃으며 김소희에게 다가갔다.
“아가씨,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들고 있던 잔을 가볍게 내밀었다. 그에 강진이 그녀의 잔에 가볍게 잔을 부딪치고는 맥주를 마셨다.
꿀꺽! 꿀꺽!
그런 강진을 보던 김소희가 소주를 마시고는 입을 열었다.
“서른두 살이 된 것을 축하하네.”
“한 일도 없이 나이 한 살 더 먹은 것이 축하받을 일인지 모르겠네요.”
“축하받을 일이지. 우리 때는 나이를 먹은 자에게 왕께서 음식을 내어주고, 지방관이 직접 그들을 대접하기도 했으니 말이네.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한 살 더 먹은 것이 딱히 좋은 일인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축하를 해 주니 인사를 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소희 아가씨도 한 살 더 드신 것 축하드…….”
말을 하던 강진이 입을 다물었다. 어느새 그의 목 근처에 귀검이 겨눠진 것이다.
“저기…… 이것 좀…….”
강진은 손가락으로 귀검을 밀어내려다가 서슬 퍼런 검날에 슬며시 손을 내렸다. 대신 젓가락을 집은 강진이 그것으로 슬며시 귀검을 밀어내려 했다. 그런데…….
스륵!
쇠 젓가락을 가져다 댄 순간, 귀검의 날에 그대로 잘리더니 나더니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모습에 강진이 침을 삼켰다.
‘손가락으로 안 밀기 다행이네.’
손가락으로 밀었으면 잘려 나간 건 젓가락이 아닐 테니 말이다.
강진이 침을 삼킬 때, 이혜미가 살며시 말했다.
“여자 나이는 말하는 거 아니에요.”
“물론이죠. 지금은 제가 아주 큰 실수를 했습니다.”
강진이 급하게 말을 하자, 김소희가 그를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귀검이 천천히 밑으로 내려갔다.
스륵! 스륵! 스륵!
밑으로 내려간 귀검은 강진이 들고 있는 젓가락 근처에서 앞뒤로 움직였다.
툭툭툭!
귀검이 살짝살짝 움직일 때마다 쇠 젓가락이 썰려 나갔다.
말 그대로 작게 썰려 나가는 젓가락의 모습에 강진이 침을 삼켰다.
손가락 바로 위까지 젓가락을 썰어 버린 귀검은 수직 상태로 탁자에 기대듯 내려섰다.
마치 쓸데없는 소리를 하면 다음에 썰리는 것이 젓가락이 아니라 다른 것일 수 있다는 듯 말이다.
그런 귀검의 모습에 침을 삼킨 강진이 김소희를 보았다.
“제 마음은 아시죠?”
강진의 말에 그를 보던 김소희가 고개를 젓고는 소주를 마셨다.
“올해에는 좋은 일만 생기기를 바라네.”
“혹시 무신의 가호 그런 겁니까?”
“맞네.”
“와! 진짜요?”
강진은 놀란 눈으로 김소희를 보다가 환하게 웃었다.
무신의 가호를 받으면 잔병치레도 없고 건강하다. 게다가 좋은 일만 생기기를 바란다는 행운의 가호를 받았으니 더할 나위 없이 기쁜 것이다.
기뻐하는 강진과 달리 김소희는 약간 굳어진 얼굴로 슬며시 시선을 돌렸다. 그 모습에 강진이 눈을 찡그렸다.
“농이시군요.”
“험…… 자네가 이리 쉽게 믿을 줄 몰랐군.”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기분이 좋았다. 김소희가 자신에게 농을 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아가씨께서 나에게 농을 하는데 삼 년하고 넉 달 걸렸네.’
김소희가 농을 할 정도로 자신을 편하고 가깝게 생각한다는 것이 정말 좋은 강진이었다.
강진은 가게 안에 있는 귀신들을 보다가 말했다.
“올해에는 많이들 오지 마세요.”
“손님을 쫓아내는 겁니까?”
“마음 같아서는 여러분들 다 쫓아내고 싶어요.”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피식 웃으며 술잔을 들었다.
강진이 자신들을 위해서 이렇게 말하는 것임을 다들 알고 있었다. 여기를 다시 오지 않는다는 건 승천을 했다는 것이니 말이다.
귀신들을 보던 강진은 배용수가 한쪽에서 혼자 키득거리며 웃는 것을 보고는 물었다.
“뭘 그렇게 웃어?”
“응? 아! 이것 봐.”
배용수가 웃으며 태블릿을 내밀자 강진이 그것을 보았다.
