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55
256화
강진이 슬며시 자신이 가지고 온 재료들을 보여 주었다.
“혹시 이것들은 좋아하세요?”
강진의 물음에 할머니가 재료들을 보고는 웃었다.
“우리 아들이 좋아하는 것들만 있네.”
‘역시…….’
강진이 재료들을 보고는 힐끗 남자 귀신을 보자, 남자 귀신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빨리 해 줘요.”
남자 귀신의 말에 강진이 할머니를 보았다.
“그럼 안 좋아하세요?”
“저도 좋아해요.”
싱긋 웃는 할머니의 모습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식사 준비해 드릴게요.”
“안 그래도 되는데…….”
“정말 마음이 불편하시면 그냥 두고 가겠지만…… 미안해서 그러시는 거면 제가 음식 좀 해 드리고 싶습니다.”
“TV 배달도 해 줬는데…….”
“괜찮습니다. 그럼…… 주방 좀 써도 될까요?”
“미안해서…….”
잠시 망설이던 할머니가 강진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대신 맛있게 먹을게요.”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외투를 벗었다.
“맛있게 드시면 저야 좋지요.”
“참 좋은 분이네요.”
“아니에요.”
강진이 재료들을 싱크대로 옮기다가 말했다.
“혹시 좋아하는 음식 있으세요?”
강진의 물음에 할머니가 싱크대에 있는 재료를 보다가 말했다.
“나야 다 좋아해요.”
“그래도 좋아하는 것이 있지 않으시겠어요?”
강진의 물음에 할머니가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저기…… 하나 먹고 싶은 것이 있기는 한데.”
“뭔데요?”
“죽은 영감이 낚시를 참 좋아했어요.”
“낚시? 물고기 드시고 싶으세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고…… 남편이 낚시터에 가면 해 주던 음식이 있는데 그게 생각이 나네요.”
“뭔데요?”
“대패 삼겹살하고 양파 넣고 볶다가 초장 넣어서 하는 음식인데…… 그게 갑자기 생각이 나는데 혹시 부탁 좀 해도 될까요?”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패 삼겹살에 초장을 넣어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 레시피였다.
“낚시 갈 때는 먹을 것을 간단하게 챙겨 가거든요. 평소에는 라면하고 파, 초장이나 챙겨 가는데 저 갈 때는 그래도 뭐라도 해 주려고 고기하고 양파를 챙겨 가서 해 줬어요.”
허공을 응시하며 옛 기억을 떠올리는 할머니의 모습에 강진이 물었다.
“낚시터에서 해 드시던 음식인가 보군요?”
“네.”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머리를 긁었다.
“대패 삼겹살이 없는데.”
“냉장고에 좀 있을 거예요.”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냉동고를 열었다. 그리고 한쪽에 봉지에 싸여 있는 대패 삼겹살을 꺼내다가 살짝 눈을 찡그렸다.
투명한 비닐로 보이는 대패 삼겹살은 모두 하얗게 말라 있었다.
거기에 봉지 안에는 하얀 눈이 내려 있는 것이 먹기에 좋은 상태가 아니었다.
냉동고 안에 얼려 있었으니 상하지는 않았겠지만, 질은 무척이나 떨어질 것이다.
게다가 봉지도 꽉 안 묶여 있는 것을 보니 냉장고 잡냄새가 고기에 배였을 것이고…….
잠시 냉동고를 보던 강진이 슬며시 문을 닫고는 웃으며 말했다.
“저 잠시 슈퍼에서 콜라 좀 사오겠습니다.”
“콜라?”
“갑자기 시원한 콜라가 마시고 싶어서요.”
“그럼 음식은 괜찮아요.”
할머니가 웃으며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콜라만 사고 바로 오겠습니다.”
웃으며 강진이 몸을 돌려서는 집 밖으로 나갔다. 그리곤 배용수를 불렀다.
“배용수, 배용수, 배용수!”
세 번 부르자 배용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 어디야?”
강진은 의아한 듯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배용수를 데리고 슈퍼가 있는 곳으로 빠르게 걸으며 말했다.
“대패 삼겹살하고 양파, 그리고 초장 볶으면 무슨 맛이냐?”
할머니가 먹고 싶다는 음식이 너무 생소한 것이라 이게 무슨 맛인가 싶어 배용수를 부른 것이다.
“뭔 소리야?”
