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25
226화
“언니, 잼 너무 많이 뿌린 거 아니에요?”
“달달하고 좋잖아.”
“눈사람 너무 이쁘다.”
“용수 씨 손재주가 너무 좋아요.”
여자 귀신들이 웃으며 케이크에 장식을 하고 있었다. 케이크뿐만 아니라 배용수는 자신이 만들 수 있는 예쁜 쿠키와 잼 소스, 거기에 초콜릿 장식들을 만들었다.
그중 가장 귀여운 것은 하얀 머랭을 구워서 만든 눈사람 장식이었다.
동그란 눈사람에 초콜릿으로 눈을 만들고 당근을 작게 잘라 코를 만들었다.
먹기에 아까울 정도로 아담하고 귀엽게 생긴 장식이었다.
어쨌든 귀신들이 케이크를 장식하는 것을 보던 배용수가 강진을 보았다.
“다 끝났나?”
배용수의 말에 자신이 다듬던 케이크를 스윽 둘러본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끝…… 근데 케이크 다섯 판이면 되려나?”
“케이크로 배 채울 것 아니잖아. 분위기만 내는 거지.”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자신이 만든 케이크를 들고는 홀로 나왔다.
“자두 케이크입니다.”
자두 케이크라는 말에 여자 귀신이 그것을 보았다.
“색이 특이해요.”
다른 케이크에 하얀 생크림과 초콜릿 크림이 덮인 것과 달리 강진이 들고 나온 것은 자색의 크림을 덮고 있었다.
“자두 주스와 크림을 섞어서 그래요. 그리고…….”
강진이 슬쩍 볼에 담겨 있는 것을 보여주었다.
“겨울이라 자두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건자두에 깔라만시 소스를 버무렸어요. 제철 자두와는 비교하기 어렵지만 맛은 괜찮을 것 같습니다.”
강진의 말에 여자 귀신이 건자두를 보았다. 원래는 조금 거무튀튀한 건자두지만 노란 깔라만시 원액으로 만든 소스를 발라 살짝 노란색을 띠고 있었다.
그것을 가만히 보던 여자 귀신이 미소를 지었다.
“어렸을 때요.”
여자 귀신의 말에 강진과 다른 귀신들이 모두 그녀를 보았다. 그 시선을 받으며 여자 귀신이 건자두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스윽! 스윽!
비닐장갑을 통해 만져지는 건자두를 보며 여자 귀신이 말했다.
“어렸을 때 아파서 병원 갔다가 집에 가는데 길에서 자두를 파는 거예요. 그래서 엄마가 사 줘서 먹었는데 아픈데도 너무 맛있었어요. 그래서 아프면 꼭 자두가 먹고 싶더라고요.”
그러고는 여자 귀신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귀신이 된 것이 아픈 것은 아닌데…… 자두가 먹고 싶더라고요.”
여자 귀신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웃었다.
“여름에 자두를 박스째로 사다 놔야겠네요.”
“그렇게 많이는 안 먹어요.”
웃는 여자 귀신을 보던 강진이 건자두를 집어 입에 넣었다. 그러자 강진의 눈가가 살짝 파르르 떨렸다.
마치 레몬을 입에 넣고 씹은 것처럼 시큼했다.
하지만 곧 건자두 특유의 단맛과 쫀득함에 시큼함이 사라졌다. 그에 강진이 여자 귀신을 보았다.
“혜원 씨 입맛에 맞을 것 같네요.”
강진의 말에 여자 귀신 혜원이 환하게 웃으며 건자두를 보았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이라도 하나 집어 먹고 싶지만, 이따 11시 돼서 맛있게 먹기 위해 꾸욱 참는 듯했다.
그런 혜원을 보며 강진이 건자두를 내려놓았다.
“이것도 이쁘게 해 주세요.”
강진의 말에 혜원과 여자 귀신들이 건자두와 머랭으로 만든 눈사람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귀신들이 케이크에 장식을 할 때 풍경 소리가 들렸다.
띠링! 띠링!
풍경 소리에 강진이 문 쪽을 보았다.
덜컥! 덜컥!
문을 흔드는 소리에 강진이 소리쳤다.
“잠시만요!”
그러고는 강진이 귀신들을 보았다.
“장갑들 벗으세요.”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급히 장갑을 벗었다. 그리고는 강진이 배용수에게 작게 말했다.
“민성 형 왔나 보다.”