태블릿에는 투희가 웃으며 꽃을 들고 있는 사진이 있었다. 그리고 그 밑에…….
글자가 하트 문양으로 새겨지며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이거 뭐야?”
“형이 톡으로 보내줬어.”
“나는?”
“핸드폰 봐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자신의 주머니를 뒤졌다. 그렇게 핸드폰을 꺼내 보고는 웃었다.
“나도 왔다.”
강진의 톡으로 온 것은 투희가 케이크를 앞에 두고 있는 사진이었다.
케이크를 먹지는 못하겠지만, 귀여운 아이 둘이 예쁜 케이크를 앞에 두고 있으니 무척 귀여웠다.
“와 귀여워!”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그 사진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말이야. 정말 귀엽다. 이런 사진 좀 많이 보내지.”
말을 하던 배용수가 이혜미와 강선영을 보았다.
“두 분은 뭐 온 것 없어요?”
“저희도 왔네요.”
이혜미와 강선영이 자신들의 태블릿과 핸드폰을 꺼내 보여주자 강진이 웃으며 그 사진을 보았다.
“가져오게나.”
사진을 구경하던 중, 김소희의 나직한 목소리에 강진이 웃으며 태블릿과 핸드폰을 들고 그녀의 탁자에 다가갔다.
“여기 있습니다.”
강진이 식탁에 핸드폰과 태블릿을 놓자, 김소희가 사진을 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요 며칠 사진을 찍더니, 이걸 하려고 했던 거였군.”
김소희가 사진을 보다가 웃었다.
“사진으로 보니 더 귀엽군.”
“그렇게 말씀하셔도 직접 보면 실물이 낫다 하실 거잖아요.”
“그 말이 맞네. 애들은 언제, 어느 때 봐도 예쁘고 귀엽지.”
김소희가 미소를 지으며 사진을 보다가 말했다.
“나도 이런 물건 하나 있었으면 좋겠군.”
“핸드폰요?”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이 말했다.
“가지고 다니시려면 저승 핸드폰을 하나 개통해서 쓰시죠.”
“저승 핸드폰?”
“그 강두치 씨도 핸드폰 들고 다니시잖아요.”
“그렇지.”
“그리고 저도 강두치 씨하고 통화가 되는 것을 보면 이승 저승 다 되는 것 같은데.”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핸드폰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강두치, 강두치, 강두치.”
강두치의 이름을 세 번 부르자 잠시 후 가게 문이 열렸다.
“누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강두치가 웃으며 들어오자 김소희가 그를 보았다.
“너도 새해 복 많이 받거라.”
“아이고! 우리 누님이 새해 덕담을 해 주려고 이리 다 불러 주시고. 올해는 정말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 같습니다.”
환하게 웃으며 좋아하는 강두치에게 김소희가 핸드폰을 스윽 밀었다.
“핸드폰이 한 대 필요하네.”
“핸드폰요?”
“저승에서 사용하는 것처럼 사람들한테는 안 보이는 걸로 말이네.”
김소희의 말에 강두치가 핸드폰을 보다가 말했다.
“핸드폰으로 뭐 하시려고요?”
“그것까지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건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누님이 필요하다고 하시면 바로 대령해야죠. 이거 때문에 저 부르신 거예요?”
강두치의 말에 그를 보던 김소희가 입을 열었다.
“새해 복 많이 받게나.”
대답 대신 새해 인사를 다시 한 번 하는 김소희를 보며 작게 웃은 강두치가 말했다.
“들고 다니실 거지요?”
“그렇네.”
“그리고 이승에서 쓸 거니 이승과 저승 둘 다 개통이 되는 걸로 써야겠네요.”
“저승에 통화할 일은 없으니 괜찮네.”
“저승에서만 되는 거나 두 세상에서 되는 것이나 금액은 차이가 안 나니 양쪽으로 되는 걸로 하세요. 그리고 가끔 저한테 전화도 좀 해 주시고요.”
강두치가 웃으며 핸드폰을 꺼내더니 몇 번 터치를 하고는 말을 이었다.
“저희들이 사용하는 걸로 하나 드릴게요. 그게 이승에서도 쓸 수 있고 사람들 눈에도 안 보이거든요.”
“사진이 잘 나오는 걸로 하게.”
“사진 찍으시게요?”
강두치의 말에 김소희가 슬며시 핸드폰을 터치해 투희 사진을 띄웠다.
“귀엽지 않나?”
“아주 귀엽네요.”
