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16
116화
산삼을 먹고 싶다는 강진의 말에 만복이 웃었다.
“가자.”
만복이 걸음을 옮기자 강진이 그 뒤를 빠르게 쫓았다.
‘산삼…… 이름만 들었는데 산삼이라니.’
속으로 중얼거리던 강진이 빠르게 걸으며 물었다.
“산삼도 많아요?”
“꽤 있어.”
“형만 따라가겠습니다.”
강진의 아부에 만복이 그를 보았다.
“아! 석청도 좀 딸까?”
“석청? 석청이면 꿀이죠?”
깊은 산 바위틈에 자리를 한 벌집에서 나는 것이 석청이다. 찾는 것도 어렵지만, 절벽과 같은 곳에 자리를 하는 경우가 많아서 무척 귀한 것이 석청이었다.
“먹어 봤어?”
“아뇨.”
“촌스럽기는……. 내가 오늘 우리 촌놈 동생 좋은 것 좀 구경시켜줘야겠네. 가자.”
만복이 걸음을 옮기자 강진이 도라지를 봉지 안에 넣고는 그 뒤를 따라갔다.
‘촌놈 동생? 여기보다 촌은 없을 것 같은데.’
촌놈 중에 제일 촌놈인 만복이 서울 사람 강진에게 촌놈이라고 하는 것이다.
산을 오르며 만복은 틈틈이 도라지와 약초들을 가리켰고, 강진은 그가 시키는 대로 약초들을 채취했다.
채취한 약초들은 대부분 강진이 모르는 것들이었다. 강진이야 음식에 넣는 약초들과 허연욱이 알려준 것들만 알지, 다른 것들은 잘 몰랐다.
게다가 허연욱이 알려 준 것도 약재상에서 말리거나 법제를 한 것들이라 실제 야생에서 나는 것과는 모양이 많이 달랐다.
만복이 알려주는 방법대로 약초들을 봉지에 담으며 강진은 말했다.
“그런데 약초에 대해 잘 아시네요?”
“내가 산에서 얼마나 살았다고 생각을 해.”
“그것도 그러네요.”
육이오 때 죽었으면 최소한 육십 년이다. 생긴 건 어려도 귀생(鬼生)으로 치면 할아버지 뻘인 것이다.
봉지를 잘 쥔 강진이 산을 조심스럽게 올라갔다.
“그런데 형, 산삼은 어디에 있어요?”
“일단 석청부터 얻고.”
“아.”
“왜, 빨리 캐고 싶어?”
“산삼은 처음 보거든요.”
이야기를 나누며 산을 오르던 만복이 멈췄다.
“저기에 석청이 있어.”
만복이 가리키는 곳을 보자 절벽이 보였다. 그리고 절벽 한쪽이 갈라져 있었는데 그 틈을 만복이 가리키고 있었다.
“저기에요?”
“응.”
“그런데 벌집이면 벌이 있을 텐데…… 아무런 장비도 없이 이렇게 들어가도 돼요?”
강진의 말에 만복이 웃었다.
“누가 너보고 들어가래.”
스윽!
만복이 강진이 들고 있는 봉지를 열어서는 새로운 봉지들을 꺼냈다.
신수조가 준 봉지는 하나만이 아니었다. 하나 안에 여럿 봉지가 더 들어 있었다.
그중 제일 큰 검은 봉지를 꺼낸 만복이 강진을 보았다.
“저기 떨어져 있어. 벌들이 날뛰면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네.”
만복의 말에 강진이 서둘러 물러나자, 만복이 절벽 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부우웅! 붕붕!
절벽 틈에서 벌떼들이 구름처럼 쏟아져 나오더니 사방으로 격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와!’
말 그대로 벌떼처럼 날뛰는 벌떼들의 모습에 강진은 팔에 소름이 돋았다.
‘가까이 있었으면 죽을 뻔했네.’
