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2
12화
그날 밤 강진은 핸드폰으로 로또 방송을 보고 있었다.
[자, 이번 주 로또 번호를 추첨하겠습니다.]“자! 그래! 시작하자! 시작해!”
강진이 기대감에 찬 눈으로 핸드폰에서 나오는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들으며 로또를 보았다.
[첫 번째 번호가 나옵니다. 41번!] [두 번째 번호가 나옵니다. 23번!]로또에 적힌 번호와 용지에 적힌 번호를 번갈아 보던 강진의 얼굴에 흥분이 어렸다.
시작과 함께 두 번호가 맞고 있었다. 하지만 다음 번호를 부르는 순간 강진의 얼굴은 굳어졌다.
[세 번째 번호가 나옵니다. 18번!]‘틀렸다?’
세 번째 번호가 자신이 산 것과 달랐다. 그리고 뒤를 이어 나온 번호도, 그리고 또 그 뒤를 이은 번호도…….
[…… 마지막 행운의 번호! 7번!]아나운서의 말과 함께 화면 하단에 로또 번호가 주르륵 떠올랐다.
화면에 떠 있는 번호를 보던 강진이 손에 쥐어진 로또를 보았다.
손에 쥐어진 로또를 보던 강진이 입술을 깨물었다. 여자 귀신이 불러 준 번호 중에 맞은 것은 세 개였다.
꽝은 아니다. 세 개가 맞았으니 오등, 오천 원에는 당첨된 것이다. 하지만…… 강진이 생각한 것은 일등이었다.
“이게 사람을 가지고 놀아?”
처녀귀신에게 속았다는 것을 안 강진이 로또를 주머니에 넣고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이것들…… 오기만 해 봐.”
속으로 이빨을 갈며 강진이 냉장고에서 고추와 마늘을 잔뜩 꺼냈다.
음식 냄새를 맡고 귀신들이 온다고 했다. 그리고 처녀귀신들은 고추와 마늘을 좋아한다고 했으니
그러고는 강진이 요리 연습장을 꺼내 펼쳤다.
“이것들, 매운맛을 보여주마.”
연습장을 빠르게 넘기며 요리들을 보던 강진이 두 가지 메뉴를 선택했다.
마늘 플레이크는 간단하게 마늘을 얇게 자른 후 저온 기름에 튀겨내는 것이고, 고추 돼지고기볶음은 고추기름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고추기름을 내는 방법에 적힌 내용을 읽은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요리 연습장에는 요리를 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몸 어디에 좋다는 것까지 설명이 되어 있었다.
어쨌든 그 내용대로 프라이팬에 기름을 부은 강진이 불을 켰다. 그러고는 적당히 온도가 올라가자 고추와 고춧가루를 넣고 고추기름을 만들기 시작했다.
***
덜컥!
“오빠 우리 왔어요.”
“오늘 냄새 좋네요.”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여자들의 모습에 강진이 그들을 지긋이 보았다.
이미 식탁 위에는 강진이 만든 고추 돼지고기볶음과 마늘 플레이크가 놓여 있었다.
“우와! 우리 올 줄 알고 미리 준비를 했어요?”
웃으며 강진이 차려 놓은 식탁에 앉는 여자들을 보며 강진이 그 앞에 앉았다.
탁!
그러고는 강진이 로또를 내려놓자 이혜선이 의아한 듯 종이를 보았다.
“로또네?”
“네가 불러 준 번호다.”
강진의 말에 이혜선이 로또를 보다가 웃었다.
“정말 산 거야?”
“정말 산 거야? 야! 네가 밥값이라고 불러 줬잖아.”
강진의 말에 이혜선이 웃었다.
“그냥 아무거나 불러 준 거지. 내가 무슨 점쟁이도 아니고 그런 걸 알아? 그리고 점쟁이도 로또 번호를 알면 자기가 사지, 남을 알려 주겠어?”
