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23
123화
“돈을 다시 보내고 싶어도, 받을 영혼이 없습니다.”
강두치의 말에 최호철이 의아함과 놀람이 어린 눈으로 그를 보았다.
“없다고요? 왜죠?”
“지금 세 분은 환생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환생?”
“인과 관계가 없는 일반적인 사고와 사건에 얽힌 영혼은 재판을 받지 않고 바로 환생을 하게 됩니다.”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물었다.
“나쁜 놈도 사고나 사건으로 죽으면 재판을 받지 않습니까?”
“정말 아주 나쁜 놈이 아니고, 나이 서른이 되기 전에 인과 관계가 없는 사고와 사건으로 죽게 되면 재판을 받지 않고 환생을 합니다.”
“서른?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서른이면 자기 인생에 책임을 지기에 충분한 나이가 아니겠습니까?”
“그것도 그렇네요.”
“그럼 서른 되기 전에 죽으면 나쁜 놈이라도 재판을 받지 않고 환생을 하는 겁니까?”
강진의 물음에 강두치가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정확하게 말을 하면 저승의 일곱 대죄를 어기지 않은 자들만 환생을 합니다. 인과와 관계없는 죽음이라 해도 일곱 대죄를 어긴 나쁜 놈들은 바로 재판에 회부되고 죗값을 치르게 됩니다.”
“일곱 대죄라면?”
“설명하면 길지만…… 흔히들 ‘와, 저런 나쁜 놈이 다 있어?’라는 말을 들을 만한 짓을 하면 그 죄에 들어간다고 보면 됩니다.”
그러고는 강두치가 슬쩍 식탁을 보고는 입맛을 다셨다.
“맛있겠군요.”
“식사하고 가실래요?”
“어제 하루 월차를 썼더니 해야 할 일이 좀 쌓였습니다. 그래서 오늘 일이 좀 많네요.”
그러고는 강두치가 최호철을 보았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럼…… 저 말고 이 사람들에게 나눠 줄 수는 없나요?”
“받는 사람이 최호철 씨인데 다른 분에게 주면 배달 사고입니다. 그럼 저 징계 받습니다.”
그러고는 강두치가 서류 위에 볼펜을 놓고는 내밀었다. 어서 사인하라는 의미였다.
그에 최호철이 볼펜으로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최호철이 서명을 하자 강두치가 서류를 받아 가방에 넣고는 서류 한 장을 또 꺼냈다.
“이 사장님한테도 감사하다고 성의를 표시했습니다.”
“저한테도요?”
“네.”
말을 하며 강두치가 서류를 내밀자 강진이 내용을 보았다. 내용은 간단했다. 환생하게 된 여자 귀신 셋이 강진에게 돈을 보낸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금액도 그리 크지 않았다.
이때까지 귀신을 승천시키고 받은 금액에 비하면 큰돈은 아니다. 하지만 금액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 불쌍한 분들이 자신을 마지막까지 생각을 해 줬다는 것이 중요했다.
‘금수저…… 아니, 화목한 가정에서 태어나세요.’
여자 귀신들이 좋은 곳에서 환생하기를 바라며 강진이 서명을 했다.
서명을 한 서류를 가방에 넣으며 강두치가 말했다.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그리고 몸을 돌려 나가려 하자 여자 귀신 한 명이 급히 말했다.
“그 애들은 잘 있나요?”
여자 귀신의 물음에 강두치가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
“다행이네요.”
여자 귀신의 말에 강두치가 강진에게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가게를 나섰다.
강두치가 가게를 나가는 것에 강진이 여자 귀신들을 보다가 몸을 일으켰다.
“많이 드세요.”
같이 지내던 귀신들이 승천을 하고 환생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니, 그들끼리 생각이나 할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자리를 비켜 주려는 것이다.
“같이 안 드세요?”
“저야 음식 대접을 해야죠.”
웃으며 강진이 소주를 한 잔씩 따라 주고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
점심 무렵 강진과 최동해는 임호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두 사람 일 없지?”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인턴이 끝나가는 시기고 해서, 지금 두 사람은 기존에 하던 일들을 마저 배우는 것 외에는 대부분 잡일들을 했다.
거의 끝나가는 마당에 새로운 일을 맡거나, 진행되는 일에 투입되어 들어가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니 말이다.
“그럼 외근 좀 가자고.”
“알겠습니다.”
그걸로 끝이었다. 부서장인 과장이 하는 일이니 말이다.
임호진이 상의를 챙기며 이상섭에게 말했다.
“두 사람하고 외근 갔다가 바로 퇴근할 거야.”
“손막걸리 가시는 겁니까?”
“갈 때가 됐지.”
“거기 막걸리 맛있는데…….”
“오는 길에 몇 통 받아 올 테니까…… 아!”
말을 하던 임호진이 강진을 보았다.
“퇴근 후에 거기서 회식해도 되지?”
“그럼요.”
강진의 말에 임호진이 팀원들에게 말했다.
