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40
140화
굳은 얼굴로 강진을 보던 고대훈이 말했다.
“혹시 얼굴 좀 크고 덩치 있는 놈이 그렇게 말했습니까?”
고대훈의 말에 강진이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딜 가나 사이가 안 좋은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고대훈에게는 이 사람이 그런 사람인 모양이었다.
“그런 것도 같고…….”
‘강태석, 이 개자식이…….’
속으로 욕을 하던 고대훈이 한숨을 쉬고는 강진을 보았다.
“사장님 말씀대로 차를 사 가신 분들이 이상하다고 다시 가져오시기는 했지만…… 차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자신을 사장님이라 칭하는 고대훈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차에는 이상이 없지만, 귀신이 들렸다면서요?”
“요즘 세상에 귀신이 어디에 있어요?”
“그래도 주인이 네 번이나 바뀌었으면…….”
말을 하던 강진이 웃으며 차를 보다가, 운전석에 타며 조수석을 가리켰다.
“타세요.”
강진의 말에 고대훈의 얼굴에 살짝 불편함이 어렸다.
‘어?’
고대훈의 얼굴에 어린 불편한 시그널을 읽은 강진이 속으로 웃었다.
‘귀신이 어디에 있냐고 하면서…… 무서워하네? 혹시 전에 타 본 적이 있나?’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조수석을 다시 가리켰다.
“타세요.”
강진의 말에 고대훈이 입맛을 다시고는 슬며시 조수석에 탔다.
“이 차 타 보셨어요?”
강진의 물음에 고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차 들어오면 문제가 없나 확인할 겸 시운전을 해 봅니다.”
“아…… 그럼 자주 타셨겠어요.”
“자주는 아니고…….”
말꼬리를 흐리며 입맛을 다시는 고대훈을 보며 강진이 차 키를 꽂았다.
“시운전해 봐도 되나요?”
“보험 문제 때문에 그건 좀 그렇고요. 시동만 걸어 보시죠. 아까 차 보시는 것 보니 엔진 소리만 들어도 아실 것 같은데.”
전문가도 쉽게 알지 못할 흔적들을 강진이 찾아낸 것을 보고, 차에 대해 잘 안다 생각을 하는 모양이었다.
고대훈의 말에 강진이 차 키를 돌렸다.
부릉!
엔진 소리가 부드럽게 들리는 것에 강진이 힐끗 백미러로 뒤를 보았다.
그리고 남자 귀신과 눈을 마주치고는 슬쩍 고대훈을 가리켰다.
‘건드려요, 건드려.’
강진의 시선에 남자 귀신이 망설이자, 여자 귀신이 그대로 몸을 일으켜서는 고대훈의 귀에 숨을 불어 넣었다.
“후우우!”
“으악!”
여자 귀신이 숨을 불어 넣자 고대훈이 깜짝 놀란 얼굴로 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왜 그러세요?”
“아니…… 갑자기 오한이 들어서.”
놀란 눈으로 뒤를 돌아보며 귀를 비비는 고대훈을 보며 강진이 시동을 껐다. 그러고는 다시 차 키를 쥐었다.
“다시 해 볼까요.”
강진의 중얼거림은 고대훈을 향한 것이 아니라 여자 귀신을 향한 것이었다.
부릉!
다시 시동이 켜지는 것과 함께 여자 귀신이 얼굴을 앞으로 빼서는 이번에는 고대훈의 목덜미에 숨을 불어 넣었다.
“후우우우!”
“으악!”
순간 고대훈이 급히 차 문을 열고는 뛰쳐나갔다.
우당탕탕!
“왜 그래?”
상황을 모르는 이상섭이 놀라 고대훈을 부축하자, 고대훈이 급히 벌떡 일어나서는 목을 손으로 문질렀다.
“이거 뭐야?”
놀람과 두려움이 어린 눈으로 목을 긁는 고대훈의 모습에 이상섭이 그를 진정시킬 때, 강진이 차 문을 열고 나오며 눈을 찡그렸다.
‘자극이 너무 심했나? 이거 벌 받는 것 아냐?’
사람을 놀라게 하는 것도 죄는 죄일 테니 조금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곧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귀신 붙은 차인데 다른 사람한테 팔리게 되면 오히려 위험해. 혹시라도 운전 중에 귀신이라도 보게 되면 큰 사고가 될 수도 있잖아.’
귀신 들린 차를 타면서 겁내지 않고 그냥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었다.
밤에 혼자 차를 타고 가는데 백미러로 귀신이 보이면? 말 그대로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다.
나름 자기 합리화를 하는 강진이었지만, 영 틀린 생각도 아니었다.
‘……그래, 어쩌면 이건 고대훈 씨가 죄를 짓지 않게 해 주는 선행이야.’
