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16
217화
“이 사장, 내가 주문했다고 하면 어떡해?”
죽은 사람인 자신이 음식을 주문했다는 말에 김흥수가 놀라 묻는 것에 강진이 통을 강향숙에게 내밀었다.
강향숙이 전이 담긴 통을 받자 강진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정중하게 숙였다.
“정말 죄송합니다.”
음식을 싸온 총각이 갑자기 사과를 하자 강향숙이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뭐가?”
“저희 할머니께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셨는데, 그분이 돌아가시고 지금은 제가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할머니께서 오 년 전 김흥수 어르신께 주문을 받으셨습니다.”
강향숙에게 전을 만들어 주라는 김흥수의 부탁을 받은 후, 강진은 고민을 해야 했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전을 보내준다? 의아해할 것이다. 그래서 누가 보냈다고 해야 편히 드실 수 있을지 고민한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남편인 김흥수가 보낸 것이었다.
‘생각대로만 되면…… 제대로 폼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속으로 중얼거리며 강진이 강향숙을 보았다. 강진의 시선에 강향숙이 물었다.
“우리 영감이 무슨 주문을 했다는 거지?”
“주문 내용은 크리스마스이브 전날인 23일에 잔칫상같이 푸짐하게 전과 부침개를 해 보내주라는 것이었습니다.”
“영감이?”
강향숙의 물음에 옆에 있던 할머니가 의아한 듯 말했다.
“오 년 전에 주문한 것을 왜 지금 가져와?”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숙였다.
“오 년 전에 주문을 맞춰 드렸어야 하는데, 그때 저희 할머니께서 아프셨습니다. 그래서 주문을 취소하려고 전화를 드렸는데 없는 번호로 나왔습니다.”
이건 짐작이지만 맞을 것이다. 김흥수가 죽은 것이 5년 전 2월이니 12월까지 핸드폰을 유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말을 한 것이다. 그리고 그 예상대로 김흥수의 핸드폰은 그때는 이미 해지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럼 이건 어떻게?”
강향숙이 손에 쥐어진 통을 보자 강진이 말했다.
“저희 할머니께서 그것이 많이 걸리셨는지 돌아가시기 전에 저에게 주문을 한 종이를 찾아보라고, 꼭 음식을 보내 주라고 당부를 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할머니 돌아가신 뒤 가게를 뒤져서 그 종이를 찾았습니다. 그래서 늦었지만 약속을 지키기 위해 왔습니다.”
강진의 말에 강향숙이 전이 담긴 통을 보다가 말했다.
“그게…… 그러니까 5년 전에 주문을 했다는 건가? 우리 영감이 나 먹으라고 음식을 부탁했다고?”
강향숙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런데 왜 오늘이지? 오늘은…… 아무 날도 아닌데?”
“연말이고 크리스마스이브 전날이니 즐겁게 지내시라고 한 것이 아닐까요?”
강진의 말에 옆에 있던 할머니가 말했다.
“그럼 내일 보내지? 크리스마스에 받으면 더 좋잖아.”
“그날은 저희 가게가 바쁘니 좀 한가한 전날로 예약을 해 놓으신 것이 아닐까 짐작이 됩니다.”
강진의 말에 강향숙이 전을 보다가 뚜껑을 열었다.
통 안에는 동그랑땡과 김치전, 동태전, 꼬치전들이 예쁘게 담겨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만 있네.”
강향숙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밖에. 김흥수가 전을 부탁하면서 강향숙이 좋아하는 것들을 이야기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 전들은 강향숙 맞춤이었다.
“김흥수 어르신께서 할머니 좋아하시는 것들로 주문을 하셨습니다. 드셔 보세요.”
강향숙이 동그랑땡을 하나 집어 입에 넣고는 미소를 지었다.
“청양 고추 많이 넣었네.”
“매운 동그랑땡을 좋아하신다고 하셔서요. 하지만 많이 드시지는 마세요. 속이 불편하실 수 있습니다.”
강진의 말에 강향숙이 한숨을 쉬었다.
“이 나이에 먹고 싶은 것도 못 먹으면…… 그게 어디 사는 건가?”
말을 하며 동그랑땡을 하나 더 집어 입에 넣고 씹은 강향숙이 쓰게 웃었다.
“그 사람은 매운 것을 잘 못 먹어서 매운 동그랑땡 만들면 화를 냈었는데…….”
“매운 것 못 먹는 거 뻔히 알면서 맵게 만드니 그런 거 아냐. 매운 것 안 좋아하는 거 알면서…….”
