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96
197화
이강혜가 몸을 돌려 공원을 벗어나자 강진이 황민성을 보았다.
“어디 사장님이세요?”
사업 이야기를 하는 것 같기는 했는데 어디 회사라는 이야기를 못 들은 것이다.
“몰랐나 보네.”
“강아지들 밥 주러 와서 호구 조사할 이유는 없잖아요.”
물어보지 않았다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말했다.
“L전자 사장님.”
‘L전자?’
L전자라면 사성전자와 함께 한국 이대 전자 회사다.
‘생각보다 더 대단하신 분이네.’
놀란 눈으로 이강혜가 가는 뒷모습을 보던 강진이 말했다.
“L전자에도 투자하셨어요?”
“L전자가 투자하기에 좋은 회사는 아닌데…… 의료기기 투자를 많이 하는 편이라 나도 투자를 했지. 그리고 안전 자산이기도 하고.”
“안전 자산요?”
“L전자가 물건은 잘 만들지만 사성에 비하면 인지도도 떨어지고 마케팅도 떨어지고…… 나 같았으면 마케팅 팀 다 잘랐다.”
“그래요?”
“물건을 잘 만들었으면 마케팅을 잘해서 팔 생각을 해야지, 광고 하나 하면 알아서 팔릴 거라 생각을 하고…… 나 같았으면 다 자르고 전문 마케팅 팀에 넘겼다.”
“그래도 잘 팔리잖아요?”
“물건은 잘 만드니까. 그리고 좋은 일도 많이 하는데 그게 소문도 나고 해서 인식이 좋지. 어쨌든 안전 자산으로 투자하기는 했는데 수익률은 떨어져.”
“L전자면 엄청 큰 회사인데 수익률이 떨어져요?”
의아해하는 강진을 보며 황민성이 정자에 앉으며 말했다.
“큰 회사는 주가 변동 폭이 얼마 안 돼. 돈을 벌려면 중소기업 주식 사는 것이 낫지.”
“주가 변동 폭이 크면 손해 볼 확률도 큰 것 아니에요?”
“형은 손해 볼 투자를 해 본 적이 없다.”
자신감 넘치는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물었다.
“그럼 왜 L전자를 사셨어요?”
“망하지 않는 회사는 없지만, 최소한 L전자가 망하는 것보다는 내가 망하는 것이 빠를 테니까. 그래서 안전 자산이라고 하는 거야.”
잠시 말을 멈춘 황민성이 말했다.
“그리고 L전자 투자한 이유는…… 수익률보다는 거기 주식을 가지고 있으면 여러모로 쓸 곳이 많지.”
“쓸 곳?”
“영업 비밀이라고 할 수 있지.”
웃으며 말을 한 황민성이 문득 강진을 보았다.
“너 주식 하냐?”
“안 하는데요.”
“그럼 앞으로도 하지 마.”
“네?”
“주식해서 돈 따는 일반인은 정말 드물고, 따더라도 나중에는 다 돈 잃는다.”
“그럴 돈도 없어요.”
“돈 없어도 하는 것이 주식이라는 거다. 어쨌든 해서 좋을 것 없어.”
작게 중얼거린 황민성이 몸을 일으켰다.
“이제 가자. 형 출근해야겠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정자 밑에 놓아둔 흰둥이 밥그릇을 챙겼다.
강진이 밥그릇을 챙기자 흰둥이가 그 손등을 혀로 핥았다. 그에 강진이 흰둥이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그릇을 챙겼다.
강진이 빈그릇을 챙기는 걸 보던 황민성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언제 개가 왔다 갔어?”
개가 오는 것을 보지도 못했는데 그릇이 깨끗이 비워져 있는 것이다.
“아까 이야기 나눌 때 먹고 갔어요.”
“금방 먹고 가네.”
“배고픈 애들이니까요. 그럼 가시죠.”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와 함께 공원을 나섰다.
그러다가 황민성이 강진을 보았다.
“혹시…… 출장 요리 좀 부탁할 수 있을까?”
“출장 요리요?”
“어머니한테 네 음식 먹여드리고 싶어서.”
말을 한 황민성이 강진을 보았다.
“그, 김소희가 자주 안아 드리고 사랑한다 말을 하랬잖아.”
“그랬지요.”
강진의 답에 황민성이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사실 엄마 보러 자주 안 갔어.”
“바쁘시니까요.”
“그거야 핑계지. 일 있으면 미국도 가고 프랑스도 가는데 어머니 보러 강원도를 못 가겠냐? 다른 나라도 아니고 같은 한국에 있는데.”
