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75
176화
“아이들이 배고파요?”
강진의 물음에 아저씨 귀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죄송한데…… 애들 밥 좀 주시면…… 주실 수 있을까요?”
“그 애들이 귀신은 아니죠?”
“그럼요. 사람입니다.”
“어디 있는데요?”
“지금 밖에 있습니다.”
아저씨 귀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홀로 나와 이상섭에게 살짝 말했다.
“저 잠시 밖에서 찬바람 좀 쐴게요. 죄송한데 뭐 필요하시면 불러 주시겠어요.”
“그렇게 해.”
이상섭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살며시 가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아저씨 귀신과 함께 밖으로 나온 강진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저기 있습니다.”
아저씨 귀신의 말에 강진이 한쪽을 보았다. 그곳에는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남자아이가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애와 함께 작은 수레를 끌고 가고 있었다.
수레에 박스와 빈병, 캔들이 있는 것을 보니 폐지나 고물을 모으는 것 같았다.
“왜 애들이?”
강진이 수레를 보며 묻자 아저씨 귀신이 머리를 긁었다.
“애 엄마가 아파서 누워 있습니다. 그래서 애들이 쉬는 날은 저렇게 폐지도 줍고 공병도 줍고…… 하아!”
“돈이 필요하면 폐지 줍는 것보다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나 현장 알바가 더 나을 텐데요?”
폐지를 주워서 얼마나 버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요즘은 시급도 많이 올라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도 꽤 괜찮다.
현장 아르바이트는 더 말할 것도 없이 바로 당일 주기도 하고 말이다.
“아르바이트 구하려고 했는데 못 구했습니다.”
아저씨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아르바이트가 쉽게 구하기 어렵지.’
아르바이트도 때가 맞아야 쉽게 구하지, 때가 안 맞으면 구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라도 구했으면 저렇게 춥고 배고프지는 않을 텐데.”
아저씨의 말에 강진이 그를 힐끗 보았다.
‘틀린 말은 아니지.’
편의점 아르바이트도 힘들기는 하지만 겨울에 최소한 춥지 않고, 배는 고프지 않다.
유통기한 넘은 폐기 음식은 먹어도 되니 말이다.
‘먹고 탈 나는 것도 아니고.’
그런 아저씨의 모습에 강진이 아이들을 보다가 걸음을 옮겼다.
“안녕하세요.”
가볍게 강진이 말을 걸자 고등학생이 그를 보았다.
“안녕하세요.”
“공병하고 폐지 줍는 거죠?”
“혹시 있나요?”
밝은 얼굴로 웃으며 말을 하는 학생의 모습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성격 좋네.’
“그렇지 않아도 제 가게에서 병을 버리려고 했는데, 귀찮지 않으면 좀 가져가시겠어요?”
“그럼 저야 좋죠. 어딘지 말씀해 주시면 저희가 깨끗하게 가져가고 정리도 해 놓을게요.”
환하게 웃는 학생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가게를 가리켰다.
“저기 가게 안이니까, 일단 수레 앞에다 끌어 놓죠.”
강진의 말에 학생이 동생에게 눈짓을 하고는 줍던 폐지를 수레에 싣고는 한끼식당으로 이동을 했다.
그러다가 슬며시 주위를 보았다.
“수레 저 골목 쪽에 놓아도 될까요?”
“여기다 두셔도 되는데요.”
“식당 앞에 이런 것 있으면 사람들이 싫어할 것 같아서요.”
학생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웃었다.
“괜찮아요.”
“그래도…….”
“괜찮으니 들어와요.”
웃으며 강진이 가게로 두 학생을 데리고 들어왔다.
안으로 들어온 형제는 가게 안에서 손님들이 밥을 맛있게 먹는 것에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런 형제를 뒤로하고 주방에 들어간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이 인분 빨리 좀 챙겨줘.”
“이 인분?”
“양 많이 해서 정식으로 부탁해.”
“알았어.”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서둘러 고등어를 프라이팬에 올렸다.
촤아악! 촤아악!
그 모습을 보며 강진이 주방에서 나와 주류 냉장고 옆에 있는 공병 상자를 들고 학생들에게 다가갔다.
“문 좀 열어줘요.”
“주세요. 제가 들게요.”
“무거워요.”
어서 문을 열라는 듯 강진이 웃으며 공병 상자를 들어 보이자 학생이 급히 문을 열었다.
밖으로 나온 강진이 공병이 담긴 상자를 수레에 올렸다.
“감사합니다.”
“안에 더 있어요.”
그러고 가게 안으로 들어간 강진이 웃으며 자신의 뒤를 따라 들어오는 형제를 보았다.
“여기 잠시만 앉아 있을래요?”
“네?”
