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30
231화
“아가씨께서 연을 만들지 않으려 하는 이유……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그를 보았다.
“그런가?”
“제가 한끼식당을 하는 동안 여러 귀신이 승천을 했습니다.”
“…….”
말없이 듣기만 하는 김소희를 보며 강진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분들이 승천하실 때에는 좋은 곳으로 가시기를 바랐습니다. 이미 죽으신 분들이고 승천을 하면 좋은 일이니까요. 그런데…… 흰둥이는 가슴이 아픕니다.”
지박령으로 사는 것보다는 승천하는 것이 당연히 좋다.
그래서 이때까지 알고 지내던 귀신들이 승천할 때 별다른 슬픔은 없었다.
하지만…… 흰둥이는 달랐다. 자신이 먹을 것을 챙겨주며 살피던 아이고 그 사연을 알아서인지 더 마음이 가던 아이였다.
그런 흰둥이가 승천을 하니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자신이 김소희에게 했던 조언이 얼마나 주제가 넘는 것인지도 알았다.
흰둥이 한 명 보내는 것도 이렇게 가슴이 아픈데…… 김소희는 오백 년 동안 수많은 인연을 떠나보냈을 것이다.
자신이 생각할 수도 없을 만큼의 슬픔을 김소희는 겪은 것이다. 귀신이라고 해도 혼자 외롭게 지내면 안 된다 생각을 해서 김소희에게 현재를 즐기라 했는데…… 쉽게 말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그를 보다가 말했다.
“자네가 어떤 마음으로 말을 한 것인지 알고 있으니 괜찮네.”
“그렇게 생각해 주신다면 다행입니다.”
“오백 년이란 시간…… 인연들을 떠나보낼 때마다 마음이 텅 빈 것처럼 허전했고 슬프기도 했네. 하지만 자네의 말대로 그런 마음이 힘들다고 다른 이들과의 연을 막고 지낸다면…….”
잠시 말을 멈춘 김소희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라도 너무 힘들 것 같군.”
그러고는 김소희가 고개를 숙여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 그에 강진도 도시락을 먹었다.
흰둥이가 있던 곳을 보던 강진이 문득 하늘을 보았다.
‘흰둥이는 편지 같은 것 안 보내나?’
다른 귀신들은 승천할 때 고맙다고 편지라던가 수표를 보낸다.
흰둥이한테 수표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편지라도 써 주지.’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피식 웃었다.
흰둥이가 보낸 편지를 떠올리자 이런 내용이 떠오른 것이다. 말 그대로 개 언어로 된 편지 말이다.
작게 웃으며 흰둥이 주려고 가져온 도시락을 먹을 때, 김소희가 몸을 일으켰다.
“다음에 또 보세나.”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급히 일어났다.
“저도 다 먹었습니다. 공원 밖까지라도 같이 가시지요.”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렸다.
스륵! 스륵!
걸음을 옮기는 김소희를 보며 강진이 급히 그녀가 먹은 도시락 통과 자신의 것을 쇼핑백에 담고는 그 뒤를 따랐다.
“이제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남해로 좀 가 보려 하네.”
“남해요?”
“남해에 나에게 제사를 지내는 아이가 한 명 있는데 그 아이가 요즘 계속 나를 부르는군. 한번 가 봐야 할 것 같아.”
“그럼 언제 올라오세요?”
“나 같은 귀신이 기약이 있겠나. 그저 가다 쉬고 싶으면 쉬고, 걷고 싶으면 걷는 것이지.”
김소희의 말에 그녀를 보던 강진이 슬며시 말했다.
“혹시 옷 갈아입고 싶단 생각은 없으십니까?”
멈칫!
강진의 말에 김소희의 걸음이 잠시 멈췄다.
‘갈아입고 싶으신 모양이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김소희가 다시 걸음을 옮겼다.
“괜찮네.”
말과는 달리 김소희의 목소리는 살짝 떨렸다. 그에 강진이 슬쩍 말했다.
“제가 듣기로는 귀신들에게 옷을 태워주면 그 옷으로 갈아입을 수 있다고 하던데요.”
“맞네.”
