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071
44화
소년에게 들은 이야기를 한 배용수가 아주머니를 보았다.
“……그리고 식사도 하시고 물도 마시고 하셨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아주머니를 보았다.
“그러셨구나.”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한숨을 쉬었다.
“하아…….”
갑자기 한숨을 쉬는 이혜미의 모습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왜 그러세요?”
“아주머니 마음이 얼마나 복잡하고 힘들까 싶어서요.”
한숨을 쉰 이혜미가 아주머니를 보았다.
“아들이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할아버지를 구하고 죽었다는 것을 알았으니…… 그래도 자랑스러우실 거예요. 영웅처럼 죽었으니까요. 하지만…… 어떤 어머니, 아버지가 자식이 영웅처럼 행동하다가 죽는 걸 바라겠어요.”
이혜미의 말에 강선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지. 차라리 영웅이 아니라 겁쟁이처럼 비겁해도 도망치고 살아서 품으로 돌아오기를 바라시겠지.”
“그러니까요. 저도…….”
말을 하던 이혜미가 고개를 저었다.
“제 아들이나 제 부모님은 영웅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겁쟁이였으면 좋겠어요. 영웅이라고 TV에서 나오고 사람들이 떠받들어 주는 것이 뭐가 중요해요. 제 옆에 있어 주는 것이 더 좋죠.”
한끼식당 식구들의 말에 소년이 한숨을 쉬었다.
“하아!”
겁쟁이처럼 행동하지 못하고 죽은 건 소년 자신이니 말이다. 그 모습에 이혜미가 그를 보다가 어깨를 두들겼다.
하지만 딱히 위로를 해 줄 말은 없었다.
남이 보기에는 정말 장한 일이고 훌륭한 일이었다. 정말 의로운 사람이고 영웅이라 불러야 할 행위였다.
지진이 난 건물에서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마지막에도 사람을 구하고 자신을 희생했다.
신문이나 뉴스로 봤다면 정말 대단하구나, 훌륭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또한 JS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보는 VIP의 조건이었다.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타인을 위하고 자신을 희생하는 것.
하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훌륭하다고 말을 할 수 없었다. 타인을 위해 가족을 슬프게 했으니 말이다.
‘동해가 큰일을 하기는 하는구나.’
문득 강진은 최동해를 떠올렸다. 소방관으로 열심히 살고 있는 동해는 늘 타인을 위해 위험한 곳으로 가장 먼저 뛰어들 터였다.
최동해를 떠올리던 강진이 작게 고개를 젓고는 슬쩍 소년의 어깨를 손으로 두들겼다.
그것 말고는 뭐라고 해 줄 말이 없었다. 어머니가 슬퍼하는데 정말 잘했다고 할 수 없었고, 왜 그런 일을 했느냐고 할 수도 없었다.
그에 강진이 가볍게 소년의 어깨를 잡아주고는 아주머니를 보았다.
“제가 뭘 할까요?”
“고기에 양념만 하고 구우면 되니 강진 씨는 좀 쉬세요.”
말을 하던 아주머니가 강진을 보았다.
“아! 고기를 구울 판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판이면 여기 솥에다 해도 됩니다.”
강진이 오늘 요리를 하려고 가져온 솥을 가리켰다. 코팅이 되어 있지는 않지만 깨끗하게 관리가 된 것이라 뜨겁게 가열을 해서 쓰면 고기를 굽기에 충분했다.
물론 일반 솥으로 하는 것이라 조금 눌어붙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없으면 없는 대로 써야 할 것이다.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가 솥을 보다가 말했다.
“근데 빵도 구워야 해서…….”
그리고는 아주머니가 빵을 가리키며 말했다.
“먹기 전에 빵을 한 번 구워야 맛이 좋거든요.”
아주머니의 말에 강진이 빵을 보다가 주위를 둘러보다가 말했다.
“제가 한번 둘러볼게요.”
“어떻게 하시려고요?”
“주위에 버려진 프라이팬 같은 거라도 있으면 그거라도 써야죠. 상점이 문을 열어 놓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그리고는 강진이 주위를 둘러보다가 한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주위에 버려진 프라이팬이나 넓은 무쇠판 같은 거 있나 찾아봅시다.”
강진의 말에 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흩어졌다. 그런 직원들을 보던 강진도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 강진에게 소년이 다가왔다.
“저희 집에 넓은 무쇠판이 있어요.”
“그래?”
“가끔 제 친구들 오면 엄마가 큰 판에다 고기 굽고 빵 구워서 해 줬거든요.”
