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5
25화
다음 날 강진은 점심시간에 온 부장과 직원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오늘도 오셨네요.”
“오늘은 어떤 음식을 하나 궁금해서 와 봤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직원분들이 늘었네요?”
“저쪽은 영업 1팀인데, 제가 맛집이라고 데리고 왔습니다. 장 부장, 사장님하고 인사해.”
부장의 말에 한쪽에 앉아 있던 장 부장이라는 사람이 일어나 다가왔다.
“오 부장이 맛집이라고 칭찬이 워낙 자자해서 같이 와 봤습니다.”
“조금 부담이 되지만 맛있게 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메뉴판이 제육덮밥 하나입니까?”
장 부장의 말에 오 부장이 웃었다.
“사장님 혼자 하셔서 그래. 하지만 메뉴를 통일하면 저거 아니더라도 먹을 수 있어. 그렇지요?”
“메뉴 세 가지 정도로 통일해 주시면 제가 열심히 만들어 보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메뉴 세 가지는 뽑으실 수 있을 것 같아서 정하고 왔습니다. 여직원들은 그 찹스테이크인가 하는 걸로 주십시오. 영업 1팀 여직원들이 먹고 싶어 하는 듯합니다.”
오 부장의 말에 강진이 여직원들을 세었다.
“영업 1팀 쪽은 여직원분들이 많으시네요.”
몇 번 온 오 부장 쪽 여직원은 둘인데, 영업 1팀은 여직원이 넷이나 되었다.
“영업 1팀이 이상하게 여직원들이 많습니다. 장 부장이 일부러 그렇게 뽑나?”
“그런 소리 하지 마. 잡혀 가네.”
“농담이야.”
친한 듯 보이는 두 부장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그럼 남성 직원분들 메뉴는?”
“저희는 제육볶음하고 김치찌개로 해 주십시오. 그리고 혹시 되면 계란 프라이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메뉴를 받은 강진이 음식들을 만들어서는 서빙을 하기 시작했다.
“찹스테이크 진짜 색깔 예쁘다.”
“단호박 진짜 부드러워.”
“달콤해.”
여직원들이 기분 좋게 찹스테이크를 먹을 때, 다른 남자 직원들 역시 맛있게 제육볶음과 김치찌개를 먹었다.
그리고 식사를 맛있게 한 장 부장과 오 부장이 일어나 계산을 했다.
“여직원분들은 만 원씩, 남직원분들은 8천 원씩 받겠습니다.”
소고기가 들어간 찹스테이크니 인당 만 원은 받아야 할 것 같았다.
“잘 먹었습니다.”
장 부장과 오 부장이 따로 카드를 내밀어 계산을 하자, 강진이 그것을 받아 계산을 해 주고는 말했다.
“다음 주부터는 제가 복학을 해서 점심 장사는 못할 것 같습니다.”
“아직 학생이셨습니까?”
“네.”
“그럼 어느 대학교?”
“서신대학교입니다.”
“우리 학교 후배님이셨구만.”
“서신대 나오셨어요?”
“서신대 무역학과 87학번입니다.”
“대선배님이시네요.”
강진의 말에 오 부장이 웃으며 그를 보다가 문득 말했다.
“그럼 가게 문은 닫는 것입니까?”
“저녁 장사는 할 생각입니다.”
“그것만 해서 월세라도 낼 수 있겠습니까?”
오 부장이 걱정스럽게 가게를 둘러보았다. 지금도 가게에 손님들이라고는 자신들뿐이니 말이다.
“다행히 여기가 제 가게라서 괜찮습니다.”
“사장님 가게? 설마 이 건물이 사장님 겁니까?”
“그런 셈이죠.”
강진의 말에 장 과장이 놀란 듯 말했다.
“젊은 사장님이 알고 보니 부자셨네.”
“에이, 아니에요.”
“아니기는요. 건물은 후지지만…… 아,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후지기는 후졌죠.”
“어쨌든 강남 논현 그것도 지하철 근처에 있는 역세권인데, 이 정도면…… 이십억은 한다 봐야지 않나?”
‘정확히는 25억입니다.’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말했다.
“그래서 다음 주부터는 혹시 오시게 될 것 같으면 전화 한 번 주고 오세요. 전화 주시면 최대한 영업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오 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연락을 하고 오는 것이 낫겠군요. 그럼 미리 음식도 만들어 놓을 수도 있고. 확실히 여기 장사 스타일을 보면 예약제로 운영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예약제라는 말에 강진이 생각을 해 보니 확실히 일리가 있었다.
‘예약제로 운영을 하면 손님이 먹을 음식을 미리 준비할 수 있겠어.’
그런 생각을 하며 강진이 카운터에 있는 메모지에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적었다.
강진이 핸드폰 번호를 적어 주자 오 부장도 지갑에서 명함을 하나 꺼내 내밀었다.
“연락드리겠습니다.”
“어? 태광무역 다니세요?”
“저희 회사 아십니까?”
오 부장이 의아한 듯 보자 강진이 웃었다.
“다음 달에 저 그 회사에 인턴으로 가게 됐습니다.”