웃으며 이혜선이 종이를 보다가 내려놓았다.
“그래서 당첨은 됐어?”
“오등 됐더라.”
“오등? 오등이면 오천 원, 다섯 게임이니 곱하기 오. 그럼 이만 오천 원이네. 그럼 내 말대로 밥값은 한 거네.”
웃으며 이혜선이 강진을 보았다.
“그럼 뭐가 문제야? 꽝 불러 준 것도 아니고 오등 로또 알려 준 건데?”
“일등이 아니잖아.”
“욕심도 많네. 무슨 밥값으로 몇십억을 받으려고 해?”
“그건…….”
강진이 말을 하지 못했다. 생각을 해 보면…… 이혜선 말대로 밥 한 끼에 몇십억 대가를 바라는 것도 도둑놈 심보다.
그것이 아무리 귀신이라고 해도 말이다.
한숨을 쉰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로또 종이를 쥐었다.
‘오천 원 주고 이만 오천 원이면…… 에잉!’
이익이라 생각이 되면서도 실망이 크니 아쉬움도 컸다.
그에 입맛을 다시던 강진이 문득 이혜선 일행을 보았다. 열이 받아서 미처 생각을 못했는데…….
‘처녀귀신이…… 셋.’
꿀꺽!
지금 처녀귀신 셋과 마주 앉아 있는 것이다.
“그…… 그럼 먹어.”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나는 강진의 모습에 이혜선이 웃으며 말했다.
“막내야, 가서 소주 가져와.”
“네 언니.”
조명희가 일어나 냉장고에서 소주를 가져오자 강한나가 강진을 향해 말했다.
“오빠 잘 먹을게요.”
“그…… 그래.”
강진의 답에 강한나가 이혜선을 보았다.
“그런데 언니 대단하다. 그냥 불렀는데 로또 번호를 세 개나 맞췄어요?”
“그러게 나도 신기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우리 조카들 꿈에라도 들어갔다 오는 건데…….”
“언니 꿈에도 들어갈 수 있어요?”
“말이 그렇다는 거지. 내가 몇백 년 묵은 것도 아닌데 무슨 수로 꿈에 들어가니.”
웃으며 고개를 젓는 이혜선이 소주를 따라 안주와 함께 술을 먹기 시작했다.
강진은 주방에서 홀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무슨 귀신이 저래? 로또 당첨자들이 죽은 할아버지가 숫자 불러 주고 갔다고 하던 말도 다 뻥이구만.’
이혜선도 무슨 신기가 있어서 불러 준 것이 아니라 그냥 되는 대로 찍어 불러 준 것이었다.
힐끗 강진이 홀을 보았다.
처녀귀신 셋은 소주를 가져다 놓고 안주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렇게 보면 그냥 평범한데…….’
처음에는 화가 났고, 방금 전에는 무서웠다. 그리고 지금은 저것들이 무슨 귀신인가 하는 한심함이 들었다.
즉 두려운 감정이 조금은 사라졌다. 잠시 귀신들을 보던 강진의 귀에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덜컥!
‘응?’
고개를 돌리니 문 안으로 들어오는 여자 손님 넷이 보였다.
“언니!”
이혜선이 손을 들자 들어오던 여자 중 한 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이구나.”
“그동안 안 보이시던데?”
“여름이기도 해서 산속에 들어가 수양을 하고 왔다.”
“여행도 다니고, 언니 참 대단하세요.”
“내가 너희 같은 지박령과 같지는 않지.”
말과 함께 여자가 의자를 가져다가 탁자에 놓자 그녀와 함께 온 여자들이 옆에 있는 탁자를 들어 붙였다.
그리고 그런 여자들을 강진이 주방에 숨어 보고 있었다.
‘쟤들은 누구지? 저것들도 처녀귀신인가?’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의 머릿속에 강두치가 한 말이 떠올랐다.