“그거 쓰면 좋겠네. 어머니도 자신의 손에 익은 고기판에 요리하는 것이 좋을 테니까.”
강진이 아주머니가 앉아 있던 무너져 있는 건물을 보았다.
“저기가 너네 집이지?”
“네.”
“저기서 찾을 수 있겠어?”
“구조대가 실종자 찾겠다고 잔해들 치워 놓아서 꺼낼 수 있을 거에요.”
말을 하던 소년이 문득 강진을 보았다.
“그런데…… 좀 위험할 수도 있겠어요.”
“뭐가?”
“철근 같은 것이 튀어나와 있거든요.”
소년의 말에 강진이 무너진 건물을 보다가 말했다.
“일단 가서 보자. 보고 철근이 많이 튀어나와 있으면…… 아쉽지만 다른 걸로 구하자.”
이왕이면 아주머니 손에 익은 물건을 가져다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위험한 것보다는 나았다.
게다가 녹슨 못이나 철근에 긁히는 것은 정말 위험하다. 정말 운이 나쁘면 작은 상처만으로도 파상풍에 걸릴 수 있다.
현장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아저씨 한 명이 녹슨 못에 찔렸다가 파상풍이 걸린 것을 직접 본 적도 있었다.
그래서 최대한 조심하며 그릇을 구할 생각이었다.
무너진 건물에 다가선 강진이 주위를 볼 때, 소년이 말했다.
“이쪽이 그나마 멀쩡해요. 구조대가 이쪽으로 들어갔거든요.”
소년의 말에 강진이 소년이 가리키는 곳을 보았다. 자원봉사대가 켜 놓은 조명이 있어서 시야는 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조명을 가리는 잔해의 그림자였다. 잔해로 인해 생긴 그림자는 말 그대로 어둡기 이를 데가 없었다.
강진이 들어가기를 망설일 때, 소년이 말했다.
“제가 들어가서 있나 보고, 형 들어올 만한지 볼게요.”
“그래. 조…….”
조심하고, 라는 말을 하려던 강진이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잘 찾아보고 없으면 다른 비슷한 거라도 찾아봐.”
“네.”
소년이 건물 잔해로 뛰어 들어가자 강진이 무너진 건물을 보았다.
건물은 마치 샌드위치에서 야채와 햄이 사라지고 소스만 빵 사이에 있는 형태였다.
벽이 무너지고 천장과 천장 사이를 벽의 잔해가 지지하고 있는 형태라고 할까?
어쨌든 뜯겨 나간 벽체를 나온 소년이 4층 쪽으로 기어 올라갔다.
그런 소년을 보며 강진이 주위를 한번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밝을 때 본 기억으로 진입할 만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안 될 것 같았다.
철근이 삐죽 나와 있는 것도 많고, 날카로운 것도 많이 보였다.
“날 밝은 날에 가도 실수하면 다치겠네.”
강진이 녹슨 철근을 보고 있을 때, 무너진 건물 속에서 소년이 고개를 내밀었다.
“찾았어요.”
“그래?”
“그런데…… 형 여기 못 올라올 것 같아요.”
말을 하며 소년이 밑을 보며 말했다.
“제가 산 사람인 것처럼 조심히 올라와 봤거든요. 근데 세 번인가 철근에 찔렸어요.”
“그래?”
“정말 조심조심 걸었거든요.”
“흠…….”
소년의 말에 잠시 생각을 하던 강진이 아 싶어서는 주머니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뭉치를 꺼냈다.
그리고는 그중 하나에 돌을 넣어서는 소년에게 던졌다.
“받아.”
휘익!
“어?”
자신에게 비닐에 싸인 돌이 날아오자 소년이 그것을 받았다.
“어?”
그리고는 의아한 듯 자신의 손을 보았다.
손에는 비닐에 싸인 돌이 잡혀 있었다.
“이게 왜 잡히지?”
“JS 물건이라 그래. 용수나 우리 직원들이 수레 밀 때 쓰는 것하고 비슷해. 그거 뒤집어서 돌은 버리고, 그걸로 프라이팬하고 그거 잡아서 들고 내려와.”
“아! 알겠어요.”
무슨 말인지 안 소년이 비닐 속 돌을 버리고, 비닐 속에 손을 넣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소년이 비닐로 잡힌 기다란 무쇠판을 들고는 내려오기 시작했다.
끼이익! 끼이익!
가끔 철근에 무쇠판이 긁혀 나는 소름 돋는 소리에 강진이 급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소년은 보이지 않아도 이 소리는 주위에 퍼질 테니 말이다.