나쁜 물건을 좋게 팔려고 하면 그것 역시 죄가 생기는 일일 테니 말이다.
어쨌든 운전석에서 내린 강진이 고대훈을 보았다.
“귀신이라도 보셨나 봐요?”
“아…… 아닙니다.”
목을 거칠게 문지르는 고대훈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오백…… 오십에 어떠세요?”
원래 생각했던 금액에서 오십을 더 붙였다. 귀신이 붙어 있기는 하지만 귀신의 말을 들어 보면 구백 이상은 가는 물건이다.
강진의 말에 고대훈이 강진을 보다가 힐끗 차로 시선을 돌렸다.
“이 차 다른 중고 매매상한테 넘겨도 칠백은 받습니다.”
고대훈의 말에 강진이 말했다.
“안 파신 데에는 이유가 있겠죠?”
강진이 웃으며 하는 말에 고대훈이 눈을 찡그렸다. 사실 맞다.
일반인도 차를 사 갔다가 이상한 현상을 겪었다느니, 귀신이 나왔다느니 소릴 지르며 환불을 요청하고 소란을 피우는데…… 같은 동종업자들은 더 개난리를 피울 것이다.
사실 한 번 다른 중고 매매상을 통해 팔았다가 다시 끌고 온 적도 있다.
원래 중고차 매매는 한 번 팔면 환불이나 그런 것을 절대 안 해 주지만…… 차가 깔끔하고 잘 나와서 처음에 친한 형에게 판 것이 문제였다.
‘그때 그 형한테 파는 것이 아니었는데.’
모르는 사람한테 팔았다면 그냥 모른 척하고, 원래대로 환불이나 그런 것을 안 해 줬을 것이다.
하지만 워낙 친한 형이고 그 형이 차를 타고 난 후 ‘몸이 안 좋다. 헛소리가 들린다.’는 등의 말을 하니 환불을 해 준 것이다.
물론 백 정도 남기고 환불을 해 주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두 번째 구매자는 성격이 개진상인 남자였는데, 죽인다고 칼까지 들고 난리를 쳐서 환불을 해 줬다.
세 번째로 차를 산 사람은 다른 중고 매매상이었다. 더는 신경 쓰기 싫어서 원가에 넘겼다. 그런데 그 중고 매매상이 그 차가 깨끗하고 잘 나간다고 마누라를 주면서 일이 틀어졌다.
그리고 네 번째로 샀던 사람은, 두 달 전에 주차장에 차를 끌고 와서는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여 버리겠다고 난리를 쳤었다.
그래서 고대훈으로서도 이 차가 지긋지긋하기는 했다. 하지만 장사꾼이라는 것이 지긋지긋해도 손해는 보기 싫어하는 사람이다.
“650으로 하시죠.”
고대훈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600으로 하시죠. 사회 초년생 사정 좀 봐 주세요.”
강진은 마지막에는 웃으며 사정 좀 봐 달라는 식으로 숙이고 들어갔다.
일종의 밀당이었다. 강하게 나가다가 약하게 나가면 상대는 자신이 배려 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매일 못되게 구는 상사가 한 번 잘해 주면 그것에 더 감동을 받지만, 매일 잘해 주는 상사가 한 번 구박하면 그것이 더 서러운 것처럼 말이다.
강진의 말에 고대훈이 잠시 있다가 한숨을 쉬었다.
“그럼 그렇게 하죠. 대신 지금 바로 계약서에 사인하고 입금해 주셔야 합니다.”
“그럼요. 그럼 어디다가 사인하고 입금할까요?”
강진의 말에 고대훈이 고개를 젓고는 사무실을 가리켰다.
“사무실로 오세요.”
순식간에 거래가 완료되고 사무실로 가는 고대훈의 모습에 이상섭이 강진을 보았다.
“차 이것만 보려고?”
“네.”
“그래도 온 김에 몇 대 더 보지 그래?”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닌데 한 번 스윽 보고 바로 결정하는 것이 걸리는 모양이었다.
“좋은 차 잘 잡았어요.”
“차에 대해 잘 알아?”
“좀 알아요.”
강진의 말에 이상섭이 차를 힐끗 보고는 말했다.
“근데 귀신 들렸다는 소리는 뭐야?”
“아까 형이 사무실 들어갔을 때 누가 그런 말을 해 주더라고요.”
“그럼 다른 차 사지.”
이상섭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형, 귀신 믿어요?”
“믿냐 안 믿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이왕 살 거면 소리 없는 차를 타는 것이 좋지. 굳이 귀신 들렸다는 이야기가 있는 차를 살 이유가 없잖아.”
“그래서 백만 원 깎았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그리고 세상에 귀신이 어디에 있어요?”
