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19
220화
소주를 말없이 마시던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을 정한 듯 황민성이 김소희를 보았다.
황민성의 시선에 김소희가 그를 보았다.
“제가 어머니를 집으로 모시는 것과 어머니가 요양원에 계시는 것…… 둘 중 어느 것이 어머니에게 더 좋겠습니까?”
황민성의 물음에 김소희가 그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것이 자네의 질문인가?”
김소희의 물음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궁금한 것은 많습니다. 저에게 죄인이라 한 것도, 저에게 전에 했던 말이 어떤 의미인지도…… 하지만 이게 가장 중요한 질문인 것 같습니다.”
잠시 말을 멈춘 황민성이 김소희를 보았다.
“둘 중 어느 게 어머니가 더 행복하시겠습니까?”
황민성의 말에 김소희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자네는…… 참 바보로군.”
“무슨 말씀이십니까?”
“왜 자네는 자네가 아는 답을 남에게 확인하려 하는가?”
“제가 답을 알고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황민성의 물음에 김소희가 한숨을 쉬고는 입을 열었다.
“자식과 떨어져 사는 것을 좋아하는 부모가 있다 생각을 하는가?”
“그건…… 그렇지만, 어머니 사정이 있으시니…….”
“사정이라는 것…… 자네의 생각일 뿐 아닌가?”
김소희가 잔을 입으로 가져가며 말했다.
“복잡한 도시보다는 경치 좋은 요양원이 더 좋을 거야, 집에서 답답하게 있는 것보다는 그래도 여러 사람들이 있는 요양원이 어머니에게 더 좋을 거야, 거야, 거야, 거야…….”
말을 하던 김소희가 황민성을 보았다.
“자네 어머니께서 그리 말을 하시던가?”
“그건…….”
말을 하지 못하는 황민성을 보며 김소희가 입을 열었다.
“어머니께서 하루에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아는가?”
김소희의 말에 황민성이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그의 머릿속에 어머니가 하던 말들이 떠올랐다.
-우리 민성이.
-민성이 언제 와요?
-이거 우리 민성이 음식인데?
-민성이.
정신이 없을 때 어머니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바로…… 자신의 이름이었다.
말을 하지 못하는 황민성을 보며 김소희가 고개를 저었다.
“사람들이 가진 물음 중 많은 것은 다 자신의 안에 답이 있네. 그런데 사람들은 그 답을 자신의 안에서 찾지 않고 밖에서 찾으려 하지. 그리고 남의 입을 통해 듣고자 하니…… 참으로 답답한 일이 아닌가.”
답답한 일이라는 듯 고개를 저은 김소희가 소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그런 김소희를 보며 황민성이 잠시 있다가 슬며시 말했다.
“어머니가 저와 사시면 행복하시겠습니까?”
황민성의 물음에 김소희가 소주잔을 내려놓았다.
탓!
가볍게 잔을 내려놓은 김소희가 황민성을 보았다.
“그것은 자네가 감당해야 할 일이지, 어머니의 문제가 아닐세.”
“제가요?”
황민성이 무슨 말인가 싶어 묻자 김소희는 지그시 그를 보았다.
“요양원에 있는 것이 좋다는 생각…… 그것이 진정 어머니를 위한 선택이기만 하였는가?”
김소희의 말에 황민성이 말을 할 듯 입술을 달싹였다. 하지만 곧 그의 입이 다물어졌다.
할 말이 없었다. 어머니를 위한 일이라 생각을 했지만 그것은…… 변명일 뿐이었다.
어머니를 보살필 사람이 없어서? 아니었다. 자신의 능력이면 24시간 최고의 요양사를 어머니 옆에 붙여 둘 수 있다.
어머니께 급환이 생겼을 때 대처하기 어려워서? 아니었다. 필요하면 전화 한 통으로 주치의를 집으로 바로 부를 수 있었다.
경치 좋은 곳이 정서적으로 안정이 돼서? 아니었다. 서울에도 경치 좋은 곳은 있다.
황민성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어머니를 보는 괴로움에 차라리 보지 않는 것을 택한 것이다.
잠시 말이 없던 황민성이 한숨을 쉬며 잔을 입에 가져갔다.
주우욱!
소주 한 잔을 길게 삼킨 황민성이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는 한숨을 쉬었다.
“젊었을 때도 지금도 저는 이기적인…… 놈이네요.”
황민성의 중얼거림과 함께 그의 손을 타고 물이 흘러내리는 것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황민성이 민망해할 수 있으니 살짝 자리를 비켜 주는 것이다.
