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13
214화
부웅!
경기도 성남시의 한 산에 위치한 납골당에 강진의 차가 들어서고 있었다.
납골당이 위치한 곳이라 그런지, 주변에 인가라고는 군데군데 한두 곳 정도뿐이었다.
거기다 늦은 저녁이라 다 불을 끄고 있어 도로를 밝히는 가로등만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어쨌든 내비게이션이 말해주는 곳을 따라 강진의 차는 납골당에 도착할 수 있었다.
새벽 1시에 저승식당 영업을 끝낸 뒤, 식당을 정리하고 출발을 했기에 도착하고 나니 새벽 두 시 조금 넘어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던 강진이 문득 앞에 있는 납골당 건물을 보았다.
납골당 1층에서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지만, 2층과 3층은 희미한 불빛만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런 납골당을 보던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아…… 하긴, 납골당도 영업시간이라는 것이 있을 텐데.”
납골당이 죽은 이들을 위한 장소라고 하지만…… 이용하는 사람은 산 사람이고 관리하는 것도 산 사람이다.
그러니 24시간 영업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못 했네.’
그러고는 강진이 옆 좌석을 보았다. 김흥수가 납골당 건물을 보는 것에 강진이 말했다.
“영업시간 전이라 못 들어갈 것 같은데…… 저희가 너무 일찍 왔네요.”
“자네는 여기 있어. 나만 들어갔다가 올 테니까.”
“혼자서요?”
“괜찮아.”
그러고는 김흥수가 천천히 납골당 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자동차 뒷좌석을 보았다. 뒷좌석에는 최훈과 선주가 그를 보고 있었다.
자동차에 붙은 지박령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같이 오게 된 것이다.
“가게에서 쉬면 좋을 텐데…… 여기까지 오게 해서 미안하네요.”
“저희야 차에서 떨어질 수 없으니 괜찮습니다.”
최훈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새벽 야심한 시간의 납골당, 보통 사람이라면 무서울 법도 하지만 강진은 무섭지 않았다.
가로등도 켜져 있어 어둡지 않았고, 주차장에도 전등은 켜져 있었으니 말이다.
유골함을 모아 둔 납골당이라고 해도 귀신보다 무서울 이유가 없었다. 차라리 여기보다 강원도 산골이 더 무서울 것이다.
강원도 산골은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고 어둡기도 하니 말이다.
주위를 둘러보던 강진은 여기저기 귀신들이 돌아다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할 일 없이 걷거나 운동을 하는 것처럼 뛰는 귀신들을 보던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납골당이라 그런지 귀신이 많기는 하네.’
여기저기 모여 있는 귀신들을 보던 강진이 한쪽에 있는 휴게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주차장 한 쪽에 작은 버스 정류장처럼 생긴 휴게실이 있었던 것이다.
휴게실에 들어간 강진이 자판기에서 커피를 한 잔 뽑았다.
따뜻하고 달달한 밀크 커피를 손에 쥔 강진이 훅훅 불어서는 마시려던 찰나였다.
“맛있겠다.”
커피를 마시려던 강진이 힐끗 고개를 돌렸다. 옆에는 예쁘장하게 생긴, 이십 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여자 귀신이 그를 멍하니 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자신의 컵을 멍하니 보고 있는 여자 귀신을 본 강진이 동전을 자판기에 넣었다.
쪼르륵!
그리고 커피가 나오자 강진이 그것을 휴게실에 있는 작은 탁자에 내려놓고는 여자 귀신에게 말했다.
“드세요.”
“아! 감사…….”
말을 하던 여자 귀신이 순간 놀란 듯 강진을 보다가 소리쳤다.
“꺄악!”
깜짝 놀란 듯한 여자 귀신의 외침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저승식당과 자신에 대해 모르는 귀신들은 늘 이렇게 놀라는 것이다.
‘사람이 귀신 보고 놀라는 것이 아니라, 귀신이 사람 보고 놀라네.’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귀신 보는 사람 처음 봐요?”
“네! 어떻게 사람이 귀신을 봐요?”
“여기 보잖아요. 그리고 커피 식어요.”
강진의 말에 여자 귀신이 당황스러운 눈으로 그를 보다가 커피를 쥐었다.
화아악!
반투명한 종이컵을 손에 쥔 여자 귀신이 손에 그것을 꼬옥 쥐었다.
“고맙습니다.”
여자 귀신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말했다.
“커피 좋아하나 봐요?”
강진의 물음에 여자 귀신이 불안한 눈으로 그를 보았다.
“네.”
답은 하지만 귀신을 보는 사람에 대해 두려운 마음이 여전한 모양이었다.