강진이 벌들을 보며 놀란 눈을 하고 있을 때, 절벽 틈에서 만복이 묵직해 보이는 봉지를 들고 나왔다.
봉지를 들고 있는 만복의 손에 벌들이 새까맣게 달라붙어 있었다.
‘괜찮으려나?’
귀신이 벌에 쏘일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었다.
휙휙!
벌을 쫓으려는 듯 손을 휙휙 휘저으며 만복이 봉지를 크게 들었다.
“짠!”
“형 대박요.”
“저쪽으로 가!”
만복이 한곳을 가리키자 강진이 그쪽으로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강진이 움직이는 것을 보며 만복도 그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우우웅! 우우웅!
마치 피리 부는 소년처럼 만복이 걸을 때마다 그 주위로 벌들이 따라붙었다.
그에 만복이 봉지에 손을 넣었다가 빼며 묻은 꿀을 사방으로 뿌렸다.
촤아악! 촤아악!
꿀들이 사방으로 뿌려지는 것과 함께 벌들도 조금씩 흩어지기 시작했다.
휙휙! 휙휙!
손을 휘저으며 다가오는 만복을 향해 강진이 다가갔다.
“괜찮으세요?”
“괜찮아. 자! 석청이야.”
만복이 봉지를 내밀자 강진이 그것을 받아 펼쳤다. 강진의 얼굴에 감탄이 어렸다.
봉지 안에는 벌집이 통째로 들어 있었다. 그리고 벌집에서 눅진눅진한 꿀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꿀 이렇게 생긴 건 처음 봐요.”
“촌스럽기는…….”
스윽!
만복이 봉지에 손을 넣어 벌집을 잡고는 떼어냈다.
주르륵!
떼어낸 벌집에서 꿀이 흐르는 것을 보며 만복이 강진에게 말했다.
“먹어.”
만복의 말에 강진이 벌집을 보았다. 그런데…….
“너무 까만 것 같은데?”
“까만 것이 오래되고 좋은 거야.”
“그래요?”
“형이 안쪽 깊숙한 걸로 뜯어 온 거야. 겉에 있는 건 만든 지 얼마 안 된 거지만 안쪽 깊숙이 있는 건 숙성돼서 맛도 진하고 몸에도 좋아.”
만복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벌집을 받아서는 입에 넣었다.
으적!
주르륵! 주르륵!
벌집을 씹을 때마다 눅진눅진한 꿀이 입안으로 퍼지는데 그 맛이 무척 좋았다.
‘말 그대로 꿀맛이네.’
벌집을 씹으며 강진이 미소를 지으며 엄지를 들었다.
“정말 맛있네요.”
“그렇지.”
웃는 만복을 보며 강진이 물었다.
“그런데 이런 건 누가 알려줬어요?”
“형들이 알려줬지.”
웃으며 만복이 걸음을 옮기자 강진이 그 뒤를 따라갔다.
만복의 뒤를 따라가며 강진은 슬쩍슬쩍 석청을 손가락으로 찔러 꿀을 맛봤다.
그 모습에 만복이 웃으며 말했다.
“그냥 많이 먹어.”
“저만 많이 먹을 수 있나요.”
“내려가는 길에 또 따면 돼.”
“아…….”
만복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벌집을 잡아당겼다. 마치 조청에 잘 버무려진 한과처럼 진득하게 떼어지는 석청을 잡은 강진이 입에 넣고는 씹기 시작했다.
그렇게 산을 오르던 만복이 강진을 보았다.
“여기서부터는 조심히 걸어.”
“왜요?”
“뱀 나와.”
만복의 말에 강진의 몸이 순간 굳어졌다.
“뱀요?”
“뱀 무서워?”
“그럼요.”
강진의 말에 만복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내 뒤만 잘 따라오면 안 물어.”
“그래요?”
“뱀이 나를 무서워하거든.”
“뱀이 귀신을 무서워하는군요.”
“가자.”