주방으로 들어온 강진이 황민성을 보다가 슬쩍 가림막을 쳤다.
그러곤 냄비에 뜨거운 물을 담아 불에 올린 강진이 냉장고에서 줄줄이 비엔나를 꺼냈다.
매운 닭발도 괜찮다고 했지만, 황민성이 좋아하는 안주는 줄줄이 비엔나이니 그것을 해 줄 생각이었다.
지금은 위안보다는 그가 좋아하는 안주를 해 주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았다.
어쩌면 황민성은 지금 자신의 가장 보기 싫은 내면을 본 것일 수 있으니 말이다.
비엔나에 살짝 칼집을 낸 강진은 그것을 끓고 있는 물에 집어넣었다.
‘하는 김에 형 좋아하는 걸로 다 하자.’
강진은 쫄면을 꺼내 삶고, 다른 냄비엔 물을 담아 계란을 넣었다.
황민성이 먹을 쫄면을 준비하던 강진이 비엔나를 물에서 건져냈다.
비엔나야 뜨거운 물에 30초 정도만 데치면 끝이니 말이다. 데친 비엔나를 접시에 담아 황민성 앞에 가져다 놓은 강진이 다시 주방에 들어가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쫄면에 양념을 붓고 야채를 썰어 넣던 강진의 귀에 풍경 소리가 들렸다.
띠링! 띠링!
‘다른 처녀귀신들이 오나?’
그런 생각을 한 강진이 고개를 내밀었다. 곧 강진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김소희가 어느새 안 보이는 것이다.
“어?”
그에 강진이 서둘러 홀로 나왔다.
“소희 아가씨는요?”
“방금 가셨어.”
어느새 황민성은 김소희가 없는 곳에서도 존대를 하고 있었다. 그것도 대충이 아니라 진심이 담겨 있는 그런 존대였다.
그에 강진이 시간을 보았다.
평소 12시쯤에 가는 것을 생각하면 일찍 일어나 간 것이다.
“인사도 못 드렸네.”
강진이 아쉽다는 듯 문 쪽을 보았다. 지금 나간다고 해도 김소희 스타일을 생각해 보면, 이미 사라지고 없을 것이다.
그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주방으로 들어가려 할 때 문이 열렸다.
띠링! 띠링!
“이야! 냄새 좋다.”
풍경 소리에 고개를 돌린 강진은 처녀귀신들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혜선 일행이 안으로 들어오는 것에 강진이 그녀들에게 다가갔다.
“오랜만이네.”
“애들 가르치느라 우리도 좀 바빴어요.”
웃으며 이혜선이 최가은과 이예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안녕하세요.”
최가은과 이예림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를 가리켰다.
“마침 잘 왔어. 처…….”
말을 하던 강진이 황민성을 의식하고는 말을 바꿨다.
“아가씨들이 좋아하는 매운 닭발하고 육개장 만들었거든.”
“그 냄새 맡고 온 거예요.”
웃으며 이혜선이 자리에 앉다가 황민성을 보고는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저 사람 또 왔네.”
전에 처녀귀신들이 있을 때 황민성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놀랐는데, 오늘 보니 또 놀란 것이다.
“저 사람은 어떻게 들어오는 거지? 오빠 알아요?”
이혜선의 말에 강진이 작게 속삭였다.
“그냥 귀신들한테 영향을 안 받는 것 같아.”
“사람이 어떻게 그래요?”
“그거야 나도 모르지. 그리고 형은 여기 귀신들에 대해 모르니까 주의 좀 해 줘.”
강진의 말에 이혜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 눈치는 있어요.”
“그런데 소희 아가씨 가는 것 보고 온 거야?”
“그렇죠.”
“왜? 그냥 들어오지.”
“큰언니는 좀 불편해서…….”
작게 고개를 젓던 이혜선이 웃으며 말했다.
“남자들로 따지면…… 병사들 밥 먹는 곳에 장성이 들어와 있는 느낌이랄까요?”
“느낌 바로 오네.”
“그렇죠?”
웃으며 이혜선이 말했다.
“배고파요.”
그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주방으로 들어가 매운 닭발을 프라이팬에 넣고는 볶기 시작했다.
그리고 육개장을 담은 강진이 일단 육개장과 반찬들을 쟁반에 담아 주방을 나섰다.
“저희가 들고 갈게요.”
최가은과 이예림이 주방으로 다가와 쟁반을 들고는 식탁으로 가지고 갔다.
