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32
132화
남자를 놀란 눈으로 보던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신수 형제들처럼 이쪽 계통과 관련 있는 사람 아냐?”
신수 형제들이라면 귀신들이 있어도 들어올 수 있으니, 그들과 비슷한 일을 하면 저기서 라면을 시킬 수도 있다.
“그건 아니야.”
“아니야?”
“너는 잘 모르겠지만, 신수 형제들처럼 JS 일을 하는 사람들은 특유의 기운이 있어. 그런데 저 사람은 그런 것이 없어.”
“그럼 일반인이라고?”
“응.”
“이렇게 귀신이 바글바글한데 일반인이 어떻게 들어와? 아니, 지금은 여기가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텐데?”
귀신들이 셋만 있어도 일반인은 가게를 보지도 못하고 지나간다.
그런데 지금은 가게 안에 귀신들이 바글바글한 것이다.
“그러니까. 대체 어떻게 들어왔지?”
배용수가 신기함과 호기심이 어린 눈으로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다른 귀신들을 보았다.
귀신들도 남자에게 호기심을 느끼는 듯 힐끗거리며 그를 보고 있었다.
다행이라면 귀신들이 그에게 말을 걸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일반인에게 귀신이 말을 걸었다가 문제라도 생기면 큰일이니 말이다.
남자를 보던 강진이 일단 라면에 집중했다.
라면을 끓이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고 강진에게도 익숙한 음식이다.
전에 살던 고시원에서는 라면과 밥, 그리고 김치는 무료로 제공을 해 주었다. 그래서 라면을 반찬 삼아, 밥을 말아서 자주 먹었었다.
즉 라면을 자주 먹었기에 잘 끓인다는 말이었다.
물을 끓인 강진은 수프를 반만 넣고 김치 국물을 넣었다. 거기에 매운 고추도 두 개 썰어 넣은 다음 면이 익기를 기다렸다.
그러다가 문득 강진이 홀을 보았다.
“면 어떻게 익혀 드릴까요?”
강진의 외침에 남자가 젓가락을 휴지로 닦다가 말했다.
“살짝 퍼진 정도로요.”
“네.”
남자의 답에 강진이 면을 들었다 놨다 하며 살짝 퍼지게 끓이고는 그릇에 면을 덜었다.
화아악! 화아악!
그릇에 면발을 모두 덜은 그가 팔팔 끓고 있는 국물을 수저로 빠르게 저었다.
국물을 회전시킨 강진이 그 중심에 계란을 톡 하고 까 놓았다.
휘리릭! 휘리릭!
그러고는 계란이 회전을 하는 것을 보며 국물을 살며시 떠서 위에 부었다.
화아악!
계란이 조금씩 하얗게 익어가는 것을 보던 강진이, 됐다 싶었는지 국물을 라면이 담긴 그릇에 붓고는 마지막에 계란을 살며시 올렸다.
계란이 국물에 퍼지지 않고 모양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며 쟁반에 김치와 라면을 담아서는 홀로 가지고 나왔다.
“라면 나왔습니다.”
라면을 내려놓자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저로 국물을 떠먹었다.
그러고는 기분 좋은 듯 미소를 지었다.
“크윽!”
김치 국물과 매운 고추로 인해 라면의 매운맛이 더욱 칼칼하고 얼큰하게 느껴졌다.
신음을 토한 남자, 황민성이 젓가락으로 면을 크게 집어서는 후루룩 먹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보다 면이 조금 더 익기는 했지만 이 정도면 맛있었다.
면을 후루룩 먹은 황민성이 젓가락으로 계란을 살며시 눌렀다.
주르륵!
노른자가 터지며 흐르는 것을 본 황민성이 웃으며 숟가락으로 떠서는 입에 넣었다.
‘그렇지.’
매운맛이 가득했던 입안에 계란 노른자의 고소함과 부드러움이 감도는 느낌에, 황민성이 미소를 지으며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후루룩! 후루룩!
그런 황민성을, 강진은 최호철 옆에 앉아 보고 있었다.
“형도 여기 사람 들어온 건 처음 보죠?”
“나도 처음이야. 어떻게 들어왔지?”
최호철이 중얼거림에 여자 귀신 중 한 명이 말했다.
“근데 저 사람 엄청 부자인가 봐요.”
“부자요?”
“입고 있는 옷 다 명품이에요.”
“그래?”
“네.”
“정인이는 잘 아네?”
“내가 의상 디자인학과잖아요. 와! 저 시계는 한 1억 할 텐데.”
“1억? 무슨 시계가 1억이나 해요?”
강진이 놀라 하는 말에 여자 귀신, 정인이 말했다.
“저거 스위스 장인이 백 일 동안 수작업으로 만드는 시계예요.”
그러고는 정인이 슬며시 황민성을 위아래로 보고는 말했다.
“저거 위아래 다 합치면 아파트값 하나 나오겠는데요.”
“진짜요?”
“네.”
정인의 말에 강진이 황민성을 다시 쳐다보았다.
