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63
163화
세 테이블 정도 저녁 장사를 할 때, 문이 열리며 사람들 몇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손님들이 들어오는 것에 강진이 반갑게 고개를 숙이다가, 들어오는 노인에게 미소를 지었다.
“또 오셨네요.”
노인은 점심때 왔던 오자명이었다. 강진이 자신을 알아보는 것에 오자명이 웃으며 말했다.
“지금 시간에 밥 달라고 하면 혼날 것 같아서 먹고 들어가려고 합니다.”
“잘 오셨습니다. 앉으세요.”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빈자리에 앉으며 같이 온 사람들 중 한 명을 가리켰다.
“제가 좋아하는 동생인데 점심에 먹은 김치찌개에 소주 한잔 하려고 같이 왔습니다.”
오자명의 말에 강진이 중년 남자를 바라보았다. 오십을 조금 넘은 것 같은 중년인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진의 말에 중년인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형님이 맛있다고 칭찬을 많이 하시더군요.”
“입에 맞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중년인이 오자명을 보았다.
“형님 입맛에 맞으면 저한테도 맞을 겁니다.”
“하하하! 맞아. 내 입이 좀 대중적이기는 하지.”
두 사람의 말에 강진이 오자명에게 말했다.
“그럼 김치찌개로 해 드릴까요?”
“김치찌개하고 계란 프라이도 좀 부탁합니다.”
“아! 혹시 괜찮으시면 매운탕이 있는데 매운탕 어떠세요?”
“매운탕요?”
“오늘 우럭과 광어회를 좀 떴습니다. 그래서 매운탕거리가 좀 있거든요.”
“흠…… 김치찌개도 먹고 싶은데 매운탕도 당기는군요.”
“그럼 김치찌개 드시고, 술이 좀 당기시면 매운탕으로 안주 교체 한 번 하시지요.”
“하하하! 김치찌개만으로도 소주 세 병은 먹을 것 같은데 매운탕까지 먹으면…… 하하하! 집에 걸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팔려는 것보다는 맛이 있어서 권해 드리는 겁니다.”
“그럼요. 알죠. 그런데 회도 파십니까?”
“숙성회를 만들어 보려고 회를 좀 떴습니다.”
“숙성회라…… 맛있겠군요. 저도 한 접시 부탁드리겠습니다.”
오자명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회를 뜬 지 얼마 안 돼서 아직은 숙성이 덜 됐습니다.”
“그래요?”
“내일 점심쯤에는 드실 수 있을 것 같은데, 혹시 시간 되시면 들러 주십시오.”
“내일 점심이라…… 그건 내일 봐야겠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준비하겠습니다.”
주방으로 들어간 강진이 돼지고기를 꺼내 냄비에 넣고는 불을 올렸다.
촤아악! 촤아악!
고기가 익어가는 소리를 낼 때 홀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사장님, 소주 좀 꺼내 가겠습니다!”
남성의 목소리에 강진이 고개를 내밀었다.
“그렇게 해 주시면 저야 감사하죠.”
강진의 말에 오자명의 보좌관 한명현이 소주를 두 병 꺼내고, 한쪽에 있는 잔을 챙겨 갔다.
그것을 보며 강진이 반찬들부터 담아서는 가지고 나왔다.
“빈속에 드시지 마시고 반찬이라도 드시면서 반주하세요.”
“고맙습니다.”
“그런데 한 분이 안 보이시네요?”
소주를 가져갔던 한명현이 안 보이는 것이다.
“잠시 볼일이 있어 나갔습니다.”
그러고는 오자명이 중년인에게 말했다.
“여기 반찬도 맛이 좋아.”
오자명의 말에 중년인이 젓가락으로 김치를 하나 집어먹어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김치 맛만 봐도 맛집이군요.”
“감사합니다.”
고개를 숙이고 주방으로 들어간 강진이 김치찌개를 준비하는 한편 계란 프라이를 하기 시작했다.
계란 프라이 두 개를 만든 강진이 접시에 계란 프라이를 담아 서빙했다.
“소주는 천천히 드세요.”
“그렇게 하지요.”
그러고는 강진이 주방으로 들어가자, 오자명이 소주를 따라 한 잔씩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강진은 주방에 앉아 홀을 보았다. 홀에 있던 손님들은 대부분 나가고 지금은 오자명 테이블에만 사람이 있었다.
처음 들어올 때는 세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오자명과 그가 저녁에 새로 데리고 온 중년인만이 앉아 있었다.
“이번 일은 쉽지 않아요.”
