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053
26화
저승식당 오픈 시간에 강진은 문을 열었다. 그리고 길게 줄을 선 귀신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어서들 오세요.”
강진이 웃으며 가게 문에서 살짝 옆으로 움직이자 줄을 선 귀신들이 하나둘씩 안으로 들어왔다.
화아악! 화아악!
저승식당 문턱을 넘는 순간 사람의 모습으로 현신을 한 귀신들이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오늘도 음식 맛있죠?”
“그럼요. 오늘도 어제도 내일도 저희는 맛있는 음식을 하니까요.”
기분 좋게 웃으며 손님들을 상대한 강진이 자리를 가리키자 귀신들이 하나둘씩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태복 씨는 이쪽요. 인나 씨는 이리 오세요.”
이혜미와 강선영이 들어오는 귀신들을 그들의 자리로 안내했다.
귀신 손님들이 앉는 자리에는 이미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저녁 11시부터 새벽 한 시까지만 오픈을 하는 저승식당이다.
손님이 들어온 뒤 주문을 받고 음식을 만들면 아무리 빨라도 십 분, 늦으면 이십 분 이상 음식을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강진의 저승식당은 11시가 되기를 기다리며 가게 앞에 모여 있는 귀신들에게 미리 음식 메뉴를 받는다.
그리고 손님들이 들어오면 바로 음식을 세팅해놓은 자리로 안내하는 것이다.
손님들이 앉아 음식을 먹기 시작하자, 강진이 그들과 사소한 잡담을 나누었다.
“요즘도 어린이집 근처에 계세요?”
“나는 아이들 볼 때가 가장 행복해요.”
한 아가씨 귀신의 말에 강진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너무 가까이 가시면 안 되는 거 아시죠.”
“물론이죠.”
아가씨 귀신이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이 웃으며 소주병을 들어 그녀의 잔을 채워 주었다.
쪼르륵! 쪼르륵!
잔에 소주가 차오르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적당히 떨어져서 보세요.”
“내가…… 귀신이니까요?”
말을 하며 아가씨가 소주를 마시자 강진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귀신이 뭐 어때서요?”
“네?”
“저는 제 애를 귀신이 보고 있는 것보다, 모르는 사람이 지긋이 보고 있는 것이 더 무서울 것 같은데요?”
“아…… 그것도 그러네요.”
강진의 말에 옆에서 이혜미와 꼼장어를 먹고 있던 최호철이 웃으며 말했다.
“아가씨 생각을 해보면 말이야.”
최호철의 말에 이혜미가 급히 그 손을 잡았다.
“무슨 또 꼰대 소리를 하려고 그래?”
“꼰대? 그런 거 아니야.”
그리고는 최호철이 웃으며 아가씨를 보았다.
“아가씨가 집에서 자고 있다가 문득 신발장을 봤는데, 거기 귀신이 서 있으면 어떨 것 같아요?”
“그야…… 엄청 놀라죠.”
아가씨의 말에 최호철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그럼…… 모르는 사람이 서 있으면요.”
“꺄악!”
이혜미가 순간 비명을 지르며 양손으로 어깨를 부둥켜안았다.
최호철이 하는 말을 듣는 순간 그 장면이 떠오르면서 등줄기에 소름이 쫘악 올라오는 것이 진짜로 무서웠던 것이다.
자다가 눈을 떴는데 모르는 사람이 자신을 보고 있다고 생각을 해보니 말이다.
그런 이혜미의 모습에 최호철이 웃으며 어깨를 쓰다듬어 주고는 아가씨 귀신을 보았다.
“귀신보다 더 무서운 게 사람이에요.”
“그러네요. 생각을 해보니 정말 사람이 더 무섭겠네요.”
그 장면을 떠올려 보고는 진저리치며 아가씨 귀신이 하는 말에 최호철이 말을 이었다.
“그러니 귀신이라서 생각하지 말고, 그냥 감기에 걸렸다고 생각해요. 감기에 걸렸는데 아이들 곁에 있으면 되겠어요?”
“그것도 그러네요.”
최호철이 아가씨 귀신을 달래는 것을 본 강진이 웃으며 엄지를 척 들었다.
그에 최호철이 웃다가 한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도 젊은 여자 귀신이 멍하니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잠옷으로 보이는 수면 바지와 목 늘어난 티셔츠를 입고 있는 아가씨를 보던 최호철이 입맛을 다셨다.
‘젊은 나이에 고독사라니…….’