‘아파트 한 채를 입고 다닌다고?’
아파트를 입고 다닌다는 말에, 강진이 놀란 눈으로 황민성을 보았다.
황민성은 맛있게 라면을 먹고는 그릇을 들어 국물을 마시고 있었다.
“크윽!”
그러고는 마치 생맥주 오백을 원 샷이라도 한 표정으로 그릇을 내려놓았다.
“후우!”
길게 숨을 토한 황민성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빈 그릇을 보다가 김치를 하나 집어 입에 넣었다.
아삭!
김치를 먹은 황민성이 미소를 지었다.
‘김치도 맛있네.’
황민성이 다시 김치를 하나 집어 먹고는 입맛을 다셨다.
‘밥을 말아 먹을걸 그랬나?’
라면에는 밥을 말아야 하는데, 하는 생각을 잠시 하던 황민성의 핸드폰이 울렸다.
띠리링! 띠리링!
핸드폰이 울리는 것에 미소가 감돌던 그의 얼굴이 굳어졌다. 지금 이 기분 좋은 순간을 방해 받는 것이 싫었다.
잠시 입맛을 다신 황민성이 핸드폰을 꺼내 보았다.
장 비서라 쓰인 화면을 본 황민성이 전화를 받았다.
“왜?”
[사장님, 지금 어디신지요?]“왜?”
왜 찾냐는 의미였다.
[그, 화장실에 안 계셔서요.]“왜?”
이번에는 화장실로 왜 자신을 찾으러 왔냐는 의미였다.
[박 사장님이 찾으십니다.]“왜?”
이번에는 박 사장이 왜 자신을 찾냐는 의미였다.
[그야 술자리를 하시다가 안 보이시니…….]“거래 이야기는 끝난 것 아닌가?”
[그건 그렇지만…… 박 사장님이 2차를 준비했다고…….]“박 사장이 준비했으면…… 내가 따라야 하는 건가?”
차갑게 낮아진 황민성의 목소리에 비서가 급히 답했다.
[그럴 리가요. 절대 아닙니다.]“박 사장한테, 무슨 이야기인지는 알았으니 월요일에 다시 이야기하자고 해.”
[알겠습니다.]그걸로 전화를 끊은 황민성이 빈 라면 그릇을 보았다. 방금 전까지 좋았던 기분이 다시 나빠졌다.
‘한 그릇 더 먹을까?’
생각을 하던 황민성이 고개를 저었다. 오늘 저녁에 먹은 술과 안주에, 지금 먹은 라면까지 하면 칼로리 폭탄이다.
그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몸을 일으키다가, 그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응?”
방금 전까지 가게에 가득 차 있던 손님들이 모두 사라지고 주인만이 남아 그릇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내가 라면을 너무 맛있게 먹었나?’
사람들이 나가는 것도 모르고 라면을 먹고 있었나 생각하던 황민성이 몸을 일으켰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입에 맞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주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특히 계란이 정말 마음에 꼭 들었습니다.”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입니다.”
“그런데 계란을 어떻게 그렇게 익히는 겁니까?”
“면을 덜어내고, 국물에다 계란을 넣고 살살 돌리면 계란이 퍼지지 않고 이렇게 됩니다. 그리고 계란이 원하는 정도로 익으면 덜어 놓은 면 위에 국물과 함께 올리면 됩니다.”
“아…… 그렇군요.”
말과 함께 황민성이 지갑을 꺼내 만 원을 꺼내 내밀었다.
“삼천 원만 주시면 됩니다.”
“그럼 거슬러 주세요.”
“아!”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영화 속 부자들은 라면을 먹고도 만 원짜리를 딱딱 내던데…… 확실히 현실은 다르구만.’
속으로 웃은 강진이 말했다.
“저는 만 원 주시는 줄 알았네요.”
“그럼 만 원 받으셔도 됩니다.”
“아닙니다. 공짜 좋아하면 지옥 갑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만 원을 아크릴 통에 넣고는 칠천 원을 꺼내 거슬러 주었다.
강진이 주는 칠천 원을 받아 주머니에 넣으며 황민성이 말했다.
“잘 먹고 갑니다.”
“네, 다음에 또 오세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몸을 돌려 가게를 나섰다.
황민성이 가게를 나가는 것을 보던 강진이 슬쩍 옆을 보았다.
강진의 옆에는 귀신들이 서서는, 가게를 나가는 황민성을 신기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새벽 1시가 지나 현신이 풀려서 황민성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귀신들은 가게를 나가지 않고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도 황민성이 신기한 것이다. 귀신들이 바글바글한 곳에서 밥을 먹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나가는 사람이니 말이다.
“대낮 공터에도 우리가 몰려 있으면 사람들이 접근을 안 하는데…… 신기하네.”
“그러게. 뭐지?”
“무당인가?”
“무당이면 더 가까이 못 오지.”
“하긴 그것도 그렇네.”
귀신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듣던 강진이 손뼉을 쳤다.
“자! 이제 영업 끝났습니다. 다들 내일 다시 와 주세요.”