강진이 사정을 이야기하며 걸음을 옮기자 그 이야기를 들은 배용수가 말했다.
“낚시꾼 음식 레시피였고만.”
“낚시꾼 음식 레시피?”
“낚시 생활 십 년이면 자기만의 레시피 한둘은 생기는 법이지.”
“낚시하면 라면 아니야?”
“낚시에 대해 좀 알아?”
“잘은 몰라도 알던 아저씨들이 낚시터에서 라면 끓여 먹으면 그게 그렇게 맛있다고 하시던 건 들어 봤어.”
“그건 그렇지. 그런데 낚시를 하면 아침에 가서 저녁에 끝나거나 길면 2박 3일도 하잖아. 2박 3일 동안 라면만 먹을 수는 없으니까 간편하고 맛있는 식사를 만들 방법을 생각들 하는 거지.”
그러고는 배용수가 손을 들었다.
“대패 삼겹살, 양파, 초고추장. 얼마나 간편하냐.”
“그건 그런데…… 양파는 그렇다 쳐도 대패 삼겹살을 초고추장으로 볶는다는 것이 상상이 안 된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슬쩍 손을 들어서는 움직이는 시늉을 했다.
“뭐 하냐?”
“식재 맛이야 다 아는 거니까. 이미지 해 보는 거지.”
말을 하며 손을 움직이던 시늉을 하던 배용수가 입맛을 다셨다.
“맛있겠는데?”
“정말?”
“대패 삼겹살, 기름 많이 나오는 거 알지?”
“알지.”
대패 삼겹살도 삼겹살이라 기름이 많이 나온다. 게다가 얇아서 금방 익어서 기름이 더 많이 빠지는 느낌이기도 하고…… 어쨌든 대패 삼겹살을 구우면 기름이 잔뜩 나온다.
“그 기름에 양파가 같이 볶아지니 고소하면서 달달할 거야.”
“그렇지.”
돼지기름에 볶으면 어지간한 것은 다 맛있다. 김치를 볶아도 맛있고, 마늘을 구워도 맛있고 밥을 볶아도 맛있다.
기름진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볶음 음식에 돼지기름은 맛의 포인트라 할 수 있었다.
“거기에 초장을 넣어 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머릿속으로 대패 삼겹살과 양파가 볶아지는 프라이팬에 초장을 넣어 보았다.
배용수의 말대로 이미지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강진이 눈을 찡그렸다.
“시큼한 냄새 올라올 것 같은데?”
“초장에는 식초가 들어가니까. 하지만 식초는 열을 받으면 시큼함이 날아가지. 그럼 매콤함, 달달함, 약간의 새콤함이 남겠지. 거기에 양파를 볶았으니 달달함은 조금 더 업될 거고, 돼지기름으로 고소함도 있을 거야. 새콤한 대패 삼겹살과 양파를 먹는다 생각을 해 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 맛을 떠올리자 입에 침이 고였다.
“거기에 초고추장 때문에 느끼함도 잡힐 테고…… 맛있겠는데?”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빙고.”
웃으며 배용수가 입맛을 다셨다.
“그런데 레시피 기발하다. 정말 단순하면서 맛도 잘 뽑아냈어.”
감탄한 듯한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대로 맛이 나오면 정말 기발한 레시피다.”
“대패 삼겹살 양파 초장 볶음이라……. 내가 모르는 음식이 너무 많다.”
배용수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그만큼 배울 것이 많아서 좋잖아.”
“그것도 그러네.”
배용수는 정말 기분이 좋은 듯 환하게 웃었다. 생각지도 못한 레시피를 알게 돼서 기분이 좋은 듯했다.
그런 배용수를 보며 강진이 슈퍼에 들어갔다. 냉장고에서 대패 삼겹살을 두 팩 사고 초장과 양파, 거기에 음식을 만들 때 필요한 양념들을 산 강진이 계산을 하고는 서둘러 할머니 집으로 돌아왔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할머니가 미안한 듯 말했다.
“삼겹살 사러 갔다 온 건가요?”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싱크대를 보았다. 냉동고에 있던 대패 삼겹살이 꺼내져 있었다.
할머니가 대패 삼겹살을 꺼내려고 보다가 그 상태를 보고는 강진이 콜라를 사러 가겠다고 한 것이 핑계였다는 것을 안 것이다.
“앉아 계세요. 제가 맛있게 해 드리겠습니다.”
