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60
160화
강진의 시선에 남자 귀신이 웃으며 손을 들었다.
“내가 좀 변했지?”
남자 귀신의 목소리를 들은 강진이 놀란 얼굴로 그를 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어르신!”
강진의 생각대로 남자 귀신은 이태문이었다. 그것도 늙은 이태문이 아니라 젊은 이태문이었다.
“모습이 젊어지셨습니다.”
놀란 강진의 말에 이태문이 웃으며 머리를 긁었다.
“죽어 보니 이렇게 젊어져 있더군.”
죽었다는 것에 대해 아무런 슬픔이나 두려움이 없는 듯, 이태문은 태평하게 말했다.
하긴 죽음과 가까이 지내는 저승식당 주인이었으니 두려울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젊어서 돌아가신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 젊어지신 겁니까?”
저승식당에서 현신을 했다면 이해할 수 있다. 전에 오순영도 할머니였지만, 젊었을 때의 기억을 떠올리자 그녀의 모습도 젊게 변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원래 귀신은 죽었을 때의 모습을 간직한다. 김소희도 죽었을 때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철이 없어서 그런 게지.”
그때 들려온 김소희의 목소리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김소희는 발라당 뒤집어진 황구의 배를 두 손으로 빨래를 하는 것처럼 문지르고 있었다.
부욱! 부욱!
그녀의 손길에 황구는 혀를 길게 내민 채 헥헥거리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헥헥!
헥헥거리며 꼬리를 미친 듯이 좌우로 흔들어대고 있는 황구를 보던 강진이 말했다.
“철요?”
“너무 철이 없으니 귀신이 되어서도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야.”
“원래 귀신들은 죽을 때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 건가요?”
“너무 철이 없으면 그것도 이겨내나 보지.”
작게 고개를 저은 김소희는 다시 황구의 배를 문지르는 데에 집중했다.
부욱! 부욱!
헥! 헥!
그녀의 손길이 빨라질수록 황구의 꼬리도 더 빠르게 움직였다.
그런 김소희를 보며 이태문이 웃었다.
“철이 없다 하셔도, 저는 이렇게 젊어지니 좋습니다. 아가씨와 같이 다녀도 이상하게 보이지 않고요.”
이태문의 말에 김소희가 눈을 찡그렸다.
“쓸데없는 소리하지 마시게나.”
“알겠습니다.”
사랑스럽다는 듯 웃는 눈으로 그녀를 보는 이태문을 쳐다보던 강진이 말했다.
“어르신은 시대를 잘못 타고나신 것 같습니다.”
“뭐가 말인가?”
“지금 태어나셨으면 연예인이 돼서 인기도 많으셨을 것 같은데…….”
“옛날에 태어났어도 이 얼굴이라 인기는 많았다네. 내가 시장에 재료를 사러 가면 동네 아주마니들이 어찌나 엉덩이를 두들기던지, 집에 오면 엉덩이가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니까. 하하하!”
웃으며 어깨를 치는 이태문을 보던 강진이 말했다.
“그런데…… 귀신이 되신 것입니까?”
“아직 아니네.”
“그럼?”
“오늘 새벽에 죽었으니 지금은 장례 중이네.”
“아…… 오늘 돌아가셨군요.”
위로를 해야 하나, 아니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말해야 하나 고민을 하던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죽음이 뭐 별건가. 고향으로 가는 거지.’
귀신을 하도 많이 만나서 그런지, 어쩌면 이제 자신도 죽음에 대해 무감각해지는 것 같았다.
“그럼 삼 일 후에는 올라가시는 겁니까?”
강진이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자 이태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테지.”
이태문의 말에 강진이 슬며시 김소희를 보았다. 김소희는 황구를 쓰다듬으며 놀고 있었다.
“그럼 장례식장에 계셔야 하는 것 아닌지요?”
“사람들 와서 시끄럽게 굴다 가는 것을 굳이 뭐 하러 보고 있나.”
“그래도…… 어르신의 장례식인데요.”
“됐어. 내 친구들은 이미 저승에 가 있고, 장례식장에 오는 사람들은 그냥저냥 아는 사람들이라 괜찮아.”
“그럼 삼 일 동안 어떻게 하시려고요?”
“아가씨께서 금강산 구경시켜 주신다고 해서 거기서 유람이나 하려고.”
“금강산요?”
“살아서는 못 가도 죽어서는 갈 수 있잖아. 그리고 삼 일 되면 가야지.”
이태문의 간다는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저승에 가는 것을 이태문은 근처에 나들이라도 가는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하긴 JS 금융에 쌓아 놓은 돈이 있으니, 저승에 가면 이승에서보다도 더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아가씨와 단둘이 여행도 가시고, 좋으시겠어요.”