“막걸리 받아 올 테니까, 먹고 싶은 사람들은 저녁에 강진이 식당에서 한잔들 하자고. 아! 강제 아니니까 퇴근할 사람은 퇴근하고 먹을 사람만 기다려.”
임호진의 말은 직원들을 위한 배려였다. 손막걸리가 맛있기는 하지만 입맛에 안 맞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따가 퇴근할 사람은 퇴근시키고, 제가 사람들 데리고 가겠습니다.”
강성수의 말에 임호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부탁하고, 일 생기면 전화 줘.”
“알겠습니다.”
임호진이 강진과 최동해를 데리고 주차장으로 향하며 말했다.
“운전은 좀 하지?”
“저는 장롱면허입니다.”
최동해의 말에 임호진이 강진을 보았다.
“할 수 있습니다.”
“잘 됐네. 갈 때는 내가 하고, 올 때는 강진 씨가 하면 되겠어.”
말을 하며 차에 탄 팀원들이 곧 출발을 했다.
부웅!
출발을 하던 최동해가 슬며시 말했다.
“그런데…… 막걸리집으로 가는 겁니까?”
“왜? 이상해?”
“저희 수출 대행 팀에서는 보지 못한 아이템인 것 같아서요.”
“그리고?”
물음과 함께 임호진이 힐끗 백미러로 최동해를 보았다. 그 시선에 최동해가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막걸리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유통기한이 무척 짧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외국인들이 막걸리를 좋아할지도…….”
“그리고?”
거듭 되묻는 임호진의 말에 최동해는 머리를 굴렸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그 정도면 잘했어.”
임호진의 칭찬에 최동해의 얼굴이 밝아졌다. 가끔씩 임호진은 최동해에게 질문을 던졌다.
물론 몰라서 묻는 것이 아니라 최동해가 상황 파악을 잘하는지 확인하고, 머리를 굴리게 하기 위해서였다.
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답을 얻기 전까지 최동해가 스스로 생각해 보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런 임호진의 말에 강진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좋은 사람이야.’
회사 입장에서는 몰라도 임호진은 확실히 좋은 사람이었다.
흔히 사회는 실전이라고 한다.
실전에서 일일이 가르쳐 주고 시키는 사람이 없는데, 임호진은 곧 나갈 사람인 최동해에게도 가르치고 배울 기회를 주는 것이다.
“감사합니다.”
최동해의 말에 임호진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동해 말대로 막걸리는 일단 유통기한이 무척 짧아. 생막걸리 같은 경우는 이틀이면 유통기한이 지나기도 해서 먼 곳으로 유통이 되기 힘들지. 그리고 텁텁한 맛이 있어서 외국인들이 특별히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그럼 왜 가시는 겁니까?”
강진의 물음에 임호진이 웃으며 말했다.
“십 년 전인가? 내가 아직 대리일 때 막걸리를 일본에 팔고 싶다는 사람이 왔었어.”
“일본에요?”
“그때 한류 돌면서 한국 막걸리가 일본에서 유행을 했었거든. 그것을 봤는지 자기 집 막걸리를 일본에 팔았으면 좋겠다고 왔어.”
“한류 끼고 팔면…… 나쁘지 않겠는데요? 그리고 일본은 멀지도 않아서 금방 팔면 유통기한도 괜찮을 테고요.”
“그렇지. 그리고 그 사람이 시음하라고 가져온 막걸리 맛이 좋더라고. 그리고 아이템 스토리도 좋았어.”
“스토리요?”
“일본 애들이 몇 대 몇 대 내려가는 역사 있는 것을 좋아하잖아.”
“그렇죠.”
“막걸리를 만드는 집이 오 대를 내려오는 곳이었어.”
“오 대라…… 대단하네요.”
“그거 알지 모르겠네. 일제강점기 때 막걸리와 한국 술들이 탄압을 당했거든.”
“술이요?”
“민족의 혼을 말살시키겠다고, 한국 고유의 술들도 박해를 한 거지.”
“아…….”
강진이 탄식을 토하자 임호진이 말을 할 맛이 나는 듯 웃으며 말했다.
“그때 사람들 눈 피해서 막걸리를 만들고 전통을 유지한 주조장이야.”
“대단하네요.”
“대단한 곳이지. 아! 막걸리 맛은 또 기가 막혀. 내가 먹어 보고 이거 일본에서 되겠는데, 딱 감이 왔을 정도니까.”
“그럼 일본에 팔았습니까?”
“팔지는 못했어.”
“왜요?”
강진의 물음에 임호진이 입맛을 다셨다.
“혼자 만드는 거라 일본까지 팔 여력도 없고, 일본에다 팔 생각도 없다고 하시더군.”
임호진의 말에 강진이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팔고 싶다고 사람이 찾아왔다면서요?”
“주조장 사장님 둘째 아들이 허락도 안 받고 가지고 온 모양이야.”
“아…….”
“어쨌든 내가 보기에 좋은 아이템이라 몇 번 설득을 해 봤는데…… 안 되더라고.”
