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21
222화
갈빗집 사장을 떠올린 강진이 직접 가서 단판을 지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할 때, 신수호가 말했다.
“조금 소란이 있기는 하겠지만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알겠습니다.”
신수호가 어련히 알아서 했을까 싶어 고개를 끄덕이던 강진이 문득 그를 보았다.
“그런데 어떻게 아셨습니까?”
강진의 물음에 신수호가 그를 보다가 말했다.
“귀신을 직원으로 두는 건 이 사장님만이 아닙니다.”
“아!”
강진이 놀란 눈으로 신수호를 보았다.
‘변호사가 귀신을 직원으로?’
놀란 눈을 하고 있는 강진을 보며 신수호가 말했다.
“그리고 오늘은 점심 영업 안 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큰일은 생기지 않겠지만 손님들이 편하게 식사를 할 분위기는 아닐 겁니다.”
“그럼 가게 문을 닫을까요?”
밤 11시 장사만 아니라면 평일 점심, 저녁 장사는 가게를 닫아도 되니 말이다.
“가게 문이 닫혀 있으면 용역들이 돌아가야 하니 영업은 하십시오.”
“그럼 식사하러 오신 손님들이 불편하실 텐데…….”
“그것은 어쩔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신수호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상황을 보면 갈빗집 사장이 일을 벌이고, 그것을 신수호가 막을 것이다.
그리고 그걸로 갈빗집 사장을 엿 먹이고 말이다. 결론은 해피엔딩이지만, 그 시간대에 식사하러 오는 손님들은 불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해야겠다.’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돌려보내거나, 그래도 식사를 하겠다고 하시면 최선의 음식으로 보답을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김치 수제비 부탁드리겠습니다.”
신수호의 말에 고개를 숙인 강진이 요리 연습장을 꺼내 김치 수제비 레시피를 읽기 시작했다.
레시피의 글자가 흩어지는 것과 함께 다시 나타나는 것을 확인한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밀가루에 물을 넣어 반죽한 뒤 랩을 씌워 놓았다.
이렇게 조금 반죽을 숙성해야 수제비가 쫄깃하고 맛이 좋다. 반죽을 끝낸 강진이 김치를 꺼내 자르고는 멸치 육수에 넣고 끓이기 시작했다.
***
“과장님.”
임호진은 자신을 부르는 이상섭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강진이가 오늘 점심은 다른 곳에서 드시라는데요?”
“왜? 오늘 점심 홍합 미역국하고 김치찜 아니었어?”
오픈톡에 올라와 있던 메뉴를 떠올리며 말하는 임호진에게 이상섭이 말했다.
“점심에 일이 좀 있다고 오늘은 다른 곳에서 드시라는데요?”
“오픈톡에는 그런 말 없던데?”
“그건 잘…… 잠시만요.”
그리고는 이상섭이 강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난데, 오늘 왜 안 되는 거야? 뭐? 진짜? 워…… 응…… 형이 가 줄까? 형이 지금이야 착하게 살지만 어렸을 때는 한 주먹 했어. 응…… 그래? 뭐 그렇다면 알았어.”
그리고 전화를 끊는 이상섭의 모습에 최미나가 그를 보았다.
“뭐래요?”
“강진이가 전에 공짜로 밥 준 아이들 있잖아요.”
그러고는 이상섭이 아이들과 갈빗집 사장에 얽힌 이야기를 해 주었다.
“세상에! 그럼 그 밥에 해코지하려던 사람들이 그 갈빗집 사장한테 사주를 받았다는 거예요?”
“점심에 갈빗집 사장이 사람 또 보낼 것 같다고, 오늘 오시면 편하게 식사하기 어렵다고 다른 곳에서 식사하시라는데요.”
이상섭의 말에 임호진이 눈을 찡그렸다.
“깡패들이 온다는 건가?”
임호진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들도 모두 눈을 찡그린 채 이상섭을 보고 있었다.
“저라도 가서 한 주먹 도와야 할 것 같습니다.”
주먹을 움켜쥐며 우두둑 소리를 내는 이상섭을 보던 임호진이 말했다.
“여직원들은 오늘 따로 먹자고.”
“네?”
“강진이가 그런 일이 있다는데 우리가 가서 뭐라도 도와야지.”
임호진의 말에 최미나가 한 발 나섰다.
“여자도 의리 있어요.”
“깡패 용역이라는데 험한 꼴 볼 수도 있어.”
“요즘 누가 촌스럽게 주먹 써요.”
그러고는 최미나가 핸드폰을 들어 보였다.
“요즘은 SNS가 파워예요.”
최미나의 말에 임호진이 그녀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식구 괴롭히는 놈들한테 무역맨들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들인지 보여주자고.”
임호진의 말에 이상섭과 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
강진은 음식을 준비하며 가게 문을 보고 있었다. 오늘 준비한 점심 메뉴는 김치찜과 홍합 미역국이었다.