강진의 말에 이태문이 웃었다.
“하하하! 좋지, 좋고말고.”
그런 이태문을 보며 강진이 물었다.
“그런데 처녀귀신하고 같이 있어도 괜찮으세요?”
보통 귀신들은 처녀귀신하고 같이 있는 것을 힘들어한다. 그것은 총각귀신도 마찬가지인데 이태문은 별다른 영향이 없는 듯했다.
“내가 평생 본 처녀귀신이 몇인데 죽었다고 겁을 내겠나. 게다가 나는 완전한 귀신도 아니고, 아직은 이승과 연결이 되어 있는 혼백이라 할 수 있지.”
“그런가요?”
강진의 물음에 이태문이 웃었다.
“나도 잘 몰라. 왜 그런 줄 아나?”
“모르겠는데요?”
“처음 죽어 봤거든. 하하하!”
이태문의 농에 강진이 멍하니 그를 보다가 웃었다.
“맞네요. 여러 번 죽어 봐야 알지, 처음 죽어 봤는데 어르신이라고 어찌 다 알겠습니까?”
강진의 말에 이태문이 배를 하늘을 향해 두고 누워 있는 황구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황구는 고기를 좋아한다네.”
“고기요?”
“돼지 등뼈에 뜨거운 물을 살짝 부어서 주면 잘 먹는다네. 그리고…… 미역국도 좋아하네.”
“개가 미역국을요?”
“요즘은 개들도 미역국을 먹는다고 하던데, 우리 황구는 살아 있을 때부터 미역국을 좋아했지. 아! 계란 노른자도 좋아하니 잘 챙겨 주게.”
이태문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황구를 두고 가실 생각이세요?”
강진의 물음에 이태문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고, 황구는 그 말을 이해하는 듯 작게 끼잉거렸다.
“황구와 같이 가시죠.”
황구가 귀신이 된 것은 혼자 남은 이태문의 곁을 지켜주고 싶어서일 것이다.
그럼 이태문이 죽었으니 그와 같이 승천을 하면 될 터, 황구를 두고 갈 이유가 없었다.
강진의 말에 이태문이 웃으며 황구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황구는 소희 누나 좋아하지?”
“멍!”
“그래, 앞으로도 아빠를 보는 것처럼 소희 누나 잘 살펴 줘야 한다.”
“멍! 멍!”
크게 짖는 황구를 보며 이태문이 그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런 그를 김소희가 힐끗 보았다.
“황구도 같이 데려가게나.”
그녀의 말에 이태문이 말없이 황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때 길가에 냉동 트럭이 와서는 멈췄다.
덜컥!
그리고 차에서 신수용이 웃으며 내렸다.
“삼촌!”
웃으며 크게 부른 그가 손을 들며 다가왔다.
신수용의 목소리에 이태문이 웃으며 그를 보았다.
“오랜만이구나.”
“그렇지 않아도 삼촌 장례식 치르신다는 이야기 듣고 오늘 전주에 가려고 했는데…… 왜 여기 계세요?”
이태문이 죽은 것을 이미 아는 듯, 신수용은 그의 장례식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신수용의 얼굴에서는 이태문이 죽어서 슬프다거나 하는 감정은 보이지 않았다.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저승식당 관계자이다 보니 슬프기보다는 잘 다녀오라는, 누굴 배웅할 때 정도의 감정일 뿐이었다.
“아가씨와 금강산에 갈 거다.”
자랑하듯 말하는 이태문의 말에 신수용이 김소희에게 고개를 숙였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용이가 아가씨께 인사드립니다.”
신수용의 말에 김소희가 그를 보고는 말했다.
“장사는 잘 되는가?”
“아가씨가 살펴 주셔서 잘 되고 있습니다.”
“좋은 제품을 좋은 가격에 파는 것도 덕을 쌓는 일이니 앞으로도 열심히 하게나.”
“그리하겠습니다.”
신수용이 고개를 숙이고는 이태문을 보았다.
“그런데…… 젊어지셨네요? 제가 처음 봤을 때보다도 이십 년은 젊어지신 것 같은데요?”
“죽어 보니 젊어졌더구나.”
“신기하네요.”
신수용도 이런 경우는 처음인 듯, 신기하다는 얼굴로 이태문을 보았다.
“철이 없는 게지.”
김소희의 중얼거림에 신수용이 웃었다.
“하긴 삼촌이 어릴 때부터 철이 좀 없으셨죠. 우리 놀리고 울면 그렇게 좋아하셨잖아요.”
“철이 없다니까.”
김소희가 재차 중얼거리는 것을 보던 신수용이 강진을 쳐다보았다.
“횟감 가져왔습니다.”