“그래서 이번 주 일요일에 귀신들 옷을 좀 사서 태워 주려고 하는데…… 아가씨 괜찮으시면 일요일에 옷 사러 같이 가시지 않겠습니까?”
“옷을 태워 주겠다고?”
“네.”
그러고는 강진이 김소희가 달고 있는 노리개를 보았다.
“노리개도 좀 바꾸면 좋지 않으시겠어요?”
말을 하던 강진이 문득 김소희에게 노리개를 주었던 때를 떠올렸다. 분명 자신이 준 것이기는 하지만 태운 것은 아니다.
그런데 김소희는 잘 차고 다니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노리개를 보고 놀라거나 하지 않는 것을 보면 그들의 눈에도 안 보이는 것일 테고 말이다.
‘오백 년 묵은 귀신이라 되는 건가?’
그런 생각을 할 때 김소희가 슬며시 노리개가 있는 가슴께를 손으로 가렸다.
“시선 불편하군.”
“아! 죄송합니다.”
강진이 고개를 숙이자 김소희가 그를 보다가 다시 걸음을 옮겼다.
여전히 가슴에 한 손을 올린 채 걷는 김소희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제가 아는 곳이 있는데, 옷도 많고 액세사리도 많습니다.”
“시간이 되면 오도록 하지.”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시겠네.’
말은 이렇게 해도 김소희는 올 것이다. 분명 관심이 있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공원 밖으로 나오자 김소희가 그를 보았다.
“가게 되면…….”
잠시 말을 멈춘 김소희가 살며시 말을 이었다.
“부르게. 할 일 없으면 올 터이니.”
화아악!
그리고 사라지는 김소희의 모습에 강진이 웃었다.
‘귀여우시다니까.’
필요 없지만 해 준다면 마다하지는 않겠다는 김소희의 모습에 작게 웃은 강진이 몸을 돌렸다.
그리고 잠시 정자를 보던 강진이 작게 손을 흔들었다.
“잘 있어라. 그리고…… 또 보자.”
지금은 좋은 곳에 갔을 흰둥이를 떠올리며 손을 흔들어 준 강진이 고개를 젓고는 가게로 걸음을 옮겼다.
***
한끼식당은 뜨내기손님들보다는 단골 위주였다. 강남 논현에 밥 먹으러 오는 사람들은 논현이라는 분위기에 맞는 음식점들을 간다.
대신 논현에 거주하거나 직장인 사람들은 맛있고 싼 곳을 찾고 말이다.
오늘 강진의 점심 장사는 한가했다. 일요일은 아니지만 크리스마스라 직장인들이 쉬니 말이다.
그래서 오늘 강진은 TV를 보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흠…….”
작게 신음을 토하는 배용수의 모습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왜?”
“흰둥이 갈 줄 알았으면 나도 갈 걸 그랬어.”
흰둥이 가는 모습을 보지 못해 배용수는 아쉬워했다.
“아가씨 계셔서 가까이 있지도 못했을 거잖아.”
“그건 그런데…….”
배용수가 입맛을 다셨다. 배용수도 흰둥이의 귀여운 모습에 정이 많이 간 것이다.
“좋은 곳 갔을 거야.”
“짐승들은 바로 환생을 한다던데…….”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이 배용수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때, 최훈이 TV를 보다가 말했다.
“사장님, 뉴스 좀 보세요.”
최훈의 말에 강진이 TV를 보았다. TV에서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얼마 전, 서울 이수역의 한 갈빗집에서 사장이 미성년자인 아르바이트생에게 임금도 주지 않은 채 욕을 하고 폭행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미성년자의 사정을 딱하게 여긴 논현의 한 식당 사장의 도움으로 아르바이트 비용을 받을 수 있게 되었는데요. 이 일에 앙심을 품은 갈빗집 사장이 용역 업체를 통해 논현 식당에 해코지를 하려던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현재 영업 방해 혐의로 이수역 갈빗집 사장, 강 모 씨를 추가 조사 중에 있습니다.]뉴스에는 갈빗집 사장이 용역 업체 사장과 대화를 나누는 동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이건 누가 한 거지? 의원님들인가? 아니면 검찰?’
