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57
157화
분식을 싫어하는 사람이 왜 분식을 시키나 생각을 할 때, 황민성이 웃으며 잔을 들었다.
“그리고 소시지를 조금씩,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으면 맛이 더 좋아.”
“그래요?”
“그럼!”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소시지를 하나 집어 입에 조금 넣고는 베어 물었다.
그리고 천천히 씹자 확실히 하나를 통째로 넣고 씹을 때와는 조금 달랐다.
집중해서 먹으니 짠맛과 비엔나 사이의 육질이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그래도 하나 통째로 씹는 것이 나은 것 같은데.’
조금만 씹어도 목 안으로 넘어가 버리니 감질이 나는 것이다. 그에 강진이 비엔나를 하나 집어 입에 넣었다.
“저는 크게 먹는 게 좋네요.”
“개인 취향이니까.”
그리고 맥주를 따라 마시는 황민성을 보던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그래서, 네가 가 본 곳 중에 어디가 가장 맛있디?”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턱을 만지다가 고개를 저었다.
“맛집에 우열이 어디 있겠어? 저기는 저게 맛있고, 여기는 이게 맛있는 거지.”
그러고는 배용수가 황민성을 보았다.
“대신 마음에 드는 가게는 있는 법이지. 형은 어디가 좋았어요?”
배용수의 물음에 황민성이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나는…… 운암정이 제일 좋던데.”
황민성의 말에 배용수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그것을 미처 눈치채지 못한 황민성이 말했다.
“거기가 음식이 깔끔하고, 뭘 시켜도 후회가 없지. 게다가 외국인들도 좋아하는 곳이고…… 가끔 외국 투자자들 만날 일 있으면 그곳에 자리를 잡지.”
술도 취한 상태에서 운암정 이야기를 듣자 울적해지는 배용수의 모습에 강진이 빠르게 화제를 돌렸다.
“외국 쪽 투자도 받습니까?”
“덩어리가 큰 건 나 혼자 하기 힘들어서 외국 쪽에서 투자를 받기도 하지. 그리고 나도 외국 쪽에…….”
말을 하던 황민성이 피식 웃었다.
“재미없는 이야기는 하지 말자.”
“하긴, 술자리에서 할 이야기는 아니네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잔을 들었다.
“마시자!”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잔을 들자 배용수도 얼굴을 펴고는 술을 마셨다.
***
아침 9시쯤에 강진은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끄응!”
잠시 멍하니 있던 강진이 몸을 쭈욱! 폈다.
우두둑! 우두둑!
뼈마디가 부러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몸을 일으키던 강진의 얼굴에 의아함과 놀람이 어렸다.
자신의 옆에서 황민성이 자고 있었다.
‘황민성 씨가 왜?’
황민성을 보던 강진이 주위를 둘러보다가 조심히 몸을 일으켰다.
다행이라면 강진이 일어나도 황민성은 정신을 못 차리고 자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얼핏 기척은 느꼈는지 황민성이 작게 신음을 토했다.
“음…… 추워.”
일어나던 강진은 황민성의 신음에 슬며시 이불을 덮어주었다.
그러고는 한쪽에 있는 보일러의 온도를 올렸다.
한끼식당에서 일을 하면 귀기라고 해야 할 기운을 흡수하게 된다.
그 기운 때문에 귀신도 보게 되는데…… 좋은 점은 더위와 추위를 좀 덜 느낀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샤워할 때 빼고는 보일러를 안 틀어 놓는데, 일반인인 황민성으로서는 추웠을 것이다.
어쨌든 보일러 온도를 올린 강진이 조용히 문을 열고는 거실로 나왔다.
그러고는 부엌에 들어가서 주전자에서 물을 따라 마셨다.
꿀꺽! 꿀꺽!
차가운 냉수를 마시고 나니 속이 좀 개운해지면서 정신이 들었다.
그제야 어제 일이 조금씩 떠올랐다.
“아…… 내가 자고 가라고 끌고 왔구나.”
결론은 강진이 황민성에게 같이 자자고 하고서 데리고 올라온 것이었다.
의식 못 한 것 같았지만 인턴 생활에 나름 스트레스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인턴이 끝났다고 생각을 하니 자기도 모르게 평소 먹던 것보다 오버해서 술을 마셨다.
게다가 1차 회식 때 삼겹살에 소주도 좀 먹었고, 거기에 2차에서 양주도 몇 잔 마셨다.
그러고는 가게에서도 폭탄주를 여럿 말아 먹었으니…… 강진 입장에서는 처음으로 필름 끊길 때까지 정신을 놓고 마신 날이었다.
