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29
230화
김소희의 뒤를 따르며 강진이 슬며시 말했다.
“흰둥이가 안 보입니다.”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앞을 보며 말했다.
“있고자 했던 곳에 있네.”
“있고자 했던 곳에요?”
“흰둥이가 자리를 비웠다면 이유는 하나가 아니겠나?”
김소희의 말에 강진의 얼굴이 굳어졌다.
“주인을 만난 것입니까?”
말없이 걸음을 옮기는 김소희를 따라가던 강진의 귀에 익숙한 울음소리가 작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멍! 멍!
“흰둥이?”
흰둥이 짖는 소리에 강진이 걸음을 재촉했다. 곧 공원 한쪽, 눈이 쌓인 곳에서 흰둥이를 볼 수 있었다.
새하얀 눈 위를 뛰어다니는 흰둥이는 큰 소리로 짖고 있었다. 공격이나 위협적인 울음이 아닌 즐겁고 밝은 울음이었다.
그리고 흰둥이가 울음을 토해내는 대상은…… 어린아이였다. 아장아장 걷는 아이가 눈밭을 뛰어다니며 웃고 있었다.
그런 아이의 주위를 돌며 흰둥이 역시 울음을 토하며 뛰어다니고 있었다.
뛰어다니다 갑자기 바닥에 드러누워 배를 깐 채 짖기도 하는 흰둥이를 멍하니 보던 강진이 고개를 돌렸다.
아이가 노는 곳 옆에서 젊은 부부가 웃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잘 노네.”
“감기 걸리면 어떻게 해?”
“약 좀 먹으면 되지.”
“애한테 약이 얼마나 독한데.”
“그렇다고 집에만 있으면 갑갑하잖아. 어릴 때는 눈싸움도 하고 그래야지.”
아이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젊은 부부를 보던 강진이 입술을 깨물었다. 다른 사람이 본다면 평화로운 가족의 모습이었다.
눈을 좋아하는 아이와 그런 아이의 노는 모습을 보는 부부…….
하지만 강진은 예쁘게만 볼 수가 없었다. 지박령인 흰둥이가 정자를 벗어나 이곳에서 뛰고 있다는 것은…… 저기 있는 남편이 흰둥이의 주인이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흰둥이는…… 자신을 버린 주인의 아이를 좋다고 반기며 놀고 있었다.
그것을 본 강진은 슬픔과 함께 화가 났다. 자신을 버린 주인의 아이에게 꼬리를 흔들며 좋아하는 흰둥이의 모습이 가련하고 슬펐다.
반면 흰둥이를 버린 곳에 아이와 함께 놀러 나온 남자의 모습에 분노가 생겼다.
“나쁜 놈…….”
작게 욕을 뱉으며 강진이 걸음을 옮기려 하자, 김소희의 손이 그의 앞을 막았다.
“하지 말게나.”
“이건 아닙니다.”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그를 보았다. 그 시선을 받으며 강진이 입을 열었다.
“흰둥이를 버린 곳으로…… 어떻게 가족과 함께 놀러 올 수가 있습니까. 최소한…… 여기는 아니어야 했습니다.”
여기는 아니어야 했다. 여기를 저렇게 놀러 왔다는 것은…… 저 남자의 머릿속에 흰둥이의 기억이 없다는 것이었다.
최소한 양심이 있다면 자신이 기르던 강아지, 아니 가족을 버린 곳으로 다른 가족들과 놀러 올 수는 없었다.
“그래서 어찌 하려는 건가? 때리기라도 할 셈인가? 아내와 아이가 보는 앞에서?”
“그…….”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입술을 깨물었다. 할 말이 없었다.
김소희 말대로 아내와 아이가 보는 앞에서 남자에게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그런 강진을 보던 김소희가 흰둥이를 보았다.
“그리고…… 흰둥이가 즐거워하네.”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흰둥이를 보았다. 흰둥이는 아이에게 달려들었다가 떨어졌다가, 이번에는 남자에게 뛰어가 그 앞에서 팔짝거리며 정신없이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멍! 멍! 멍!
자신을 봐 달라는 듯 크게 짖으며 앞에서 뛰었다가 마치 기지개를 키는 것처럼 몸을 숙이며 앞발을 주욱 피는 흰둥이의 모습에 강진이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좋니?”
자신을 버린 주인의 아이와 노는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였다.
그 모습을 강진이 아련한 눈으로 볼 때, 김소희가 말했다.