‘일단 연락은 다 해 놨고…… 물건만 안 부서지면 좋겠네.’
단골로 오는 분들 중 연락처를 아는 분들에게는 따로 연락을 드렸다.
오픈톡으로 오늘 오지 마시라고 남기지 않은 이유는 갈빗집 사장이 그 내용을 볼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귀찮게 하네. 자기가 잘못한 줄 알았으면 참회하고 지금이라도 착하게 살지.”
음식점에서 깡패들이 와서 할 것이라고는 난동밖에 없을 테니…… 물건이 많이 깨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문제 생길 것이 뻔한 데도 가게를 연 것은 신수호가 말을 한 대로 이걸로 귀찮은 일이 더 생기지 않기를 바라서였다.
“걱정하지 마.”
옆에서 들리는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그 시선을 받으며 배용수가 말했다.
“전에 보니까 신수호 변호사, 가게에 대한 애착이 많더라.”
“그렇지.”
신수호 변호사에게는 이곳은 어릴 때부터 살아온 집이고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있는 곳이니 말이다.
“그런 사람이 가게 부서질 것 알면서 용역 깡패 오는 것을 보고만 있겠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생각을 해 보니 일리가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러네.”
신수호는 가게에 애착이 많다. 음식에다 바퀴벌레를 넣으려는 행동에 화를 많이 냈을 만큼 말이다.
그런 사람이 용역 깡패의 패악에 집기가 부서지는 것을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집기들 모두 김복래 여사께서 사용하시던 것들이니 말이다.
“그럼 무슨 생각이시지?”
“모르지. 일단 평소처럼 영업하라고 했으니…… 기다려 보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띠링! 띠링!
풍경 소리와 함께 가게 문이 열리며 손님이 안으로 들어왔다.
“어? 형.”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황민성과 처음 보는 사람들 몇이었다.
“냄새 좋네.”
웃으며 안으로 들어온 황민성이 같이 온 사람들을 보았다.
“가게는 평범해도 제가 좋아하는 맛집이니 맛있게 드세요.”
황민성의 말에 사람들이 가게를 두리번거렸다. 그런 그들을 보며 강진이 홀로 나왔다.
“식사하러 오신 거예요?”
“그렇지. 아! 그리고 이슬 씨가 좋다고 했어.”
“쉽지 않은 결정인데 잘 됐네요.”
“고마운 사람이지.”
“그럼 언제 모시는 거예요?”
“아무래도 지금 사는 곳은 어머니한테 불편할 것 같아서 경치 좋은 곳으로 단독 사서 들어가려고. 아마 다음 주쯤 모시고 올 것 같아.”
황민성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강진이 슬쩍 시간을 보고는 살며시 말했다.
“그런데…… 형, 오늘 점심은 다른 곳에서 드셔야 할 것 같은데…….”
“왜?”
무슨 일 있냐는 듯 보는 황민성에게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말했다.
“오늘 일이 좀 있을 것 같아서요.”
“무슨 일?”
황민성의 물음에 강진이 뭐라 해야 하나 싶을 때, 배용수가 말했다.
“형한테 사정 말해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뒤를 돌아보았다. 그 시선을 받으며 배용수가 말했다.
“형이 알면 도와줄 거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아차 싶었다. 그리고는 강진이 황민성을 보았다.
‘내가 이 생각을 못 했네.’
황민성은 이 정도 일을 무마하기에 충분하고도 남을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에 강진이 황민성을 보며 입을 열었다.
“제가…….”
강진이 하는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황민성이 눈을 찡그렸다.
“아직도 그런 양아치가 있네.”
“그러게요. 그리고 이런 양아치가 귀찮기는 하죠.”
“그래서 이따 용역들이 온다는 거야?”
“네.”
“그건 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알게 됐어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같이 온 사람들을 보았다.
“이야기 들은 것처럼 조금 불편한 일이 벌어질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식사는 다음에 같이 하기로 하지요.”
“사장님께서는?”
“여기 이 친구가 저하고 친한 동생입니다. 저는 여기 일 보고 갈 테니 먼저 가세요.”
황민성의 말에 같이 온 남자들이 힐끗 서로를 보고는 고개를 숙였다.
“사장님이 계신데 저희가 어떻게 가겠습니까.”
“같이 있겠습니다.”
직원들의 말에 황민성이 그들을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여러분들 없어도 저는 괜찮으니 가서 편하게 식사하고 크리스마스 잘 보내세요.”
진심이었다. 황민성이 지금이야 건실한 사업가지만, 젊었을 때는 감옥도 다녀온 전직 조폭이었으니 말이다. 용역이 들이닥친다고 겁낼 그가 아니었다.
“아닙니다. 저희도 있겠습니다.”
