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066
39화
죽은 건 자신인데 살아남은 엄마를 위로하는 소년을 보던 강진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후우!”
한숨 소리를 들은 메흐메트가 그를 힐끗 보았다. 그리고는 그 시선을 따라 소년과 아주머니를 보았다.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은 산 사람이지.”
강진이 보자 메흐메트가 말을 이었다.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의 관계에 너무 관심을 기울이지 말게. 그러면…… 마음이 아파서 이 일을 오래 하기 힘드네.”
메흐메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승식당 일을 하면서 많이 들은 이야기였다. 선을 지키라는 이야기 말이다.
그리고 사실이기도 했다. 사연 없는 귀신들은 없으니 그들의 일에 관심을 많이 가지면 마음이 아파서 더 힘이 들기 마련이었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는 강진이 국그릇과 빵을 들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돕고 싶은 사람은 돕고 싶습니다.”
이것 역시 사실이었다. 자신이 선을 넘어서 나중에 마음이 아프고 힘들지도 모른다.
그리고 사실 힘들기도 했다. 자신과 함께 있다가 승천을 한 귀신들을 생각하면 다행이란 생각도 들지만 보고 싶고 그리웠다.
아마 그게 저승식당 사장들이 가지는 힘듦일 수 있었다.
하지만 도울 수 있는 일을 돕지 않고 모른 척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도왔으니 그 착하고 안쓰러운 사람들, 아니 영혼들이 승천하게 된 것이었다.
“그래, 마음 가는 대로 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
메흐메트가 고추와 고수를 집어 접시에 담아 국그릇 위에 올렸다.
강진이 그것을 받아 들고 아주머니에게 걸음을 옮겼다.
멍하니 앉아서 무너진 폐허를 보고 있는 아주머니에게 다가간 강진이 번역 앱을 통해 말을 걸었다.
“식사하세요.”
핸드폰 앱을 통해 나오는 말에 아주머니가 그를 보았다.
말없이 자신을 보는 아주머니의 시선에 강진이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자신을 보는 듯하지만, 아무런 초점도 없고 텅 비어 버린 눈동자…….
“차라리…… 우는 것이 덜 슬퍼 보이겠다.”
배용수의 중얼거림에 이혜미가 한숨을 쉬었다.
“더 나올 눈물도 없으신 거예요.”
그리고는 이혜미가 강진에게 말했다.
“지금 저 몸으로 밥 먹으면 체해서 오히려 병 걸리시겠어요.”
그 말을 들은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을 좀 가져다드리겠습니다.”
음식을 옆에 살며시 놓은 강진이 배용수에게 눈짓을 했다. 그 눈짓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애는 내가 밥 먹일게. 물 가져와.”
배용수가 눈짓 하나만으로 자신의 마음을 읽자 강진이 서둘러 자원봉사자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음식을 할 때 사용할 물은 메흐메트가 가지고 왔지만 먹을 물, 생수 같은 건 따로 가져오지 않은 것이다.
자원봉사자들에게서 생수를 받은 강진이 그것을 들고 서둘러 아주머니에게 돌아왔다.
배용수는 애를 달래고 있었다.
“저는 입맛이 없어요.”
“그래도 뭐라도 먹어야지. 귀신이라 안 먹어도 죽지는 않지만…… 그래도 먹자.”
“엄마가…… 사고 이후로 물 한 모금 안 먹고 있으세요. 그런데 제가 어떻게 먹어요.”
소년의 말에 배용수가 한숨을 쉬었다.
“그래……. 나라도 너와 같은 상황이면 뭐가 입에 들어가겠냐.”
배용수가 고개를 젓고는 아주머니를 보았다.
“그런데 가족이 어머니하고 너 둘뿐이야?”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저하고 어머니 둘뿐이에요.”
“네가 걱정이 많이 되겠다.”
배용수의 말에 소년이 아주머니를 보았다.
“우리 엄마…… 겁도 많은데…… 천둥 치는 날에는 저하고 같이 자려고 하는데…… 앞으로 천둥 치는 날 엄마 어떻게 자죠?”
소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젓고는 그 어깨를 쳤다.
“빵이라도 좀 먹어.”
배용수가 빵을 집어 내밀자 소년이 그것을 받았다.
“감사합니다.”
먹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그래도 자기를 생각해서 권하는 것이니 일단 받아든 것이다.
소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진을 보았다.
“물 드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아주머니에게 슬며시 물을 내밀었다. 자신에게 물을 내미는 강진을 본 아주머니가 살며시 고개를 저었다.
“엄마…… 뭐라도 먹어야 해. 이러다 정말 큰일 나.”
물론 소년의 말을 아주머니가 들을 수는 없었다. 그저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그런 아주머니의 모습을 본 강진이 물병을 살며시 그녀의 손에 쥐여 주었다.
그리고 살며시 물병 뚜껑을 열었다.
