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67
167화
전분 가루를 비닐팩에 담고 그 안에 굴을 넣고는 흔들었다. 이렇게 하면 번거롭지 않게 굴에 전분을 묻힐 수가 있다.
굴에 계란 옷까지 입힌 강진이 프라이팬에 그것을 하나씩 올려놓았다.
촤아악! 촤아악!
굴전이 노릇노릇 익어가는 것을 보던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배용수는 초밥용 밥을 만들고 있었다.
“초밥 쥐는 건 내가 해야겠지?”
고무장갑을 끼고 요리를 하는 배용수이니 섬세한 초밥 쥐는 건 강진이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지. 그리고 미리 만들어 놓지 말고 손님이 오면 그때부터 쥐어.”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시간을 보고는 말했다.
“이제 나 혼자 할 테니까 밖에 있어.”
“알았다.”
가림막을 설치했지만, 귀신이 있으면 새로운 손님이 못 들어올 수 있으니 일단 밖에 내보내는 것이 나았다.
그러다가 사람 손님들이 좀 많이 들어오고 바빠지면 부르면 될 것이다.
사람이 많으면 귀신이 좀 있어도 기운이 상쇄돼서 그런지 사람들은 별 영향을 받지 않으니 말이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무장갑을 벗고는 선주와 최훈을 데리고 뒷문으로 나갔다.
촤아악! 촤아악!
그것을 보며 강진이 굴전을 만들기 시작했다.
굴전을 차곡차곡 만들고 있을 때 풍경 소리가 울렸다.
띠링! 띠링!
풍경 소리에 고개를 내밀어 보니 임호진이 아내와 들어오고 있었다.
“오셨어요.”
“특식을 한다는데 와야지. 여기는 아! 전에 봤지?”
“그럼요.”
그러고는 강진이 임호진의 아내 유미선에게 고개를 숙였다.
“전에 가게 일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숙성회라는 거 처음 먹어보는데 기대가 커요.”
전에 손님으로 왔던 유미선과 장성태의 아내 조강미가 가게가 바쁜 것을 보고 서빙과 주방 일을 도와줬던 것이다.
강진은 유미선이 마음에 들었다. 툴툴거리면서 뒤로는 챙겨 주는 전형적인 스타일이 바로 유미선이었다.
유미선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대를 하신 만큼 맛도 있을 겁니다.”
강진의 말에 임호진이 말했다.
“성태도 오라고 했어.”
“손님도 데려와 주시고 감사합니다.”
강진이 일단 자리에 안내하며 말했다.
“그럼 식사는 다른 분들 오시면 드릴까요?”
“성태도 곧 도착할 때 됐어.”
임호진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따뜻한 야관문차를 가져다주었다.
그러는 사이 임호진의 말대로 장성태 내외가 들어왔다.
“언니.”
조강미가 반갑게 손을 흔들며 오는 것에 유미선이 웃으며 옆자리를 가리켰다.
“어서 와.”
조강미와 장성태가 자리에 앉자 강진이 다가와 말했다.
“그럼 식사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장성태가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특식을 준비하시면 저한테도 문자 좀 주시지, 호진이한테만 연락을 하신 겁니까?”
서운하다는 듯 말하는 장성태를 보고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다음에 특식을 만들게 되면 그때는 꼭 연락드리겠습니다.”
“꼭 그렇게 해 주세요. 맛있는 음식 먹을 기회가 그리 많은 건 아니니까요.”
장성태의 말에 조강미가 눈을 찡그리며 그를 노려보았다.
“뭐야? 내 밥이 맛이 없다는 거예요?”
“그럴 리가 있나.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지. 그리고 당신도 여기 음식 좋아하잖아.”
“그건…… 그렇지.”
웃는 조강미를 보던 강진이 주방에 들어가 미리 만들어 놓은 반찬들을 하나씩 서빙을 해 주고는 회를 뜨기 시작했다.
곧, 회 꽃 네 송이를 접시에 담아 홀로 나왔다.
“연어 초밥 되게 맛있네요.”
연어 초밥을 먹으며 미소를 짓는 조강미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회만 덜렁 내놓기가 그래서 초밥도 만들어 봤습니다.”
“사장님 정말 못 하는 음식이 없으시네요. 어떻게 밥집에서 초밥까지 만드실 생각을 했어요?”
“연어야 마트 가면 파는 거라 실력이라고 할 것도 없죠. 초밥만 만들어서 연어만 올리면 되는걸요.”
“그렇다고 하기에는 밥 알알이 전문 초밥집 수준이에요.”
말을 하며 조강미가 연어 초밥을 하나 집어서는 밑을 보였다.