“인턴?”
“네.”
강진의 말에 오 부장이 웃었다.
“이거 인연이라 해야 하나?”
웃으며 오 부장이 말했다.
“어디 부서에 가게 될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하세요. 저희 회사가 그래도 다른 회사들에 비해 정직원 전환 비율이 높습니다.”
“그래요?”
“그럼 수고하세요.”
오 부장이 가게를 나서자 직원들이 그 뒤를 따라 나갔다. 부장을 따라 나가던 여직원들이 힐끗 강진을 돌아보고는 자기들끼리 수군거렸다.
“인턴이면 사학년이겠네.”
“그렇지. 그럼 스물다섯인가?”
“제대로 군대 갔다가 왔으면 그렇겠지. 아니면 스물여섯이거나.”
“부럽다. 스물여섯에 건물이 다 있고.”
“그런데 저 건물 진짜 얼마나 할까?”
“낡아 보여도 논현에 있으니…… 장 과장님 말대로 아마 이십억은 넘을 거야.”
“금수저인가?”
“애 꽤 생겼던데…… 한 번 내가 꼬셔 봐?”
여직원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은 강진이 피식 웃었다.
‘금수저는 무슨…….’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식탁을 치우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다행이네. 이왕이면 아는 사람 있는 회사가 낫지.’
생각을 하던 강진이 문득 핸드폰을 꺼냈다.
“태광무역이 가까운가?”
직원들이 점심 먹으러 올 정도라면 그리 멀지 않을 것이다. 그에 강진이 태광무역을 검색하니 곧 그 자료와 위치가 나타났다.
“어?”
태광무역 위치를 확인한 강진이 가게 문을 열고는 길을 보았다.
3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빌딩이 있었는데 그 건물에 태광무역이 위치해 있었다.
“엄청 가깝네.”
저 정도 거리면 5분이면 출퇴근이 가능한 거리였다.
“태광무역이 나와 인연이 있네.”
그런 생각을 하며 강진이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
11시가 되자 바로 문이 열리며 배용수가 귀신들과 함께 들어왔다.
“왔어요?”
“일 도와주기로 했는데 일찍 와야지. 뭐 먹을 겁니까?”
배용수가 같이 온 귀신들에게 메뉴를 묻자 그들이 곧 먹고 싶은 것을 말했다.
그러는 사이 강진은 입구를 보다가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가족 귀신이 늦나?’
그런 생각을 할 때 뒤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스윽!
뒤를 돌아 본 강진이 입술을 깨물었다.
‘놀래라.’
어느새 뒤에 어제 본 가족 귀신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어제보다 조금 더 선명해져 있었다.
“오셨어요.”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시죠. 식사하시면서 이야기하세요.”
강진이 가게 안으로 들어와 빈자리에 귀신 가족을 앉혔다.
“뭐 드시겠어요?”
“저는 된장찌개 먹겠습니다. 여보.”
남편 귀신의 말에 여자 귀신과 아이 귀신들이 먹고 싶은 것을 주문했다.
그에 강진이 그들의 주문을 받아 음식을 만들어 내왔다.
“부탁할 일이란 것이 무엇입니까?”
강진의 말에 남편 귀신이 그를 보았다.
“제가 죽기 전에 후원을 하던 아이들이 있습니다.”
“좋은 일 하셨네요.”
“저와 제 아내나 모두 어릴 적에 힘들게 컸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열 명 정도 후원을 하고 있습니다.”
남편 귀신의 말에 아내 귀신이 입을 열었다.
“그중에 내년에 대학을 가는 아이가 있는데 공부도 잘해서 저희가 대학 학비를 대 준다고 했는데…… 저희가 이렇게 됐습니다.”
“공부 잘하면 장학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장학금 받는 과를 가면 그렇겠지만…… 아이는 의사가 되고 싶어 합니다. 사람들을 치료하고 돕고 싶어 합니다.”
“착한 아이네요.”
말을 하던 강진이 문득 남편 귀신을 보았다.
‘설마 나한테 아이 학교를 보내 달라는 것은 아니겠지?’
강진이 성격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모르는 아이의 대학 학비를 내줄 만큼 좋은 것도 아니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남편 귀신이 말했다.
“아내와 저는 친척도 없고 연고자가 없으니 저희 재산은 국고에 환수가 됩니다.”
“국고 환수요?”
“연고자가 있으면 그들에게 가겠지만, 연고자가 없으니 국고로 환수가 됩니다.”
“게다가 저희가 들은 보험금도 다 없어질 테고요.”
두 사람의 말에 강진이 말했다.
“그리고 젊으시니 유언장 같은 것도 없으실 테고요.”
“맞습니다.”
딱 봐도 마흔이 안 되어 보이니 죽음에 대한 대비로 유언장 같은 것은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누가 알았겠는가, 부부와 자식 둘이 동시에 죽을 줄은 말이다.
“그럼 저에게 하실 부탁은?”
“얼마 안 되기는 하지만…… 제 재산이 그 아이의 학비와 제가 후원하던 아이들에게 갔으면 합니다.”
남편 귀신의 말에 강진이 물었다.