투덜거리던 김흥수가 강향숙을 보았다.
“달래 많이 먹어.”
강향숙을 향해 달래라 부르는 김흥수의 말에 강진이 슬며시 따라 했다.
“달래 많이 먹어.”
강진의 말에 강향숙이 그를 보았다.
“방금 뭐라고 했나?”
“김흥수 어르신께서 주문지에 이렇게 적어 주셨습니다. ‘달래 많이 먹어.’라고 말을 꼭 전해 주라고요.”
강진의 말에 강향숙이 멍하니 그를 보았다.
“나쁜 영감…… 자기 죽을 때 알고 있었나 보네.”
강향숙의 말에 옆에 있던 할머니가 말했다.
“뭔데?”
“처녀 때 남편이 달래라고 불렀거든요.”
“달래?”
“달래꽃 닮았다고…….”
작게 한숨을 토하는 강향숙의 말에 할머니가 그녀를 보다가 한숨을 쉬며 그 어깨를 토닥였다.
“그래도 영감이 최고네. 자기 없을 때 배고프지 말라고 이렇게 음식까지 주문해 놓고 가고.”
할머니의 목소리에는 정말 부러움이 가득했다. 자식들이 음식이나 과일을 가져다주는 것하고 영감이 가져다주는 것은 달랐다.
게다가 영감이 죽기 전에 자신을 위해 음식을 주문해 놓고 갔다니…….
“찌그러지고 녹 쓸어도 내 영감이 최고지.”
옆에 있던 다른 할머니도 부럽다는 듯 강향숙을 보았다.
“언니 정말 부럽다.”
두 할머니의 말에 강향숙이 전을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음식 먹어요.”
“그래.”
두 할머니가 통을 하나씩 집자 강향숙이 힘들게 몸을 일으키고는 보행 보조차를 잡고는 아이스박스를 보았다.
“총각, 전 좀 여기다 올려줘.”
보행 보조차는 유모차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힘없는 노인들이 잡고 의지해 걸을 수 있게 해 주는 것이었다.
“다른 분들 주실 거면 제가 들게요.”
“그래 줄래?”
웃으며 강향숙이 병실을 나서자 강진이 아이스박스를 들고는 그 뒤를 따라갔다.
몇 개만 들고 가도 되지만 강진은 굳이 아이스박스를 통으로 들었다.
강향숙이 사람들에게 자랑을 할 수 있도록 말이다. 강진을 데리고 간호사 스테이션으로 간 강향숙이 간호사들에게 웃으며 말했다.
“전 좀 먹어.”
“전요? 막순 할머니 가족 분들 오셨어요?”
전이라는 말에 간호사가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앞에 놓인 아이스박스와 그 안에 있는 통들을 보고는 놀란 듯 말했다.
“세상에, 무슨 전을 이렇게 많이?”
“막순 언니가 아니라 우리 영감이 보냈어.”
“할머니 남편 분요?”
강향숙의 말에 간호사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강향숙 할머니의 남편이 죽었다는 것은 그녀도 아는 것이다.
‘치매기가 있으신가?’
간호사가 그런 생각을 할 때, 강향숙이 웃으며 전이 담긴 통들을 세 개 집어 카운터에 올렸다.
“우리 영감이…… 죽기 전에 주문을 해 놓고 갔대.”
“네? 죽기 전에요?”
무슨 말인가 싶어 보는 간호사를 보며 강향숙이 웃으며 말했다.
“그 영감탱이가 자기 죽을 날 알았는지 죽기 전에 크리스마스이브 전날 음식 해서 보내 주라고 이 총각한테 부탁을 했다네.”
자신에게 부탁한 것은 아니지만 강진은 말없이 웃으며 간호사에게 고개를 살짝 숙였다.
“어머!”
강향숙의 말에 간호사가 놀란 눈으로 강진을 보았다.
“진짜요?”
“네, 진짜입니다. 강향숙 할머니 남편이신 김흥수 할아버지께서 5년 전에 오늘로 음식을 예약하셨습니다.”
“어쩜…… 돌아가시고 5년 후에 음식을…….”
간호사가 놀란 눈으로 강향숙을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할머니 너무 좋으시겠어요.”
“좋기는…… 죽고 나서 이런 것 해 줄 거면 자기 살아 있을 때나 좀 잘해 주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강향숙의 얼굴은 밝았다.
“동그랑땡은 좀 매울 거야.”
“그래요? 저 매운 것 좋아해요.”