말을 하며 강진이 뒷좌석을 보았다. 자신을 멀뚱거리며 보고 있는 귀신들을 보며 강진이 웃었다.
‘여기 있기는 하지.’
강진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 이상섭이 말했다.
“그래도 찝찝하잖아.”
“저는 그런 거 신경 안 써요.”
그러다가 강진이 이상섭을 보았다.
“사무실 먼저 가세요.”
“너는?”
“차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보고 갈게요.”
“사무실 저 건물이야.”
“네.”
그러고는 강진이 자동차가 있는 곳으로 뛰어가서는 차 문을 열었다.
그런 강진을 두 귀신이 바라보았다.
“사기로 했어요?”
“네. 배용수, 배용수, 배용수.”
강진의 부름에 배용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화아악!
“응?”
배용수가 여기가 어딘가 싶어 주위를 두리번거릴 때, 강진이 말했다.
“여기 두 분하고 같이 있어.”
“응?”
무슨 말이냐는 듯 보는 배용수의 모습에, 강진이 남자 귀신을 보았다.
남자 귀신은 놀란 눈으로 배용수를 보고 있었다. 갑자기 다른 귀신이 눈앞에 나타나니 놀란 것이다.
그 모습에 강진이 말했다.
“귀신 못 봤어요?”
“보기는 봤지만 차 안에서만 봐서…….”
“생긴 건 이래도 나쁜 놈 아니에요.”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눈을 찡그렸다.
“내가 생긴 게 어때서?”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눈과 귀, 거기에 코와 입에서 피를 줄줄 흘리며 할 말은 아닌 듯싶었다.
“많이 어때.”
많이 이상하다는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눈을 찡그렸다.
“뭐?”
그런 배용수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형 차 샀다.”
“이거 산 거야?”
그러고는 배용수가 귀신들을 보았다.
“귀신도 있는데? 야, 너 설마 귀신 들린 차를 샀어?”
황당하다는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어차피 너 데리고 다니면 뭘 타도 귀신 들린 차지.”
“그건…… 그렇지.”
“그리고 장거리 갈 때 심심하지 않고 좋지.”
웃으며 말을 한 강진이 남자 귀신에게 말했다.
“궁금한 건 얘한테 물으세요.”
그러고는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눈을 찡그리다가 차에 올라탔다. 그에 강진이 조수석을 닫고는 몸을 돌려 사무실을 향해 뛰어갔다.
***
강진은 자신이 산 차를 타고 회사로 향하고 있었다. 차를 사는 것은 생각보다 간편했다.
돈 내고 보험에 가입하고, 관공서 가서 서류 몇 장 작성하니 끝이었다.
모든 절차를 마친 강진은 차를 타고 회사로 향하고 있었다. 운전을 하던 강진이 힐끗 조수석에 탄 배용수를 보았다.
배용수는 뒤에 있는 귀신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저승식당? 그런 곳이 있었군요.”
“있기는 한데…… 그쪽은 차에 묶여 있어서 식당에 들어올 수 있을지 모르겠네.”
“저희는 못 들어가나요?”
“일단 차 밖으로 못 나오잖아. 차가 식당에 들어갈 수도 없고…….”
배용수의 말에 여자 귀신이 급히 말했다.
“저희도 차에서 조금은 떨어질 수 있어요.”
“얼마나?”
“그게…….”
여자 귀신이 남자 귀신을 보자, 남자 귀신이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한 십 미터 정도는 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꽤 멀리 가네?”
“그런가요?”
“땅에 묶여 있는 지박령들은 꽤 활동 범위가 넓은데, 이렇게 물건에 묶여 있는 지박령들은 물건 주위를 벗어나지 못하거든. 차가 이동하는 물건이라서 그런가?”
움직이는 물건에 묶여서 활동 범위가 넓은 건가 하는 배용수를 보며 남자 귀신이 말했다.
“십 미터면 어떻게, 식당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
“길가에 차 세우면 들어올 수 있을 것 같은데?”
보도라고 해도 그리 넓지 않으니 십 미터면 식당 안에서 활동할 거리가 될 것이다.
그에 귀신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행이네요.”
“그러게, 음식을 먹을 수 있다니…….”
두 귀신이 미소를 짓는 것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뭐 먹고 싶어요?”
“네?”
“오늘 차 오너 된 기념으로 맛있는 것 해 드릴게요. 뭐 드시고 싶어요?”
강진의 말에 두 귀신이 서로를 보다가 남자 귀신이 말했다.
“선주, 뭐 먹고 싶어?”
남자 귀신의 말에 여자 귀신, 선주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미역국.”
“미역국?”
선주의 말에 남자 귀신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너 미역국 안 좋아하잖아.”
남자 귀신의 말에 선주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오빠 생일날…… 내가 죽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