“쉽지 않으니 자네한테 도와달라고 이렇게 뇌물을 먹이는 게 아닌가?”
“하아! 뇌물이 너무 적은 것 아닙니까?”
손님, 이유비의 말에 오자명이 웃었다.
“양보다 질 아니겠나? 게다가 맛도 있고.”
작게 한숨을 토한 이유비가 소주를 한 잔 마시고는 입을 열었다.
“그리고 제 생각에는 이거 반땅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어떻게 알았나? 김영란 법 덕에 밥값이 줄었어.”
부정 청탁과 금품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에서, 식사 대접의 금액은 삼만 원을 넘으면 안 된다. 즉 이곳에서 밥값이 삼만 원을 넘으면 이유비도 돈을 내야 하는 것이다.
흐뭇한 얼굴로 말하는 오자명을 보며 이유비가 말을 했다.
“요즘 국민들 의견이 있어서 저희 당에서도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그럼 된 것 아닌가?”
“다만…….”
잠시 주저하던 이유비가 입맛을 다시며 소주를 마셨다.
“아시겠지만 칠 년 전에 이 법안이 올라왔을 때 저희 쪽에서 거부해서 통과가 실패했잖습니까.”
“그거야 과거 이야기고…… 앞으로 나아가야지?”
“당 선배님들이 거부한 안을 제가 찬성하기가…….”
이유비의 말에 오자명이 그를 보다가 소주를 따라주었다.
“당 선배, 당론 빼고 동생 생각은 어떤가?”
오자명의 물음에 이유비가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시기가 시기이니…… 저도 소방관 처우 개선을 위해서라도 국가직 전환은 되어야 한다 생각을 합니다.”
“맞아. 올해 있었던 산불만 해도 전국에서 소방관들이 강원도로 몰려갔지만, 그 사람들 체육관에 이불 깔고 잤어.”
말을 한 오자명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재난 지역이니 그거야 그럴 수 있지. 소방관분들이 어디서 혼자 편하게 지내면서 불 끄는 분들은 아니니까. 다만 문제는 소방관들의 장비와 지원이야. 몸은 힘들어도 장비는 좋은 걸로 지원을 해 줘야지.”
그러고는 오자명이 이유비를 보았다.
“이번처럼 큰불이 났을 때, 왜 쉽게 지원 요청을 하지 못하는 줄 아나?”
“비용 때문 아닙니까?”
오자명의 말에 이유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큰불이 나면 불이 난 지역에서 다른 지역 소방관들에게 지원을 요청할 것 같지만 쉽지가 않다.
쉽게 말하면 현재 소방관들은 각 지방 자치 단체에 속해 있기 때문에 타 지역에 지원을 가게 되면 ‘출장’이 된다.
그래서 지원을 온 소방관들의 비용을 출장지 자치 단체에서 부담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엄청 큰 화재가 아니면 타 지역 소방관들에게 지원을 요청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자치 단체 내 소방관들의 힘으로 불을 끄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직이 되면 큰불이 나도 지원 요청을 망설일 필요가 없지. 게다가 소방관들 장비도 좋아지지 않겠나.”
말을 하며 오자명이 가방에서 서류를 하나 꺼내 보여 주었다.
“여기 보게. 서울에서 사용하는 것과 지방에서 사용하는 장비들을 비교한 거네. 이게 말이 되나? 연식이 오래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도 많아.”
“그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으면 고쳐야지. 불길 속에 뛰어드는 분들이 작동하지 않는 방독면을 차고, 불에 타는 방화복을 입고 있으면 되겠나?”
입맛을 다시는 이유비를 보며 오자명이 말했다.
“그리고 자네 이름이 뭔가?”
오자명의 말에 이유비가 웃었다.
“제 이름을 또 써먹으십니까?”
“좋은 이름이야.”
오자명의 말에 이유비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의 이름은 유비무환(有備無患)에서 따왔다. 이유비는 ‘유비’, 그의 동생이 ‘무환’, 즉 이무환이다.
미리 대비를 하면 근심이 없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오자명이 뭔가 도움을 청할 때에는 꼭 그의 이름을 들먹이는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느니, 소가 울 때라도 대비를 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이 형님을 좋아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오자명은 참 특이한 사람이었다.
그는 무소속으로 삼선을 한 중진 국회의원이다. 그래서 여당과 야당에서 그를 영입하려고 많이 시도를 했었다.