이 아가씨는 며칠 전에 이곳에 흘러든 귀신이었다. 요즘 사회 문제로 많이 이슈가 되는 고독사를 당한 귀신이었다.
고독사.
주위 사람들과 사회에서 격리된 채 혼자 살다가 죽는 것을 말한다.
최호철이 고독사를 당한 아가씨 귀신을 볼 때, 강진도 그 시선을 느꼈는지 슬쩍 아가씨 귀신을 보았다.
그리고는 슬며시 그녀의 앞으로 다가갔다.
“어떻게, 지내실 만하세요?”
강진의 말에 아가씨가 그를 보고는 슬쩍 옷을 쓰다듬었다. 아무래도 자다 죽어서 옷이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었다.
“괜찮아요. 전에는 속옷만 입고 오신 손님도 계신 걸요.”
“속옷만요?”
“자다가 돌아가셨거든요. 그래서 여기 오시면 제 옷을 입고 마시곤 하셨어요.”
잠시 기다리라 말한 강진이 카운터 밑에서 추리닝 상의를 꺼내 내밀었다.
“여기 와서는 일단 이거라도 입고 계세요.”
“아…… 감사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목 늘어난 티셔츠가 마음에 걸렸는지 아가씨 귀신이 급히 추리닝 상의를 받아 입었다.
“제가 입던 거라 냄새가 좀 날 수도 있어요.”
“아니에요.”
웃으며 아가씨 귀신이 추리닝 냄새를 맡아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햇살 냄새가 나는 것 같아요.”
“아침에 날 좋을 때 햇살에 말려서 그런가 보네요.”
말을 한 강진이 아가씨 귀신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옷을 좀 사다가 태워 드려야겠다.’
죽었다고 해도 아가씨인데, 옷이 저런 모습이라 불편할 것이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하며 슬며시 자리에 앉았다.
“오늘 꼼장어가 들어와서 했는데 마음에 드세요?”
“맛있어요.”
“저는 양념보다 소금구이가 좋더라고요.”
강진의 말에 아가씨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소금구이를 좋아해요.”
“그런데…… 성함이 최윤정 씨지요?”
“네 맞아요.”
최윤정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인사만 몇 번 했지 이야기를 자주 하지는 못했네요.”
“제가…… 아직 경험이 적어서요.”
“그러실 거예요. 많이 당황스럽고 의아하고 그러시죠.”
“네.”
최윤정이 한숨을 쉬었다.
“제 몸이 딱히 아팠던 것도 아닌데.”
최윤정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히려 평소에 자주 아프신 분들이 이런 경우를 잘 안 당하신다고 하더라고요.”
평소 몸이 약한 분들은 병원을 자주 가니 병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평소에 건강한 분들이 병을 좀 늦게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강진의 말에 최윤정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그랬다. 그냥 평소처럼 게임을 좀 하고, 야식으로 라면 하나 먹고 잠에 들었다.
그리고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눈을 떠 보니 이렇게 귀신이 돼 있었다.
자신이 죽었을 때를 떠올리며 작게 고개를 젓던 최윤정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여기 오시는 분들이 저는 운이 좋은 케이스래요.”
“운이 좋아요?”
“제가 강남 오피스텔에서 살아서 이렇게 여기 올 수 있었으니까요.”
“아…….”
최윤정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귀신은 죽은 기간이 길수록 이동할 수 있는 거리가 늘어난다. 그래서 서울에서 죽었다고 해도 죽은 지 얼마 안 된 강북 귀신은 강남 저승식당에는 올 수 없었다.
하지만 최윤정은 저승식당에서 가까운…… 아니, 바로 앞이라고 할 수 있는 길 건너편 오피스텔 빌딩에서 살았다.
그래서 이렇게 죽은 지 얼마 안 됐지만 오고갈 수 있는 것이다.
가게를 보던 최윤정이 미소를 지으며 강진을 보았다.
“그런데 저희 집 맞은 편 맛집이 이런 곳인 줄은 생각을 못 했어요.”
“저희 가게를 아셨어요?”
“제가 지금은 일을 쉬고 있어서 가끔 창밖으로 여기를 보고는 했어요. 점심시간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것을 보고 여기가 맛집인가 싶었거든요.”
최윤정의 말에 강진이 물었다.
“그럼 한 번 오시지 그러셨어요.”
“제가…… 쉴 때는 잘 안 나가는 편이라서요.”
“그러시군요.”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살아서 저희 가게 오셨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네요.”
