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20
120화
퇴근 시간이 다가올 때, 최동해가 강진에게 살며시 말했다.
“형.”
최동해는 강진에게 중국어로 말을 걸었다. 강진은 중국어 연습도 할 겸, 최동해와 둘이 말을 할 때는 중국어로 대화를 하고 있었다.
“왜?”
“차인호 씨 퇴사했대요.”
차인호면 인턴 동기였다.
“아직 인턴 기간 남았잖아?”
“12월에 다른 회사 인턴 채용이 있거든요. 거기 지원한다고 그만둔 모양이에요.”
“그래?”
“회사마다 인턴을 채용하는 시기가 다르니까요. 아마 다른 인턴 중에서도 퇴사하는 사람들 있을 거예요.”
“정직원이 안 될 것 같은 사람들 중에서 말이지?”
“그렇죠.”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안 될 것 같으면, 다른 곳을 알아보는 것이 낫지.’
인턴은 오직 정직원이 되기를 바라고 하는 것이지, 월급을 보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정직원이 안 될 것 같으면 다른 쪽을 알아보는 것도 나았다.
게다가 여기 회사 분위기를 보면 다른 곳에 갔다고 나쁜 소리를 할 곳도 아니고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강진이 최동해를 보았다.
“집에 말했어?”
살 뺀다는 이야기를 했냐는 것이다.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허락 맡았어요.”
“그럼 언제 갈 거야?”
“인턴 끝나고 하루 있다가 가려고요.”
“바로 가게?”
“새해라고 뭐 먹고, 구정이라고 뭐 먹으면 살은 어떻게 빼겠어요?”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 생각했어.”
최동해의 말이 맞다. 새해, 구정 다 먹을 것이 많은 때라 다이어트 하는 사람에게는 너무 어려운 시기였다.
차라리 마음을 독하게 먹고 바로 산으로 가는 것이 나을 것이다.
“자! 슬슬 일 정리하자고.”
임호진의 말에 직원들이 모두 일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원래 이 시간에 퇴근하지는 않지만, 오늘은 특별히 모두 일찍 퇴근하기로 했다.
점심에 산삼이나 다름없는 도라지를 먹었으니 약발을 잘 받을 수 있게 집에서 푹 쉬자는 말이 나온 것이다.
그래서 임호진이 직원들에게 모두 일찍 퇴근하라고 한 것이다.
“그럼 도라지 약발 잘 받게 푹 쉬고. 아! 강진이가 말을 한 대로 음식 피할 것은 피해.”
“알겠습니다.”
임호진의 말에 직원들이 가방을 들고 사무실을 나서기 시작했다.
그에 강진도 가방을 들고는 사무실을 나왔다.
퇴근을 하고 가게에 돌아온 강진은 배용수와 허연욱이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
강진이 낸 소리에 배용수가 눈을 찡그렸다.
“아?”
“미안. 내가 급해서 깜빡했다.”
“깜빡할 것이 따로 있지, 우리를 깜빡하냐? 그리고 깜빡했으면 와서 우리를 부르던가 해야 할 것 아냐!”
“정말 미안해.”
그러고는 강진이 허연욱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오시는 데 힘드셨죠?”
“신수용 씨가 태워다 줘서 편히 왔습니다.”
“다행이네요. 그런데 점심때는 안 계시던데?”
“신수용 씨가 일 몇 가지 처리하느라고 세 시쯤 도착했습니다.”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사과를 했다.
“너 진짜…….”
“내가 산삼을 받았잖아.”
강진의 말에 순간 배용수가 입을 다물었다.
“백 년 묵은 산삼?”
“응.”
“왜…… 같이 먹게?”
귀신이라 딱히 몸에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산삼이니 귀신이라도 먹고 싶은 것이다.
배용수의 기대감에 찬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같이 먹기는 할 건데, 너 말고.”
“나 말고?”
배용수의 말에 허연욱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는 괜찮습니다.”
“아…… 죄송합니다.”
“아, 제가 아니군요.”
허연욱이 머쓱하게 웃으며 하는 말에 강진이 핸드폰을 꺼냈다.
“숙수님하고 먹으려고.”