-귀신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 취향이 있습니다. 어제 온 처녀귀신들 같은 경우는 마늘과 고추를 좋아하고…….
‘아차! 처녀귀신들이 마늘과 고추를 좋아한다고 했지.’
생각해 보면 이혜선, 저것들을 부르려고 마늘과 고추가 잔뜩 들어간 음식을 만들었다.
그리고 귀신들은 음식 냄새를 맡고 온다 했으니…… 이혜선 외에도 다른 처녀귀신들도 들어온 것이다.
그것도 딱 봐도 이혜선보다 훨씬 세 보이는 처녀귀신으로 말이다.
“오빠! 여기 안주 더 주세요.”
이혜선의 외침에 강진이 침을 삼키고는 짐짓 소리쳤다.
“기다려!”
짐짓 난 쫄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크게 반말로 외친 강진이 다시 슬쩍 홀의 눈치를 살폈다.
이혜선 일행은 그렇다 쳐도, 새로운 여자들이 반말에 기분이라도 상했으면 어쩌나 싶어서 말이다.
강진의 외침에 언니라 불린 여자가 슬쩍 주방을 보고는 입을 열었다.
“인사라도 나누도록 잠시 나와 보시게나.”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강진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홀로 나왔다.
강진이 나오자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입을 열었다.
“전 주인과는 언니 동생 하던 사이였네.”
이십 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여자는 이혜선보다 어려 보였다. 그러니 김복래 여사와 언니 동생 할 나이로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귀신이니…….
“한끼식당을 맡게 된 이강진입니다.”
“전주에서 온 이지선이네.”
스윽!
이지선이 같이 온 여인들을 보자 그녀들이 일어나 강진에게 이름을 말하고 작게 고개를 숙였다.
말을 들으니 이지선의 부하 격인 처녀귀신들인 모양이었다.
그들과도 인사를 마친 강진에게 이지선이 몸을 일으켰다.
“큰언니가 오시는구나.”
이지선의 말에 이혜선 일행이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급히 옷차림을 살피는 것에 강진이 의아한 눈으로 그들을 보았다.
‘큰언니?’
강진이 의아해할 때, 이지선이 입구에 가서 섰다. 그리고 그 뒤를 서열 순으로 처녀귀신들이 서기 시작했다.
‘무슨 처녀귀신 보스라도 들어오는 건가?’
그런 생각을 하니 무서운 기분이 든 강진이 슬며시 주방으로 걸음을 옮길 때 문이 열렸다.
덜컥!
문을 열리는 소리에 강진의 고개가 돌아갔다. 무서운 생각도 들지만 처녀귀신 보스가 누구인가 궁금하기도 한 것이다.
그리고 강진의 눈에…… 문을 열고 들어오는 여자가 보였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문을 열고 들어온 여자는 한복을 입은 채 들어오고 있었다. 나이는 서른 정도 되어 보일까 싶고 한복은 단아했다.
그런데 어디서 본 것 같았다.
‘어? 첫날 온 애 아냐?’
입고 있는 한복도 다르고, 얼굴도 조금 달라 보였지만…… 그 아이와 비슷해 보였다.
한복도 첫날 입고 온 것과 비슷해 보이고 또 일단 분위기도 비슷했다.
스윽! 스윽!
부드럽게 걸음을 옮기며 빈자리에 앉은 여자가 입을 열었다.
“소주 가져오게나.”
여자의 말에 강진은 확신이 들었다. 첫날 왔던 여자애도 같은 말을 했었으니 말이다.
‘첫날 걔다.’
그리고…… 강진은 한 가지 더 알 수 있었다. 여자애는 강진의 말대로 성의를 보이고 있었다.
-화장을 하고 올 거면 옷이라도 좀 갈아입고 오지 그랬냐? 너는 아까부터 왜 이리 성의가 없냐?
자신의 말에 따라, 옷이며 화장을 나이 들어 보이게 하는 성의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