드르륵!
물병 뚜껑을 열어 준 강진이 그녀의 옆에 앉았다. 그러는 동안에도 아주머니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그런 아주머니를 보며 강진이 그녀가 보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보는 곳에는 무너진 건물이 있었다.
“저게 저희 집이에요. 낡기는 했지만…… 저기서 참 즐거웠는데.”
소년의 말에 배용수가 집을 보다가 말했다.
“혹시 구조해야 할 사람이 있어?”
구조가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강진이 구조대를 불러오면 되었다.
“지진이 났을 때 제가 핫둘 할아버지를 밖으로 내보냈어요. 그래서 다른 사람은 피해가 없을 거예요.”
소년의 말을 들은 강진이 멈칫한 눈으로 소년을 보았다. 그리고 배용수가 놀란 눈으로 말했다.
“너…… 사람들을 내보낸 거야?”
“건물이 흔들려서 바로 화재경보기를 작동시켰어요. 저희 건물이 옛날식이라 자동으로는 안 되거든요. 그래서 작동시키고 나가려고 하는데 생각해 보니 핫둘 할아버지가 생각이 나더라고요.”
“왜?”
“핫둘 할아버지가 혼자 사시는데, 귀가 안 좋으세요. 그래서 화재 경보음을 못 들으셨을 것 같아서 그분 집 문을 열고 밖으로 내보냈어요.”
“내보냈는데 왜 너는 못 나왔어.”
배용수가 답답한 듯 말하자 소년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할아버지 내보내는데…… 천장이 무너졌어요. 그래서 할아버지를 밀었는데…… 그 후에 이렇게 있었어요.”
“아…….”
배용수가 작게 탄식을 토했다.
“너…… 정말 좋은 녀석이구나.”
“아니에요. 그냥…… 생각나서 했을 뿐이에요.”
영화 같은 것을 보면 지진이 나면 건물이 흔들리고 천장에서 흙과 먼지가 쏟아졌을 것이다. 게다가 전기선이 단선되어 형광등이 꺼지거나 깜빡깜빡거렸을 것이다.
그런 정신 없는 상황에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움직였다니…….
“그게 대단한 거야.”
배용수의 말에 이혜미와 강선영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VIP다.”
“VIP.”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 JS에서 첫 번째로 생각하는 기준이었다.
물론 어머니의 마음을 아프게 했으니 그에 대한 재판을 받기는 해야겠지만, 이런 상황이면 소년을 위해 변호인이 되어 줄 JS 법조인들이 한둘이 아닐 것이었다.
귀신들이 대단하다는 듯 소년을 볼 때, 강진은 슬쩍 아주머니를 보았다.
‘네 어머니는 네가 JS VIP가 되는 것보다 평범하게 살기를 바라셨을 건데…… 네 몸을 먼저 생각하지 그랬니.’
입으로 하지 못할 말을 중얼거리며 강진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소년이 대단하고 착한 것은 알겠지만, 자신의 몸을 우선 생각해야 했다.
물론 착한 일을 하겠다고, 사람을 구하겠다고 생각하지 않고 몸이 먼저 움직인 일이겠지만…… 슬퍼하는 어머니가 있다.
어머니를 생각해야 했었다.
작게 고개를 저은 강진이 아주머니가 보는 곳으로 보았다.
그렇게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사람들에게 음식을 다 나누어 준 메흐메트는 그릇들을 빈 솥에 담으며 자리를 정리하고 있었다.
덜컥! 덜컥!
식기들을 모두 솥에 담고 손수레에 올린 메흐메트가 빈 물통들을 싣고는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에 강진이 아주머니 옆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그것을 가만히 보던 메흐메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때로는 백 마디 위로보다 침묵이 더 큰 위안이 되기도 하는 법이지.’
속으로 중얼거린 메흐메트가 짐을 정리해서는 수레를 끌고 움직였다.
***
말없이 아주머니가 보는 곳을 같이 지켜보고 있던 강진의 귀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밤에 일을 해요.”
“…….”
강진은 답을 하지 않았다. 지금 그녀에게 필요한 건 대화 상대가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 줄 상대였다.
그리고 강진은 아주머니의 목소리에 마음이 안 좋았다. 물을 먹지 않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마음이 말라버려서인지 목소리가 갈라지는 것이다.
“일을 하러 갔어요. 늘 가는 길이고 애 인사도 받고 갔는데…… 공장이 흔들렸어요.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고…… 도망치고…… 벽은 무너지고 기계는 넘어지고…….”
“…….”
강진이 말이 없자, 아주머니가 그를 한 번 보고는 잠시 손에 들린 생수병을 보았다.
“사람들하고 공장 운동장에 모여 있는데…… 아들이 생각이 났어요.”
멍하니 생수를 보던 아주머니가 말을 이었다.