그것을 보며 강진이 매운 닭발이 담긴 프라이팬을 한번 흔들고는 황민성이 먹을 쫄면을 가지고 나왔다.
“형, 쫄면 드세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다.”
“일단 손님들 음식 좀 준비하고 나올게요. 같이 한잔해요.”
“그래.”
황민성이 시무룩한 얼굴로 말을 하고는 소주를 마시는 것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하긴, 그런 이야길 들었으니…….’
강진이 닭발을 마저 빠르게 볶아 그릇에 담았다. 그리고는 그릇 위에 반숙 계란들을 몇 개 올렸다.
계란을 하나만 삶을 수 없어 몇 개 더 삶았으니 그것도 같이 먹으라고 말이다.
강진은 닭발이 담긴 그릇을 처녀귀신들에게 서빙해 주었다.
닭발이 오자 이혜선이 닭발을 손으로 쥐다가 황민성을 힐끗 보았다.
“저 사람 자주 와요?”
“자주 오셔.”
“그럼 많이 친해졌나 봐요?”
“그렇지.”
그러고는 강진이 이예림을 보았다.
“언니들이 잘해 줘?”
“잘해 주세요.”
“영수는 아직도 유학?”
총각귀신인 영수는 지금 다른 총각귀신들에게 유학을 가 있었다.
아무래도 처녀귀신들과는 상성이 안 좋다 보니 같이 있으면 서로가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김소희가 총각귀신들에게 영수를 맡긴 것이다.
“지리산에서 한 번 봤어요.”
“지리산?”
“거기가 기운이 좋다고 태풍 아저씨가 영수 데리고 거기 가 있어요.”
“태풍 아저씨?”
강진의 물음에 이예림이 슬쩍 이혜선의 눈치를 보았다. 그 시선에 이혜선이 웃었다.
“처녀귀…….”
이혜선의 말에 강진이 급히 자신의 입에 검지를 가져다 댔다. 황민성이 있으니 말 조심히 해 달라는 의미였다.
그 모습에 이혜선이 입을 닫았다가 다시 말했다.
“소희 언니와 같은 아저씨 있어요.”
“그래?”
“근데 소희 아가씨는 이쁘잖아요.”
“그렇지.”
“장태풍 씨는 산적같이 생겼어요.”
“산적?”
강진의 말에 이혜선이 황민성을 힐끗 보고는 작게 속삭였다.
“병자호란 때 의병이었대요.”
“병자호란이면…… 조선 시대 귀신이네.”
강진의 속삭임에 이혜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희 언니가 임진왜란이니 한 이삼십 년 차이 나죠. 어쨌든 한국 총각귀신 중에서는 가장 세요.”
“의병을 하던 총각귀신이라…… 좋은 분이시네.”
“그러면 뭐해요. 병자호란 끝나고 좋아하는 여자가 청나라로 끌려가는 거 보고 구하려고 쫓아가다가 조선 관군한테 화살 맞고 죽었다는데. 웃기지도 않아요. 병자호란 때 청나라 놈들하고 싸우면서 죽을 고생 다 이겨내고 살아남았는데…….”
잠시 말을 멈춘 이혜선이 고개를 저었다.
“정작 자신이 지키려던 조선의 관군한테 화살 맞고 죽고…… 안쓰러운 오빠죠.”
이혜선의 말에 강진이 한숨을 쉬었다.
“안쓰러우신 분이네.”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이혜선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좋은 오빠예요. 그리고 같이 놀면 얼마나 재밌는데요.”
“놀아? 총각하고 처녀는 상극이라 서로 같이 있기 어렵다며?”
“다른 총각들은 그런데, 그 오빠는 오래돼서 그런지 기운 조절을 해서 가까이 있어도 불편하지 않아요.”
이혜선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태풍 오빠가 평민 출신이라 그런지 소희 언니와 다르게 격의 같은 것을 안 따져요. 그래서 확실히 더 편하기도 해요.”
이혜선의 말에 강진이 말했다.
“한번 뵙고 싶네.”
“얼마 있다가 영수 보러 갈 때 말할게요.”
“오시면 맛있는 것 해 드린다고 한번 오시라고 해. 그리고 많이 먹어.”
“고마워요.”
이혜선이 소주를 마시는 것을 보며 강진이 몸을 돌려 황민성의 앞에 앉았다.
황민성은 쫄면을 먹고 있었다. 그런 황민성을 보며 강진이 말없이 그의 잔에 소주를 따라주고는 자신도 한 잔 따라 입에 털어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