사람이 귀신을 보고, 말을 걸기까지 하니 말이다. 그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이상한 사람 아닙니다.”
“귀신 보는 것 자체가 이상한데요.”
“귀신들한테 밥 해 주는 사람이라 그래요.”
“귀신한테 밥?”
강진이 간단하게 저승식당에 대해 설명을 해 주었다. 그 말을 들은 여자 귀신이 놀람과 의아함이 어린 눈으로 그를 보았다.
“그런 식당이 있어요?”
“지박령이에요?”
강진의 물음에 여자 귀신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그럼 경기도에도 저승식당 있을 테니까 한 번 가 보세요. 아니면 저희 강남 논현에 있으니까 한 번 와 보세요. 여기서 그리 멀지 않으니 잘 걸으면 이틀이면 올 겁니다.”
거리로만 따지면 20km 정도 되니 시간만 있다면 못 걸을 거리는 아니었다.
강진의 말에 여자 귀신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제가 죽은 지 얼마 안 돼서 멀리 못 가요.”
“아…… 그럼 다음에 오세요.”
여자 귀신의 답에 강진이 더는 말을 하지 않고 따뜻한 커피를 마셨다.
멀리 못 간다고 하는데 더 할 말이 없었다. 오래 머물지 말고 승천하라는 말도 어떻게 보면 귀신에게는 위로가 되지 못했다.
승천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것이 귀신들의 현재 상황이니 말이다.
후르릅!
추운 겨울, 그것도 새벽에 마시는 커피라 그런지 맛이 더 좋았다.
따뜻하고 달달한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 불빛이 그를 비쳤다.
번쩍!
갑자기 얼굴을 향하는 불빛에 강진이 눈을 찡그리며 손으로 빛을 가릴 때, 경비복을 입은 노인이 플래시를 비추며 다가왔다.
“거기 누구요?”
노인의 말에 강진이 말했다.
“안녕하세요.”
“누구요?”
노인이 다시 묻는 것에 강진이 납골당을 가리켰다.
“할아버지한테 인사를 드리려고 왔는데 제가 너무 일찍 왔네요.”
강진의 말에 노인이 그를 보다가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지금 새벽 두 시가 넘은 것은 아오?”
“그게…….”
잠시 머뭇거리던 강진이 한숨을 쉬었다.
“할아버지가 갑자기 보고 싶어서요.”
강진의 말에 그를 보던 노인이 입맛을 다셨다. 요즘 같은 세상에 죽은 할아버지 보고 싶다고 이 시간에 납골당을 오는 손주…… 본 적이 없다.
‘내 손주들은 명절날에도 바쁘다고 안 오는데…….’
취업 준비라든가 공부가 바쁘다고 손주 녀석들이 안 온 지 꽤 되었다.
잠시 강진을 보던 노인이 말했다.
“문 열 때까지 여기서 죽치고 있으면 얼어 죽어요. 오늘은 들여보내 줄 테니 다음부터는 아침에 와요.”
“아! 감사합니다.”
노인이 앞장서서 걸어가자 강진이 커피 잔을 든 채 그 뒤를 따라가다가 여자 귀신을 보았다.
“다음에 또 봐요.”
강진이 작게 속삭이자 여자 귀신이 그를 보다가 손을 흔들었다.
“커피 고마워요.”
여자 귀신의 마음은 진심이었다. 자신을 보러 오는 가족들이나 친구들 중에 커피를 가져다주는 사람은 없었다.
귀신은 사람이 주는 것만을 먹을 수 있으니, 죽고 난 후 처음으로 마시는 따뜻하고 맛있는 커피인 것이다.
여자 귀신이 손을 흔드는 것을 보던 강진이 노인의 뒤를 따라 납골당 안으로 들어갔다.
납골당이라고 하니 음침할 것 같지만 안에 들어와 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로비는 깔끔했고 한쪽에는 보기에도 좋아 보이는 소파와 의자들이 놓여있었다.
커피 향만 나면 커피숍이라고 할 정도로 아늑한 분위기였다.
물론 그 소파와 의자에는 귀신들이 앉아서 잡담을 나누고 있었지만…….
“이 시간에 사람이 오네.”
“아까 주차장으로 차 한 대 들어오더만. 그 차 주인인가 본데.”
“그런데 이 시간에는 왜 온 거지?”
“그러게.”
귀신들의 말에 의자에 앉아 있던 귀신이 웃었다.
“납골당에 사람이 뭐 하러 오겠냐? 당연히 죽은 사람 보러 온 거지.”
“아! 그런데 이 시간에?”
“갑자기 보고 싶었겠지.”
귀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을 때, 노인이 그를 돌아보았다.
