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21
121화
김봉남의 맥을 짚은 허연욱이 강진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산삼이 부담이 될 것 같습니다.”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아쉽다는 듯 김봉남을 보며 말했다.
“아직은 산삼이 몸에 안 받으실 것 같습니다.”
“그럴 거라 생각을 했네.”
강진의 말에 김봉남이 웃으며 자신의 손목을 보았다.
“그런데 진맥을 정말 잘 보는 모양이군.”
그동안 생각해보지는 않았는데, 강진이 한 진맥과 다현 스님이 한 진맥이 같았으니 말이다.
“제가 고생을 좀 해서요.”
“정식으로 한의학을 배우는 것이 어떤가? 요리사도 좋지만 이런 재주를 그냥 썩히는 것도 아깝군.”
김봉남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제가 지금 학교도 한참을 다녔는데 또 학교를 가기는…… 후! 생각만 해도 아찔하네요.”
강진의 말에 김봉남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재주가 아깝지만…… 어쩔 수 없지.”
김봉남의 말에 강진이 슬쩍 허연욱을 보았다.
‘그리고 사실 제 실력도 아니고요.’
강진이 허연욱을 볼 때 김봉남이 자신이 들고 온 쇼핑백을 싱크대에 올렸다.
“자네가 가지고 오라고 한 소주네.”
말을 하며 김봉남이 쇼핑백에서 1리터짜리 통 네 개를 꺼냈다.
그리고 한쪽 쇼핑백에서는 고풍스러운 문양이 새겨진 빈 술병도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다 담그면 좋을 것 같아서 유리병도 가져왔네.”
“못 드실 것을 아셨나 보네요?”
“일주일에 두 번은 다현 스님께 진료를 받으니 내 몸에 대해 좀 들었지. 봄 되면 보약을 먹어도 되겠다 하셨으니 지금 산삼은 어려울 것이라 생각을 했지.”
사람들은 흔히 보약으로 체력을 올린다 생각하지만, 사실 체력이 있을 때 먹어야 좋은 것이 보약이다.
보약도 체력이 없으면 몸에 해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고는 김봉남이 산삼을 보았다.
“산삼을 캤다고 해서 장뇌삼이나 캤을 거라 생각을 했지, 이렇게 백 년 된 산삼일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군.”
김봉남이 웃으며 산삼을 보다가 강진을 보았다.
“산삼 손질하는 방법은 아나?”
“잘 모릅니다.”
강진의 말에 김봉남이 웃으며 소매를 걷었다.
“나오게.”
강진이 옆으로 비켜 주자 김봉남이 능숙하게 산삼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조심히 흙을 털어내고, 잔뿌리 하나 상하지 않게 손질을 하던 그가 문득 말했다.
“그런데 잎이 없군?”
“캘 때부터 잎이 없었습니다.”
“그럼 땅속에 있던 것을 캔 건가?”
“네.”
“누가 캤는지는 몰라도 실력이 아주 좋군. 잎도 보이지 않는데 산삼을 이렇게 잘 캤으니 말이야.”
말을 하며 흙을 조심히 다 턴 김봉남이 물을 틀어 남은 흙도 씻어냈다.
소주를 하나 딴 그가 산삼에 샤워를 시키는 것처럼 술을 끼얹었다. 그러고는 조심히 술병을 열고는 뚜껑에 달린 실을 뇌두에 연결을 했다.
그리고 가져온 물통을 더 열고, 물통에 있던 소주를 술병에 부었다.
촤아악! 촤아악!
술병에 술이 부어지는 것과 함께 독한 알코올 냄새가 났다.
“이거 독하네요.”
“이것도 우리가 만드는 건데 50도 정도 하지.”
“세네요.”
“일반 소주를 넣어도 되지만, 산삼주 같은 술은 오래 담갔다가 먹으면 더 좋으니 독주를 많이 쓰지. 그래서 독한 소주를 가지고 오라고 한 것 아닌가?”
“아…… 그렇죠.”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김봉남이 산삼을 조심히 잡고는 술병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마개를 덮더니 강진을 보았다.
“혹시 양초 있나?”
“있습니다.”
강진이 주방 서랍에서 양초를 꺼내왔다. 그러자 김봉남이 가스레인지로 양초에 불을 붙이고는 기울여 촛농으로 뚜껑의 이음새를 막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면 공기가 통하지 않지.”
“그렇군요.”
두 사람이 그렇게 주방에서 술을 담글 때 밖에서 손님이 강진을 불렀다.
“사장님.”
“네.”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강진이 나오자 손님들이 어느새 음식을 다 먹고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계산하겠습니다.”
손님의 말에 강진이 가격을 말하고 돈을 받았다. 한 테이블의 계산이 끝나자, 다른 테이블도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을 했다.
손님들에게 인사를 하고 내보낸 강진이 주방을 보았다. 김봉남은 여전히 촛농을 녹여 뚜껑을 막고 있었다.