“민성 형?”
“오늘 너하고 술 마신다고 온다고 했거든.”
“진짜? 왜 말 안 했어?”
좋아하는 배용수를 보며 강진이 웃었다.
“너 놀래켜 주려고.”
그러고는 강진이 잠긴 문을 열었다.
“으! 춥다.”
살짝 몸서리치며 안으로 들어오는 황민성을 보던 강진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황민성의 뒤로 눈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어? 눈 와요?”
“몰랐어?”
“네.”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야.”
황민성이 문에서 옆으로 비켜나 주자 강진이 밖을 보았다. 그리고 그의 눈에 부슬부슬 내리는 눈이 보였다.
“와…… 눈 이쁘게 내리네요.”
강한 바람에 휘몰아치는 눈은 반갑지 않다. 하지만 이렇게 조용히 내리는 눈은 보는 것만으로도 따뜻한 느낌이었다.
말 그대로 화이트 크리스마스 느낌이었다.
“이쁘다.”
옆에서 들리는 소리에 강진이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여자 귀신들이 그의 뒤에 서서 내리는 눈을 보고 있었다.
그런 여자 귀신들의 모습에 강진이 슬며시 그녀들을 피해 황민성에게 다가갔다.
“처갓집 식사는 잘 하셨어요?”
“먹기야 잘 먹었지.”
그러다가 황민성이 문을 보았다.
“문 안 닫아?”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살며시 귀신들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밖에서 구경하실래요?”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밖으로 나갔다. 귀신들이 눈을 구경하는 것을 보며 강진이 문을 닫았다.
띠링! 띠링!
문을 닫은 사이 황민성은 식탁에 놓인 케이크를 보았다.
“빵 냄새 좋네.”
“크리스마스이브라 케이크 좀 만들었어요.”
“직접 만든 거야?”
“그럼요.”
“대단한데?”
“케이크가 뭐 어렵나요. 시트만 구워서 생크림만 올리면 되는데.”
자신이 한 말을 그대로 따라 하는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눈을 찡그리고는 그의 어깨를 툭 쳤다.
그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좋은 술 가져오신다면서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들고 온 스포츠 백 같은 가방을 식탁으로 올렸다.
쿵!
“와서 봐라.”
마치 애한테 선물 주는 어른의 기대감 어린 모습에 강진이 가방 지퍼를 열었다.
곧 강진의 얼굴에 놀람이 어렸다. 가방 안에는 양주병들이 여럿 담겨 있었다.
“무슨 술을…….”
“선물로 하나씩 받다 보니 집에 꽉 차 있더라고. 그래서 좀 집어 왔어.”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가방을 보았다. 대충 봐도 열 개가 넘는 양주였다.
“이걸 어떻게 다 마셔요?”
“먹고 남으면 놔뒀다가 너 마셔.”
그리고는 황민성이 한쪽에 양주병을 꺼내 놓으려 하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이따 손님들 오면 같이 나눠 마셔도 돼요?”
“이걸?”
“네.”
“너 마시라고 가져온 거니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되는데…… 이것 좀 비싼데 괜찮겠어?”
“비싸요?”
“자랑하는 건 아니지만 형한테 선물로 들어오는 거야.”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아, 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강남 버핏 황민성에게 들어온 선물이다. 황민성에게 들어오는 양주가 싸구려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에 강진이 잠시 양주를 보다가 웃었다.
‘내가 팔 것도 아니고…….’
황민성이 준 선물인데 좋은 양주라고 팔 것도 아니니 차라리 나눠 마시는 것이 나을 것이다.
“크리스마스잖아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그를 보다가 피식 웃었다.
“그래. 크리스마스는 나눔이지.”
그러고는 황민성이 식탁 위에 양주병들을 꺼내 올리기 시작했다.
식탁에 쌓이는 양주병들을 보며 강진이 웃었다.
‘오늘 귀신들 입 호강하네.’
속으로 웃던 강진이 문득 턱을 쓰다듬었다.
‘잠깐…… 밥값하고 술값이 귀신들 잔고에서 빠져나가는데…… 저거 먹으면 어떻게 되는 거야?’
소주 한 병에 사천 원…… 하지만 저 양주는 한 병에 얼마일지 감도 오지 않는다.
그럼 저 양주를 귀신들이 먹으면…… 파산이 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는 것이다.
