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074
47화
황민성의 집에서 저녁을 먹은 강진과 강상식은 정원에서 다 함께 차를 마시고 있었다.
차의 고소한 맛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차가 맛이 좋네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그를 보았다.
“그래?”
“그런데 왜 갑자기 차를 만드신 거예요?”
지금 마시는 차는 황민성의 회사에서 만든 차였다. 샴푸 통처럼 생긴 용기에서 튜브를 한 번 눌러 잔에 따른 후, 뜨거운 물을 섞어 마시는 스타일의 차였다.
황민성이 아무런 라벨이 없는 통을 들어 보다가 찻잔을 보았다.
찻잔에 담긴 차는 아주 짙은 검은색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얼핏 보기에는 커피처럼 보일 정도였다.
“내 꿈은 이 세상에서 치매가 사라지게 하는 거다.”
“그건 알죠.”
“요즘은 어머니 몸이 좋으시지만…… 그래도 치매는 꼭 세상에서 없애 버리고 싶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차를 보았다.
“그럼 이게 치매에 좋은 건가요?”
“맞아.”
황민성이 차를 보다가 말했다.
“치매 연구소에서 치매에 좋은 차로 진액을 뽑아 만든 거야.”
“효과는요?”
강상식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치매 치료는 커다란 시장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큰 시장이다.
지금까지 치매 약이라고 나오는 것들은 치매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에 불과하다.
황민성이 만든 이 차가 치매에 효과가 있다면 큰 사업 아이템이었다.
그런 강상식의 표정에 황민성이 그를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돈을 벌려고 만든 것이 아니야. 돈을 벌려고 했으면…… 이때까지 그렇게 돈을 붓지도 않았지.”
“그건 알죠. 하지만 좋은 약이면 좋은 루트로 판매해야죠. 저희 오성화학이 안 들어가는 동네 마트가 없습니다.”
그건 맞는 말이었다. 오성화학은 샴푸부터 치약, 비누까지 실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종합적으로 만드는 곳이었다.
그렇다 보니 국내 마트와 슈퍼에 모두 판매 루트를 가지고 있었다.
차로 만들어서 나온다면 오성화학의 판매 루트를 통해 유통할 수 있었다.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이 그를 보다가 차로 고개를 돌렸다.
“치매 환자들은 약을 제때 챙겨 먹지 못해. 챙겨 줄 사람이 없으니까.”
“보호자가 붙어 있으면야 챙겨 먹겠지만, 아니라면 그렇죠.”
“그래서 약은 아니지만 물처럼 마실 수 있는 차를 만든 거야. 치매 환자도 목이 마르면 물은 알아서 챙겨 마실 테니까.”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차를 보다가 말했다.
“먹는 것까지 생각하셨군요.”
“치매 환자를 위한 거니까.”
말을 한 황민성이 차를 보자, 강상식이 물었다.
“그래서 효과는요?”
“치매를 늦추는 효과가 있다.”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다시 물었다.
“약하고 비교해 보셨습니까?”
“약하고 비슷해.”
“비슷하군요.”
강상식이 조금 실망스러운 듯 말하자, 황민성이 웃었다.
“아무래도 이런 차 형태로는 약을 넘을 수는 없더라고.”
“그건 그렇죠.”
“다만 좋은 점은 물처럼 꾸준히 마시면 치매 예방 효과는 더 좋아. 게다가 치매 환자가 아닌 사람도 먹어도 되니 초기 예방은 더 좋을 거야.”
“그래요?”
“물처럼 마시면 되는 거니까.”
황민성이 작게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치매를 치료하려고 만들었는데…… 쉽지가 않네.”
치매 치료가 아닌 그저 예방에 좋은 차를 만들었을 뿐이었다.
“치료도 좋지만 예방도 좋죠.”
그리고는 강상식이 차를 보다가 말했다.
“가격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가격까지 생각해서 만든 것은 아니니까.”
치매를 없애려고 만든 것이지 돈 벌려고 만든 것은 아니었다. 돈을 벌려고 했다면 치매 약 연구하면서 들어간 돈만 해도 평생을 써도 못 쓸 거액이었다.
“그럼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치매 예방에 좋은 차라고 해도 치료는 아니라서 많이 먹지는 않을 것 같은데?”
“왜요? 다들 치매는 무서워하니 많이들 먹을 것 같은데요?”