“게다가 이렇게 안에 아치까지 넣으시고.”
아치라는 말에 강진이 연어 초밥을 보았다. 확실히 초밥 밑이 부채형으로 살짝 띄워져 있었다.
“그렇게 해야 식감이 더 좋으니까요. 그리고 밥알 사이에 공기가 스며들어서 씹을 때 부드럽게 밥알이 퍼져 나갑니다.”
강진의 설명에 조강미가 웃었다.
“정통 일식집이나 가야 이렇게 나오지. 횟집에서 나오는 초밥에 누가 이런 걸 해요.”
“초밥 좋아하시나 봐요.”
“예전엔 유명한 초밥집도 여럿 다녔었는데…….”
한숨을 쉬는 조강미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제가 초밥 서비스로 더 드려야겠네요.”
“그럼 고맙죠.”
“하지만 오늘 메인은 회이니 좀 드셔 보세요.”
강진이 회를 가리켰다.
“광어, 우럭 숙성회입니다.”
강진의 말에 유미선이 미소를 지었다.
“예쁜 꽃이네.”
“모양 좀 만들어 보았습니다. 아! 그리고 처음에는 회만 한 번 드셔 보세요.”
강진의 말에 사람들이 회를 집었다.
붙어 있던 회가 떨어지는데 마치 쩌억쩌억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만큼 회가 차지다는 의미였다.
회를 집어 입에 넣은 네 사람이 미소를 짓는 것을 보며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 다음은 간장이나 초장에 찍어 드시면 되는데, 개인적으로는 초장은 맛이 강하니 간장이나 와사비에 살짝 찍어 드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이렇게 생으로 먹어도 너무 맛있네요.”
“묵은지와 묵은 파김치에 싸 먹으면 놀라실 겁니다.”
강진의 말에 사람들이 테이블에 있는 묵은지를 씻어 놓은 것을 보고는 회를 한 점씩 들고는 취향대로 묵은지나 파김치에 싸서 먹었다.
“우와…….”
“조미료 들이부은 건 아니죠?”
입에서 터지는 감칠맛에 유미선이 놀라 하는 말에 강진이 웃었다.
“조미료도 맛있지만 최소한 여기에는 넣지 않았습니다. 그럼 맛있게 드시고, 필요하신 것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아! 필요한 것 있는데.”
장성태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이런 회를 소주도 없이 먹는 건 광어와 우럭에 대한 모욕인 것 같습니다.”
장성태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소주를 가져다주다가 문득 그를 보았다.
“몸은 좀 어떠세요?”
장성태는 여름에만 해도 갑상선 기능 저하증을 앓고 있었다.
“하하하! 한 번 진맥해 보시겠습니까?”
장성태가 웃으며 손을 내미는 것에 강진이 멈칫했다. 허연욱을 불러야 진맥을 할 수 있지 강진이 뭘 안다고 진맥을 하겠는가.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강진이 슬며시 장성태의 손목을 잡았다. 그런 강진을 장성태가 기대감이 어린 눈으로 보았다.
그 시선을 받으며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많이 좋아지셨네요.”
“하하하! 그렇지요.”
장성태가 기분 좋은 얼굴로 웃는 것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하지만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꾸준히 관리를 하셔야 하시는 것 아시죠?”
“그럼요. 일주일에 삼 일은 운동도 하고 토마토도 꼬박꼬박 챙겨 먹고 있습니다.”
‘갑상선에 토마토가 좋나?’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운전도 자신감이 있을 때 사고 나시는 것 아시죠?”
무슨 의미인지 안 장성태가 잔을 들어 보였다.
“딱 두 잔만 하겠습니다.”
장성태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회나 초밥 더 필요하시면 말씀하세요.”
“리필도 해 주시는 건가요?”
“정해진 양이 있어서 많이는 못 드려도 야박하게 ‘안 됩니다’라고 할 수는 없죠. 앞으로 저희 가게 최고 단골이 되실 분들인데요.”
“하하하! 그렇게 말씀 안 하셔도 저희 직원들 강진 씨가 빨리 점심 장사 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가 인턴 잘리기를 그렇게 바라셨습니까?”
“그게 또 그렇게 되나요? 어쨌든 고맙습니다.”
장성태의 말에 웃으며 강진이 주방으로 들어갔다.
‘이따 허연욱 씨 살짝 불러서 진맥 다시 한 번 해 봐야겠다.’
지금 진맥을 하기는 했지만 그건 그저 손목 한 번 쥐어본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다만 장성태가 저렇게 자신 있어 하는 걸 보면 병원에서 좋은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이니…… 짐작으로 그리 말을 한 것이다.