“조용히 보고 가시오.”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 커피 다 마셨소?”
“좀 남았는데요.”
“안으로 음료수 같은 것 들고 가면 안 되니 어서 마시고 나 주시오.”
“아.”
노인의 말에 강진이 서둘러 커피를 마셨다. 아직도 따뜻해서 한 번에 넘기기 힘들어 몇 번 나눠 마신 강진이 슬쩍 주위를 보다가 말했다.
“그런데 혼자 근무하세요?”
“근무라고 할 것까지는 없고 그냥 자리나 지키는 거지.”
“그래도 혼자 여기 다 보시려면 힘드실 텐데?”
“훔쳐 갈 것이라고는 유골밖에 없는데 누가 오나? 그냥 자리나 지키고 있는 거지.”
웃으며 말을 하는 노인의 모습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나 주게나.”
“아닙니다. 제가 버리겠습니다.”
“그냥 나 줘.”
노인의 말에 강진이 슬며시 종이컵을 주자 노인이 로비에 있는 안내 데스크 안으로 들어갔다.
“고맙습니다.”
강진의 말에 노인이 가볍게 손을 들고는 의자에 편하게 앉았다.
그런 노인을 보던 강진이 주위를 보았다.
‘할아버지는 어디에 계신 거지?’
그렇다고 노인에게 김흥수의 자리가 어디냐고 물을 수도 없었다.
늦은 밤에 할아버지 보고 싶다고 왔는데 정작 유골함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면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니 말이다.
‘일단 시선에서 벗어나서 귀신들에게 물어보자.’
여기에 사는 귀신들이 있으니 그들에게 물어보면 알 것이다.
그에 강진이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 도착한 강진은 긴 복도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복도에 호수가 적혀 있었고 그 호수 안에 유골함이 칸칸이 있는 형태였다.
“김흥수 할아버지.”
강진이 작게 입을 벌리자 복도 한쪽에서 김흥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다행이네.”
1층에 있는 노인에게 들리지 않도록 작게 불렀는데 다행히 김흥수가 소리를 듣고 모습을 보였으니 말이다.
그에 강진이 김흥수에게 다가갔다.
“친구 분 보셨어요?”
강진의 물음에 김흥수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김흥수만큼이나 나이 든 할아버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조금 오래되어 보여도 깨끗한 정장 차림을 하고, 머리에는 중절모까지 쓴 할아버지가 웃고 있었다.
“박정철입니다.”
“아…….”
강진이 작게 탄식을 토했다. 김흥수의 친구 박정철이 귀신이 되어 있는 것이다.
***
김흥수는 자신의 유골함이 있는 207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206실 바로 앞에서 김흥수가 멈췄다.
한 걸음 더 딛고 몸을 돌리면 바로 207실이 보일 것이다.
-정말 죽은 거냐? 좀 더 살지 그랬냐. 살아서 네 형수 심심할 때 간식이라도 좀 챙겨 주고 그러지.
이제 몸을 돌리면 친구의 유골함을 볼 생각에 울적해지는 김흥수가 한숨을 쉴 때…….
-뭐라고 하냐. 오기나 하지.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김흥수가 흠칫 놀라서는 207실을 보았다.
‘이건?’
놀란 눈으로 김흥수가 급히 걸음을 내딛고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곳엔…….
-여어!
자신을 향해 웃으며 손을 드는 박정철이 있었다. 박정철을 본 김흥수가 잠시 숨을 골랐다.
-후우!
길게 숨을 토한 김흥수가 고개를 저었다.
-친구 따라 죽고…… 이제는 친구 따라 귀신까지 된 거냐?
김흥수의 말에 박정철이 웃었다.
-이게 다 원수 같은 너 때문 아니겠냐?
-나?
-돈 벌겠다고 가기 싫다는 나 끌고 베트남에 가지를 않나, 이제는 이런 구질구질한 귀신 생활까지…… 너 정말 지겹다.
박정철의 말에 김흥수가 웃으며 걸음을 옮겼다.
-지겨우면 그냥 올라가지, 왜 남아 있냐?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는 김흥수의 모습에 박정철이 웃었다.
-네가 구질구질하게 여기 남아 있으니 나도 남은 모양이다.
박정철도 김흥수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곧,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하고 섰다.
그리고 박정철이 손을 내밀었다.
-미안하다. 내가 너무 빨리 죽었다.
-뭐?
-네 말대로 제수씨 간식이라도 챙겨 주려면 내가 좀 더 살았어야 했는데…… 너무 일찍 죽었다.
박정철의 말에 김흥수가 그 손을 잡았다.
-미친놈…… 그리고 형수다.
김흥수의 말에 박정철이 웃었다.
-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