“손님이 있어서 물건들 꺼내기 좀 그래서 그래요. 일단 잠시만 앉아 계세요.”
강진의 말에 형제가 서로를 보다가 슬며시 그가 가리킨 곳에 앉았다.
그런 둘을 보며 강진이 주방에서 따뜻한 야관문 차를 가져다가 따라주었다.
“날씨 많이 춥죠.”
“감사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추웠는데 따뜻한 차를 주자 화색이 된 형제가 잔을 슬며시 손으로 쥐려다가 멈칫했다.
폐지를 줍느라 손이 더러운 것이다. 그 모습에 강진이 웃었다.
“괜찮아요. 어차피 설거지해야 하니까.”
웃으며 강진이 형제 손을 잡고는 컵을 쥐게 했다.
“앞으로 우리 가게에서 공병하고 폐지 좀 가져가요. 따로 버리기 힘들었는데 잘 됐네.”
“그냥 밖에 두시면 가져가는 사람들 많은데…….”
“아까 학생이 말한 대로 밖에 두면 사람들이 안 좋아하잖아요. 앞으로는 점심때에 와서 가져가요.”
“그럼 저희야 감사한데…….”
“강진아!”
배용수의 부름에 강진이 몸을 돌려 주방의 가림막을 살짝 열었다.
그러고 음식이 담긴 쟁반을 들고는 학생들이 있는 식탁에 올려놓았다.
“아직 점심 안 먹었죠?”
“네? 아, 먹었습니다.”
“내가 학생 나일 때에는 먹고 돌아서면 배고팠어요. 그리고 내가 고마워서 그런 거니까 성의 생각해서 조금만 먹어 봐요.”
“저희가…… 돈이 없는데.”
“버려야 할 것 치워줘서 고마워서 그래요. 그리고 이왕 차린 건데 드세요.”
웃으며 강진이 몸을 돌릴 때 임호진과 팀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 먹었어.”
임호진들이 일어나자 강진은 속으로 다행이라 생각했다.
‘나이스 타이밍.’
아니었으면 형제가 계속 거절을 했을 테니 말이다.
“감사합니다.”
웃으며 강진이 그들에게 다가가자 형제가 잠시 당혹스러운 눈으로 서로를 보다가 입맛을 다셨다.
“형.”
동생의 부름에 형이 잠시 밥을 보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먹자.”
강진의 말대로 이왕 차린 것이니 말이다. 동생이 바로 수저와 젓가락을 꺼내 형에게 주고는 자신도 수저로 크게 밥을 떠서는 입에 넣었다.
그 모습에 형이 자신의 밥을 반을 덜어 동생의 밥 위에 올렸다.
“많이 먹어.”
“됐어. 형도…….”
동생이 밥을 다시 덜어 주려 하자 형이 웃으며 손으로 막았다.
“괜찮아.”
그러고는 형이 밥을 떠서는 입에 넣고는 반찬을 집어 먹었다.
‘맛있다.’
그 모습에 동생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반찬을 집어 입에 넣었다.
“형, 되게 맛있어.”
“그래. 맛있네.”
두 형제가 밥을 먹는 것을 힐끗 본 임호진이 작게 말했다.
“아는 애들이야?”
“앞으로 알게 될 애들이에요.”
“돈 없다고 하는 것 같던데?”
밥을 먹다가 옆에서 하는 이야기를 들은 모양이었다. 임호진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저희 가게는 손님이 주는 만큼만 받는 식당이었잖아요.”
강진의 말에 임호진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 강진의 식당에 왔을 때, 돈은 손님이 주는 만큼만 받는다고 했었다.
강진의 말에 임호진이 형제를 보았다. 옷은 따뜻하게 입은 듯 했지만 조금 많이 낡고 색이 바랜 것이…….
잠시 형제를 보던 임호진이 카드를 내밀었다.
“저 애들 식대도 같이 계산해 줘.”
“안 그러셔도 되는데요.”
“밥값도 손님이 내고 싶은 만큼 내는 거지.”
임호진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손님은 왕이죠.”
“후! 그래.”
강진이 식대를 계산하고는 임호진에게 카드를 주었다.
“오늘 애들 밥 값 내주신 거, 나중에 크게 돌아올 겁니다.”
“착한 일이라는 건가?”
“나중에 아시게 될 겁니다.”
물론 죽고 난 후에 말이다. 이게 다 차곡차곡 쌓여서 저승에서 풍족하게 살 자금이 되는 것이다.
강진의 말에 임호진이 웃으며 카드를 지갑에 넣었다.
“맛있게 잘 먹었어.”
“안녕히 가세요.”
강진의 말에 임호진이 팀원들과 함께 가게를 나섰다.
그리고 해외 사업 2팀도 식사를 마무리하고는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섰다.