‘이건 강두치 씨한테 물어봐야겠는데.’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양주를 보다가 물었다.
“여기서 가장 좋은 게 뭐예요?”
“가장 좋은 거? 글쎄. 싸다고 맛없는 것 아니고 비싸다고 맛있는 것도 아니고. 술은 개인 취향이니까.”
“형 입맛에는 뭐가 좋아요?”
“나는 이거.”
황민성이 술 상자를 하나 집어 케이스를 열었다. 고풍스러운 도자기 형태의 병이었다.
“로얄 살루트 32년산인데 스모키하면서도 꿀맛 같은 달콤함이 있어. 그리고 독하기는 한데 잘 넘어가서 난 이게 좋더라.”
“그럼 이걸로 뺄게요. 저희 회사 직원분들하고도 좀 나눠 마시게요.”
“아…… 태광무역…….”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황민성이 양주를 보다가 몇 개를 더 골랐다.
“그럼 이거하고 이거…… 이거로 해서 마셔.”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양주를 주방에 가져다 놓고는 나왔다.
“용수는 언제 온대?”
“이따 11시 되면 올 거예요. 잠시 앉아 계실래요? 저 잠시 전화 좀 하고 올게요.”
“그래.”
황민성이 케이크를 구경하자 강진이 가게를 나와서는 강두치에게 전화를 걸었다.
강두치에게 전화를 걸며 강진이 눈을 구경하는 귀신들을 보았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좋네요.”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눈이 내리는 크리스마스, 너무 좋네요.”
말을 하며 혜원이 손을 내밀어 눈을 받았다. 하지만 눈은 그 손을 뚫고 스르륵 땅으로 떨어질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을 때, 강두치가 전화를 받았다.
[사장님.]“저 물을 것이 있어서 전화 드렸습니다.”
[말씀하세요.]“저희 가게에서 귀신이 술을 마시면 그거 가격 어떻게 잡히는 겁니까?”
[가격요?]“제가 이번에 양주를 좀 선물 받아서요. 귀신 분들하고 마시려고 하는데 그거 가격이 좀 비싸데요. 혹시라도 귀신 분들이 마시고 파산 당할 것 같아서요.”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웃으며 말했다.
[하긴, 거기서 돈을 안 받는다고 해도 진짜로 돈을 안 내는 것은 아니니까요.]“그래서 이걸 나눠 마셔도 되나 걱정이 돼서요.”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왜요?”
[제가 알기로 귀신들이 먹는 것 중에 일정 부분 이상은 지장보살께서 후원해 주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그래요?”
[거기 다니는 귀신들이 술도 많이 마시는데 그 술을 다 돈으로 환산하면 다 여기 끌려오지 않겠습니까?]“그것도 그러네요.”
최호철만 해도 거의 매일이라 할 정도로 와서 술 마시고 음식을 먹는다.
그걸 돈으로 따지고 날로 따지면 최호철은 진작 JS 금융에 끌려가서 줄을 서 있어야 할 것이었다.
“그럼 가격은 어떻게 책정이 되는 건가요?”
[글쎄요. 그건 지장 재단에서 하는 일이라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 아실지 모르겠지만 저승식당도 지장 재단에 속해 있는 복지 시설입니다.]“그래요?”
[역시 모르셨군요.]“그런 것을 설명해 주는 분이 없네요.”
[호가 좀 불친절하기는 하지요.]웃으며 강두치가 말을 이었다.
[그러니 금액은 신경 쓰지 마시고 편하게 드세요. 자주 가서 파산이 될 수는 있지만 많이 먹는다고 파산을 하지는 않을 겁니다.]“설명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그럼 메리 크리스마스 되세요.]강두치가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하는 말에 강진이 웃었다.
“강두치 씨도 크리스마스 챙기세요?”
[저희가 모시는 보스와는 다른 세상 명절이기는 하지만, 못 즐길 이유는 없죠. 일단 분위기가 좋잖습니까.]“그것도 그러네요. 두치 씨도 메리 크리스마스 되세요.”
[메리 크리스마스.]덕담으로 강두치와 통화를 끝낸 강진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이제 걱정거리도 없어졌으니 즐거운 크리스마스만 보내면 될 일이었다.
“형.”
강진의 부름에 앉아서 양주병을 진열을 하고 있던 황민성이 그를 보았다.
“메리 크리스마스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피식 웃었다.
“그래. 메리 크리스마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