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68
269화
11시가 되어가자 귀신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귀신들을 본 강진은 미소를 지었다.
귀신 손님들이 꽤 많이 모였는데, 그중에 한 번도 보지 못한 귀신들이 많았다.
“처음 보는 손님들이 많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처음 보는 귀신들 많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귀신들을 보았다.
“11시에 오픈하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서로를 보며 수군거렸다.
“정말 우리를 보나 봐요.”
“세상에…… 사람이 우리를 보다니.”
“귀신한테 밥을 주는 곳이라고 하더니…… 신기하네요.”
“그러게요. 나도 말만 들었지, 이렇게 직접 보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어요.”
강진이 처음 봤다는 것은 그들도 저승식당에 와 본 적이 없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강진이 자신들에게 말을 거는 것에 놀라고 신기해하는 중이었다.
사람이 귀신을 보고 신기해야 할 상황인데, 지금은 오히려 귀신이 사람을 보고 신기해하고 있었다.
어쨌든 자신의 생각대로 저승식당에 오지 못하는 귀신들이 많이 모이는 것에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음식을 다양하게 해 오지 못한 것이 아쉽다.”
“여기서는 이게 최선이니까.”
배용수가 숯불을 보았다.
“그래도 숯불이라도 준비를 해 놔서 다행이다.”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철판구이 할 때 쓸 듯한 판에서 익어가는 삼겹살을 뒤집었다.
촤아악!
고기가 맛있게 익어가는 소리에 강진이 고기를 한 번씩 누르고는 옆으로 밀었다.
그리고는 다시 불판 위에 삼겹살을 올렸다.
촤아아악!
기분 좋은 소리를 들으며 강진이 말했다.
“판이 크니 고기도 많이 구워지네.”
“기름 많이 튄다. 이거 청소하는 것도 일이겠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주위를 보았다. 배용수의 말대로 불판 주위는 기름으로 번질번질한 상태였다.
“어쩔 수 없지.”
“다음에는 고기 위에 커다란 뚜껑이라도 덮어서 해야겠어.”
“그거 좋은 생각이다.”
삼겹살 구울 때 그 위에 뚜껑을 덮으면 기름이 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뚜껑을 열 때마다 다시 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어쨌든 고기를 구우며 강진이 틈틈이 기름을 닦아냈다.
“11시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앞을 보았다.
귀신들이 어느새 현신을 한 채 서로를 보고 놀라고 있었다.
“어머!”
“헉! 아줌마, 몸이 생겼어!”
“아저씨도 몸이 생겼어요.”
저승식당을 처음 와 봤다는 것은 현신도 처음이라는 것이었다. 서로를 보며 놀라거나 자신들의 몸을 쓰다듬는 귀신들의 모습에, 귀신 몇이 웃으며 말했다.
“현신 처음 해 본 티 내지 말고 가서 식사들 하시오.”
“밥 먹으라고 데리고들 왔는데 뭐하고 있어요. 어서 가서 먹지 않고.”
“앞으로 두 시간밖에 밥 못 먹어요. 어서 가서 먹어요.”
이들은 논현에 밥을 먹으러 오던 단골 귀신들이었다. 강진의 부탁으로 노원 인근을 다니며 떠도는 귀신들을 데리고 와 준 것이다.
귀신들의 말에 강진이 소리쳤다.
“영업 시작했습니다! 어서 와서 드세요!”
말을 한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고기를 숯불 위에 가져다 놓으라고 말을 하려 했는데, 어느새 배용수가 접시에 삼겹살을 담고 있었다.
익은 삼겹살을 접시에 담은 배용수가 푸드 트럭에서 내려서는 숯불 위에 고기를 올리기 시작했다.
촤아악! 촤아악!
삼겹살 기름이 숯불에 떨어지며 연기가 솟구치는 것을 손바람으로 휘날리며 배용수가 고기를 마저 올렸다.
그 사이 귀신들이 하나둘씩 다가오자 강진이 말했다.
“저승식당에 잘 오셨습니다. 이쪽으로 줄을 서세요.”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푸드 트럭에 있는 음식들을 보았다.
“오늘 메뉴는 어묵 꼬치하고 돼지고기 김치볶음과 밥, 그리고 밑반찬들입니다. 그리고 저기 앞에 삼겹살 보이시죠? 드시고 싶은 만큼 드시면 됩니다.”
강진의 말에 한 귀신이 푸드 트럭 앞에 있는 소주와 음료수 병을 보았다.
“저기, 이것도 먹어도 되는 겁니까?”
“물론이죠.”
그러고는 강진이 귀신들을 보며 말했다.
“이야기 들으셨겠지만 영업시간이 오후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 두 시간 정도밖에 안 됩니다. 그러니 최대한 많이 드시고 많이 즐기세요. 자! 식사들 하세요.”
강진이 따뜻하게 데워진 식판을 가리키자 귀신들이 서로를 보다가 급히 식판을 잡았다. 그리고 줄을 서서는 밥과 고기김치볶음을 뜨고 반찬을 담았다.