강진의 물음에 강상식이 고개를 저었다.
“우리 회사에서 만든 탈모 샴푸가 있는데 그게 탈모 예방에 좋아. 그리고 탈모에 효과도 있고. 근데 생각보다 많이 팔리지는 않아.”
강상식이 웃으며 재차 말했다.
“사람들은 머리가 빠지기 시작해야 그때부터 탈모를 걱정하거든. 그리고 이미 빠지기 시작하면 샴푸보다 약을 찾지.”
강상식이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말을 이었다.
“세상일이 그래. 모든 일이 닥치고 봐야 그때부터 걱정하고 대비를 하거든. 가장 좋은 건 일이 생기지 않게 대비를 하는 건데…… 사람들은 일이 생겨야 그때 움직이지.”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황민성을 보았다.
“상식 형 말 들으니 일리가 있네요.”
“그래서 일단은 치매 요양원 쪽에 공급할 생각이야.”
“치매 요양원요?”
“치매 환자들이 먹어도 좋고, 치매 환자 가족이 먹어도 좋으니까.”
황민성이 손에 쥔 차가 담긴 용기를 보며 말을 이었다.
“이건 약이라기보다는 치매에 좋은 차의 진액을 뽑은 거야. 그래서 치매 말고도 피를 맑게 하고,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해 주고, 다이어트에도 좋아.”
“다이어트에도 좋아요?”
강상식이 호기심이 어린 눈으로 보자 황민성이 피식 웃었다.
“인터넷 검색해 보면 차 열 개 중 일곱 개는 다 이런 효능을 가지고 있더라.”
“아…… 대단한 효과는 아니라는 거군요.”
“안 먹는 것보다는 먹는 게 조금 더 낫다는 거겠지.”
말을 하며 황민성이 손을 밑으로 내리자 어디선가 카스가 후다닥 뛰어와서는 그의 손에 머리를 들이밀었다.
황민성이 미소를 지으며 카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악! 하악!”
기분 좋은 숨소리를 내며 카스가 머리를 부비자, 강진이 옆을 보았다.
거기에는 맥주 삼견방이 이쪽을 보고 있었다.
“이리 와.”
강진의 부름에 하이트, 오비, 카프리가 뛰어왔다. 애들 머리를 쓰다듬으며 강진이 집을 보았다.
거실 창을 통해 여자들이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보였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황민성을 보았다.
“어머님 몸은 좀 어떠세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미소를 지었다.
“아주 좋으시지.”
황민성이 웃으며 강진을 보았다.
“소희 아가씨한테 무신의 가호를 받은 후로는 더 좋으신 듯해. 정말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지.”
“다행이네요.”
“그래서 더 치매 약을 빨리 만들고 싶다.”
강진이 보자 황민성이 한숨을 쉬었다.
“치매는 슬픈 병이야. 암이나 다른 병들도 힘들고 괴로운 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을 알아보지. 하지만 치매는 가족과 사람을 알아보지 못해.”
황민성의 말에 강진과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처럼 고통…… 아니, 슬펐던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나처럼 웃게 해 주고 싶어.”
어머니를 가만히 바라보던 그가 말을 이었다.
“어머니 돌아가시기 전에 치료제를 만들고 싶어.”
불길한 말에 강상식이 눈을 찡그렸다.
“형, 왜 그런 말을 하세요. 어머님 이렇게 건강하신데요.”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이 미소를 지으며 조순례를 보다가 시선을 옆으로 두었다.
그곳에는 황희, 황소희와 놀아주고 있는 김소희가 있었다.
가만히 김소희를 보던 황민성이 입을 열었다.
“아가씨께는 늘 감사한 마음이야.”
황민성이 강진을 보았다.
“그리고 너한테도.”
그 말에 강진이 어색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런 말을 차 마시면서 들으니 어색하기 짝이 없네요.”
“나도 어색하기는 한데 말을 하고 싶었다.”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웃으며 말했다.
“이런 이야기는 술을 마시면서 해야죠. 차하고는 안 어울리네요.”
그리고는 강상식이 일어나서는 거실과 통하는 유리문을 두들겼다.
“여보, 우리 술상 좀 해 줘.”
강상식의 말에 문지나가 웃으며 말했다.
“소주? 맥주?”
“소주.”
“그럼 김치찌개로 할게요.”
“계란말이도.”
“알았어요.”