만복의 말에 강진이 그 뒤를 바짝 붙어 걸어갔다. 그렇게 얼마를 가던 만복이 말했다.
“다 왔다.”
말과 함께 만복이 몸을 숙이더니 풀을 조심스럽게 들췄다. 그러고는 강진에게 손을 내밀었다.
“호미 줘.”
“제가 할게요.”
“산삼 본 적도 없다며.”
만복의 말에 강진이 놀란 눈으로 땅을 보았다.
“지금 산삼 캐는 거예요?”
“산삼은 잔뿌리 하나도 다 잘 캐야 해.”
말을 하며 만복이 조심스럽게 땅을 파는 것에 강진이 그것을 유심히 보았다.
하지만 땅에는 풀만 보일 뿐, 어느 것이 산삼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허연욱 선생님도 산삼 보면 좋아하려나?’
약초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는 허연욱이니 산삼 캐는 것을 보면 좋아할 것 같았다.
다른 약초도 아니고 약초의 왕중왕, 산삼이 아닌가.
그에 강진이 만복을 보았다.
“저 산삼 캐는 것 구경시켜 주고 싶은 귀신이 있는데 불러도 될까요?”
“이게 뭐가 대단하다고…….”
“대단하죠. 산삼 직접 본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게다가 이건 바로 눈앞에서 캐는 거잖아요.”
“그래?”
“그럼요.”
“그럼…… 불러.”
만복이 웃으며 하는 말에 강진이 웃었다.
‘애는 애인가?’
대단하다, 굉장하다, 잘한다에 우쭐해지는 것이 아이들의 마음이니 말이다.
그에 강진이 허연욱을 불렀다.
“허연욱, 허연욱, 허연욱.”
화아악!
부름과 함께 허연욱이 강진의 옆에 모습을 드러냈다.
“어? 여기는?”
“산삼 캔대요.”
설명은 빼고 강진이 땅을 가리키자 허연욱이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산삼요?”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만복을 가리켰다.
“여기는 만복 형님요.”
형님이라는 말에 만복의 얼굴이 환해졌다. 형님이라는 말이 기분이 좋은 것이다.
그에 만복이 허연욱을 보았다.
“나는 만복이라고 해.”
“아…….”
만복의 말에 허연욱이 잠시 그를 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허연욱이라고 합니다. 저도…… 형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쉽게 형님이라고 하겠다는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그 시선에 허연욱이 웃으며 말했다.
“죽은 햇수가 길수록 귀신은 힘이 더 강해집니다.”
“아!”
허연욱이 그 기운을 느끼고 바로 고개를 숙인 것이다.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만복이 땅을 가리켰다.
“여기 산삼.”
만복의 말에 허연욱이 땅을 보다가 말했다.
“잎은 안 보이는데요?”
“지금 시기에는 열매도 떨어지고 해서 찾기 쉽지 않아. 그리고 동물들이 귀신처럼 알고 잎이랑 열매를 먹어 버리니까.”
말을 하며 만복이 조심스럽게 땅을 파자 허연욱이 그 옆에 붙으며 물었다.
“그런데 어떻게 찾으셨습니까?”
“나야 여기 자주 오니까. 어디에 뭐가 있다 다 알지.”
말을 하며 만복이 손으로 조심스럽게 무언가를 캐내기 시작했다.
“다 됐다.”
만복이 조심스럽게 땅에서 캐낸 것은…… 컸다.
“이게 산삼입니까?”
강진이 중얼거리며 허연욱을 보았다. 그런데 허연욱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왜 그러세요?”
“이건…….”
놀란 눈으로 산삼을 보던 허연욱이 만복을 보았다.
“백 년은…… 넘어 보이는데요?”
“그쯤 될걸.”
“이렇게 큰 산삼은 태어나서 처음 봅니다.”
허연욱이 손으로 산삼을 만지작거렸다. 하지만 허연욱의 손은 산삼을 통과할 뿐이었다.
그런 허연욱을 보며 만복이 산삼을 잘 보이게 들어주었다.