그러고는 김봉남이 손을 떼어냈다.
“촛농 떨어지지 않게 잘 두게. 그리고 가끔씩 촛농 녹여서 밀봉 더 하고.”
“알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김봉남이 손을 털다가 웃었다.
“이거 참…….”
“왜 그러세요?”
“이 좋은 술을 마시려면 앞으로 십 년은 있어야 할 텐데…….”
“십 년요?”
“이렇게 좋은 산삼이니, 십 년은 묵혀 두고 먹어야 약이 되지 않겠나?”
그러고는 웃으며 김봉남이 말했다.
“이거 앞으로 최소 십 년은 자네하고 친하게 지내야겠군.”
십 년 후에 산삼주를 개봉할 때, 강진과 안 친하면 못 얻어먹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김봉남의 말에 강진도 웃었다.
“저는 십 년 아니라 그 후에도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아무래도 이 술 개봉은 좀 더 오래 있다가 해야 되겠네요.”
“하! 이거 잘못하면 나 죽을 때나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군.”
가볍게 웃는 김봉남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김장 김치가 있는데 어떻게, 밥 한 그릇 하시겠어요?”
“그거 좋지. 김장하고 바로 먹는 김치만큼 맛있는 반찬도 또 없지.”
“앉아 계시면 가져다드릴게요.”
말과 함께 강진이 밥을 뜨고는 김장 김치를 담았다. 그러고는 옆에 있는 허연욱에게 작게 속삭였다.
“도라지 드셔도 되겠어요?”
“일반 도라지면 모르겠지만 30년 된 도라지는 약성이 있어서 안 드시는 것이 낫습니다.”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일단 밥과 김치를 들고 나왔다.
“식사 나왔습니다.”
“맛있게 먹겠네.”
웃으며 김봉남이 밥에 김치를 한 가닥 크게 올리고는 그대로 입에 넣었다.
아삭! 아삭!
김치가 씹히는 소리에 김봉남이 웃었다.
“생김치에 쌀밥은 확실하지.”
기분 좋은 미소를 짓는 김봉남의 모습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오신 손님들도 김치를 좋아들 하시더군요.”
“그렇겠지. 한국인들과 김치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음식이니까.”
웃으며 김봉남이 밥에 김치를 올리고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얼마 후 맛있게 밥을 다 먹은 김봉남이 물을 한 잔 마시고는 말했다.
“맛있게 잘 먹었군.”
“감사합니다.”
강진의 말에 김봉남이 미소를 지었다.
“나도 내 음식을 잘 먹은 손님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는데…… 자네에게 그 말을 들으니 느낌이 새롭군.”
김봉남이 화장지로 입가를 닦아내고는 말했다.
“그런데 가게 명함은 없나?”
“가게 명함은 없습니다.”
“손님들이 예약을 하려면 가게 명함이 있는 것이 좋지 않겠나?”
“그건 그렇네요.”
가게 명함이 있으면 손님들이 예약을 하기 좋을 것이다. 그리고 예약을 하면 음식도 미리 준비를 해 놓을 수 있으니, 온 손님들도 바로 식사를 하고 갈 수 있고 말이다.
그러자 김봉남이 핸드폰을 꺼내 번호를 하나 찾아서는 보였다.
“내가 연락을 해 놓을 테니 내일쯤에 전화해.”
“감사합니다.”
강진이 핸드폰에 그 번호를 입력하자 김봉남이 몸을 일으켰다.
“그럼 산삼주는 잘 묵혀 두게나.”
“알겠습니다. 그리고…….”
강진이 주방에 들어가서 봉지를 하나 들고 나왔다.
“이거요.”
“이건 뭔가?”
“도라지입니다.”
“산에 가서 별걸 다 캐 왔구만.”
웃으며 봉지를 열어 보던 김봉남의 얼굴에 놀람이 어렸다.
도라지라고 해서 산도라지 정도일 거라 생각을 했는데, 그것이 아닌 것이다.
“이건?”
“삼십 년 정도 됐다고 하더군요.”
강진의 말에 김봉남이 고개를 끄덕이며 봉지에서 도라지를 꺼냈다.
“이 귀한 걸…….”
“지금은 산삼처럼 몸에 해가 될 수 있으니 집에 가셔서 술에 담가 두세요.”
“너무 귀한 건데…….”
좋은 식재료에 대해 잘 아는 김봉남이다 보니 도라지를 보는 순간 이 값어치를 알았다.
산삼이야 같이 먹자고 하는 거지만, 이건 주려고 하는 것이니 쉽게 받겠다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런 김봉남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저기…….”
“뭐 필요한 것 있나?”
“사실 저희 손님들이 감홍로를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요.”
“아! 좋아. 나도 이런 귀한 것을 그냥 받으면 미안한데 오히려 잘 됐어. 내가 술 좀 챙겨서 보내주겠네.”