‘의사 친구가 있다는데 알아서 케어 잘 해 줬겠지.’
속으로 중얼거릴 때 문이 열리며 이상섭이 노부부와 함께 들어왔다.
“과장님.”
안으로 들어온 이상섭이 임호진과 장성태를 보고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
“언니 이거 진짜 맛있다.”
“진짜 이거…… 미쳤다. 미쳤어.”
홀에는 태광무역 식구들로 북적거렸다. 장성태가 회를 먹어 보고는 해외 사업 2팀 팀원들에게 연락을 해서 그들 중 시간이 되는 사람들이 몇 더 온 것이다.
거기에 평소 강진의 식당을 찾는 손님들도 와서 먹다 보니 평소보다 손님이 더 많았다.
테이블이 두 개 빼고 다 찼으니 말이다.
다만 조금 아쉬운 것은 회를 추가 주문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배용수가 25인분 정도 나온다고 했는데 강진이 아는 사람들이 오니 조금 양을 더 해서 20인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리고 황민성의 것도 남겨 둬야 했으니 말이다. 그나마 연어 초밥이 입맛에 잘 맞아 추가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서비스로 더 주었다.
강진은 연어와 초밥을 든 채 이상섭의 테이블에 있었다.
그의 손에서 초밥이 쥐어지고는 그 위에 연어가 올라갔다.
스윽! 스윽!
몇 번 손을 움직이자 그의 손에서 연어 초밥이 완성이 되었다.
“여기 초밥입니다.”
그 모습을 핸드폰으로 촬영을 하며 이상섭이 감탄을 했다.
“이야…… 엄청 잘 만드네.”
“전문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하는 겁니다.”
“그냥 하기는? 이거 유튭에 올리면 어디 초밥집이냐고 사람들이 댓글 엄청 많이 달겠다.”
이상섭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연어 초밥을 몇 개 더 쥐어 놓았다.
“연어 초밥 더 드실 분?”
강진의 말에 사람들이 번쩍 손을 더 들자 강진이 그들에게도 직접 초밥과 연어를 들고 가서 바로 연어 초밥을 쥐어 주었다.
처음에는 주방에서 초밥을 쥐었는데, 조강미가 혹시 구경할 수 있냐고 부탁을 해서 홀로 나와 연어 초밥을 만들어 줬었다. 그 뒤로 다른 사람들이 자기들도 그렇게 해 달라고 부탁해서 이렇게 된 것이었다.
다행히 주문이 더 들어오지 않고 다들 숙성회를 먹고 있어서 부담 없이 연어 초밥을 만들어 줄 수 있었다.
다만……
‘연어가 다 떨어진 것 같은데.’
사람들이 눈으로 구경을 하며 바로 앞에서 연어 초밥을 먹다 보니 어느새 연어가 거의 떨어져가고 있었다.
강진이 연어 걱정을 할 때 문이 열렸다.
띠링! 띠링!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 강진이 웃었다.
“오셨어요.”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황민성이었다.
“내가 늦었지.”
“늦기는요. 이쪽으로 오세요.”
강진이 쥐던 초밥을 마저 쥐어 주고는 초밥과 연어를 주방에 가져다 놓고는 황민성을 보았다.
“숙성회로 드릴게요.”
“고마워. 그런데 용수는?”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일 있다고 갔어요.”
“그래? 용수 얼굴이나 볼까 했는데.”
“용수는 저녁이나 되어야 와요. 그런데 용수는 왜요?”
“한창 일할 나이에 놀고 있으면 되겠어? 일을 해야지.”
“아…….”
“고려 호텔에 자리 하나 알아봤는데. 좋아할까?”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다가 웃으며 말했다.
“좋기는 하지만 지금 용수가 조금 일이 있어서요. 지금은 쉬려고 할 거예요.”
“일? 무…….”
무슨 일이냐고 물으려던 황민성이 고개를 저었다. 일을 쉬고 싶어 하는 일이라면 사연이 있다 생각이 들었고, 그런 일을 형 동생 하기로 했다지만 하루밖에 보지 않은 자신이 묻는 것은 아니었다.
“알았어.”
한편, 두 사람이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몇 사람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고 있었다.
“황민성 아냐?”
장성태의 말에 임호진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단골이래.”
강진이 손님이라고 한 말이 임호진의 입에서는 단골이라 포장이 되어 나오고 있었다.
“엄청 친한 것 같은데?”
“그런 것 같더라. 전에 술집에서 봤는데 황민성이 우리 테이블 술값도 계산을 하고 가더라고.”
임호진의 말에 장성태가 호기심이 어린 눈으로 황민성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