하지만 다행히 이곳을 쳐다보는 사람은 없었다. 지금도 이 근방에는 실종자를 찾기 위한 구조대의 작업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그래서 이 소음도 그 소리에 묻혀서 별다르게 들리지 않았다.
그래도 소년은 소리가 신경이 쓰이는 듯 판을 들어 소리가 안 나게 하고는 뛰어왔다.
“형, 여기요.”
소년의 말에 강진이 무쇠판을 보았다.
“무거워 보이네?”
“생각보다 무겁지는 않아요.”
소년이 판을 내밀자, 강진이 그것을 받아 들었다.
많이 무겁지는 않지만, 생긴 것에 비하면 꽤 무게가 나갔다.
판을 받은 강진이 소년에게 손을 내밀었다.
“비닐.”
강진의 말에 소년이 비닐을 주려다가 문득 그것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그런 소년의 모습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이 행동이 무슨 의미인지 강진은 정말 잘 알고 있었다.
“어머니의 어깨라도 잡아주고 싶겠지.”
“그…… 네…….”
비닐을 통해 물건을 잡을 수 있다면, 비닐을 통해 엄마의 몸을 잡을 수 있다.
그래서 비닐이라도 손에 쥐고 어머니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싶었다.
“그 마음은 알지만…….”
강진이 잠시 소년을 보다가 손을 내밀었다.
“안 되는 거야.”
강진의 말에 소년이 잠시 손에 쥔 비닐을 보다가 내밀었다.
“네.”
소년이 내민 비닐을 받은 강진이 그것을 접어 주머니에 넣고는 그를 보았다.
“다른 생각하지 말고 네가 믿는 천국으로 가. 그게 어머니가 가장 바라는 일이야.”
“……네.”
소년이 작게 대답하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몸을 돌렸다.
“가자.”
강진이 걸음을 옮기자 소년이 그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소년을 뒤로 데려오며 강진은 아주머니에게 다가갔다.
“쓸만한 판을 구했어요.”
강진의 말에 고기에 양념을 하던 아주머니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가 들고 온 판을 보고는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그거 저희 집 거예요.”
“그래요?”
아주머니가 웃으며 손을 내밀자 강진이 말했다.
“이거 무거워요.”
“제가 쓰던 건데요, 뭐.”
강진이 판을 내밀자 아주머니가 그것을 받아들었다.
그리고는 판을 쓰다듬다가 말했다.
“어떻게 찾은 거예요?”
“쓸만한 것 구하러 갔다가 이게 떡하니 보이더라고요.”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가 판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들이 친구들 데리고 오면 여기에다가 고기를 구워서 주고는 했어요.”
“애들이 많이 먹었나 보네요.”
이 커다란 판에 고기를 구웠다면 그 양이 상당했을 터였다.
“그 나이대 애들은 많이 먹죠.”
웃으며 아주머니가 판을 지그시 보다가 옆에 있는 물통에서 물을 받아 닦기 시작했다.
스윽! 스윽!
판을 닦고 천으로 물기도 닦은 아주머니가 주위를 보다가 솥 밑에 있는 버너를 보았다.
“여기에다 해도 될까요?”
“그러시죠.”
말을 한 강진이 버너에 숯을 한 알 올리고는 불을 켰다.
화르륵!
버너에 불이 붙자, 강진이 아주머니를 보았다.
“이게 생각보다 화력이 엄청 강합니다. 그러니 조심하셔야 해요.”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불을 켜자마자 무쇠판 가운데가 붉게 달아오르는 것이 보인 것이다.
“불이 엄청 강하네요.”
“버너가 좋거든요.”
말을 한 강진이 슬쩍 꼬챙이로 버너의 중심에 놓인 숯을 툭 쳐서는 긴 무쇠판 밑에서 굴렸다.
그러자 불이 무쇠판 주위로 골고루 퍼져나갔다. 그에 강진이 숯에 흙을 덮어 열기를 좀 줄였다.
그것을 보며 아주머니가 고기판의 온도를 손바닥으로 보고는 양념을 한 고기를 올렸다.
촤아악! 촤아악!
고기를 올린 아주머니가 그 옆에 길게 반으로 자른 에크멕을 불판에 올렸다.
에크멕을 올리고 손바닥으로 꾹꾹 누르고 뒤집어서도 누른 아주머니가 고기를 보다가 고기를 집어 빵 위에 올려서는 눌렀다.
마치 육즙과 양념이 빵에 스며들도록 하듯이 말이다.
“이게 우리 엄마 비법이에요.”
소년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저렇게 하고 먹으면 빵에 양념하고 고기 기름이 배어 맛이 아주 좋아요.”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