“저도 아쉬워요. 제 집 주위에 이렇게 좋은 가게가 있는 줄 몰랐어요.”
말을 하며 최윤정이 씁쓸하게 웃었다.
“제가 너무 집에만 있었나 봐요.”
그리고는 최윤정이 소주를 한 모금 마셨다.
“제가 집순이거든요.”
“집에서 쉬는 것도 좋죠.”
강진의 말에 최윤정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돌려 가게 입구를 보았다.
그 시선에 강진이 안쓰러운 눈으로 그녀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아직…….”
잠시 말을 멈춘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말을 이었다.
“집에 계시죠?”
“……네.”
최윤정의 말에 강진이 한숨을 쉬고는 가게 입구를 보았다. 가게 맞은편에 있는 오피스텔이 최윤정이 자취하는 집이었다.
그리고 지금 최윤정의 시신은 여전히 그 자취방에 누워 있다.
고독사…… 아무도 모르는 죽음이다.
회사라도 다니고 있었다면 출근을 하지 않는 그녀의 행동에 연락이라도 가거나 했겠지만…… 운이 나쁘다고 해야 하나, 최윤정은 지금 실직 상태였다.
게다가 집순이 성격이라 친구하고도 연락을 자주 하는 스타일도 아니었고…… 그래서 아직 집에 있었다.
“집에서는 연락이 안 오세요?”
강진의 물음에 최윤정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와요.”
“그럼 부모님이 연락이 안 돼서 걱정을 하시겠네요.”
“그렇지는 않을 거예요.”
연락이 안 되는데 왜 걱정을 안 하나 싶어 강진이 보자 최윤정이 쓰게 웃었다.
“집 전화를 잘 안 받거든요.”
“전화를 잘 안 받으셨어요?”
“바쁘기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셔서요.”
이런저런 이야기, 아마도 잔소리를 하셨나 보다.
최윤정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집하고 연락을 잘 안하셨군요.”
“강진 씨는 집에 연락 잘 하세요?”
“저는…….”
강진이 입맛을 다시자 이혜미가 슬며시 대화에 끼어들었다.
“윤정 씨 말이 맞아요.”
강진이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숨기고 말을 안 하는 편은 아니지만, 좋은 말도 아닌데 굳이 말을 할 이유는 없으니 말이다.
“나도 살아있을 때 집에 연락 자주 안 했어요. 엄마나 아빠가 연락을 하면 받고…….”
말을 하던 이혜미가 살며시 한숨을 쉬었다.
“바쁘면 거절을 눌렀는데…… 그러지 말 것을 그랬어요.”
이혜미도 자취를 했기에 최윤정의 마음과 행동을 알았다. 한창 바쁠 때 집에서 전화가 오면 받기는 해도…….
“어? 왜. 밥? 밥 먹었어. 그리고 엄마 나 바쁘거든. 이따가 다시 전화 할게.”
그렇게 끊는 전화…… 그리고 다시 전화를 하는 건 몇 번 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자신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 뻔한데도, 피곤하고 친구들과 있다 보면 뒷전으로 밀리는 것이 어머니, 아버지와의 전화였다.
‘그러지 말걸…… 전화 오면 웃으며 받고, 나중에 다시 한 번 전화할걸.’
“그냥 전화를 잘 받는 것만으로도 엄마하고 아빠는 좋아하셨을 텐데…….”
이혜미의 중얼거림에 최호철이 그녀의 어깨를 손으로 쓸어 내렸다.
“이해하실 거야.”
“늘…… 이해를 하시지. 그래서 그게 더 내 마음이 아프네.”
한숨을 쉬는 이혜미의 모습에 최호철이 입맛을 다셨다. 안쓰럽고 위로를 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최호철은 그저 그녀의 어깨를 쓰다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리고 그런 최호철과 이혜미의 모습에 최윤정의 가슴도 아팠다.
오늘 자신의 집에는 엄마의 전화가 울렸던 것이다.
최윤정은 멍하니 자신의 침대를 보고 있었다. 침대에는 자신이 누워 있었다.
옆으로 살짝 돌아누운 채 꼼짝도 하지 않고 있는 자신의 몸이다.
그것을 멍하니 보고 있을 때 핸드폰의 벨이 울렸다.
띠리링! 띠리링!
충전기에 꽂혀 있는 핸드폰의 벨소리에 최윤정이 액정을 보고는 입을 막았다.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받을 수 없는 자신에게 엄마의 전화가 왔다.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