“그건…… 그렇죠.”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 안 되는데…… 가서 엄마 보면 속이 답답하다.”
“…….”
황민성의 말에 강진은 답을 하지 않았다. 치매가 걸린 엄마…… 어떠한 느낌인지 짐작만 할 뿐이지, 타인이 뭐라고 할 수 없는 슬픔이기에 말을 아꼈다.
“가장 힘든 건 엄마겠지만……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엄마를 보면 속이 터질 것 같다. 그래서 자주 못 가겠더라고.”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강진을 보며 황민성이 말을 이었다.
“그런데 그 김소희가 하는 말 들으니까, 나는 답답하지만 엄마는 얼마나 외롭고 무서울까 싶더라. 엄마는 나 아플 때 늘 머리맡에 앉아서 머리 쓰다듬어 주고 그랬는데…….”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는 자식이 아프면 그 옆을 늘 지킨다.
하지만 자식은…… 왜 아프냐고 화를 낸다. 일 좀 그만하라니까. 몸 관리 좀 하지, 병원 가라는 말로…….
옆을 지키기보다는 병원을 가라고 하고 돈을 준다. 그것이 어머니와 자식의 차이였다.
말없이 걸음을 옮기던 황민성이 말했다.
“그래도 음식은 잘 드시니까, 맛있는 음식 좀 해 드리고 싶다.”
“해 드려야죠.”
“그럼 언제 시간 되겠어?”
황민성의 물음에 강진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토요일 점심 장사 끝나고 저녁식사 해 드리는 걸로 하겠습니다.”
“고맙다.”
“아니에요. 형 어머니시면 저에게도 어머니죠.”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그를 보다가 웃으며 어깨를 툭 쳤다.
“형이 사람한테 쉽게 마음 주는 사람 아닌데 이상하게 너한테는 마음이 쉽게 열린다.”
“남자 마음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피식 웃었다.
“연애 안 하냐?”
“지금은 일만 하려고요.”
“네 나이가 연애하기 딱 좋은 나이인데 일만 하면 어떻게 하냐? 형이 좋은 여자 좀 알아봐 줄까?”
“좋은 여자요?”
“형 주위에 예쁜 여자 많아.”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좋은 여자가 예쁜 여자예요?”
“소개팅 할래? 라는 질문에 남자는 십 대 때도 예쁘냐? 이십 대 때도 예쁘냐? 삼십, 사십 대에도 예쁘냐 딱 하나야. 예쁜 여자 싫으면 다른 쪽으로 알아봐 주고.”
“저도 남잔데 예쁜 여자 싫겠어요? 다만…….”
“왜?”
“여자를 제대로 사귀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네요.”
“뭐야, 모쏠이야?”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쓰게 웃었다. 강진도 여자친구를 사귄 적은 있었다.
중학교 때 풋사랑이기는 했지만…… 어쨌든 그것도 연애라고 하면 연애였다.
그러고 그 후에는 연애라는 것을 할 여유가 되지 못했고 말이다.
하지만 황민성에게 그런 이야기까지 할 생각이 없는 강진이 말을 돌렸다.
“저도 슬슬 일하는 시간을 정하려고 생각 중이었어요.”
“일하는 시간?”
“사람이 쉬기도 하면서 일해야지. 일주일, 한 달 내내 일할 수는 없잖아요.”
“그건 그렇지.”
“그래서 언제 쉴까 생각했는데…….”
잠시 생각을 하던 강진이 말했다.
“주말에 점심 장사까지는 하고 저녁 장사는 쉬려고요.”
일단은 이렇게 할 생각이었다. 나중에 일정 봐서 일요일이나 하루 통으로 쉴 수도 있지만…….
“저녁 장사만 쉬려고? 그냥 하루를 쉬지 그래?”
“일단 해 보고요.”
그리고 일요일에는 사건 현장에도 가 봐야 하고. 겸사겸사 쉬는 날을 정하기는 해야 할 때였다.
아직 본격적으로 장사한 지 며칠 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가게 가면 쉬는 날부터 적어 놔야겠다.’
그래야 손님들이 헛걸음을 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럼 토요일에 부탁해.”
“그런데 메뉴를 어떻게 하실 건가요?”
“그냥 집에서 먹는 저녁 밥상 느낌으로 해 줘. 될까?”
“그럼요.”
“고마워.”
웃으며 황민성이 손을 들었다. 그러자 길가에서 차 한 대가 천천히 다가왔다.
차가 옆에 서자 황민성이 차에 타며 말했다.
“전화할게.”