“그럼 십 년 동안 계속 설득을 하고 계신 건가요?”
“에이, 무슨 엄청난 아이템도 아니고 막걸리를 십 년 동안 잡고 있겠어?”
“그럼요?”
“몇 번 가서 인사하다 보니 정이 쌓이기도 했고…… 일단 거기 막걸리가 죽이거든.”
“그럼…… 그냥 막걸리 드시러 가는 건가요?”
“그 이유도 있기는 한데…….”
임호진이 백미러로 힐끗 최동해를 보았다. 그 시선을 느꼈는지 최동해가 생각에 잠겼다.
이것도 분명 뭔가 알려 주려는 것이다.
‘인사만 하고 막걸리만 먹으러 가는 것은 아닐 텐데…… 뭐지?’
최동해가 속으로 생각을 하는 것을 본 임호진이 웃으며 말했다.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가볍게 생각해.”
“네.”
최동해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던 임호진이 문득 강진을 보았다.
“아! 가게에 반찬 많지?”
“식당이니까요.”
“그럼 반찬 좀 살 수 있을까?”
“반찬요?”
“빈손으로 가기도 그러니, 가게 반찬이라도 좀 사가지고 가려고.”
“저야 괜찮지만…….”
“그럼 부탁 좀 할게. 맛집 반찬보다 가게 반찬이 맛있잖아.”
“그럼 차를 돌리셔야 할 텐데…….”
“돌리면 되지.”
말과 함께 임호진이 차를 돌려서는 강진의 가게 앞에 차를 세웠다.
“잠시만 계세요.”
“그럼 한 오만 원어치만 좀 부탁해.”
“그렇게 많이요?”
“부탁 좀 할게.”
임호진이 오만 원을 꺼내 내밀자 강진이 마다하지 않고 돈을 받았다.
***
임호진의 차는 경기도의 한적한 시골에 들어서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도 조금 외곽이라 할 수 있는 곳에 차를 세운 임호진이 차에서 내렸다.
“여기야.”
임호진의 말에 강진이 앞을 보니 허름한 창고 같은 것이 앞에 있었다.
“사장님 성격 엄청 세시니까, 말 조심히 해야 한다.”
임호진의 주의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강진의 답에 임호진이 주조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계십니까!”
임호진의 외침에 잠시 후 한쪽에서 문이 열리며 한 노인이 나왔다.
얼굴이 살짝 붉고 눈동자가 풀린 것이 취한 모습이었다.
‘대낮부터 술을 드셨네.’
“응? 뭐야? 왜 또 왔어?”
노인은 눈을 찡그리면서도 얼굴에는 반가움이 어려 있었다.
“새해 되기 전에 인사라도 드리러 왔습니다.”
“12월 초에 무슨 새해…… 너도 참 할 일 없다.”
작게 투덜거리며 노인이 한쪽에 있는 큰 통에 바가지를 넣었다가 뺐다.
“목이나 축여.”
“감사합니다.”
노인이 꺼낸 바가지를 받은 임호진이 웃으며 마시고는 강진에게 내밀었다.
“운전해야 하니까, 한 모금만 마셔봐.”
임호진의 말에 강진이 바가지를 받았다. 바가지 안에는 살짝 누르스름한 빛을 띠는 막걸리가 담겨 있었다.
그에 강진이 바가지를 입에 대고는 마셨다.
꿀꺽!
막걸리를 한 모금 마신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바가지를 최동해에게 내밀었다.
‘맛있네.’
주조장에서 바로 먹는 것이라 그런지 시중에 파는 것보다 향이나 맛이 더 진하고 강했다. 게다가 고소한 맛이 나는 것이 다른 막걸리와 좀 달랐다.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음미할 때 임호진이 말했다.
“여기 막걸리 맛은 늘 변하지 않아서 좋습니다.”
“같은 재료 넣고 늘 똑같이 만드는데 맛이 변할 일이 있나.”
“우문현답이십니다.”
웃으며 말을 한 임호진이 주조장을 둘러보았다. 허름하고 조금은 난잡해 보이는 분위기였지만 더럽지는 않았다.
“지금도 혼자 하십니까?”
“요즘 누가 이런 걸 하려고 하나?”
“이런 전통 있는 것들이 오래 남아야 할 텐데 말입니다.”
“뭐…… 어쩔 수 없지.”
그러고는 노인이 한쪽에서 김치 통을 가져왔다.
“막걸리나 마시고 가.”
“그래야지요.”
노인이 임호진과 함께 주조장을 나가는 것을 보던 최동해가 강진을 보았다.
강진은 주조장 한쪽에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형?”
“응? 아, 갈게.”
최동해가 걸음을 옮기자 강진이 힐끗 주조장 한쪽을 보았다. 그곳에는 몸뻬 바지를 입은 할머니 귀신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할아버지 아내분이신가?’
그런 생각을 하며 강진이 고개를 한 번 더 숙이자 할머니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그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강진이 작게 웃으며 그녀에게 다시 고개를 숙이고는 양조장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