무소속으로도 삼선을 했다는 것은 그 지역에서 큰 인망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즉 그를 얻으면 그 지역의 표까지 얻게 된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오자명은 여당, 야당 그리고 진보와 보수 그 어느 진영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필요에 따라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의 사이를 오갔다.
어떻게 보면 박쥐라고 사람들이 욕을 할 수도 있지만, 이유비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자명은 딱 하나, 민생을 위한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만 양 세력 사이를 오가며 표를 모았다.
게다가 자신이 상정하려는 법안이 아니더라도, 다른 당 국회의원이 좋은 법안을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스스로 찾아가서 도왔고 법안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음주 운전 특별법을 만들 때도 오자명이 한 손 거들었고, 지금은 심신미약 범죄에 대한 형량 강화에 관한 법안을 만들고 있다는 소문도 들렸다.
어쨌든 특이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특이함 때문에 이유비가 그를 좋아하고 존경하는 것이었다.
권력을 노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민생 법안을 만들기 위해 국회의원이 된 사람이 바로 오자명이었다.
아니었다면 벌써 여당이나 야당에 들어가서 한자리 차지하고 있을 텐데 말이다.
잠시 오자명을 보던 이유비가 소주를 한 잔 마셨다.
“저희 당에 들어오시죠.”
“싫어.”
망설이지도 않고 곧바로 답하는 오자명의 모습에 이유비가 피식 웃었다.
“요즘 저희 당이 쓰레기 취급도 받고 욕 많이 듣지만…… 그래도 다 썩은 것만은 아닙니다.”
“자네가 있기는 하지.”
오자명의 말에 이유비가 웃으며 말했다.
“밖에서 욕하지 마시고, 저하고 같이 안으로 들어와서 같이 바꾸어 나가시죠.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유비의 말에 오자명이 웃으며 그를 보았다.
‘호랑이를 잡으러 들어간 자네도 이제는 호랑이 같아.’
하지만 말은 하지 않았다. 그래도 이유비는 아직은 오자명이 믿는 ‘좋은 국회의원’에 속하는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도와줄 거지?”
자신의 물음에 답을 하지 않는 이유비를 보며 오자명이 소주를 따라 주었다.
“거, 힘 있을 때 좀 도와줘.”
“제가 무슨 힘이 있습니까?”
“국회의원이야 힘 있는 당에 있으면 힘 있는 거지. 나처럼 혼자 다니는 잡상인하고 비교가 되나.”
오자명의 말에 이유비가 한숨을 쉬며 소주잔을 들자, 오자명이 급히 자기 잔을 들어 부딪쳤다.
그런 오자명을 보던 이유비가 입맛을 다셨다.
“제 부탁은 안 들어주시면서…….”
“내가 언제 안 들어줬나? 전에 자네 지역 수해 났을 때 국회의원들한테 돈 뜯어서 기부하게 만든 것이 나 아닌가?”
“그거야 원래 형님이 늘 하시는 것 아닙니까.”
자신의 지역구가 아니더라도 재해가 생기면 국회의원들을 찾아가서 기부금을 뜯어내는 사람이 바로 오자명이었다.
그것도 기자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기부금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니…… 의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그럼에도 대외적으론 웃으며 기부금을 낼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내 덕에 자네 지역구에 기부금 들어갔잖아.”
“알겠습니다. 알겠어요.”
한숨을 쉰 이유비가 오자명을 보았다.
“제 표 드리겠습니다.”
“오!”
이유비의 말에 오자명이 웃으며 그의 잔에 소주를 따라 주었다.
“그리고…… 강상성 의원하고 최명식 의원도 좀 부탁해도 될까.”
“그 두 사람은 초선이라…… 당론을 어기기 어려울 텐데요.”
“그러니 자네가 좀 설득을 해 줘. 그 두 사람, 자네하고 매일 붙어 다니잖나.”
“그거야 두 사람이 초선이라 모르는 것이 많아서 그런 건데…….”
“그러니 선배 의원으로서 잘 알려줘야지. 국민을 위해 뭐가 옳고 그른 건지 말이야.”
오자명의 말에 입맛을 다시던 이유비가 문득 그를 보았다.
“그런데…… 국가직으로 전환을 하면 그에 대한 재원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그거야 정부에서 알아서 해야지.”
“정부라고 땅 파서 돈이 나오는 것은 아닐 텐데요.”
“땅 파는 데 헛돈 쓰지만 않으면, 돈이야 쓸 만큼 있지 않겠나.”
오자명의 말에 이유비가 입맛을 다셨다. 땅 파는 데 헛돈을 썼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그도 아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