“우리 숙수님?”
“몸도 안 좋으신데 보신하시면 좋잖아. 왜, 너하고 먹을까?”
“아니야. 우리 숙수님하고 먹어. 근데…… 너 어제도 먹었는데 또 먹어야 하냐?”
“그게 어디 먹은 거냐? 그냥 국물 마신 거지.”
“그 국물에 산삼 영양이 다 들어 있는 거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그래도 만복 형이 나 먹으라고 챙겨 준 건데, 나도 맛은 봐야지.”
말을 하며 강진이 전화를 하려는 순간 허연욱이 말했다.
“잠시만.”
“네?”
“숙수님은 신장과 간이 안 좋으십니다.”
“그렇죠.”
“산삼이 몸에 다 좋을 것 같지만, 약성이 강한 만큼 몸에 무리도 줍니다.”
“그래요?”
“건강한 사람은 더 건강하게 해 주지만, 몸이 아픈 사람에게는 오히려 몸을 해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신장과 간이 안 좋으니 오히려 약성이 몸에 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약성이라는 것도 간과 신장이 해독을 해야 하는 성분이니까요.”
그러냐는 듯 보는 강진을 보며 허연욱이 말을 이었다.
“드시더라도 그동안 몸 상태가 얼마나 좋아졌는지 진맥을 하고 난 후에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럼?”
“진맥을 해 보고 결정해야겠지요.”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잠시 있다가 일단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안녕하세요.”
[한 번 오고 안 오기에 나를 잊었나 생각을 했지.]“아…… 죄송합니다. 제가 회사를 다니면서 가게 운영을 하다 보니…….”
[웃자고 한 말이니 너무 미안해하지 말고.]“몸은 좀 어떠세요?”
[피곤함이 좀 덜하기는 한데 난 잘 모르겠군.]김봉남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현 스님은 약을 쓰지 않고 먹는 것과 생활 습관으로 그의 병을 치료하고 있으니 회복이 더디기는 한 것이다.
“그래도 덜 피곤하시다니 다행이네요.”
[그렇기는 하지.]“제가 어제 강원도에서 김장을 하고 왔습니다.”
[김장도 하나?]“가게에서 쓸 김치를 사서 쓸 수는 없죠.”
[맞아. 김치는 가게의 기본이고 얼굴이라 할 수 있는데, 사다 쓰는 것은 아니지. 잘 생각했네.]“감사합니다.”
[그래, 몇 포기나 했나?]“삼천 포기요.”
[삼천 포기? 그렇게 많이 했나?]“그 정도는 해야 할 것 같아서요.”
[안 힘들었나?]“도와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그리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럼 김장 김치라도 주려고 전화를 한 건가?]“그건 아니었지만 드실 거면 좀 드리겠습니다.”
[김장 김치는 나눠 먹어야지. 그게 바로 정 아니겠나. 그래, 다른 용건이 있는 것 같은데 그건 뭔가?]“제가 강원도에서 산삼을 캤습니다.”
[산삼?]“귀한 것이라 같이 드셨으면 해서 전화드렸습니다.”
[산삼을 나눠 먹자고?]“시간 괜찮으시면 오늘이나 내일 저녁에 들러 주세요.”
[진짜?]“그럼요.”
[오늘이나 내일?]“오늘 캐서 가지고 온 거라 마르기 전에 바로 먹는 것이 약효가 좋지 않을까 해서요.”
“제가 가서 먹었으면 좋겠지만, 제가 아침에는 회사에 가고 저녁에는 장사를 해야 해서…… 죄송합니다.”
[산삼 나눠 먹자고 한 전화인데 죄송하기는 뭐가 죄송한가?]강진이 죄송한 마음에 말을 하자, 잠시 생각을 하는 듯 말이 없던 김봉남이 말했다.
[저녁 장사는 나도 해야 하니…… 여덟 시 후에 가도 되겠나?]“오늘 오시게요?”
[산삼이라는데 바로 가야지.]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허연욱이 말했다.
“오실 때 도수 높은 소주 좀 부탁하세요.”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일단 말을 했다.
