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10
110화
새벽 시간대라 차도 막히지 않아 김동성은 경기도 덕구산에 새벽 여섯 시가 되기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타앗!
차 문을 닫으며 김동성이 말했다.
“삽 챙겨.”
차에서 내린 김동성의 말에 중간에 태운 후배 기자 두 명이 트렁크에서 삽을 챙겼다.
“선배님 정말 오르시게요?”
“그럼 여기 뭐 하러 왔어?”
“그래도…….”
“따라와!”
말을 하며 김동성이 핸드폰에 저장해 놓은 메모를 열 때 차가 몇 대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 시간에 사람들 부지런하네요.”
“그러게, 무슨 이 시간에 등산…….”
후배들의 말에 김동성이 고개를 돌리다가 얼굴이 굳어졌다. 다가오는 차 한 대의 옆에 달린 로고를 본 것이다.
“야! MBS다! 뛰어!”
말과 함께 김동성이 달리자 후배들이 영문도 모른 채 급히 삽을 들고서는 그 뒤를 따라 뛰었다.
끼익! 끼익!
그리고 김동성과 후배들이 달려가는 것과 함께 멈춘 차에서 사람들이 뛰어나왔다.
“어! KBC다! 야, 빨리 뛰어!”
외침과 함께 MBS라고 적힌 차에서 사람들이 급히 뛰어나오더니 김동성의 뒤를 쫓아 달리기 시작했다.
부릉! 부릉!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차들이 몇 대 더 들어오고, 그 차에서 내린 이들이 이미 와 있는 방송국 차를 보고는 놀라 산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
강진은 가게 문을 닫아 놓은 채 한쪽에 박스를 깔고, 그 위에 침낭을 덮고 자고 있었다.
“강진아! 강진아!”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강진이 눈을 떴다.
“끄응!”
눈을 비비며 일어나는 강진에게 배용수가 소리쳤다.
“뉴스 떴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눈을 번쩍 뜨고는 켜져 있는 TV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 이곳은 경기도 덕구산입니다. 저희 KBC에서 단독으로 보도합니다. 현재 저희는 덕구산에 연쇄 살인범에 의한 시체가 있다는 제보를 받고 급히 이곳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제보 내용에 따라…….]뉴스를 본 강진이 채널을 돌렸다. 다른 방송에서는 정규 방송이 나오고 있었고, 자막으로 속보가 나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KBC에서 가장 먼저 화면을 확보해서 속보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여러 방송을 보던 강진이 다시 KBC를 틀었다.
[여기 보이는 구덩이들은 저희 기자들이 시신을 찾기 위해 땅을 판 흔적입니다.]기자의 말과 함께 화면 한쪽에 땅을 판 흔적들이 보였다. 그리고 구덩이 한쪽에 옷이 덮여 있었다.
[시청자 여러분들의 충격을 막기 위해 저희가 일단 옷으로 가려놓은 상태지만, 이곳에는 저희가 발견한 시신 세 구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보자의 제보에 의하면…… 이 시신들은 삼 년 전 발생한 수원 여대생 살인 사건의 다른 피해자들입니다. 수원 여대생 살인 사건의 피해자가 얼마나 더 있을지 모르는 이 사건, 저희 KBC 뉴스가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보도해…….] [야! 같이 좀 찍자고!] [막지 마!] [여기가 너네 땅이야?] [비켜! 야! 김동성! 너 이 자식! 선배고 뭐고 없어! 죽고 싶어!]김동성의 목소리를 뚫고 사람들의 고함이 방송을 타고 나왔다. 그에 김동성이 급히 고개를 돌렸다.
급히 이동하는 김동성과 함께 화면이 바뀌었다.
[잠시 방송이 고르지 못했던 점 사과드립니다. 아무래도 저희 KBC가 가장 빠르게 방송을 하다 보니 다른 언론사의 취재 열기가 후끈한 것 같습니다. 그럼 여기서 수원 여대생 살인 사건에 대해 먼저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전 수원 경찰서…….]아나운서의 말과 함께 수원 경찰서 출신의 전직 경찰이 나와서 인터뷰를 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목을 비틀었다.
우두둑! 우두둑!
‘잠은 올라가서 잘 걸 그랬나?’
뉴스 나오면 배용수에게 바로 깨우라고 하고 강진은 식당에서 잠을 잤다.
이층 집은 귀신이 못 들어오는 강진 그만의 공간이니 말이다.
