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41
242화
“맛있어 보여서 그런데…… 우리 도련님도 먹어 봤으면 좋겠는데, 좀 주시면 안 될까요?”
죄송함이 담긴 장은옥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형, 저 잠시만요.”
“왜?”
“저기 손님도 맛 좀 보게 드리려고요.”
“주문도 안 했는데 뭘 가져다줘?”
강상식을 마음에 안 들어 하는 황민성은 뭘 그리 챙겨 주냐는 투로 말했다.
그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맛있는 음식 나눠 먹으면 좋잖아요. 그리고……”
강진이 살짝 말했다.
“조금만 줄게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피식 웃었다.
“많이 주지 마라. 형 서운하니까.”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주방에 들어갔다.
배용수가 만들어 놓은 제육을 그가 했던 것처럼 토치로 살짝 가열한 강진이 그것을 접시에 담았다. 그리고 김밥도 한 줄 썰고 어묵국도 한 그릇 챙겨 강상식에게 가져다주었다.
“맛이 좋아서 좀 내왔습니다.”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육개장을 떠먹다가 그를 보았다. 잠시 주저하던 강상식이 입을 열었다.
“저…… 죄송한데.”
“뭐 필요하신 것 있으세요?”
강진의 물음에 강상식이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소주 한 잔만…… 같이 해 주시겠습니까?”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한 잔으로 되시겠어요? 몇 잔 같이 하시죠.”
그러고는 강진이 자리에 앉자 황민성이 힐끗 그를 보았다. 조용한 가게 안이라 왜 앉았는지는 알고 있다.
다만 왜 거기에 앉나 싶은 것이다.
하지만 지금 강상식의 표정을 본 강진은 앉을 수밖에 없었다. 강상식의 얼굴에는 짙은 외로움이 있었다.
마치 황민성이 자신에게 처음 소주 한 잔 같이 하자고 했을 때의 그런 표정이었다.
그리고…… 아르바이트로 지친 몸으로 고시원에 들어설 때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기도 했다.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은데 전화할 곳도 없고, 만날 사람도 없을 때의 그런…… 얼굴을 강상식이 하고 있었다.
그런 외로움을 아는 강진이니 강상식의 소주 한 잔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강진이 자리에 앉자 강상식이 자신이 먹던 잔을 비우고는 내밀었다.
강진이 잔을 받자 강상식이 잔에 소주를 따라주었다.
“음식이…… 맛있습니다.”
“마음에 드시니 다행이네요.”
강진이 입가에 잔을 가져다댈 때, 강상식이 문득 옛 이야길 꺼냈다.
“어렸을 적에 저를 키워준 누나가 있었습니다.”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힐끗 장은옥을 보았다. 자신을 말하는 것에 장은옥도 강상식을 보고 있었다.
“어릴 때는 엄마보다 누나를 더 잘 따랐습니다. 제 기억 속에 있는 거의 모든 장면에는 누나가 있을 만큼 언제나 제 옆에 있었으니까요.”
말없이 이야기를 듣던 강진이 소주를 마시고는 잔을 내밀었다.
쪼르륵!
잔을 건네받은 뒤, 강진이 따라주는 소주를 받으며 강상식이 말을 이었다.
“누나는 제가 음식을 맛있게 많이 먹는 것을 늘 흐뭇하게 지켜봤습니다.”
“그래서 음식을 맛있게 잘 드시는군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그릇을 보다가 웃었다.
“그런 것도 있습니다. 제가 음식을 남기면 누나가 걱정했거든요. 어릴 때 버릇이라 그런지 지금도 음식은 깨끗하게 먹는 편입니다.”
소주를 마시고 다시 잔을 준 강상식이 국수를 한 젓가락 먹고는 말했다.
“이 국수, 처음에는 맛있단 생각만 했습니다.”
국수를 젓가락으로 휘적거리며 강상식이 말을 이었다.
“한 젓가락, 두 젓가락 먹다 보니 누나가 생각이 났습니다. 맛이…… 꼭 옥이 누나가 해 준 것 같았습니다.”
“도련님…….”
장은옥이 한숨을 쉬며 강상식을 바라보았다.
“옥이 누나를 많이 좋아하셨나 보네요.”
강진의 물음에 강상식이 말했다.
“어릴 때는 저에게 엄마였고, 커서는 누나였고…… 제가 외로울 때는 저에게 가장 친한 친구였습니다.”