“처음 봐?”
“팔십 년 된 건 본 적 있는데 이렇게 큰 건 처음입니다.”
“여기서는 흔해. 이 정도면 그냥 도라지지.”
만복의 말에 허연욱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이게 도라지…… 수준입니까?”
“그럼.”
그러고는 만복이 산삼을 강진에게 내밀었다.
“이제 가자.”
만복의 말에 허연욱이 말했다.
“더 안 찾으십니까?”
“왜?”
“원래 산삼은 군락을 이뤄서 자라는 거라 백 년 된 산삼이 있으면 그 주위에 새끼 산삼들이 더 있을 겁니다.”
허연욱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것에 만복이 고개를 저었다.
“그거 다 캐서 뭐 하려고?”
“네?”
“산삼 더 캐서 뭐 하려고?”
“그야…….”
말을 하려던 허연욱이 한숨을 쉬었다.
“그렇군요.”
귀신이 산삼을 더 캐서 뭐 하겠는가? 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수육 할 때 한 뿌리만 넣으면 돼.”
“수육?”
“수육요?”
허연욱과 강진이 놀란 눈으로 만복을 보았다. 그 시선에 만복이 의아한 듯 말했다.
“왜?”
“백 년 된 산삼을 수육에 넣습니까?”
두 사람의 놀람에 만복이 오히려 고개를 갸웃거렸다.
“먹으려고 캔 거잖아.”
“그건 그렇지만…… 수육에 산삼은 좀 과하지 않을까요?”
“왜 아까워?”
“아깝기보다는…… 개미 잡는 데 도끼를 쓸 필요가 있나 싶습니다.”
과했다. 과해도 아주 과했다. 수육에 백 년 된 산삼이라니 말이다.
강진의 말에 만복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고는 호미로 다시 땅을 살살 파기 시작했다.
스스슥! 스슥!
그 모습에 강진과 허연욱이 다가가 보았다.
“산삼.”
“이것도 산삼이에요.”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만복의 손길을 살필 때, 잠시 후 만복이 산삼을 조심히 들어 올렸다.
“이건 몇 년 근이에요?”
“이것도 백 년은 된 것 같습니다.”
허연욱이 산삼을 멍하니 보며 하는 말에 만복이 강진을 보았다.
“자.”
“네?”
“이건 너 가져.”
“저…… 가져요?”
“형이 주는 거니까. 꼭꼭 씹어서 먹어.”
만복의 말에 강진이 머뭇거리며 산삼을 보았다.
“왜?”
“너무 귀한 거라.”
“그럼 다시 땅에 묻어?”
만복의 말에 강진이 급히 산삼을 잡았다.
“감사히 먹겠습니다.”
강진이 산삼을 조심히 받는 것을 보며 만복이 한쪽에서 이끼를 떼어다가 내밀었다.
“이걸로 싸.”
“감사합니다.”
강진의 인사에 기분이 좋은 듯 만복이 웃으며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허연욱이 부럽다는 듯 강진을 보았다.
“백 년 된 산삼이라니…… 정말 좋겠습니다.”
“산삼은커녕 인삼도 먹어 본 적이 없는데…… 산삼이라니, 저도 정말 좋네요.”
“드실 겁니까?”
“형이 꼭꼭 씹어서 먹으라고 했으니…… 먹어야죠.”
“안 파시고요?”
평소 강진을 아는 허연욱으로서는 의외였다.
“마음 같아서는 팔고 싶지만…… 그래도 형이 준 거잖아요. 선물인데 팔 수는 없죠.”
“하긴 그것도 그렇군요.”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앞에 가는 만복을 힐끗 보고는 살며시 물었다.
“그런데 이건 얼마나 할까요?”
강진의 물음에 허연욱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가격 아시면 못 드실 겁니다.”
“그런가요?”
“겨울도 다가오는데 그냥 드세요. 그거 드시면 최소한 몇 년은 감기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