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89
190화
푹 자고 일어난 아줌마가 천천히 눈을 떴다.
“하아!”
몸이 편안한 느낌에 아줌마는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 잘 자고 일어난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도 않았다.
눈을 뜬 아줌마가 멍하니 잠시 있었다. 오랜만의 기분 좋은 나른함에 일어나기가 싫었다.
잠시 그 나른함을 즐기던 아줌마가 몸을 일으켰다.
기분 좋은 얼굴로 문을 열고 나온 아줌마의 눈에 주방 앞에 놓인 상이 보였다.
접시 하나 덩그러니 놓여 있는 밥상을 보던 아주머니가 고개를 돌렸다.
“몇 시지?”
고개를 돌려 시간을 보니 벌써 저녁 12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애들 밥은 먹었나?”
생각을 하며 아이들 방 문을 살짝 열자 자고 있는 아이들이 보였다.
그에 문을 닫은 아줌마가 상에 있는 접시를 보았다. 접시 앞에는 작은 메모지가 있었다.
아침에 온 총각이 적어 놓은 듯한 글을 본 아줌마가 접시를 덮고 있는 국그릇을 들었다.
그 안에는 계란김말이가 예쁘게 담겨 있었다.
“내가 좋아한다고 애들이 말을 해 줬나?”
자신이 좋아하는 계란김말이를 보던 아줌마가 슬쩍 하나를 집어 입에 넣었다.
차갑게 식어 있기는 했지만 부드럽고 고소했다. 거기에 김 특유의 맛까지…….
“맛있다.”
작게 중얼거린 아줌마는 배가 갑자기 고파졌다. 그동안 속이 안 좋아서 입맛이 없는 데다 허기도 잘 못 느꼈는데…… 맛있는 계란김말이를 먹으니 허기가 졌다.
배가 고파진 아줌마가 자리에서 일어나 가스레인지 위에 놓인 냄비를 보았다. 강진이 끓여놨다는 찌개가 뭔지 궁금한 것이다.
냄비 뚜껑을 열은 아줌마의 눈빛이 흔들렸다. 꽁치김치찌개가 담겨 있었다.
“맛있겠다.”
김치에 은은하게 배어 있는 기름기를 보며 입맛을 다신 아줌마가 손으로 김치를 들고 꽁치를 둘둘 말아서는 입에 넣고 씹었다.
아삭! 아삭!
김치찌개의 김치가 아삭하게 씹히면서 고소한 꽁치의 맛에 아줌마가 미소를 지었다.
푹 익혀서 물러진 김치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녀는 이렇게 반쯤 익힌 듯한 식감을 좋아했다.
쪽! 쪽!
손가락에 묻은 양념을 입에 넣고 빨은 아줌마가 밥통을 열어 밥을 푸고는 냄비를 밥상에 올렸다.
배가 고파서 찌개를 따뜻하게 하기보다는 지금 바로 먹고 싶었던 탓이었다.
손으로 김치를 하나 집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에 올리자 입가에 침이 고였다.
아삭! 아삭!
아삭한 김치 식감과 꽁치 기름에 아줌마가 미소를 지으며 계란말이를 집어 입에 넣었다.
그리고 씹던 아줌마가 미소를 지었다.
“음…….”
신음이 나올 정도로 너무 맛있었다. 꽁치김치찌개도 계란김말이도…….
작게 신음을 흘린 아줌마가 다시 밥을 뜨고는 김치와 꽁치를 올려 먹기 시작했다.
아줌마가 어느새 비어 있는 밥그릇을 들고는 다시 밥을 푸기 시작했다.
그렇게 뚝딱 밥 두 그릇을 먹은 아줌마가 미소를 지었다.
“아…… 배불러. 하아!”
포만감에 작게 한숨을 토하던 아줌마가 힐끗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시야에는 벽에 걸려 있는 가족사진이 있었다.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성실하게 자기 일을 하는 남편 덕에 부족하지는 않았던 때였다.
가족사진 속 웃고 있는 남편을 보던 아줌마가 입을 열었다.
“여보…… 나 너무 나쁘다. 당신이 없는데…… 밥이 너무 맛있다.”
작은 중얼거림과 함께 아줌마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냥…… 서럽고 미안했다.
남편이 죽고 애 둘 데리고 살아야 하는 이 막막한 상황에서…… 밥이 맛있다는 것이…….