“흰둥이에게는 자신이 버려진 것이 아니네. 그저 주인하고 잠시 떨어져 있던 것일 뿐…… 그러니 좋을 수밖에…… 가족이 온 것이 아닌가.”
작게 중얼거린 김소희가 슬며시 몸을 낮추고는 흰둥이가 있는 곳으로 손을 내밀었다.
“흰둥아. 흰둥아.”
김소희의 부름에 흰둥이가 그녀를 보았다.
멍! 멍!
몇 번 김소희에게 나 재밌다고, 너무 즐겁다고 하는 것처럼 짖던 흰둥이가 다시 아이에게 달려가 이리저리 팔짝팔짝 뛰며 그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그 모습에 김소희가 서운한지 내밀었던 손을 거뒀다. 그런 김소희를 보던 강진이 흰둥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한참을 아이와 남자 사이를 오가며 뛰어다니던 흰둥이가 멈췄다.
“애 춥겠어.”
여자의 말에 남자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그만 갈까? 준석아, 가자.”
남자의 외침에 아이가 웃으며 아빠에게 뛰어가다가 흰둥이가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헤!”
해맑게 웃으며 아이가 흰둥이에게 뛰어가 그 몸을 잡으려 했다.
“어? 아이가 흰둥이를 보는 겁니까?”
“어린아이들은 아직 영적으로 닫혀 있지 않지.”
“그래도 무서울 텐데요.”
무서운 귀신들의 모습은 아이들에게 감당이 되지 않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할 때 김소희가 고개를 저었다.
“무서움이라는 것은 살면서 얻은 지식에 의해 생기지. 호랑이와 사자가 뭔지 모른다면 아이들 눈에는 그저 복슬복슬한 털을 가진 동물일 뿐이네.”
“아…….”
대화를 나누는 사이 아이는 자신과 놀아주던 흰둥이를 만지려 했다.
하지만 아이의 손은 흰둥이의 몸을 통과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아이의 손을 흰둥이는 연신 혀를 내밀어 핥으려 했다.
물론 그 혀도 아이의 손을 뚫고 지나갔지만 말이다.
안타까운 듯 더 혀를 날름거리는 흰둥이의 옆에 남자가 와서 몸을 숙였다.
“더 놀고 싶어요?”
자신에게 하는 질문이 아님에도 흰둥이가 크게 짖었다.
멍! 멍!
“헤!”
밝게 웃는 아이의 몸을 들어 올린 남자가 품에 안고는 여자에게 말했다.
“가자.”
그리고는 걸음을 옮기자 아이가 크게 울며 버둥거리며 흰둥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으아앙! 으아앙!”
멍멍! 멍!
아이가 울자 흰둥이가 급히 남자의 발치로 따라가며 크게 짖었다.
그런 흰둥이에게 손을 내밀며 버둥거리는 아이의 모습에 남자가 웃으며 아내에게 말했다.
“더 놀고 싶은 모양인데?”
“애 감기 걸려. 내가 안을게.”
아내의 말에 남자가 아이를 그녀에게 넘겨주었다. 아이를 안은 아내가 달래기 시작했다.
“우리 애기 왜 울어. 다음에 또 놀러 오면 되지. 여기가 좋아?”
“으아앙! 으아앙!”
울음을 그치지 않고 연신 흰둥이에게 손을 내미는 아이의 모습에, 흰둥이가 몇 번 짖다가 눈밭에 뒤집어져선 네 발로 버둥거렸다.
배를 하늘로 향한 채 네 발을 흔드는 것이 무척 귀여웠다.
“에헤!”
그 모습에 아이가 웃자 이번에는 흰둥이가 눈밭을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다.
“꺄악! 꺄악!”
의미 모를 소리를 내며 좋아하는 아이의 모습에 흰둥이가 벌떡 일어나서는 뱅글뱅글 돌기 시작했다.
마치 자신의 꼬리를 물려는 것처럼 말이다.
멍! 멍!
꼬리를 향해 연신 짖으며 뛰는 흰둥이의 모습에 아이의 웃음소리도 더욱 커졌다.
“까르륵! 까르륵!”
그 모습에 아이가 웃자 흰둥이가 더 열심히 꼬리를 물려는 것처럼 뱅글뱅글 돌았다.
거기에 흰둥이가 점프를 해서 바닥에 떨어지는 묘기도 하기 시작했다.
마치 아이의 웃음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것처럼…….
멍! 멍!
“헤헤헤헤!”