투희는 토실토실 살이 올라서 무척 귀여웠다. 보기만 해도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볼살은 만지면 찹쌀떡처럼 쫀득쫀득할 것 같았다.
“그렇지. 이 사진 좀 보게.”
김소희가 손가락으로 핸드폰 앨범을 넘기며 아이들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에 강두치가 웃으며 아이들이 귀엽다는 이야기를 연신 했다.
김소희가 투희를 사랑하는 것을 잘 알기에 그녀의 기분을 맞춰주는 것이다. 물론 투희가 정말 귀여운 것도 사실이었지만 말이다.
강두치의 말에 김소희의 미소가 짙어졌다. 투희가 귀엽고 예쁘다고 하니 자신의 자식이 예쁘다는 말을 듣는 것처럼 기분이 무척 좋았다.
그런 김소희의 모습에 강두치가 웃을 때, 가게 문이 열렸다. 문 너머에서 JS 금융 직원이 작은 상자를 들고는 들어왔다.
“어서 와.”
강두치가 손을 내밀자 직원이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이건?”
“이번에 제가 약정이 끝나서 핸드폰을 새로 하려고 공기계를 하나 샀는데 그거 가져왔습니다.”
강두치가 웃으며 상자를 받아 핸드폰을 꺼내며 말했다.
“미국에서 핸드폰으로 유명한 회사 사장이 저승에 있는데, 그 사람이 저승에서 만든 ‘헬 애플’에서 나온 최신 폰입니다.”
“그 미국에 있는 그 핸드폰 회사요?”
“맞아요. 그래서 이게 정말 인기가 많아요. 저도 이거 두 달 전에 사전예약해서 겨우 받았는데…….”
말을 하던 강두치가 김소희를 보았다.
“우리 누님이 필요하다니 제가 눈물을 머금고 드리겠습니다.”
강두치가 핸드폰을 내밀자, 김소희가 그것을 받아 만지작거리다 말했다.
“사진은 잘 찍히겠지?”
김소희의 말에 강두치가 웃으며 말했다.
“이거 광고가 검수림을 지나는 죄인들을 찍은 건데, 거기 보면 검 잎에 맺힌 핏방울이 또르르 흘러내려가는 것까지 또렷하게 찍히더군요. 화질 죽여요.”
강두치의 말을 듣던 김소희가 슬며시 전원 버튼을 눌렀다.
띠리링!
그러자 작은 소리와 함께 화면에 사람 얼굴 모양을 한 사과가 나타났다.
곧이어 그 사과의 한쪽이 사람이 베어 문 것처럼 떨어져 나가며 그 밑에 헬 애플이라는 글자가 떠올랐다.
“으! 악취미네요.”
강진이 인상을 찌푸리는 것에 강두치가 웃으며 말했다.
“저승이 이승하고 많이 닮아서 미적인 것도 따지기는 하는데, 이런 쪽으로는 좀 고지식하거든요.”
강두치가 웃으며 자신의 핸드폰에 번호를 찍더니 그것을 강진에게 보여주었다.
“이게 누님 번호입니다.”
강진은 화면에 떠 있는 번호를 자신의 핸드폰에 입력한 뒤, 바로 전화를 걸었다.
띵…… 띠링…… 띵…….
마치 공포 영화에 나올 듯한 벨 소리에 강진이 굳은 얼굴로 핸드폰을 보자, 강두치가 웃으며 말했다.
“아까도 말했지만 이런 쪽으로는 고지식하거든요.”
더는 벨 소리를 듣기 싫었던 강진이 전화를 급히 끊고는 김소희를 보았다.
“제 번호입니다.”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핸드폰을 보다가 번호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번호가 아닌 황민성의 번호를 먼저 입력하는 것에 강진이 웃었다.
그 사이, 김소희를 보고 있던 강두치가 말했다.
“핸드폰 한 번 줘 보세요.”
김소희가 핸드폰을 건네자 강두치가 그것을 받아 번호를 눌렀다.
“이상하게 저장하지 말고 이름만 적거라.”
김소희의 말에 강두치가 웃으며 핸드폰의 통화 버튼을 누르고는 그녀의 앞에 놓았다.
‘응? 화상 통화를 누르셨네?’
화면에 김소희가 떠 있고 다른 화면은 아직 연결 중인 것을 보며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가씨와 화상 통화를 할 만한 사람이…….’
[여보세요.]음성과 함께 화면에 밝은 갈색으로 머리와 눈썹을 염색한 동그란 얼굴의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