“들어가세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손을 들어 인사를 대신하곤 차에 탔다. 문이 닫히자, 차가 출발을 했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카운터에 올려놓은 화이트보드에 글을 적었다.
글을 적은 강진이 가게 앞에 화이트보드를 놓고는 점심 장사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겉절이는 손님 오면 바로 무치는 것으로 하고, 배추된장국은 솥에 끓여서 덜어 내 주는 것으로 하자.”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방에 들어가 점심 장사를 할 재료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
토요일 점심 장사를 마무리한 강진은 식재료를 아이스박스에 챙겨 넣고 있었다.
제법 많은 식재료를 챙겨 넣는 강진의 모습에 배용수가 말했다.
“요양원 식당에 식재들 있다고 했는데 뭘 그렇게 챙겨?”
“혹시 모르잖아.”
말을 하며 아이스박스 두 개에 필요하다 생각되는 식재들을 잘 챙겨 넣은 강진이 뚜껑을 덮고는 시계를 보았다.
“이제 오실 때가 됐는데.”
띠링! 띠링!
풍경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황민성이 들어오고 있었다. 황민성은 조금 편안한 복장을 입고 있었다.
“형…… 응?”
황민성을 부르던 강진의 얼굴에 놀람이 어렸다. 황민성 뒤를 따라 젊은 여자가 들어오는데…….
‘와…….’
입이 쩌억 벌어질 정도의 미인이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이십 대 중후반 정도로 보이는 그녀는 검은 단발머리에 얼굴 한쪽을 살짝 가리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무척 세련돼 보였다.
거기에 패딩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또 청순해 보였다.
세련됨과 청순함이 같이 있는…… 엄청난 미인이었다.
‘와…… 진짜 예쁘다.’
커피숍 아르바이트부터 여관 저녁 아르바이트, 거기에 공연 무대 설치 아르바이트까지 여러 아르바이트를 해 본 강진은 연예인부터 예쁜 일반인까지 수많은 여자를 보았다.
그리고 그중 눈앞의 사람이 가장 예뻤다.
강진이 넋 빠진 얼굴로 그녀를 보자 배용수가 그 어깨를 툭 쳤다.
“민성 형과 같이 온 사람이야.”
“아.”
황민성이 지금 온 이유는 어머니를 보기 전 강진을 데리러 온 것이다. 그런 상황에 동행하는 여성이면, 황민성의 아내일 확률이 컸다. 나이 차는 좀 나 보이지만 말이다.
배용수의 말에 상황을 파악한 강진이 급히 표정 관리를 했다. 형수가 되는 여자를 이렇게 빤히 쳐다보는 것은 무례한 것이니 말이다.
급히 표정을 관리한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형수님이세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를 보았다.
“인사해요. 나하고 친한 동생, 이강진이에요.”
‘아내에게 존대를 하시네.’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그녀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강진입니다. 형님한테 형수님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물론 들은 적은 없다. 예의상 한 말일 뿐이었다. 강진의 말에 여자가 살짝 고개를 숙이며 미소를 지었다.
“김이슬이에요.”
“이강진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강진의 말에 김이슬이 가볍게 웃어 보이자 황민성이 말했다.
“가자.”
“네.”
그러고는 강진이 아이스박스를 들자 황민성이 의아한 듯 말했다.
“거기 식당에 어지간한 식재 다 있을 텐데.”
“몇 가지만 챙겼어요.”
“몇 가지가 아이스박스로 두 개야?”
“챙기는 김에 좀 더 챙겼어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입맛을 다시고는 남은 아이스박스를 하나 챙겨 들었다.
“끄응! 묵직하네.”
그러고는 황민성이 입구로 가며 말했다.
“여보, 문 좀 열어주세요.”
“네.”
황민성의 말에 김이슬이 문을 열어주었다.
문을 통해 밖으로 황민성이 나가자, 길가에 정차하고 있는 벤에서 기사가 급히 나와서는 아이스박스를 들고는 트렁크에 실었다.
뒤이어 강진이 아이스박스를 들고 나오자 기사가 그것 역시 받아서는 트렁크에 실었다.
“자, 출발하자.”
황민성이 차에 다가가자 문이 스르륵 알아서 열렸다. 김이슬이 먼저 차에 오르자 황민성과 강진도 차에 올라탔다.
차에 탄 강진은 확실히 황민성이 돈이 많기는 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에 타면서도 굳이 허리를 숙이지 않을 정도로 차고가 높았던 것이다.
‘와. 차 정말 좋다.’
그런 생각을 하며 자리에 앉자 차가 부드럽게 출발을 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