흰둥이의 재롱에 아이가 웃었다. 그리고 그런 아이의 뒤를 따라가며 재롱을 부리던 흰둥이가 멈췄다.
마치 자신이 더는 따라가면 안 된다는 것을 아는 것처럼…….
그런 흰둥이를 향해 아이가 손을 흔들었다. 그런 아이의 손짓에 흰둥이가 크게 짖었다.
멍! 멍!
그 모습을 멀찍이 떨어져서 보던 강진이 한숨을 쉬며 눈을 손으로 훔쳤다.
어느새 강진의 눈가에는 눈물이 차 있었다. 손으로 눈가를 훔치던 강진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공원을 나서고 있는 가족들을 보며 꼬리를 흔들고 있는 흰둥이에게 다가간 강진이 그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좋았어?”
헥헥헥!
흰둥이는 혀를 길게 내민 채 웃었다. 개가 웃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은 모르지만, 지금 딱 흰둥이의 얼굴일 것이다.
“따라가지 그랬어.”
강진의 말에 흰둥이가 여전히 헥헥거리며 멀어져 가는 가족들을 보았다.
그리고 가족이 사라지자 흰둥이의 귀가 뒤로 젖혀지며 잔뜩 힘이 들어가 있던 꼬리가 축 늘어졌다.
그대로 잠시 멍하니 있던 흰둥이가 눈밭에 배를 깔고는 누었다.
그 모습에 강진이 싸온 도시락을 급히 꺼냈다.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흰둥이한테 도시락을 먹이지 못할 것 같았다.
“흰둥아, 이거 먹자.”
그래서 식사라도 마저 해서 보내고 싶었다.
강진이 도시락을 내려놓자 흰둥이가 그것을 지긋이 보았다. 평소라면 보자마자 입을 들이댈 흰둥인데…….
흰둥이는 그저 도시락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몸을 일으켜서는 강진의 손을 혀로 핥았다.
할짝! 할짝!
마치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하는 듯한 흰둥이의 모습에 강진이 손으로 그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음에는…… 내 가족으로 와. 내가 네 가족이 되어 줄게.”
강진의 말에 흰둥이의 입가가 좌우로 벌어졌다. 웃는 듯했다. 그러고는 흰둥이가 김소희에게 다가갔다.
흰둥이가 다가오자 김소희도 무릎을 구부려 그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곳도 좋은 곳이니…… 외롭지 않을 것이다.”
김소희의 말에 흰둥이가 가볍게 그 손에 머리를 문질렀다. 그 감촉에 김소희가 흰둥이를 보다가 말했다.
“손!”
김소희가 손을 내밀자 흰둥이가 번개처럼 그 손에 자신의 손을 올렸다.
“앉아!”
흰둥이가 다시 앉자 김소희가 웃으며 그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손길에 흰둥이가 배를 뒤집으며 눕자, 김소희가 그 배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가서 누가 괴롭히면 황구 형을 찾거라. 황구는 착한 아이이니 네 좋은 형이 되어 줄 것이다.”
김소희의 말에 흰둥이가 크게 짖었다.
멍!
화아악!
그리고 흰둥이의 몸이 빛과 함께 사라졌다.
스르륵!
흰둥이가 사라진 빈자리를 손으로 쓰다듬던 김소희가 한숨을 토했다.
“좋은 곳으로 가거라.”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한숨을 쉬고는 흰둥이 먹으라고 가져온 도시락을 보았다.
크리스마스라고 조금 더 신경을 써서 만든 도시락이었다. 그런 도시락을 가만히 보던 강진이 손으로 소시지를 하나 집어 입에 넣었다.
우물우물!
소시지를 씹어 삼킨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맛있는데…….”
작게 중얼거린 강진이 김소희를 보았다.
“드시겠어요?”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그를 보다가 말했다.
“젓가락은 없는가?”
“있습니다.”
강진이 쇼핑백에서 젓가락과 도시락을 하나 더 꺼냈다. 김소희가 흰둥이와 자주 놀고 그러니 있으면 드리려고 하나 더 싸온 것이다.
“저쪽에서 식사라도 같이 하시지요.”
강진이 한쪽에 있는 의자를 가리키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걸음을 옮겼다.
흰둥이가 뛰어놀던 곳에 보이는 의자에 자리를 한 강진은 김소희와 함께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
흰둥이가 있던 곳을 보며 도시락을 먹던 강진이 슬며시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그를 보았다.
“무슨 말인가?”
“아가씨께서 연을 만들지 않으려 하는 이유……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