문지나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김이슬도 도와주려고 같이 일어났다.
두 사람이 주방으로 가자, 창문으로 황희와 황소희가 아장아장 걸어왔다.
“아우! 아우!”
황희와 황소희가 창문에 다가와 입을 대고 소리를 내자 강상식이 웃으며 문을 열려 했다.
“날씨가 서늘하네.”
문을 열려던 강상식은 김소희의 목소리에 급히 손을 떼어냈다.
“아이들은 몸이 약하네……. 조심하게.”
김소희의 말에 강상식이 더는 말을 하지 않고 살며시 고개를 숙이고는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서둘러 강진의 옆에 와서는 말했다.
“휴! 소희 아가씨한테 한 소리 들었네.”
“왜요?”
강상식이 방금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자, 황민성이 웃었다.
“나도 아이들 데리고 밤에 나오면 혼나고 그래.”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김이슬이 소주와 과일을 가지고 나왔다.
“김치찌개 끓이고 있으니 잠시만 기다리세요.”
“형수님, 제가 끓일까요?”
강진의 말에 김이슬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야기 나누세요.”
그리고는 김이슬이 집으로 들어가자 강진이 소주병을 따서는 강상식과 황민성에게 소주를 따라주었다.
한 잔씩 소주를 받을 때, 김소희가 다가왔다. 그리고는 한쪽에 서서 달을 바라보고 섰다.
말없이 달만 보고 있는 김소희의 모습에 강진이 작게 웃으며 말했다.
“아가씨, 자리하시지요.”
강진이 슬며시 일어나 비어 있는 자리를 가리키자, 김소희가 힐끗 그를 보고는 말했다.
“나는 괜찮네.”
말은 그렇게 해도 소주병에 시선이 닿아 있는 것을 본 강진이 웃으며 다시 자리를 권했다.
“같이 하시지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과 강상식도 일어나 말했다.
“같이 자리하시지요.”
“아가씨의 좋은 말씀 듣고 싶습니다.”
두 사람까지 권하자 김소희가 슬며시 고개를 저었다.
“그리 권하니 어쩔 수 없군. 내 그럼 자리하도록 하지.”
그리고는 김소희가 자리에 앉자 강진이 서둘러 집으로 들어가 잔과 젓가락과 수저를 챙겼다.
“그건 왜요?”
“젓가락을 떨어뜨려서요.”
“잔은요?”
“벌레가 한 마리 들어갔더라고요.”
문지나의 물음에 대충 변명을 한 강진이 잔과 수저를 챙겨 정원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김소희의 앞에 놓았다.
“아가씨, 제가 한 잔 드리겠습니다.”
황민성의 말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잔을 가리켰다.
그에 황민성이 그녀의 잔에 소주를 따랐다.
쪼르륵!
소주가 따라지자 김소희가 잔을 들었다.
화아악!
반투명한 잔이 들려지자 김소희가 말했다.
“자네들도 한 잔씩 하지.”
“감사합니다.”
세 사람이 소주를 들자 김소희가 먼저 소주를 마셨다.
그에 강진이 김소희가 마신 잔의 소주를 자신의 잔에 따르고는 비어 있는 잔에 소주를 따랐다.
김소희가 만족스러운 듯 강진을 보았다.
“자네가 이제 눈치가 있군.”
“아가씨를 모신 지 오래니까요.”
김소희의 잔에 새 술을 따르려면 잔이 비어야 한다. 그럼 잔에 있는 술을 강진이 마시거나 버려야 하는데, 김소희의 잔에 입을 댈 수는 없고 버리기도 아까우니 자신의 잔에 따른 것이다.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유리 속에 보이는 거실을 보았다.
조순례가 아이들이 걷는 것을 보며 웃는 모습을 지긋이 보던 김소희가 입을 열었다.
“민성이 자네는…… 요즘도 일이 많나?”
“그럭저럭입니다.”
“많다는 것인가? 적다는 것인가?”
김소희가 눈을 찡그리자 황민성이 급히 답했다.
“일이 많지는 않습니다.”
황민성의 말에 그를 보던 김소희가 입을 열었다.
“내일부터 이 사장 가게에서 주방 일을 좀 보게나.”
멈칫!
김소희의 말에 황민성이 의아한 눈으로 그를 보았다.
“강진이 가게요?”
아무리 김소희라고 해도 정말 뜬금없는 말이었다.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