“그리고 혹시 오시는 길에 도수 높은 소주를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왜 그런 건지는 몰라도 강진은 허연욱의 말을 바로 말했다. 허연욱이 먹고 싶어서 도수 높은 소주를 가져다 달라고 하는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소주?]강진이 허연욱을 보자 그가 말했다.
“혹시라도 숙수님 몸 상태가 산삼을 드실 처지가 안 되면, 도수 높은 술에 담금주를 만드는 것도 좋습니다. 그렇게 해서 오래 묵혀 뒀다가 먹으면 몸에 좋으니까요.”
허연욱의 말을 강진이 그대로 말을 했다.
[아…… 그런 것도 생각을 해 주는 건가?]“몸에 좋자고 먹는 건데 몸에 해를 끼치게 할 수는 없죠.”
[그래, 알겠네. 내가 잘 챙겨서 가도록 하지.]그걸로 통화를 끝낸 강진이 이층으로 올라가 옷을 갈아입고 내려왔다.
그러고는 가게 앞에 영업 시작을 알리는 아크릴 판을 가져다 놓았다.
가게 안에는 두 테이블이 차 있었다. 귀신들이 없으면 손님들이 오다가다 들어오고는 하는 것이다.
게다가 그 손님들이 다음에 또 오기도 했다.
“근데요, 사장님.”
“네?”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강진이 고개를 돌려 테이블을 보았다. 테이블에는 사십 대 중년인들 셋이 앉아 있었다.
전에 선지 해장국을 만들 때 자주 오던 손님들이었다.
“앞으로는 저녁에 장사 쉬지 않고 하시는 겁니까?”
“그동안 제가 장사를 띄엄띄엄 해서 죄송합니다.”
강진이 먼저 사과를 하자, 손님이 웃으며 말했다.
“사실 여기 밥 먹으러 왔다가 문 닫혀서 발길 돌린 적이 많기는 합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아침에는 회사를 다녀서 가게에 조금 소홀했습니다.”
“태광무역 인턴도 곧 끝이죠?”
“네.”
“그럼 앞으로는 점심 장사도 하는 겁니까?”
“점심, 저녁 모두 앞으로 늘 할 생각이니 많이들 찾아주세요.”
“음식이 싸고 맛있는데, 우리야 자주 올 마음이 가득하죠.”
“감사합니다. 서비스로 계란 프라이라도 해 드릴까요?”
“서비스면 뭔들 못 먹겠습니까?”
손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다른 테이블을 보았다.
“손님들도 계란 프라이 드시겠어요?”
“그럼 저희야 감사하죠.”
두 테이블 손님들이 모두 먹겠다 하자, 강진이 말했다.
“잠시만요.”
강진이 주방에 들어가 가스레인지를 키고는 계란 프라이를 하기 시작했다.
계란 프라이는 요리라고 할 수 없는 아주 간단한 음식이다. 하지만 계란 프라이에 대한 취향은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노른자를 익히는 사람도 있고 안 익히는 사람도 있고, 노른자를 터뜨리는 사람도 있고 안 터뜨리는 사람도 있다.
그 외에도 계란을 뒤집어서 앞뒤를 익히는 사람이 있는 반면 한쪽만 익히는 사람도 있고, 혹은 한쪽을 완전히 익히고 다른 한쪽은 살짝 뒤집어서 불만 살짝 입히고 먹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강진이 가장 좋아하는 계란 프라이는 약한 불로 따뜻하고 보드랍게 익힌 상태였다.
노른자의 모양도 살리면서 말이다.
계란 프라이를 부드럽게 익힌 강진이 그것을 곧 테이블로 가져다주었다.
“이거 계란 프라이만 봐도 이 집 실력을 알겠어. 딱 맛있겠네.”
“취향이 저와 비슷해서 다행이시네요. 맛있게 드세요.”
웃으며 서빙을 한 강진이 다시 자리에 앉으려 할 때, 풍경 소리와 함께 김봉남이 안으로 들어왔다.
“오셨어요.”
강진이 인사를 하자 김봉남이 웃으며 다가왔다.
“마지막 손님 상 봐드리고 바로 왔지.”
그러고는 김봉남이 가게 안에 있는 손님들을 보았다.