강진이 식탁 의자를 빼자 할머니가 벽을 짚으며 의자에 앉았다.
그런 할머니를 뒤로 하고 강진이 도마와 식칼을 꺼냈다. 할머니에게 물어 마늘과 재료들을 꺼낸 강진이 콩나물국을 끓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분홍 소시지를 자르고 계란을 풀어 옷을 입히고 굽자 할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남자가 손이 야무지네요.”
“제가 식당을 하거든요.”
“요리사?”
“그렇습니다.”
강진을 대단하다는 듯 보던 할머니가 한숨을 쉬었다.
“우리 아들도 기술이라도 좀 배우게 했어야 했는데.”
“아드님요?”
강진의 물음에 할머니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어렸을 때 열병이 나서 아프더니…… 느려졌어요.”
‘느려졌다라…….’
지적장애가 있다는 것을 할머니는 느리다고 표현하고 있었다. 할머니의 말을 들으며 강진이 계란 옷을 입힌 분홍 소시지를 추가로 프라이팬 위에 올렸다.
촤아악! 촤아악!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익어가는 분홍 소시지를 볼 때, 할머니가 말했다.
“그런데 목사님이 TV를 보내지 않으셨다고 하던데…… 누가 보내신 건가요?”
강진이 나간 사이에 목사님에게 감사하다고 전화를 드렸는데 그런 일이 없다고 들은 것이다.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중고 TV 배달과 음식 몇 가지 부탁받았을 뿐입니다.”
“누구지?”
할머니의 누군지 의아해하는 것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할머니를 생각하는 분이 아니실까요?”
“나?”
“TV 낡은 것을 아는 것을 보면 잘 아시는 분인 듯한데요.”
“혹시 어떻게 생겼는지 아세요?”
할머니의 물음에 강진이 힐끗 남자 귀신을 보았다.
“사십 대 초반 정도에 짧은 스포츠머리, 눈매는 부드럽게 아래로 향해 있고 입술은 살짝 도톰하네요. 그리고…….”
남자 귀신의 모습을 설명을 한 강진이 할머니를 보았다.
“눈빛이 참 선량합니다.”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게 누구인가 생각에 잠겼다.
‘우리 아들하고 비슷한데…….’
하지만 죽은 아들이 TV를 가져다줄 수는 없으니 다른 사람일 것이다.
할머니가 그런 생각을 할 때, 강진이 소시지를 접시에 담고는 팬을 닦았다.
그러면서 배용수와 나눈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럼 다 때려 넣고 볶으면 되는 건가?
-요리사가 그렇게 하면 되나. 같은 레시피라도 더 맛있게 만들어야지.
-그럼?
-대패 삼겹살을 한 80프로까지만 익힌 뒤 덜어내고 다시 대패 삼겹살을 넣어서 같은 수준으로 익히고 덜어내서 기름을 빼야 해.
-왜?
-대패 삼겹살은 돌돌 말려 있잖아. 한 장 한 장 피면서 구워야 골고루 익으면서 기름이 나오니까.
-그렇고만.
-그리고 그 기름에 양파를 볶다가 적당히 익으면 익혀 놓은 삼겹살을 넣고 초고추장을 넣고 한 번 더 볶으면 끝.
배용수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강진이 옆에 놓인 대패 삼겹살과 양파를 보다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낚시터에서 간편하게 먹으려는 건데 용수처럼 하면 간편식이 아니잖아.”
낚시터라는 여건상 최대한 간편하게 만들어 먹을 것이다. 그래서 재료도 세 개만 들어가고 말이다.
그런 생각이 든 강진이 대패 삼겹살과 썰어 놓은 양파를 그대로 팬에 부었다.
촤아악! 촤아악!
양파와 대패 삼겹살이 익어가는 소리에 강진이 팬을 좌우로 빠르게 흔들고는 휘저었다.
촤아악! 촤아악!
프라이팬에서 양파와 삼겹살이 이리저리 섞이며 익어가자 강진이 초고추장을 넣었다.
촤아악!
초고추장이 들어가자 바로 시큼한 냄새가 올라왔다. 그에 살짝 기침을 한 강진이 양을 조절해 조금 더 넣고는 마저 볶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더 맛있어 보이네.’
붉은 윤기가 흐르는 대패 삼겹살볶음은 생각보다 더 먹음직스러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