목을 비틀던 강진의 귀에 경찰관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저기에 지금 경찰을 불렀냐는 것입니다.] [물론입니다. 저희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시체를 발견한 시점에 바로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그럼 지금 연락을 해서 취재도 좋지만, 일단 뒤로 물러나라고 해 주셨으면 합니다. 방금 말했다시피 취재도 좋지만 저렇게 땅을 함부로 파면 남아 있는 증거가 훼손이 될 수 있습니다.] [그건 지금 연락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증거라고 해서 드리는 말씀인데 제보자의 말에 의하면 새로운 증거를 제보하겠다고 했습니다.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일단 제보의 신빙성부터 파악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제보자가 누구입니까?] [그것은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살인 사건에 관련된 증인입니다.] [증인이라 하지만 저희에게는 제보자를 지켜줘야 할 기자로서의 사명이 있습니다.] [그게…….] [아! 그리고 제보자가 제보한 내용 중에…….]전직 경찰관이 원하지 않는 질문을 하는 것에 아나운서가 바로 화제를 바꿨다.
바로 경화대에서 어제 잡힌 편의점 기물 파손범이 수원 여대생 살인 사건 범인일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다.
[잠시 영상 보시겠습니다.]아나운서의 말과 함께 모텔에서 취재한 내용이 나오기 시작했다.
***
강진은 오랜만에 학교에 들어서고 있었다. 그리고 강진은 바로 임상옥의 연구실에 들어섰다.
덜컥!
문을 열고 들어간 강진은 곧 눈을 찡그렸다. 문을 열자마자 술 냄새가 지독하게 나는 것이다.
“으, 냄새.”
눈을 찡그린 강진이 창문을 모두 열었다. 그리고 연구실 문도 개방을 한 강진이 안을 보았다.
안에는 최광현과 후배들이 스티로폼을 깔고 잠을 자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위에는 커다란 소주 페트병들이 뒹굴고 있었다.
‘1인 1병을 저런 식으로 하다니, 대체…… 젊은 게 좋긴 좋네.’
바닥에 뒹구는 소주병들을 보던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후배들을 발로 툭툭 쳤다.
“야! 야!”
“끄응!”
강진의 행동에 눈을 비비며 일어나던 후배들이 인사를 했다.
“오셨어요.”
“이게 뭐냐?”
강진의 말에 후배들이 고개를 숙이고는 일어나서 자리를 치우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최광현을 손으로 흔들었다.
“형.”
“끄응!”
신음과 함께 최광현이 눈을 비비며 기지개를 켰다.
“으으윽!”
작은 신음과 함께 눈을 뜬 최광현이 강진을 보았다.
“어쩐 일이야?”
“형 이러고 있을 것 같아서 왔죠.”
그러고는 강진이 가지고 온 쇼핑백을 들어 보였다.
“밥 먹죠.”
“밥?”
“일단 씻고 와요. 이빨도 닦고.”
“냄새 나냐?”
“썩은 내 나요.”
강진의 말에 최광현이 목을 비틀고는 한쪽에서 고추장 통을 들었다.
시중에서 파는 고추장 통 안에는 고추장이 아닌 세면도구가 들어 있었다.
“씻으러 가자.”
최광현의 말에 후배들도 한쪽에서 각자의 고추장 통과 수건들을 챙겼다.
왜 세면도구를 저기에 넣고 다니나 싶었지만, 구하기 쉬운 데다 곰팡이도 안 슬고 바가지로도 쓸 수 있는 다용도 물품이었다.
심리학과가 있는 건물 한쪽에는 작은 샤워장이 있어서 학교에서도 간단한 샤워를 할 수 있었다.
후배들과 최광현이 씻으러 간 사이 강진은 간단하게 청소를 했다.
그러는 사이 사람들이 들어오자 강진이 연구실 한쪽에 있는 커다란 탁자에 쇼핑백을 올려놓았다.
“밥은 있죠?”
“밥은 안 가지고 왔어?”
“반찬만 가져왔어요.”
강진의 말에 최광현이 후배에게 말했다.
“즉석밥 좀 돌리고 라면이나 좀 끓여라.”
“네.”
최광현의 말에 후배가 한쪽에 있는 전자레인지에 즉석밥을 돌리고 라면도 끓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웃었다.
“여기는 연구실인지 자취방인지 모르겠어요.”
연구실에 전자레인지가 있는 것까지는 이해를 해도 냄비에 버너까지 있으니 말이다.
“공부할 때는 연구실이고 잘 때는 자취방이지. 그런 걸 따져서 뭐하냐?”
“교수님은 아무 말 안 해요?”
“교수님도 가끔 여기서 주무시고 아침에 라면 먹고 가셔.”
최광현의 말에 고개를 저은 강진이 쇼핑백에서 반찬을 꺼내 놓았다.
메인으로 먹을 제육볶음과 밑반찬이었다.
“오! 이거 네가 만든 거야?”
“다음에는 우리 식당에서 드세요.”
제육볶음을 크게 집어 한 입 먹은 최광현이 웃었다.
“맛있네. 너희도 먹어라. 맛있다.”
최광현의 말에 후배들이 강진에게 고개를 숙였다.
“잘 먹겠습니다.”
“많이 먹어.”
밥을 다 먹은 강진과 최광현은 자판기 커피를 들고 학교 안을 걷고 있었다.