손을 쓸 사람이 몇 있다 보니 정확히 누가 손을 썼는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동영상 가져간 사람들도 꽤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모자이크 된 갈빗집 상호가 화면에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기자로 보이는 사람이 모자이크 처리된 강 사장에게 말을 걸자, 강 사장이 서둘러 가게 안으로 들어가며 문을 잠그는 것으로 끝이 났다.
그리고 다른 뉴스로 바뀌는 것을 보던 배용수가 웃었다.
“엿 엄청 먹겠네.”
“경찰 조사도 받는다니 벌 제대로 받겠네요.”
귀신들이 나누는 대화를 들으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인과응보라는 말이 딱이다.”
“그러게. 사람이 마음을 곱게 써야 최소한 욕은 안 먹는데…….”
이야기를 나누던 강진이 가게 문을 보다가 식탁에 머리를 기댔다.
“크리스마스인데…… 오늘은 손님이 없네.”
“크리스마스니까.”
“그런가?”
멍하니 가게 문을 보는 강진을 보던 배용수가 힐끗 시간을 보고는 말했다.
“JS 가서 국수하고 양념 좀 사 와라.”
“국수? 국수 있잖아.”
강진이 눈동자만 굴려 배용수를 보자, 그가 말했다.
“비빔국수 먹고 싶다.”
“지금?”
“흰둥이 생각하니까, 맵고 단 그런 비빔국수가 먹고 싶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힐끗 시간을 보았다. 한 시 반 정도면 점심 장사는 끝났다 봐도 될 것이다.
“알았어.”
가게 밖으로 나가 문을 잠근 강진이 JS에 가서는 국수와 고추장 같은 저승 양념들을 사 왔다.
국수와 양념을 사 가지고 돌아온 강진에게 재료들을 받은 배용수가 국수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육수는 왜 만들어?”
“비빔 먹으면서 잔치국수도 먹으려고.”
“두 개나 하게?”
“귀신이 살찔 걱정 하겠어?”
그러고는 배용수가 재료를 준비하면서 말했다.
“핸드폰으로 나 동영상 좀 찍어줘라.”
“동영상? 왜?”
“내가 어떻게 요리하는지 보고 싶어서.”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핸드폰을 꺼내 그를 찍기 시작했다.
핸드폰으로 배용수가 요리하는 것을 찍으며 강진의 얼굴에 살짝 불안함이 어렸다.
‘네가 가면 좋은 일이지만…… 미안한데 조금만 더 옆에 있어 주면 안 되냐?’
어쩐지 배용수의 행동이 승천하는 귀신들의 그것과 좀 닮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불안했다. 배용수가 승천하는 것이 좋고 또 좋은 일이지만…… 지금 강진에게 가장 친한 친구는 바로 배용수뿐이었다.
강진이 비빔국수와 잔치국수, 그리고 밑반찬을 잘 보이게 놓고는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찰칵!
사진을 찍은 강진이 오픈톡에 사진과 레시피를 올렸다.
그렇게 글을 적은 강진이 국수를 보다가 귀신 직원들을 보았다.
“국수 먹죠.”
강진의 말에 선주와 최훈이 의자에 앉았다. 그런 둘을 보며 강진이 잔치국수에 젓가락을 넣어 크게 국수를 뜨곤 한입에 집어넣었다.
후루룩! 후루룩!
크게 국수를 흡입하는 강진의 모습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고는 그 역시 비빔국수를 크게 집어 입에 넣었다.
후루룩! 후루룩!
잔치국수를 크게 집어 입에 넣으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국수는 크게 먹어야 맛있어.”
“그렇지. 국수는 이렇게 먹어야 맛있지.”
두 사람이 국수를 먹자 선주와 최훈도 국수를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맛있게 국수를 먹는 배용수를 보던 강진이 슬며시 말했다.
“월급 올려 줄까?”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갑자기?”
“그냥…… 국수가 맛있어서.”
그러고는 강진이 다시 국수를 크게 집어 입에 넣었다.
‘미안한데…… 좀 천천히 가라. 내가 월급 많이 줄게.’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국수를 씹어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