“전화를 했는데…… 전화 연결이 안 됐어요. 그래서 걱정이 되고 겁도 나고…….”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떨리자 강진이 슬며시 그녀의 팔을 가만히 잡아주었다.
그에 아주머니가 한숨을 쉬고는 생수를 들어 입에 가져갔다. 말을 하려다 보니 입에 수분이 없어서 입도 잘 안 벌어지고 목이 갈라지는 것이다.
강진이 살며시 말했다.
“갑자기 많이 드시면 안 좋습니다. 입가에 머물면서 조금씩 드세요.”
번역 앱을 통해 강진의 말이 흘러나오자, 아주머니가 그를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그리고 입에 물을 머금은 아주머니가 조금씩 그것을 삼키고는 말했다.
“진동이 사라지자…….”
말을 하던 아주머니가 입술을 깨물었다. 이야기를 계속하려면 아이에 대해서도 말해야 하는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잠시 멍하니 있던 아주머니가 강진을 보았다.
“어디서 왔어요?”
아주머니는 아이의 죽음에서 회피를 하려는 듯 자신에게 물음을 던지는 아주머니에게 강진이 답했다.
“한국에서 왔습니다.”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가 그가 들고 있는 핸드폰을 보았다.
“우리 말을 못 하는 것 같은데…… 듣는 건 되나요?”
“네.”
강진의 말에 그를 보던 아주머니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우리 애도…… 이런 일이 없었으면…… 남을 도우면서 사는 착한 사람으로 컸을 텐데…….”
인종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지만, 자원봉사를 하러 왔다고 하는 강진을 보니 아주머니는 착한 자신의 아들이 생각이 났다.
“엄마……. 앞으로도 착하게 살게. 걱정하지 마.”
소년의 말에 강진이 아주머니를 보았다.
‘그리고 아주머니 아드님은 저와는 비교할 수 없이 이미 선한 사람입니다.’
남을 돕다가 자신을 희생했으니 말이다.
“아드님은 이미 착한 아들입니다.”
“그래요. 우리 아들은 정말 착해요. 밤에 일해서 늘 혼자 자야 하는데 투정 한 번 하지 않았던…….”
눈가가 붉어지는 아주머니의 모습에 강진이 슬며시 말했다.
“물을 좀 더 드세요.”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가 그를 보다가 물을 한 모금 머금었다.
그리고는 옆에 놓인 음식 그릇을 보았다.
“직접 한 건가요?”
“자원봉사 하러 오신 어르신이 하시고 저는 거들었습니다. 여기서 직접 만들었습니다.”
“여기서?”
“네.”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가 주위를 보았다. 주위는 음식을 할 여건이 되지 않았다.
수도, 전기, 가스 다 끊어져서 음식에 필요한 모든 것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여기 상황이 이래서 음식 하기 힘들었을 텐데요?”
“많이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주위에 이렇게 먼지도 많이 날리고…… 음식 하는 사람한테는 정말 최악의 환경입니다. 위생도 그렇구요.”
강진이 웃으며 음식을 가리켰다.
“만든 사람 입으로 말하기 그렇지만 먼지도 많이 들어갔을 겁니다.”
“그런데 왜 여기서 음식을 했어요?”
의아한 듯 보는 아주머니를 보며 강진이 그녀의 팔을 손으로 잡았다.
“배고프시라고요.”
강진이 주위를 보다가 말했다.
“지금 여기 사람들이 무슨 입맛이 있어서 밥을 먹겠어요.”
강진이 바닥에 놓여 있는 음식을 보며 말을 이었다.
“집이 무너지고 재물이 사라진 분들은 힘들어도 밥을 먹으세요. 그것도 열심히 드세요. 그래야 무너진 집에서 앞으로 살 물건들을 꺼낼 힘을 얻으니까요. 하지만…….”
강진이 잠시 말이 없다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분들은 밥이 입에 들어가지 않아요.”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가 한숨을 쉬었다.
“나도…… 입맛이 없어요.”
“그래서 여기에서 음식을 만드시는 거래요.”
“그건 왜요?”
의아한 눈을 하는 아주머니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사람 몸이 참 이기적이에요. 주인은 밥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아픈데…… 맛있는 냄새와 맛있는 소리를 들으면 몸이 먹고 싶다고…… 배고프다고…… 입에 넣어 달라고 반응하거든요.”
잠시 말을 멈춘 강진이 아주머니의 손을 보았다.
“그리고 살려 달라고 해요. 뭐 좀 먹고 나 좀 살려 달라고…….”
강진이 자신의 배를 쓰다듬었다.
“꼬르륵 소리로요.”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가 음식을 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사실 아주머니도 아까 음식을 만드는 냄새에 자기도 모르게 시선이 한두 번 가기는 했었다.
자식이 죽어 너무 슬프고 마음이 아픈데…… 눈이…… 자기도 모르게 음식 만드는 곳으로 향했던 것이다.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