“오늘은 그래도 손님이 있군.”
“저녁 장사를 좀 해서 요즘은 몇 분씩 오십니다.”
“잘 했어.”
김봉남이 강진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던 손님 한 명이 슬며시 말했다.
“저기 혹시, 김 숙수님 아니신지?”
손님의 말에 김봉남이 웃으며 말했다.
“김봉남입니다.”
“아이고! 이거 팬입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손님이 고개를 숙이고는 손을 내밀자 김봉남이 가볍게 악수를 나눴다.
“제가 식사하시는데 방해가 된 것 같습니다. 편하게 식사하세요.”
“그, 죄송한데 사진 한 장만…….”
“그렇게 하시죠.”
그러고는 김봉남이 다른 손님들에게도 웃으며 말했다.
“다른 분들도 사진 찍으실 거면 지금 오세요.”
“그래도 될까요?”
“팬 서비스는 한 번에 하는 것이 좋더군요.”
김봉남이 웃으며 하는 말에 손님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곁에 섰다.
그에 강진이 손님들의 핸드폰을 받아서는 한 명씩 사진을 촬영해 주었다.
사람들이 하나둘씩 와서 촬영을 부탁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한 번에 찍어주는 것이 김봉남으로서는 편한 것이다.
김봉남이 짧게 팬 서비스를 마치고는 강진을 보았다.
“어디 좀 볼까?”
김봉남의 말에 강진이 홀을 한 번 보고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손님들도 많은데 산삼을 꺼내기는 좀 그런 것이다.
주방에 들어간 강진이 이끼로 싸여 있는 산삼을 꺼내 싱크대에 올렸다.
스윽! 스윽!
이끼를 조심스럽게 들자 산삼이 모습을 드러냈다. 산삼의 모습이 보이자 김봉남이 감탄을 하며 말했다.
“좋군. 좋아!”
김봉남은 산삼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귀한 한정식 요리 중에는 산삼을 넣고 하는 음식도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운암정에도 수십 년 묵은 산삼주도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크고 좋은 물건은 김봉남도 처음이었다.
“백 년이 조금 넘었다고 합니다.”
“백 년…… 아! 좋군. 좋아!”
김봉남이 연신 산삼을 보며 중얼거리다가 강진을 보았다.
“그런데…… 이걸 먹자고?”
“네.”
강진의 말에 김봉남이 그를 보았다.
“그…… 자네, 이게 얼마인지는 아나?”
“모릅니다.”
“이건…….”
김봉남이 산삼을 보며 가격을 말하려 하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는 분이 가격을 알면 못 먹는다고, 그냥 먹으라고 하더군요.”
“하긴…… 가격을 알면…… 못 먹지.”
김봉남이 이해가 된다는 듯 산삼을 보자 강진이 말했다.
“그리고 이거 캐 주신 분이 저 먹으라고 캐 주신 거라…… 그냥 먹으려고 합니다.”
강진의 말에 김봉남이 잠시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 먹으라고 한 건데 내가 먹어도 될지 모르겠군.”
김봉남의 말에 가볍게 웃은 강진이 슬쩍 몸을 숙이며 작게 중얼거렸다.
“허연욱, 허연욱, 허연욱, 배용수…….”
그렇게 둘을 부르자 곧 옆에 두 귀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배용수는 김봉남을 보고 얼굴이 밝아졌고, 허연욱은 김봉남의 안색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허연욱이 강진을 보았다.
“진맥을 합시다.”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김봉남에게 몸을 돌렸다.
“저 잠시 손 좀…….”
“손? 후! 진맥을 하려는 건가?”
전에 강진이 자신의 손을 잡고 맥을 짚었던 것을 떠올린 것이다.
“제가 한의사는 아니지만…….”
“그 이야기는 알지. 혼자 살다 보니 이런저런 걸 배웠다는 것 아닌가?”
김봉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말했다.
“산삼을 드실 체력이 되시는지, 잠시만 보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김봉남이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몸이 좋았으면 좋겠군. 이런 좋은 것을 보기만 하면 몸이 더 아플 것 같아.”
김봉남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 그런 강진의 손 위로 허연욱의 손이 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