간호사가 웃으며 통을 여는 것에 강향숙이 환하게 웃었다.
“내가 동그랑땡에 청양 고추 많이 넣어서 맵게 먹는 것 좋아하거든. 우리 영감이 주문할 때 내 취향도 말을 한 모양이야.”
“할아버지 너무 자상하세요.”
“맛있게 먹어.”
“고맙습니다.”
“아! 장 선생하고 오 선생한테 전 준다고 내 병실로 오라고 해.”
“알겠습니다. 그리고 너무 부러워요.”
“부러워?”
“할아버지가 할머니 얼마나 사랑하시면 가시면서 이런 주문도 해 놓고 가셨겠어요.”
간호사의 말에 강향숙이 웃으며 몸을 돌리더니 다른 병실을 다니며 전들을 돌렸다.
다른 층에 있는 사람들까지는 몰라도 같은 층에 있는 노인들은 얼굴도 알고 먹을 거 나눠 먹는 사이다 보니 음식을 돌리는 것이다.
그리고 음식을 돌릴 만큼 양도 많고 말이다.
“우리 영감이 죽을 날 알았는지 음식을…….”
“내 취향대로…….”
“좋기는…….”
강향숙은 사람들에게 같은 이야기를 계속했다. 남편이 죽기 전에 자신에게 음식을 주문해 줬다는 내용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 말을 할 때마다 다른 할머니들의 부러움을 받을 수 있었다.
부러움을 받을 때마다 강향숙의 얼굴이 밝아지는 것을 보던 강진이 슬쩍 핸드폰 시간을 보았다.
‘올 때가 됐는데…….’
강진이 알기로 오늘 10시쯤에 박정철의 아들 박명구가 온다고 했었다.
그에 강진이 슬며시 아이스박스를 들고는 복도로 나왔다. 그리고 병실 쪽을 볼 때 한 오십 대 되어 보이는 남자가 강향숙의 병실로 향하는 것이 보였다.
그에 강진이 김흥수에게 다가가 손을 툭 치고는 복도로 나가자, 김흥수가 그 뒤를 따라 나왔다.
그리고 병실 앞에 서 있는 남자를 보고는 말했다.
“명구다.”
박정철의 아들, 박명구가 왔다는 말에 강진이 병실로 들어가 강향숙에게 말했다.
“병실에 손님이 온 모양인데요.”
“그래? 그럼 맛있게 먹어.”
“부럽네.”
한 할머니의 말에 강향숙이 웃으며 보조차를 끌고 자신의 병실로 향했다.
아이스박스를 들고 그 뒤를 따라간 강진은 박명구가 강향숙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이고…… 이게 누구야. 명구 아니야?”
“안녕하세요.”
“여기를 어떻게 다 왔어.”
“사는 것이 바빠서 자주 찾아뵙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죄송은 무슨. 이렇게 와 주니 얼마나 고마운데.”
웃으며 강향숙이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하나 꺼내 주다가 강진을 보았다.
“전 하나 줘.”
강진이 전을 꺼내 내밀자, 그것을 받아든 강향숙이 박명구에게 내밀었다.
“이거 하고 같이 먹어. 이거 우리 영감이 나 먹으라고 보낸 거야.”
“삼촌이요?”
박명구가 의아한 듯 강향숙을 보다가 얼굴이 굳어졌다.
‘치매기가 있으신가?’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돌아가신 분이 음식을 보냈다니…….
‘내가 너무 뜸했구나.’
자책을 하는 박명구였다. 어렸을 때 그녀가 맛있는 것도 자주 해 주시고, 잘 해 주셨는데…… 먹고살기 힘들다고 자주 찾아뵙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런 박명구를 보며 강향숙이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박명구가 강진을 보았다.
“삼촌이 음식을요?”
“그렇습니다.”
강진의 말에 박명구가 그를 보다가 강향숙을 보았다.
“어머니 통장 있으세요?”
“통장? 통장 있지. 그런데 통장은 왜?”
강향숙의 물음에 박명구가 웃으며 말했다.
“오늘 아무래도 삼촌이 어머니에게 선물을 주시는 날인가 보네요.”
“선물?”
강향숙이 의아한 듯 박명구를 보자 그가 들고 온 서류 가방에서 신문지 뭉치를 꺼내 그녀의 손에 쥐여 주었다.
“이건?”
“저희 아버지가 삼촌에게 빌리신 돈입니다.
“정철 오빠가?”
강향숙으로서는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5년 전 죽은 사람들끼리 무슨 돈을 빌리고 빌려줬다는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