“이야! 밥 잘하더라.”
“맛있었어요?”
“그럼. 가끔 반찬 원조 좀 부탁하자.”
“그거야 어렵지 않죠. 대신 형이 와서 가져가세요.”
“준다는데 어딘들 못 가겠냐?”
웃으며 커피를 마시는 최광현을 보던 강진이 핸드폰을 꺼내 내밀었다.
“이것 좀 보세요.”
“뭔데?”
강진이 주는 핸드폰을 받아 든 최광현이 뉴스를 읽다가 눈을 찡그렸다.
“수원 여대생 살인 사건의 다른 피해자?”
“아세요?”
“삼 년 전에 형이 선배들하고 수원에서 한 달인가 먹고 자고 했었지.”
“교수님도 그때 거기 있으셨어요?”
“살인 사건에는 안 불러도 찾아가시는 분이니까.”
말을 하며 뉴스를 읽던 최광현이 눈을 찡그렸다.
“경찰이 등신 같네.”
“왜요?”
“기자들을 족쳐서라도 제보자부터 확보해야지.”
뜨끔!
“왜요?”
“제보자가 시체 묻힌 곳을 제보했다면서? 그럼 시체를 묻는 것을 봤다거나…… 묻은 놈, 둘 중 하나야. 그러니 제보자 신상부터 확인하고 잡아들여야지. 봤다면 왜 지금에야 신고하는지 족치고, 아니라면…….”
최광현이 눈을 찡그리며 강진을 보았다.
“범인 개자식이겠지.”
최광현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확실히 제보자가 가장 의심을 받겠죠?”
“당연하지! 살인 사건은 신고한 사람이 가장 먼저 의심을 받으니까.”
말을 하며 최광현이 뉴스를 더 검색해 보다가 댓글들을 보았다.
“봐.”
최광현의 말에 강진이 댓글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보자가 범인 같네요.”
“사람들이 다 거기서 거기야. 내가 생각하는 걸 다른 사람들이 못할 일이 없지.”
말을 하며 최광현이 댓글들을 살필 때, 강진이 입을 열었다.
“형.”
“왜?”
“제보…… 제가 했어요.”
강진의 말에 최광현이 순간 멈칫했다. 그러고는 놀란 눈으로 강진을 보았다.
“네가?”
“네.”
“네가 제보를 했다고?”
“네.”
강진의 답에 그를 보던 최광현이 커피를 입에 털어 넣고는 자세를 바로 했다.
“왜?”
“나쁜 놈 잡으려고요.”
“그럼 또 여기서 왜?”
“뭐가요?”
“이 여자들 죽을 때 뭐하고 지금이냐고?”
최광현이 핸드폰을 들이밀었다. 사진에는 경찰들이 폴리스 라인을 쳐 놓고 시신을 수습하는 것이 보였다.
“너…… 옛날부터 알고 있었는데 지금에서야 제보를 한 거면…… 형 너 가만 안 둔다.”
최광현의 굳은 목소리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말했다.
“저도 어제 알았으니까요.”
“어제? 자세히 말해 봐.”
최광현의 말에 강진이 한숨을 크게 토했다.
“후우!”
“왜 그래? 말해 보라니까.”
최광현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형, 돌아서서 핸드폰 메모장에 글 좀 적어 봐요.”
“무슨 소리야?”
“저를 믿으면…… 한 번 해 보세요.”
강진의 말에 최광현이 눈을 찡그리고는 입맛을 다셨다.
“알았어.”
그러고는 최광현이 몸을 돌려서는 메모장을 열고 글을 적었다. 최광현의 등을 보던 강진이 고개를 들었다.
지금 최광현의 앞에는 배용수가 있었다.
강진의 시선에 배용수가 최광현이 적는 글을 보고는 말했다.
“최광현은 천재 멋쟁이. 이 세상에 다시없을 최고의 사나이? 이 자식 똘아이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고는 입을 열었다.
“최광현은 천재 멋쟁이. 이 세상에 다시없을 최고의 사나이.”
강진의 말에 최광현이 벌떡 일어나 그를 보았다.
“너……?”
“이번에는 숫자 적어 봐요.”
강진의 말에 최광현이 잠시 놀란 눈을 하다가 메모장에 숫자를 막 적어 넣기 시작했다.
“7847362483727.”
“7847362483727.”
배용수가 불러주는 숫자를 강진이 그대로 말을 하자 최광현이 급히 자신의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일요일의 교내에는 지나가는 사람이 적었고,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너…… 뭐야?”
최광현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형, 저 귀신을 봐요.”
‘직구로 가자.’
강진이 선택한 건 바로 직구였다. 최광현에게 사실을 말하고 도움을 받는 것 말이다.
아니, 정확히는 최광현을 통해 임상옥 교수의 도움을 받으려는 것이다.
임상옥은 경찰 내에 많은 인맥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