혼자 먹는 밥에 서러웠고, 밥이 맛있다는 것에 남편에게 미안했다.
주르륵!
눈물을 뚝뚝 흘리며 사진을 보던 아줌마가 입술을 깨물었다.
“여보 미안해…….”
흐르는 눈물 사이로 흐릿해지는 남편의 사진을 보며 아줌마가 고개를 숙였다.
“여보…… 나 잘 먹고 잘 살아야겠어. 정말…… 미안해.”
아줌마의 눈물에 그녀의 뒤에서, 그녀를 내려다보던 아저씨 귀신이 한숨을 깊게 토했다.
“미안하기는 뭐가 미안해…… 내가…… 미안해. 내가…… 너무 미안해. 내가 살았어야 하는데. 내가 죽지 말았어야 했는데! 여보, 내가 너무 미안해!”
“나 정말 열심히 살게. 열심히 살아서, 애들 장가도 잘 보내고, 손주 손녀도 보고…… 벽에 똥칠할 때까지 오래 살 거야. 그러니까 나 너무 기다리지 마. 나 정말 오래 있다 갈 거야. 그러니까 자기 혼자 너무 일찍 갔다고 억울해하지 마.”
“안 억울해. 억울해 안 할 거야. 그러니까 아프지 말고, 정말 애들 잘 키우고! 정말…….”
아내를 보던 아저씨 귀신이 그녀를 뒤에서 안았다.
“사랑해.”
화아악!
아저씨 귀신의 몸에서 희미한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강진은 새벽 장사를 하고 있었다.
“그놈의 사장 얼굴 너도 남아서 봤어야 하는데.”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며 웃었다.
“그래요?”
“거기 일하는 아르바이트 중에 고용 계약서 안 쓴 애들 둘이나 있더라. 노동부 직원이 내일 노동부로 사장 오라고 하더라. 게다가 위생과 사람도 내일 사장 들어오라고 하고…… 흐흐흐! 사장 얼굴 완전 똥 씹었더라. 게다가 마지막에는 기자들도 왔어.”
웃는 최호철의 모습에 강진도 웃었다.
“그래서 오늘 영업은 어떻게 됐어요?”
“접었지.”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일 때, 그의 손에 종이 한 장이 떨어졌다.
스륵! 툭!
가볍게 떨어지는 종이에 강진이 의아한 얼굴로 그것을 보았다.
편지의 내용을 본 강진이 그것을 물끄러미 볼 때 최호철이 말했다.
“뭔데?”
“종훈이 아버님, 승천하셨네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호령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귀신은 귀신이다.
이승에서 머무는 것보다는 승천하는 것이 나았다.
“잘 됐네.”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종이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잘 됐죠.”
“그런데 왜 그래?”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잠시 종이를 보다가 입맛을 다셨다.
“우리 아버지는…… 잘 가셨나 싶어서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그를 보다가 잔에 소주를 따라주었다.
“아버지가 먼저 가서 서운해?”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여기 일 하면서…… 수호령으로 제 곁에 남는 것보다 승천하신 것이 다행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강진이 한숨을 쉬었다.
“조금은…….”
‘서운하네요.’
머리로는 구천을 떠도는 귀신이 되지 않고 승천한 것이 다행이라 생각을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귀신이 돼서라도 자신의 곁에서 봐 주고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부모님 귀신 되라는 생각이나 하고…… 불효자네.’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다시 소주를 입에 털어 넣었다.
***
아침 산책 겸 흰둥이에게 밥을 주고 돌아온 강진은 TV 뉴스를 보고 있었다.
[올해 노동부에 접수된 노동 분쟁 신고 건수는 약 구만 건에 달합니다.] [그렇습니다. 그 분쟁 건수가 모두 월급 미지급에 관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노사 간에 분쟁이 많이 발생한다는 것은 알 수 있습니다.] [어제 여당 장태수 의원과 야당의 이유비 의원, 그리고 무소속의 오자명 의원께서 아르바이트생에게 두 달 치 월급을 지급하지 않고, 또 적정 아르바이트 비용이 백만 원인데 오십만 원만 지급한…….] [뜻밖에도 여기서 여야가 합의를 해서 좋은 일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방법이 조금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현직 국회의원이 동사무소와 노동부, 거기에 경찰서 서장까지 대동한 채…….] [방법이 조금 달랐다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가지면서 시사60, 내일 다시 찾아오겠습니다.]우연히 틀은 방송에서는 어제 오자명 일행이 한 일을 다루고 있었다.