그러니 귀기가 가득한 집에 황민성을 데리고 올라올 생각을 한 것이다.
‘하루쯤 자고 간다고 몸에 무리가 가지는 않겠지?’
그런 생각을 한 강진이 스트레칭을 했다.
우두둑! 우두둑!
몸을 비틀며 운동을 하던 강진이 팔굽혀 펴기를 하기 시작했다.
“후우! 후우! 후우!”
팔굽혀 펴기를 한 강진이 이런저런 요가 자세를 취하며 마저 몸을 풀었다.
그러고는 몸에서 가볍게 땀이 나기 시작하자 화장실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는 밖으로 나왔다.
개운하게 씻고 나온 강진이 슬쩍 방문을 열었다. 그러더니 아직도 정신없이 자는 황민성을 보고는 다시 문을 닫았다.
잠시 생각을 하던 강진은 주방으로 와서는 냉장고를 열었다.
하지만 냉장고에는 별게 없었다. 밥은 대체로 식당에서 먹거나 하니 이층에 있는 주방에는 물 같은 걸 제외하면 뭐가 없는 것이다.
그에 강진이 일층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강진이 한숨을 토했다.
“휴우! 이걸 언제 치운다?”
어제 술을 마시고 치우지 않고 올라가서, 일층에는 귀신들이 먹다 남은 음식과 그릇들이 그대로였다.
그것을 잠시 보던 강진이 한숨을 쉬고는 일단 주방으로 들어갔다.
“배용수, 배용수, 배용수.”
세 번 부르자 배용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게 밖에 있었는데, 그냥 문 열고 부르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왜 나가 있었어?”
“냄새 나서.”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눈을 찡그리다가 한숨을 쉬었다.
“그래, 잘했다.”
좀 치우지, 라고 하고 싶어도 배용수가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시간은 오후 11시에서 새벽 1시까지이니…… 그가 치우고 싶어도 치울 수가 없었을 것이다.
“형은 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황민성 씨가 마음에 많이 들었나 보다.”
“이야길 해 보니 말이 통하더라고. 그 양반도 음식 어지간히 좋아하더만.”
요리를 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음식을 맛있게 먹는 사람에게 호감이 가는 모양이었다.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쌀을 꺼내 씻어 밥을 올리고는 냄비를 불 위에 올렸다.
“뭐 하게?”
“해장도 할 겸 김치찌개 끓이려고.”
“고기 넣고?”
“해장에는 기름진 것이 좋다며.”
“그렇지. 아, 마지막에 콩나물하고 파 좀 넣어. 그럼 더 칼칼하고 좋아.”
“알았다.”
냄비가 어느 정도 달아오르자 강진이 돼지고기 앞다리살을 냄비에 넣었다.
촤아악! 촤아악!
고기가 냄비에 들러붙으며 지져지자 강진이 나무 주걱으로 그것을 빠르게 문댔다.
촤아악! 촤아악!
주걱질에 고기가 냄비에 들러붙고 떨어지기를 반복하며 살점이 떨어져 나갔다.
그렇게 어느 정도 고기가 들러붙게 만든 강진이 맛술을 조금씩 부어가며 떨어진 고기를 녹여냈다.
기름이 떠오르기 시작하자, 강진이 김치를 넣고는 다시 볶으며 물과 양념들을 넣었다.
“끓으면 말 좀 해.”
“알았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쟁반을 들고는 홀로 나와 그릇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홀을 치우고 설거지도 빠르게 한 강진이 마지막으로 김치찌개에 콩나물과 파를 넣고는 불을 줄였다.
그러고는 프라이팬을 올리고는 계란 프라이를 만들었다.
‘두 개는 드시겠지?’
계란 프라이를 강진은 약한 불로 은근히 익혔다. 황민성이 계란 반숙을 좋아하니, 계란 프라이도 노른자를 살리면서 부드럽게 익히는 것이다.
그렇게 계란 프라이를 몇 개 더 한 강진이 두 개를 덜어서는 싱크대에 놓았다.
“너도 먹어.”
계란 프라이 위에 수저를 놓자 배용수가 웃으며 말했다.
“고맙다.”
아침이라 제삿밥처럼 먹는 거지만, 배용수는 맛있게 계란 프라이를 먹었다.
계란 프라이를 후루룩 먹는 배용수를 보며 강진이 쟁반에 김치찌개와 계란 프라이, 반찬을 놓고 밥을 떴다.
그러고는 강진이 계단으로 올라가자 배용수가 고개를 내밀었다.
“여기서 안 먹어?”
“오늘은 위에서 먹으려고.”
“왜?”
“여기서 먹으면 가게 밥이지만, 위에서 먹으면 집밥이잖아.”