“좋은 분이셨네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웃으며 말했다.
“어렸을 때 아빠가 개를 한 마리 데려왔습니다. 사냥개였는데 갑자기 그 녀석이 저에게 달려들었습니다.”
“사냥개가요?”
“그때 제가 다리를 물렸는데…… 그걸 보고 누나가 빗자루 들고 와서 후려치고 입에 손 넣어서 잡아당기고…… 그러니 그놈이 누나한테 달려들고. 그때 누나가 많이 다쳤습니다.”
“아…….”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슬쩍 장은옥을 보았다. 장은옥은 손을 감싼 채 주무르고 있었다.
희미한 귀신의 형태라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제법 큰 상처가 보였다.
‘사냥개 입에 손을 넣었으니…….’
얼마나 아팠을까 싶은 눈으로 장은옥을 보던 강진이 강상식을 보았다.
“위험했네요.”
“저를 위해 바로 달려온 것이 옥이 누나였죠. 날카로운 이빨 사이로 손을 넣고 입을 찢어 버릴 듯 잡아당기셨어요. 피가 철철 나는 손으로…… 그게 우리 누나였어요.”
그런 강상식을 보던 강진이 받은 잔을 다시 그에게 건네주곤 술을 따라주었다.
쪼르륵!
소주를 받은 강상식이 웃었다.
“이 육개장 국수…… 제가 저녁에 라면 먹고 싶다고 하면 누나가 끓여 주던 겁니다. 라면보다는 이게 몸에 좋을 거라고요.”
“확실히 라면보다는 몸에 좋겠네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소주를 마셨다.
“누나가 생각이 나니…… 누나한테 미안하네요.”
“왜요?”
강진의 물음에 강상식이 쓰게 웃으며 소주를 마저 마셨다. 그리고는 강상식이 황민성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저희 회사 모임에 초대한 것 사과드리겠습니다.”
강상식의 뜬금없는 말에 황민성이 소주를 입에 대다가 그를 보았다.
“사과는 괜찮습니다.”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웃으며 말했다.
“사과를 받을 이유가 없으시다는 거군요. 하긴…….”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강상식의 모습에 황민성이 말을 하지 않고 소주를 마셨다.
강상식의 말대로 황민성은 그와 연이 없다.
아니, 있기는 하다. 황민성이 좋아하는 사우나에 강상식이 출근을 한다는 것 정도…….
하지만 귀찮은 연일 뿐이었다. 평소의 황민성은 강진에게만 이렇게 살갑지, 다른 사람에게는 차갑기가 이를 데가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 황민성의 모습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육개장 국수를 그릇째 마셨다.
꿀꺽! 꿀꺽! 후루룩! 후루룩!
그릇째 들고 국수와 국물을 마신 강상식이 남은 소주를 입에 털어 넣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맛있게 잘 먹고 갑니다.”
강상식이 오만 원짜리를 내밀자 강진이 삼만 원을 거슬러 주었다.
“잔돈은 괜찮습니다.”
“드신 만큼만 받습니다.”
음식 가격이야 만 원 받으면 되겠지만, 소주를 안 보는 사이 두 병이나 마셔서 이만 원이면 되었다.
강진이 삼만 원을 다시 내밀자 강상식이 그를 보다가 돈을 받았다.
“자주 오겠습니다.”
“그러면 저야 감사하죠.”
강상식이 몸을 돌렸다. 그는 황민성을 향해 다가갔다. 그러고는 깊이 고개를 한 번 숙이고는 가게를 나섰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던 황민성이 턱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잠시 말이 없는 황민성의 모습에 강진이 물었다.
“왜 그러세요?”
강진의 물음에 황민성이 잠시 있다가 입을 열었다.
“강 이사, 좀 느낌이 변한 것 같은데?”
‘음식에는 추억이 있으니까요.’
잊고 있던 장은옥에 대한 추억이 떠올랐으니 느낌이 변한 것이 이해가 되었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황민성이 뭔가를 생각하다가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잠깐만.”
그러고는 옆으로 가서 황민성이 통화를 나눴다.
그 모습에 강진이 김이슬에게 슬며시 소주잔을 들었다.
“형수님.”
김이슬이 소주잔을 들어 가볍게 부딪히고는 소주를 마시자 강진도 한 모금 마시고는 상추에 김밥과 고기를 올려서는 먹었다.