신수용의 말에 강진이 이태문과 김소희를 보았다.
“안에서 잠시 차라도 한잔하시고 가시지요.”
“아가씨 그렇게 하시지요.”
이태문의 말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가게 문으로 스며들어가자, 이태문이 강진을 보았다.
“저건 아직 불편하더군.”
뭔가를 스르륵 통과하는 것이 이태문은 불편한 모양이었다.
이태문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가게 문을 열어 주었다.
이태문이 황구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자, 강진이 신수용과 함께 길에 주차된 식재 트럭에 다가갔다.
식재 칸을 연 신수용이 봉지를 내밀었다.
출렁! 출렁!
산소로 채워져 크게 부풀어 있는 봉지를 받은 강진이 그것을 들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 강진의 뒤를 따라 들어온 신수용이 김치전을 보고는 말했다.
“이거 먹어도 되는 겁니까?”
“그럼요. 드세요.”
강진의 말에 신수용이 자리에 앉자, 이태문이 말했다.
“나와 아가씨도 뭐 좀 먹고 싶군.”
“뭐 해 드릴까요?”
강진의 물음에 이태문이 김소희를 보다가 말했다.
“JS 편의점에 좀 다녀오겠나?”
“JS 편의점요?”
“이왕 먹는 것 맛있게 먹어야 하지 않겠나? 가면 열화탕면하고 과일, 그리고 도시락하고 먹을 만한 것 좀 골고루 사 오게.”
지금은 강진이 음식을 해 준다 해도 귀신인 상태라 제대로 먹을 수 없다.
하지만 JS 편의점 음식이라면 귀신이라고 해도 제대로 먹을 수 있으니, 확실히 맛있게 먹으려면 그쪽 음식이 맞기는 했다.
이태문이 한복 소매에 손을 넣어서는 카드를 꺼냈다.
“계산은 이걸로 하게나.”
“제가 사도 되는데요.”
“이걸로 하게나.”
이태문의 말에 강진이 카드를 받았다.
‘카드가 신기하게 생겼네.’
강진도 JS 카드는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태문이 꺼낸 카드는 강진이 가진 것과 색도 문양도 달랐다.
올 블랙 바탕에 은색으로 글씨가 적혀 있었다. 그리고 밑에는 이태문의 이름이 금색으로 고풍스럽게 적혀 있었다.
“JS 블랙카드. 어머니 걸 본 적은 있지만 역시 예쁘게 잘 나왔네요.”
신수용이 예쁘다는 듯 손을 내밀어 카드를 받아 보자 강진이 물었다.
“JS 블랙카드요?”
“이승에도 VVIP들이 쓰는 카드를 블랙카드라고 부르잖아.”
“그런가요?”
카드는 은행 체크카드와 JS 카드밖에 써 본 적이 없는 강진이니 모르는 일이었다.
다만……
이태문이 JS 금융의 VVIP라는 것만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가서 프라이팬하고 조리 도구도 좀 사 오게나.”
“그것은 왜요?”
“지금 이런 몸으로는 내가 음식을 할 수 없지 않겠나.”
“아…….”
이태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JS에서 만든 물건은 귀신도 다룰 수 있으니 이태문은 그걸로 요리를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JS 편의점 도시락 드시면 되는데 굳이 요리를 하실 필요는……?”
“이왕 먹는 것, 더 맛있게 먹어야지.”
이태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카드를 들고 가게를 나섰다.
***
촤아악! 촤아악!
이태문은 주방에서 강진이 사온 JS 편의점 도시락과 식재들로 요리를 하고 있었다.
도시락에 있던 반찬들은 이태문의 손에서 새로운 요리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는 지금 ‘열화지옥 철판 프라이팬’으로 음식을 볶고 있었다.
말을 들으니 열화지옥에서 사람들을 이 철판 위에 올려놓고 불을 지핀다는데…….
코팅을 어떻게 했는지는 몰라도, 기름을 두르지 않아도 재료들이 들러붙지 않았다.
하긴 사람들이 위에서 철판에 들러붙으면 그걸 닦아내는 것도 골치일 테니 말이다.
사람을 지지던 철판으로 요리를 하는 것이라 조금 찝찝하기는 했지만……
‘잘 닦아 쓰면 되겠지.’
지금 이 프라이팬은 어쩌면 새로운 세상의 첨단 아이템인 셈이었다.
기름 한 방울 안 둘렀는데 재료들이 들러붙지 않으니 말이다.
‘그리고 사람 피를 먹고 자란다는 검수림 식칼도 쓰는 마당에 이 정도야…….’
요리를 하는 이태문을 보며 강진이 생각할 동안, 그의 손에서 요리들이 하나둘씩 완성이 되어 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