황민성이 어떻게 가게에 들어왔나 신기하기는 하지만, 뭐 토론을 벌일 정도로 궁금하고 신기한 것은 아니다.
‘또 오면 어떤 사람인가 물어봐도 되고, 안 오면…… 더 신경 쓸 필요도 없지.’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하나둘씩 가게를 나섰다. 원래라면 영업이 끝나는 것과 함께 나갈 터지만 황민성이 신기해서 남아들 있었던 것이다.
귀신들이 하나둘씩 나가자 강진이 여자 귀신들을 보았다.
“다른 귀신들한테 너무 거리 두지는 말고 친하게들 지내요. 다들 외로워서 친해지고 싶은 거니까요.”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여자 귀신들을 배웅한 강진이 가게 문을 닫고는 그릇들을 바로 치우기 시작했다.
홀을 치우고 설거지까지 모두 마무리하자 새벽 두 시가 가까워 오고 있었다.
“그럼 나 만복 형한테 다녀온다.”
“언제 올 거야?”
“점심 장사는 해야 하니까. 그 전에는 올게.”
배용수에게 말을 하며 강진은 카운터에서 선물 상자들과 음식이 담긴 찬합도 챙겼다.
영업시간이 아니라서 제대로 된 음식을 먹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제삿밥처럼 먹을 수는 있을 테니 말이다.
양손에 바리바리 물건들을 든 강진이 가게를 나왔다. 가게를 나온 그는 근처에 있는 건물로 향했다.
건물 지하에는 당구장이 위치해 있었다. 그 앞에 선 강진이 강두치의 명함을 문에 대고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덜컥!
그리고 강진이 들어가는 것과 함께 문이 닫혔다.
덜컥!
문을 열고 들어온 강진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처음에 봤던 것과 같이 셀 수 없이 많은 문을 통해 귀신들과 JS 금융 직원들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었다.
그것을 보며 강진이 다시 몸을 돌려 문을 잡다가 문득 고개를 돌렸다.
“JS 편의점 음식은 귀신도 먹을 수 있잖아?”
자신이 음식을 만들어 오기는 했지만, 그건 제삿밥처럼 먹는 것이라 맛은 그리 없다고 했었다.
하지만 JS 편의점 음식은 귀신도 실제로 먹을 수 있고 맛도 좋았다.
그런 생각이 든 강진이 몸을 돌려서는 편의점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양손에 물건들을 바리바리 들고 편의점으로 향하며 강진이 한숨을 쉬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먹을 건 안 가지고 오는 건데.”
작게 중얼거리며 편의점 앞에 도착한 강진이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직원의 인사에 강진이 고개를 숙이고는 물건들을 카운터 앞에 놓았다.
“잠시 여기다 둘게요.”
“그렇게 하세요.”
직원의 말에 강진이 바구니를 들고는 쇼핑을 하기 시작했다.
도시락하고 과자들을 산 강진이 카운터에서 계산을 할 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사장님!”
뒤를 돌아보니 강두치가 웃으며 그를 보고 있었다.
“두치 씨!”
“어쩐 일이세요?”
“만복 형한테 줄 선물 사러 왔어요.”
웃으며 카운터에 있는 물건을 가리킨 강진이 강두치를 보았다.
“두치 씨는요?”
“저야 밥 먹으러 왔죠.”
강두치가 컵라면을 들어 보이자, 강진이 물었다.
“아니, 무슨 식사를 컵라면으로 하세요?”
강진의 물음에 강두치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승도 그렇지만 저희 저승도 직장인들 월급이라는 것이 통장을 스쳐 가는 버스와 같은 개념이라…… 하하하! 이번 달은 좀 절약해야 할 필요가 있네요.”
“두치 씨 보면…… 이승이나 저승이나 별로 차이가 없어 보이네요.”
“이승이나 저승이나 직장인은 다 비슷합니다.”
웃으며 말을 하는 강두치를 보던 강진이 문득 말했다.
“마침 제가 음식을 좀 해 왔는데, 라면하고 같이 드세요.”
“음식요?”
“만복 형하고 어르신들 드리려고 음식을 해 왔는데…… 넉넉하니 좀 드세요.”
“그럼 저야 감사하죠.”
“밖에 나가 있을게요.”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온 강진은 편의점 앞에 있는 테이블에 찬합을 올리고는 뚜껑을 열었다.
“이야! 맛있겠네요.”
웃으며 강두치가 라면을 들고 와 앉았다.
“드세요.”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라면을 쌌던 비닐을 테이블 위에 잘 펴고는, 그 위에 김치와 반찬들을 올렸다.
“그냥 드시지.”
“제가 다 먹을 것도 아니고, 다른 분들에게 가는 음식인데 깨끗하게 먹어야죠.”
“그것도 그렇네요.”
비닐에 놓인 음식이지만 강두치는 맛있게 먹었다. 그러다가 그가 문득 강진을 보았다.
“아! 강영강 소식 안 궁금하세요?”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마주 보았다.
강영강이라면 그 나쁜 놈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