“감사합니다.”
물물교환이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강진은 김소희를 위해 감홍로를 좀 얻을 생각이었다.
“아니, 그럴 것이 아니라…….”
김봉남이 핸드폰을 쥐고는 전화를 걸었다.
“충식이한테 내가 전에 알려준 가게로 감홍로 이십 병하고 궁중 다과 세트 두 개 보내 주라고 해.”
그걸로 전화를 끊는 김봉남의 모습에 강진이 말했다.
“이십 병이나 주실 필요는 없는데…….”
“귀한 것을 받았는데, 이십 병도 모자라지.”
“그럼 감사히 받겠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며 강진이 배용수와 허연욱을 향해 고갯짓을 했다.
전에 귀신이 있어서 운암정 직원이 가게를 못 찾았으니 잠시 나가 있으라는 의미였다. 그에 배용수와 허연욱이 가게를 나갔다.
그리고 얼마 후 운암정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양손에 쇼핑백을 잔뜩 들고는 안으로 들어왔다.
“숙수님.”
직원이 고개를 숙이자 김봉남이 그를 반기며 쇼핑백을 받아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탓! 탓!
그중 한 쇼핑백 안에서 꺼낸 나무 상자를 식탁 위에 올린 후, 김봉남이 다른 쇼핑백에서 고풍스러운 한지 상자를 꺼냈다.
그가 한지 상자의 뚜껑을 열자 화려한 색감을 가진 다과가 모습을 보였다.
“예쁘네요.”
“사람들은 한식이 투박하다고 생각하지만, 궁중과 손님상은 그렇지 않지. 특히 오행을 상징하는 오색의 조화를 중하게 생각을 했는데…….”
설명하듯이 말을 하던 김봉남이 웃었다.
“이거 나도 모르게 애들 가르치듯이 말을 했군. 음식에 의미가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맛이지. 먹어 보게.”
김봉남의 말에 강진이 다과를 보다가 분홍색의 한과를 집어서는 입에 넣었다.
바삭!
겉은 바삭하면서도 씹는 순간 기분 좋은 달콤함과 부드러움이 이와 혀를 감쌌다.
“음…… 맛있네요.”
강진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김봉남이 봉지를 들었다.
“그럼 이건 잘 쓰겠네.”
“쓴다고요?”
먹는 것이 아니라 쓴다는 말에 강진이 의아한 표정으로 김봉남을 쳐다보았다.
“자네 말대로 내가 먹기에는 해가 있으니, 나 말고 다른 사람들 먹여야지.”
그러고는 김봉남이 직원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는 도라지를 내밀었다.
“보거라.”
김봉남의 말에 직원이 봉지를 받아 안을 보고는 얼굴에 놀람이 어렸다.
“이거…… 삼십 년은 넘은 것 같은데요?”
운암정 직원이라 그런지 도라지를 바로 알아보았다. 그에 김봉남이 말했다.
“양이 적기는 하지만, 주방 요리사들 한 입씩은 되겠지.”
“이 귀한 걸 저희가 먹는 겁니까?”
“왜, 싫으냐?”
김봉남의 말에 직원이 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꼭 먹고 싶습니다.”
직원의 말에 김봉남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귀한 식재라도 맛을 알아야 요리를 할 수 있다. 그러니 귀한 식재라도 아깝다 생각을 하지 말고 먹어 봐야 한다.”
“감사히 먹겠습니다.”
직원의 말에 김봉남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진을 보았다.
“그럼 다음에 또 보세.”
“가시게요?”
“땅속에서 살던 것을 밖으로 꺼냈으니, 그 순간부터 시들어갈 수밖에 없지. 그러니 조금이라도 싱싱할 때 먹는 것이 좋아.”
김봉남이 봉지를 들어 보이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다음에 우리 가게 한 번 오고. 좋은 것을 줬으니 좋은 식사로 대접하지.”
“그러면 감사하지요.”
“그럼 가네.”
웃으며 김봉남이 직원과 함께 가게를 나가자 강진이 그들을 배웅했다. 그러고는 가게로 돌아와 술이 담긴 상자들을 부엌으로 옮겼다.
‘이건 소희 씨한테 줘야지.’
괜히 홀에 뒀다가는 다른 귀신들이 먹으려 할 수 있으니 숨겨 놓는 것이다.
***
11시가 되는 것과 함께 가게 앞에 귀신들이 모여들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반가운 얼굴도 있었다.
“형!”
강진의 부름에 다가오던 최호철이 손을 들었다.
“어떻게 왔어요?”
그동안 최호철은 나쁜 놈 옆에 붙어 있던 여자 귀신들과 함께 있었다.
그런 최호철이 정말 오랜만에 가게에 온 것이다. 강진의 말에 그가 웃으며 목을 비틀었다.
“그놈 죽었어.”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그놈이 죽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