“그런데 어떻게요? 저도 그쪽과는 아무런 연고가 없어서 재산을 어떻게 할 수가 없는데?”
강진의 말에 옆에서 맥주를 따라 마시던 최호철이 말했다.
“유언장 없어서 그런 거면, 유언장 만들면 되잖아.”
“유언장 안 만드셨다잖아요.”
“지금 만들면 되지, 그게 무슨 문제야?”
“아!”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생각을 해 보니 옳았다.
귀신일 때야 글을 못 쓰지만, 지금 여기서는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젓가락과 수저를 들 정도는 현신을 하니 글을 쓸 수는 있다.
“맞네. 유언장이 없으면 지금이라도 만들면 되는 거잖아요?”
“유언장이 있다고 쉽게 되지는 않을 거야. 나라가 어떤 곳인데 국고로 환수되려는 돈을 쉽게 내주겠어.”
“그럼 어떻게 해요?”
“변호사 써야지.”
“변호사요?”
“그럼 너 법에 대해 알아?”
“모르죠.”
“그래서 변호사를 써야 하는 거야.”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잠시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법은 몰라도 변호사는 한 명 알죠.”
강진이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하려는 순간, 문이 열렸다.
덜컥!
그에 강진이 고개를 들어 입구를 보고는 살짝 놀랐다.
‘신수호?’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신수호와 JS 금융의 강두치였다. 마침 변호사가 필요할 때 신수호가 들어오는 것에 강진이 눈을 찡그리며 가게를 돌아보았다.
‘정말 CCTV라도 설치가 되어 있는 건가?’
전에 소년 귀신이 승천을 했을 때도 여기 상황을 아는 듯 바로 나타났었다.
가게를 돌아보던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지. CCTV가 있더라도 어떻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타나?’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신수호와 강두치가 강진에게 살짝 고개를 숙이고는 남편 귀신에게 다가갔다.
“채영호 님.”
“제가 채영호인데…… 누구십니까?”
“저는 변호사 신수호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아시죠?”
신수호가 강두치를 가리키자, 채영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습니다.”
채영호가 죽었을 때, 제일 먼저 와서 카드를 주고 간 것이 강두치였다.
인사를 나눌 때, 귀신들이 하나둘씩 슬며시 일어나더니 가게를 빠져나가려 했다.
그 모습에 강두치가 웃으며 말했다.
“오늘은 빚 독촉 때문에 온 것이 아니니 그냥들 계세요.”
“아…… 아닙니다. 저희는 일이 있어서…….”
귀신들이 손을 저으며 하나둘씩 나가자 배용수도 주방에서 나와서는 도망을 치려 했다.
여기 있는 귀신들은 모두 JS 금융에 대출금이 있었다. 그렇다 보니 강두치가 오니 도망을 가려는 것이다.
그 모습에 강두치가 배용수를 보았다.
“배용수 씨.”
“네? 네!”
배용수가 놀라 그를 보자 강두치가 웃으며 말했다.
“요즘 배용수 씨 계좌에 돈이 조금씩 들어오네요.”
“계좌에요?”
“귀신도 일을 하면 돈을 버는 것이죠. 앞으로 이렇게만 열심히 하세요. 원금 갚는 건 어렵지만 이자라도 까는 것이 어딥니까.”
스윽!
강두치가 강진을 보았다.
“그리고 귀신을 부리면 돈이 나갑니다.”
“저요?”
“알고 하셨는지 모르고 하셨는지 몰라도, 배용수 씨를 부리셨으니 시간당 만 오천 원씩 이강진 씨의 계좌에서 출금이 되고 있습니다.”
JS 금융 계좌에서 돈이 나가고 있다는 말에 강진이 놀라 물었다.
“아니…… 배용수 씨가 그냥 도와주신다고 한 건데?”
“이승이나 저승이나…… 일을 하면 돈을 받고, 사람을 쓰면 돈을 줘야 한다는 겁니다.”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네요. 귀신이든 사람이든 일을 시켰으면 돈을 줘야죠.”
그러고는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앞으로도 같이 잘하자.”
“그…… 그래.”
말을 하던 배용수가 강두치를 보다가 짐짓 허리를 펴고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강두치가 두려운 것은 JS 금융에 빚이 있어서 그런 것이니…… 돈을 벌고 있다면 굳이 도망칠 이유가 없었다.
그런 배용수를 보던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차라리 잘 됐네. 돈 주고 일을 시키는 거니 앞으로 막 부려도 되는 거잖아.’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강두치를 보았다.
“그런데 강두치 씨는 어떻게 오셨어요?”
“저희 VIP께서 돈을 쓰실 일이 있을 듯해서 왔습니다.”
“VIP요?”
강진의 물음에 강두치가 고개를 끄덕이며 채영호를 보았다.
“채영호 씨는 저희 JS 금융에서 눈여겨보고 있는 VIP 고객입니다.”
“제가요?”
VIP라는 말에 채영호가 놀란 눈을 뜨자 강두치가 웃으며 말했다.
“채영호 씨는 저희 JS 금융의 실버 등급의 VIP 고객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