직원들의 말에 황민성이 그들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서지 마시고 식사만 하십시오.”
“알겠습니다.”
직원들의 답에 황민성이 강진을 보았다.
“음식 줘.”
“알겠습니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주방에 들어가 음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김치찜과 홍합 미역국을 덜어 탁자로 가져다준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다른 좋은 날에 오시면 더 좋은 음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아닙니다.”
직원들이 웃으며 직접 음식 접시를 탁자에 올렸다. 평소에는 접시에 손도 대지 않을 사람들이지만, 황민성이 강진을 친한 동생이라고 했기에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그들이 일하는 동안, 황민성이 직접 누군가를 친하다고 말을 한 것은 처음 봤으니 말이다.
어쨌든 탁자에 음식들을 세팅한 강진이 말했다.
“필요한 것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직원들을 보았다.
“여기 음식 맛있습니다. 드세요.”
황민성의 말에 직원들이 젓가락을 들어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띠링!
풍경 소리에 고개를 내민 강진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오! 나이스 타이밍이네.’
가게에 들어오는 것은 오자명과 이유비 국회의원이었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오는 것은 그 두 사람의 보좌관이었고 말이다.
“어서 오세요.”
오자명에게 인사를 한 강진이 도영민 뒤에 있는 할머니 귀신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그 시선에 할머니 귀신이 미소를 지었다.
“잘 지내지?”
친근하게 말을 거는 할머니 귀신에게 작게 고개를 끄덕여 준 강진이 오자명을 보았다.
“요즘 바쁘셨나 봅니다.”
“연말은 늘 바쁘지요.”
오자명이 웃으며 가게를 둘러보았다.
“오늘도 밖에서 기다리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히 좀 한가하군요.”
“아직 시간이 이르니까요.”
“하하하! 그렇지 않아도 줄 서야 할까 싶어 좀 일찍 왔는데 다행입니다.”
웃으며 오자명과 일행이 자리에 앉았다.
“4인분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메뉴는 김치찜과 홍합 미역국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우리 보좌관이 여기 오픈톡을 확인하거든요.”
기분 좋게 웃는 오자명을 보던 강진이 주방으로 들어가 음식을 준비하며 미소를 지었다.
‘저 두 분이라면 용역들 왔을 때 내 편을 들어 주시겠지. 그리고 사정을 알면…….’
갈빗집 사장은 오늘 용역 보낸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음식들을 챙긴 강진이 오자명 일행에게 음식을 가져다주었다.
“그럼 식사 맛있게 하세요.”
“고맙습니다.”
웃으며 젓가락으로 김치를 찢어 밥에 올려 먹는 오자명을 보며 강진이 고개를 숙이고는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는 주방에 들어가다가 문득 오자명와 황민성을 보았다.
‘혹시 신수호 변호사가 저분들이 올 걸 알고 있었나?’
그들이라면 용역 깡패가 아니라 조폭들이라고 해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터였다.
그리고…….
띠링! 띠링!
문이 열리며 일단의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안에 들어오는 손님들을 본 강진의 얼굴에 살짝 놀람이 어렸다.
손님들 사이로 이강혜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평소 아침에 보던 편한 차림의 모습이 아니었다.
세련돼 보이는 투피스 정장에 머리도 우아하게 세팅이 되어 있었다.
거기에 한눈에 봐도 비싸 보이는 작은 가방을 손에 쥔 이강혜가 남녀 둘과 함께 들어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강진의 인사에 이강혜가 웃으며 말했다.
“비서실 친구하고 같이 밥 먹으러 왔어요.”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그녀와 같이 온 직원을 보았다. 그리고 강진의 얼굴에는 작게 감탄이 어릴 수밖에 없었다. 직원 중 여자 분이 눈에 띠게 예뻤기 때문이었다.
아니, 예쁜 것도 그렇지만, 얼굴이 참 착하게 생겼다고 해야 하나?
그리고 남자는 이강혜의 차를 운전해 주는 사람이었다.
“어서 오세요.”
강진의 인사에 여직원이 작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자, 이강혜가 슬쩍 강진의 손을 툭 쳤다.
그리고는 작게 웃는 것에 강진이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설마…… 소개팅 해 주려고 오신 건가?’
전에 이강혜가 여자 만나 보라고 했던 이야기가 떠오른 것이다.
그에 강진이 힐끗 여직원을 보았다. 예쁘고 착하게 생겨서 마음에 들기는 하지만…….
‘오늘 상황이 좋지 않은데…….’
생각을 하던 강진이 가게 안에 있는 손님들을 보다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식사는 편하게 해야 하는 건데…….’
잠시 생각을 하던 강진은 아무래도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강혜와 오자명 일행에게 사정을 이야기하려 할 때, 가게 문이 열렸다.
그리고 태광무역 직원들이 우르르 들어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