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78
179화
점심 장사를 끝내고 강진은 배용수와 함께 가게를 나왔다. 딱히 뭘 하려는 것이 아니라 산책의 재미를 느꼈다고 해야 하나?
게다가 음식 냄새 맡으며 식당에서 요리하다가 시원한 공기 맡으며 공원을 걸으면 기분이 좋았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 냄새라고 해도 계속 그것을 맡으면 속이 더부룩한 느낌도 드니 말이다.
공원에서 나무를 보면서 걸으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어쨌든 기분이 좋았다.
게다가 저승식당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추위도 잘 타지 않게 돼서 겨울 산책이라도 햇살만 좋으면 봄 날씨 수준의 산책이었다.
“나무가 좋으면 김치 저장소를 가지 그래?”
산책로를 걸으며 하는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거기는 산책이 아니라 등산이잖아.”
“그만큼 나무가 많잖아.”
“나무가 보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걸으면서 나무 보는 것이 좋은 거야.”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며 길을 걷던 강진이 문득 한곳을 보았다.
그곳에는 흰둥이와 같은 포메라니안과 함께 산책하는 할아버지가 있었다.
누가 봐도 평화롭고 보기 좋은 모습이었다.
“흰둥이도 주인하고 저렇게 지냈을 텐데.”
“그랬겠지.”
“왜 버…….”
잠시 말을 멈춘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흰둥이가 듣고 있지는 않지만 버렸다는 이야기를 함부로 하고 싶지 않았다.
“두고 갔을까?”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
“그냥 묻는 거지, 답 달라고 말했겠냐?”
말 그대로 한 이야기였을 뿐, 답을 원한 것은 아니었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먼 치에 있는 정자를 보며 중얼거렸다.
“사람마다 다 사정이 있는 것 아니겠냐?”
“사정이 있다고 가족을 버리냐?”
강진의 투덜거림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셨다.
“그래서 사정이라고 하는 거 아니겠냐? 너나 나나 그 사람 입장이 되어 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어디까지나 사람 입장이고…… 두고 갈 거면 처음부터 왜 키워?”
“그건 네 말이 맞다. 두고 갈 거면…… 처음부터 데려오지를 말았어야 하는데.”
배용수가 흰둥이를 버린 사람 입장에서 말을 한 것 같지만, 그 역시 흰둥이를 버린 것에 대해 두둔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배용수는 흰둥이를 두고 간 사람이 아주 나쁜 사람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었다.
나쁜 사람을 흰둥이가 죽어서도 기다리는 거라면 더 안쓰러우니 말이다.
“에이! 흰둥이 두고 간 죄 지옥 가서 몽땅 다 받아라.”
말을 하던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애견 버리면 무슨 지옥 가냐?”
“너는 꼭 내가 지옥 가 본 귀신처럼 생각하더라.”
지옥에 안 가 본 자신이 지옥에 대해 어떻게 알겠냐는 것이었다.
“너를 보면 참 많은 것을 알게 된다.”
“뭐가?”
“사람이든 귀신이든 배워야 한다는 것 말이다.”
“쯥!”
자신의 말에 혀를 차는 배용수를 보며 강진이 정자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신수호 변호사한테 물어볼까? 이런 죄는 무슨 지옥에 떨어지는지.’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정자 앞에 다가가자 멀리서부터 그를 발견한 흰둥이가 멍멍 짖으며 반갑게 소리를 질렀다.
멍! 멍!
소리를 지르며 빙글빙글 도는 흰둥이를 보며 강진이 손을 내밀어 그 목을 긁었다.
끼잉! 끼잉!
강진의 손길에 흰둥이가 뒷발로 머리를 긁으며 낑낑댔다.
그런 흰둥이를 귀엽다는 듯 보던 강진이 주머니에서 작은 과자 봉지를 꺼냈다.
흰둥이 주려고 JS 편의점에서 라면땅 같은 과자를 사온 것이다.
“귀신 개라 이건 편하네.”
“뭐가?”
“검색해 보니까 개들은 사람 먹는 거 절대 주면 안 되고, 개들이 먹는 것만 줘야 한다고 하더라고. 염분하고 달달한 것이 몸에 안 좋대.”
“그런데?”
“얘는 귀신이라 그냥 주면 되잖아.”
그러고는 강진이 라면땅을 손에 쥐고는 흰둥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손!”
착!
흰둥이가 손을 주자 강진이 라면땅을 입에 넣어 주었다.
그러자 흰둥이가 혀를 내밀어 라면땅을 받아먹기 시작했다.
“캣맘 아줌마 온다.”