2팀의 오성실 부장도 아이들 밥값을 계산하려고 하기에, 강진이 설명을 했다.
“호진이가 선수를 쳤네.”
“다음 기회도 있겠죠.”
“그럼 다음에는 내가 선수를 쳐야겠네.”
“이런 선수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오성실 부장이 팀원들과 함께 가게를 나가자 강진이 형제들을 보았다.
형제들은 맛있게 밥을 먹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강진이 가림막을 살짝 열었다.
“구이는?”
“다 됐어.”
그러고는 배용수가 고등어구이를 접시에 담고는 양념장을 발라 내밀었다.
접시를 받은 강진이 형제에게 고등어구이를 가져다주었다.
“이것도 같이 먹어요.”
“괜찮은데…….”
“같이 먹어요. 맛있어요. 아! 그리고 밥도 더 먹어야겠네.”
그러고는 형제가 뭐라고 할 틈도 주지 않고 강진이 주방에서 밥을 큰 그릇에 담아서는 가져다주었다.
“많이 먹어요.”
웃으며 강진이 주방으로 들어가자 배용수가 고개를 내밀어 홀을 보았다.
비닐장갑만 두둥실 떠다니는 것만 안 보이면 고개 내민다고 해서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그냥 밥 주면 되지, 병은 왜 챙겨줘.”
“돈 없다고 자존심이 없는 것 아니다.”
“무슨 소리야?”
“모르는 사람이 공짜로 밥 먹으러 들어오라고 하면 누가 들어오냐? 병을 핑계로 가게 안으로 들어오게 한 거지.”
“똑똑하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힐끗 형제를 보았다.
“나도 저랬으니까.”
“네가?”
“사회 나와서 좋은 분들 만나기 전에는 나도 호의를 호의로 받기 어려웠어. 그래서 사람들이 뭐 주고 그러면 그거 받기가 싫더라고. 부모 없이 보육원에서 자란 불쌍한 놈 도와주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작게 고개를 젓던 강진이 쟁반을 들고는 홀로 나갔다.
이제 12시 넘어가는 시간이라, 손님들이 더 오기 전에 회사 사람들이 먹고 간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릇들을 정리하고 치우던 강진이 형제를 보았다. 형제는 맛있게 밥을 먹고 고등어조림 국물에 밥까지 비벼 먹고 있었다.
그것을 보며 강진이 미소를 짓고는 그릇들을 쟁반에 올려 주방으로 옮겼다.
“여기 음식 나왔습니다.”
손님 테이블에 음식을 내려놓은 강진이 형제에게 다가갔다. 형제는 음식을 맛있게 먹고 물을 마시고 있었다.
“어떻게, 맛있었어요?”
“정말 감사히 먹었습니다.”
형이 일어나 고개를 숙이려 하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맛있게 먹었으니 다…….”
다행이라는 말을 하려던 강진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형제는 정말 음식을 맛있게 다 먹었다.
밑반찬까지 모두 남김없이 다 먹었다. 그런데 고등어구이는 한쪽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고등어구이가 맛이 없어요?”
강진의 물음에 형과 동생이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다가 동생이 형을 힐끗 보고는 말했다.
“저 이거 싸 가면 안 돼요?”
“이걸요?”
의아해하는 강진을 보며 동생이 말을 하려 할 때, 형이 얼굴을 살짝 붉히며 말했다.
“어머니가…… 양념장 바른 고등어구이를 좋아하셔서요.”
형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어머니가 좋아하세요?”
“네.”
형의 얼굴은 많이 붉어져 있었다.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그런 형을 보며 강진이 웃었다.
“그럼요. 잠시만요.”
말을 하며 강진이 주방으로 들어가려다가 냉장고에서 콜라를 하나 꺼내 다시 둘에게 가져다주었다.
“밥 많이 먹었으니 이것 좀 마셔요.”
“이건 돈 낼게요.”
“그래요.”
강진의 말에 형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형을 보며 강진이 고등어구이 접시를 들고는 주방으로 들어왔다.
그러고는 강진이 아저씨 귀신을 향해 눈짓을 했다. 그에 아저씨 귀신이 주방에 들어오자 강진이 말했다.
“아주머니가 양념 고등어구이 좋아하세요?”
“좋아하기는 제가 좋아합니다. 제가 좋아하니 아내가 자주 해줬지요.”
“그럼 이 냄새 맡고 들어오신 모양이네요.”
“그게…… 냄새가 너무 좋아서.”
아저씨 귀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귀신들은 자신이 생전에 좋아했던 음식 냄새에 끌려서 오기도 한다.
처녀 귀신들이 고추와 마늘 냄새를 맡고 오는 것처럼 말이다. 아저씨 귀신도 냄새를 맡고 들어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