“거 논리 한번 이상하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다시 내려와서는 식탁에 쟁반을 놓았다.
“신경 쓰지 말고, 밖에 최훈 씨하고 선주 씨 들어와 있으라고 해.”
그러고는 강진이 리모컨으로 TV를 켰다. 그리고 드라마 채널로 맞춘 강진이 쟁반을 들고 이층으로 올라갔다.
***
황민성은 멍하니 천장을 보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일어난 지는 몇 분 됐다. 하지만 일어나서 밖으로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어떡할까.’
남의 집에서 자다가 눈을 뜬 것…… 황민성에게는 태어나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당황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하나 머뭇거리던 황민성의 코에 맛있는 냄새가 맡아졌다.
킁킁!
냄새를 맡던 황민성이 입맛을 다셨다. 칼칼하면서도 뭔가 매콤한 듯한 냄새에 침이 고였다.
꼬르륵!
배에서 소리가 나는 것에 그가 다시금 입맛을 다셨다.
‘목도 마른데…….’
잠시 고민하던 황민성의 귀에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뚜벅! 뚜벅!
그에 황민성이 급히 눈을 감았다.
덜컥!
그때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강진이 고개를 들이밀었다.
“형, 식사하세요.”
“으……음?”
작게 신음을 토하는 척하며 황민성이 슬며시 몸을 일으켰다.
“……지금 몇 시야?”
확실히 지금 몇 시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아홉 시 반 넘었어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번쩍 눈을 떴다.
“아홉 시 반?”
“네.”
그 말에 황민성이 급히 일어났다. 그러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내 외투 어디 있지?”
“거실에요. 그리고 일단 이것부터 드세요.”
강진이 내미는 컵을 본 황민성이 일단 그것을 받아 마셨다.
꿀꺽! 꿀꺽!
물을 마신 황민성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꿀물이네.”
“술 마시고 난 후에는 꿀물이라잖아요.”
“근데 좀 씁쓸한 맛도 나고…….”
말과 함께 입맛을 다신 황민성이 입술을 닦았다. 뭔가 섬유질 같은 것이 그의 손에 묻어 있었다.
“도라지예요.”
“도라지?”
“도라지도 좀 갈아서 넣었어요.”
“도라지에 꿀 타서 먹는 건 처음이네.”
“도라지도 몸에 좋은데 나쁠 건 없죠. 어서 나오세요.”
강진이 말을 하고 먼저 나가자, 황민성이 그 뒷모습을 보다가 살짝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어제 술 마실 때는 형 동생 하기로 했지만, 막상 술이 깨고 나서 혹시 존대를 했다면 불편했을 것이다.
그런데 강진이 편하게 형이라고 먼저 말을 해 주니, 자신도 편하게 그를 동생으로 대한 것이다.
물론 핸드폰을 찾느라 정신이 없기도 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강진이 형이라고 먼저 불러줘서 황민성은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거실로 나온 그는 소파에 던져져 있는 외투를 집어 주머니를 뒤졌다.
그리고 핸드폰을 꺼낸 황민성이 빠르게 메시지들을 살폈다.
지금 그가 보는 것은 그의 투자 회사 직원들이 보내주는 국제와 국내 소식이었다.
휙휙휙!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이는 황민성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형, 식사하세요.”
“잠깐만…….”
핸드폰을 보던 황민성이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강진에게 고개를 돌리다가 식탁에 차려진 음식을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언제 한 거야?”
“형 자는 동안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식탁에 앉았다. 그런 황민성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식사하시죠.”
말을 하며 강진이 김치찌개를 떠서는 입에 넣었다.
“크윽! 내가 끓이기는 했지만 진짜 맛있네요.”
아침부터 돼지고기 많이 들어간 김치찌개라니 좀 무거워 보일 수 있지만, 해장에는 조금 기름지고 단백질이 있는 게 좋았다.
거기에 김치를 듬뿍 넣고 칼칼하게 끓여서 느끼하지도 않았다. 물론 식으면 굳어서 기름이 지겠지만, 일단 따뜻할 때에는 칼칼하면서 진한 기름 맛이 좋았다.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김치찌개를 보았다. 그런 그를 쳐다보며 강진이 말했다.
“드세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밥상을 물끄러미 보았다. 그러고는 잠시 말이 없다가 입을 열었다.
“계란 프라이네.”
“계란 프라이도 싫어하세요?”
분식을 먹으면서도 분식을 싫어한다고 했던 황민성이라, 혹시 그가 이것도 싫어하나 싶었다.
강진의 물음에 황민성이 고개를 저었다.
“좋아하는지도 잊고 있었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