흰둥이에게 간식을 주며 놀던 강진은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아침에 보던 아줌마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다만 복장은 아침하고 달랐다.
지금은 올 블랙 정장 차림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거기에 아침의 수수한 얼굴과 달리 화장도 하고 머리도 볼륨도 줘서 풍성해 보였다.
모르고 봤다면 아침에 본 사람이라는 생각을 못 할 것 같았다. 무척 세련된 모습이라고 할까?
다만 신발이 정장하고 어울리지 않는 편안한 운동화였다.
“안녕하세요.”
강진의 인사에 아주머니가 웃으며 손을 살짝 들었다.
“그릇 잘 치웠더군요.”
“그릇 걱정돼서 오신 건가요?”
“겸사겸사 돌아보고 머리 식히러 왔어요.”
싱긋 웃는 아주머니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식사는 하셨어요?”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가 멈칫해서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웃었다.
“그러고 보니 밥도 아직 안 먹었네요.”
“벌써 두 시가 넘었는데 아직도 식사를 안 하셨어요?”
“이래저래 머리가 아프기도 하고 사람들 만나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웃으며 아주머니가 강진의 손에 들린 과자를 보았다.
“그런 거 애들 주면 안 되는데…….”
“아! 저 먹으려고 가져온 겁니다.”
강진이 과자를 하나 입에 넣는 것에 아주머니가 입맛을 다셨다.
밥을 안 먹었다는 것을 알고 강진이 과자를 먹는 것을 보니 허기가 지는 것이다.
“맛있어요?”
“맛…… 아!”
아주머니의 말에 강진이 과자 봉지를 내밀려 할 때, 배용수가 급히 말했다.
“미쳤냐! JS 거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급히 손을 멈췄다.
‘큰일 날 뻔했네.’
JS 과자를 줄 뻔한 것이다. 그에 강진이 과자 봉지를 슬며시 당기며 말했다.
“이게 제가 먹던 거라 드리기가 그러네요.”
“괜찮은데…….”
“아닙니다. 아! 식사 안 하셨으면 저희 가게에서 점심 하시겠어요?”
“식사요?”
강진의 말에 그를 보던 아주머니가 웃었다.
“무슨 음식을 파는데요?”
“드시고 싶은 음식 있으면 그걸로 해 드릴게요.”
“그래도 주력 음식이 있을 것 아니겠어요?”
“저희 가게가 손님이 없을 때는 손님이 드시고 싶은 음식을 해 드립니다.”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가 그를 보다가 말했다.
“손님이 드시고 싶은 음식이라…….”
아주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아직 이름도 모르네요? 나는 이강혜예요.”
“이강진입니다.”
강진의 인사에 이강혜가 놀란 듯 작은 탄성을 내뱉었다.
“나하고 이름이 비슷하네요.”
“그러게요.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형제인 줄 알겠어요.”
이강혜와 이강진, 이름이 한 자 차이이니 말이다.
“어쨌든 손님이 드시고 싶은 음식이 강진 씨가 잘하는 음식일 수는 없지 않나요?”
이강혜의 물음은 이것이었다. 식당에서 메뉴를 정해서 파는 것은 잘하는 음식을 정한 것이다.
이왕이면 잘하는 음식을 손님에게 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었다.
“제가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내가 맛없다 생각하는 음식을 팔 수는 없다고요.”
“자신감이 넘치네요.”
“그것 역시 아침에 말을 했는데…… 저는 제가 만든 음식이 참 맛있습니다.”
강진의 자신감 넘치는 말에 이강혜가 그를 보다가 웃었다.
“그러면서 이 말도 했었는데 기억나요?”
“어떤 말요?”
“맛없으면 돈 안 받겠다고요.”
이강혜의 말에 강진 역시 웃었다.
“다른 건 기억 안 하시면서 그 말은 잘 기억하시네요.”
“내가 돈에는 좀 민감해서요.”
싱긋 웃는 이강혜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그럼 식사하러 가시죠.”
“기대해 볼게요.”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데리고 공원을 나섰다. 공원을 나서던 이강혜가 자신을 보고 문을 열려는 기사에게 살짝 고개를 저었다.
그에 기사가 강진을 한 번 보고는 몸을 돌려 차에 올라탔다.
이강혜가 그런 기사를 뒤로하고 가게로 향하는 사이, 강진은 배용수에게 슬쩍 눈짓을 주었다.
“왜?”
그 시선에 배용수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강진이 다시 가게 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아! 애들 내보내라고?”
강진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배용수가 가게를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가게 안에는 지박령과 최호철, 그리고 여자 귀신들이 있으니 이강혜가 가게를 못 보고 지나치거나, 같이 가도 들어가기 싫어할 수 있었다.