고용주의 월급 미지급에 관한 시사 보도였다. 다만 어제 오자명 일행이 사적으로 공무원을 대동한 것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나마 여야 국회의원이 같이 움직여서 저 정도지, 아니었으면 난리 났겠어.”
배용수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왜?”
“여당 사람만 움직였어 봐. 야당에서 국가 권력 남용이라고 난리 쳤겠지.”
“좋은 일이잖아?”
“국회의원들이 좋은 일 나쁜 일 따지면서 까냐? 빌미 있으면 까는 거지.”
“그런가?”
“반대로 야당에서 이렇게 했으면 여당에서도 똑같이 말을 했을 거야. 국회의원이 국가 권력을 사적으로 사용한다고.”
“그런데 여당 야당 둘 다 끼어 있어서 조용하다?”
“일단 가장 큰 두 곳에서 같이 저질렀으니까.”
“야당 몇 개 더 있잖아?”
“있지. 근데 정의로운당은 원래 이런 문제는 약한 쪽 입장 대변하면서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서는 곳이라 잘했다고 하지 문제 있다고는 안 할 거야.”
“다른 당은?”
“그 애들이 뭐라고 하는지 누가 신경 쓰냐? 게다가 여야에서 갈라져 나온 곳인데 조만간 흡수되겠지.”
“그래?”
“정치인들 작은 곳에 있기 싫어해.”
“정치에 대해 좀 안다?”
“우리 가게에 정치인들도 자주 왔었으니까. TV에서 막 치고받고 싸우잖아. 근데 우리 가게에서는 형 동생 하면서 술 먹다 가고 그래.”
“재밌는 사람들이네.”
“골치 아픈 사람들이지.”
그러고는 배용수가 강진을 보았다.
“오늘 메뉴는 뭐 할 거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주방을 보았다.
“오늘 뭐가 좋은데?”
“재료야 늘 좋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몸을 비틀다가 일어났다. 그러고는 냉장고에 다가가 오늘 들어온 메뉴들을 확인하고는 말했다.
“김치찌개 하자.”
“김치찌개?”
“김치찌개에 계란김말이.”
“맛있겠네.”
칼칼한 김치찌개에 부드럽고 고소한 계란김말이는 조화가 좋다.
그걸로 메뉴를 정한 강진이 아침밥 먹을 겸 메뉴를 먼저 만들기 시작했다.
돼지고기를 살짝 들러붙게 볶은 후 김치를 넣고 육수를 붓는다. 그렇게 끓인 후 설탕과 양념을 넣고 마지막에 고춧가루와 파를 썰어 넣으면 완성.
거기에 계란김말이까지 만들어낸 강진이 반찬들과 함께 식탁으로 옮겼다.
그리고 화면에 예쁘게 담기도록 조정한 뒤, 사진을 찍었다.
찰칵! 찰칵!
모든 메뉴가 한 장에 다 나오게 찍은 강진이 오픈톡에 사진을 올렸다.
메뉴를 올리자 오픈톡 상에 메시지가 몇 개 떠올랐다.
오픈톡에 올라오는 메시지에 강진이 간단하게 레시피를 적었다.
물론 핸드폰으로 정량까지는 설명하기 어려우니, 그냥 뭐 넣고 뭐 넣고 뭐 넣으라는 식의 간단한 설명이었지만, 센스가 있다면 이 정도로도 충분히 요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설명을 마친 강진이 밥을 푸고는 자리에 앉았다.
“너도 먹을래?”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저었다.
“요즘 많이 먹어서 배부르다.”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김치찌개를 떠서 입에 넣었다.
“크윽! 좋다!”
“맛있냐?”
“내가 요즘 살이 오른다. 맛있는 것 많이 먹어서.”
“그런 것 같더라. 운동 좀 해. 배에 기름 올라온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다가 문득 자신의 배를 보았다.
‘그러고 보니…… 살이 오르기는 올랐네?’
노가다 근육이라고 해야 하나? 강진은 우락부락하지는 않지만 꽤 근육이 있는 체형이었다.
그런데 요즘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서인지 배에 기름이 차고 있었다.
배를 만지던 강진이 피식 웃었다.
‘아무렴 어때.’
맛있게 먹어서 생긴 살이라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에 강진이 김치찌개의 고기를 크게 하나 집어서는 입에 넣었다.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