‘확실히…… 색다르면서 맛있네.’
김밥의 김 향은 제육의 맛에 눌려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단무지와 시금치, 그리고 오이와 햄, 맛살의 식감이 꽤 즐거웠다.
거기에 맛도 있고…….
‘내일 점심은 이걸로 해야겠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이걸 손님에게도 대접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강진은 어느새…… 음식점 사장님의 마인드가 생겨 있었다.
아삭! 아삭!
단무지의 식감을 느끼며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용이 씨에게 상추 좀 박스로 보내 달라고 해야겠네.’
강진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 김이슬은 황민성을 보고 있었다. 김이슬의 시선에 강진이 황민성을 슬쩍 보았다.
“그래요. 강상식의 편이 될 수 있는 오성그룹 사장들과 이사들, 그리고 적대적인 인사들을 확인하세요. 또 강 회장님의 후계자 문제 어떻게 되는지도 확인하세요.”
‘강상식 편?’
강진이 의아한 눈으로 황민성을 볼 때, 황민성이 이쪽을 보고는 통화를 끝내고 다가왔다.
“강상식은 왜요?”
강진의 물음에 황민성이 소주잔을 쥐었다. 그런 그의 얼굴을 본 강진의 얼굴에 살짝 놀람이 어렸다.
처음 가게에 왔을 때의 그 얼굴이었다. 차갑고 무표정한 얼굴을 한…….
“돈 냄새가 나.”
“네?”
강진의 반문에 황민성이 잔을 입에 가져가며 말했다.
“형이 가장 잘하는 것이 돈 버는 일인데…… 돈을 잘 벌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갑자기요?”
강진의 물음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상식에게서 어쩐지 돈 냄새가 나네.”
황민성이 신중한 얼굴로 문을 보는 것에 강진이 김이슬의 눈치를 슬쩍 보았다.
집이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이런 자리에서 황민성이 사업가 본능을 드러내는 걸, 김이슬이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돈 냄새 나도 한번 맡아 봤으면 좋겠네요.”
가볍게 웃으며 강진이 병을 들자 황민성이 잔을 들다가 아차 싶은 듯 말했다.
“좋은 자리에 내가 너무 돈, 돈 했네.”
그리고는 황민성이 김이슬을 보았다.
“미안해요.”
“괜찮아요. 당신 일인데요.”
김이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황민성이 강진을 보았다.
“친하게 지내지 마.”
“저도 딱히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강상식에 대해 더 말하고 싶지 않은 듯 황민성이 잔에 소주를 따라서는 그에게 내밀었다.
“친하게 지내지 마라.”
같은 이야기를 또 하는 황민성의 모습에 강진이 웃었다.
“질투하는 거예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자신의 잔에 소주를 따르다가 멈췄다. 그러고는 작게 헛기침을 하고는 말했다.
“질투는 무슨…….”
황민성의 반응에 강진이 웃었다. 가장 좋아하는 친구가 다른 친구하고 친하게 지내는 것이 싫은 어린애 같지 않은가.
‘방금 전 돈 이야기 할 때와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시네.’
돈 이야기를 하며 아주 차가운 눈빛을 보이던 사람과 전혀 달랐다.
지금은 좀 어색하고 민망해하는 그런 표정이랄까?
“인마, 왜 웃어.”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잔을 들었다.
“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뜬금없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그를 보다 피식 웃었다. 자신도 자기 꼴이 웃긴 것을 안 것이다.
그에 황민성이 잔을 들었다.
“그래. 너도 새해 복 많이 받아라.”
그리고 황민성이 김이슬을 보았다.
“이슬 씨도…… 새해 복 많이 받아요.”
황민성의 말에 김이슬이 살짝 당황스러운 눈으로 그를 보았다.
황민성에게 이런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는 것이다.
그녀가 잠시 당황스러운 눈으로 황민성을 볼 때, 그가 헛기침을 하고는 잔을 흔들었다.
강진과 황민성 둘 다 잔을 들고 있으니 같이 한잔하자는 것이었다.
잔을 든 황민성의 모습에 김이슬이 살며시 잔을 들었다.
“민성 씨도…… 강진 씨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잔을 서로 맞댄 세 사람이 소주를 마셨다. 그런데……
“크윽! 좋다.”
소주를 들이켜곤 기분 좋게 신음을 토하는 김이슬의 모습에 황민성이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