아니, 분명 그럴 것이다. 지금 가게 안에는 귀신이 여섯이나 있으니 말이다.
배용수가 가게 안으로 스며들어가는 것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음식 뭐 드시고 싶으세요?”
“일단 가게 안을 먼저 보고 싶네요. 음식이란 것이 가게와 어울리는 것도 있더라고요.”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가 있네요.”
“알아요?”
“고급스러운 곳에서 삼겹살 구워 먹는 것보다 허름한 곳에서 연탄이나 가스불에 삼겹살 구워 먹는 것이 더 맛있잖아요. 김치찌개도 그렇고.”
강진의 말에 이강혜가 환하게 웃었다.
“맞아요. 예전에 나 다니던 학교에 진짜 허름한 가게에서 순대 국밥을 팔았는데 거기는 들어가는 순간 순대 국밥 먹어야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강혜가 기분 좋은 듯 하는 말에 강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노원에서 일을 하던 칼국수집도 들어가면 칼국수 먹어야지, 하는 그런 분위기였다.
인테리어가 칼국수집이라는 느낌은 아니다. 그냥 깔끔한 스타일이다.
하지만 들어가면 칼국수 집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인테리어가 칼국수를 따라간 건지, 칼국수가 인테리어를 따라간 건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음식에 어울리는 가게 스타일은 존재했다.
어쨌든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가게에 도착한 강진이 문을 열었다.
“들어오시죠.”
강진이 안으로 들어가자 이강혜가 의아한 듯 그 뒤를 따라 들어오다가 텅 빈 가게 안을 보고는 물었다.
“가게 문을 안 잠그고 다니세요?”
“아…… 훔쳐 갈 것이 뭐 있나요?”
도둑이 들 걱정은 하지 않고 산다. 귀신들이 있으면 사람들이 안 들어오니 말이다.
그래서 평소 강진은 문을 안 잠그고 다녔다.
“그래도…….”
“훔쳐 갈 것이라면 먹을 거 정도밖에 없어요.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라는데 음식 도둑은 그냥 맛있게 먹고 설거지나 하고 갔으면 하네요.”
웃으며 말을 한 강진이 자리를 가리켰다.
“추우시죠.”
그러고는 강진이 슬쩍 이강혜를 보았다.
“조금 쌀쌀하네요.”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온풍기를 가동하고는 보온통에서 야관문 차를 따라 내왔다.
“야관문 차입니다. 피로 회복에 좋다고 하니 드세요.”
“고마워요.”
잔을 손으로 쥔 이강혜가 가게를 둘러보다가 화이트보드를 보았다.
“‘점심 특선…… 손님이 없으면 드시고 싶은 음식을 만들어 드립니다’?”
“손님이 많으면 음식을 따로 내기 힘들어서 특선만 하는데요. 손님 없으실 때는 드시고 싶은 걸로 해 드리고 있습니다.”
“그럼…….”
“음식 재료에 대한 수급과 남는 재료에 대한 관리 문제를 말씀하시려고요?”
강진의 말에 이강혜가 그를 보다가 웃었다.
“이야기 많이 들어 보셨나 봐요?”
“직장인들이 자주 오는 곳이라 그런지 사업적으로 좋지 않다고 우려해 주시는 분들이 많으시더군요.”
“그런데도 하신다는 건 자신이 있다는 건가요?”
“손님 없을 때만 하는 거라 그리 부담이 없어요. 그리고 제 음식은 제가 먹어도 참 맛있네요.”
강진의 말에 이강혜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보기 좋네요.”
“음식 어떻게 해 드릴까요?”
강진의 물음에 이강혜가 가게를 스윽 보다가 말했다.
“매운 것이 먹고 싶은데…….”
“매운 닭발 해 드릴까요?”
“매운 닭발?”
“아주 맛있으면서 맵게 해 드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매운 닭발에 계란찜하고 주먹밥이 빠질 수는 없겠죠?”
강진의 말에 이강혜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만 들어도 맛있겠네요.”
이강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매운 단계는 어떻게 해 드릴까요?
“제일 매운 걸로요.”
“많이 매운데…… 괜찮으시겠어요?”
“저 매운 것 잘 먹어요.”
이강혜의 말에 그녀를 보던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재료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정말 매운맛이면…… 이태문 어른의 레시피대로 하는 것이 낫겠지.’
강진의 것도 맵지만, 이태문의 매운 닭발은 정말 엄청나게 매운맛을 자랑하니 말이다.
촤아악!
강진의 손에서 고추기름이 만들어지기 시작하자 곧 홀에 매운 냄새가 퍼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