단순하지만 푸드 트럭은 자율 배식이었다. 돈 받고 파는 것도 아닌데 굳이 반찬들을 정량 배식을 할 필요가 없기에 먹고 싶은 대로 먹으라고 자율 배식을 하는 것이다.
귀신들이 음식을 푸는 것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계란 프라이 드실 분 말씀해 주세요.”
“저요!”
“저도 먹고 싶네요.”
“저는 두 개 반숙으로 될까요?”
계란 프라이 먹고 싶다는 귀신들의 말에 강진이 삼겹살이 익고 있는 불판 한쪽에 돼지기름을 닦아내고는 계란을 깨뜨렸다.
탓! 탓! 탓! 탓! 탓!
빠르게 계란을 깨뜨린 강진이 모양을 잡고는 소금을 툭툭 쳤다. 화력 조절이 어려운 판이라 식당에서처럼 야들야들하게 만들기는 어렵겠지만…….
‘시장이 반찬이라는데.’
오늘 여기 온 귀신들은 사후 처음으로 제대로 된 음식을 먹는 것이기에 계란 프라이는 정말 맛있을 것이다.
라면을 한 달에 한 번 먹으면 너무 맛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거…… 너무 맛있다.”
“와! 귀신 돼서 먹는 밥이 이렇게 맛있다니.”
귀신들 중에서는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있었다. 말 그대로 입에서 살살 녹는 맛이었고, 오랜만에 느끼는 먹는 즐거움에 감동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귀신들을 보던 강진이 계란 프라이로 정신을 집중했다.
‘최고의 계란 프라이를 만들어드리자.’
계란을 정성껏 만든 강진이 귀신들에게 말했다.
“계란 됐어요.”
계란을 주문한 귀신들이 서둘러 다가오자 강진이 그들이 주문한 대로 계란을 올려주었다.
“반숙요. 완숙요. 바짝 구운 거요.”
이런 식으로 계란을 준 강진이 이번에는 계란을 볼에 담아 깨서는 휘저었다. 만드는 김에 계란말이도 만들려는 것이다.
촥! 촥! 촥!
스냅을 이용해 계란을 저은 강진이 판 위에 계란을 올렸다.
촤아악!
계란이 익어가는 것을 보며 강진이 뒤집개로 잘 말아 올리며 귀신들을 보았다. 귀신들 몇은 숯불 주위에 자리를 잡고는 삼겹살에 김치를 곁들여 먹으며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더 필요하신 것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네!”
착하게 답을 해 주는 귀신을 보며 강진이 웃었다.
“기분 좋아 보인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분 좋네.”
“귀신들하고 이야기 좀 해. 여기는 내가 할게.”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귀신들을 보고는 계란말이를 도마로 옮기고는 칼로 잘랐다.
스윽! 스윽!
계란말이를 자른 강진이 그것을 접시에 담아서는 푸드 트럭에서 내렸다.
“계란말이 좀 드세요.”
강진이 귀신들 사이를 다니며 계란말이를 한두 점씩 나누어주었다. 그리고는 숯불 앞에 앉아 있는 귀신들에게 슬며시 다가갔다.
“맛 괜찮으세요?”
강진의 말에 숯불에 모여 있던 귀신들이 웃으며 말했다.
“맛이 좋습니다.”
“사장님도 한잔하세요.”
한 귀신이 소주잔을 내미는 것에 무심코 받으려던 강진이 웃으며 손을 저었다.
“저는 이따 저 차 끌고 가야 해서요.”
한끼식당에서야 술 먹어도 상관이 없지만 지금은 푸드 트럭을 끌고 가야 하니 음주는 안 되는 것이다.
“아!”
강진의 말에 귀신이 고개를 끄덕이며 잔에 소주를 따르고는 말했다.
“음주운전 조심해야죠.”
“조심이 아니라 할 생각을 하지 말아야지.”
“그렇지.”
이야기를 나누며 한 귀신이 강진을 보았다.
“여기 보면 음주운전 사고로 죽어서 귀신 된 애들 꽤 있어요.”
“그래요?”
“음주운전하다 죽은 놈들이야 그렇다 쳐도…… 그놈한테 사고 당해서 죽은 사람들은 얼마나 억울하겠어요? 잘못한 것도 없는데 말이죠.”
귀신의 말에 옆에 있던 귀신이 피식 웃었다.
“귀신 중에 안 억울한 사람이 어디 있나? 다 억울하고 그런 거지.”
“죽은 지 얼마나 됐다고 귀신 세상 다 아는 것처럼 말하네?”
옆에 있던 귀신이 재차 웃었다.
“딱 보면 아는 거죠. 귀신으로 오래 있어야 아나?”
이야기를 나누는 귀신들의 모습에 강진이 웃었다. 사실 오늘 처음 본 귀신들은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귀신들이었다.
그러니 죽은 곳에서 멀리 가지 못하고 논현으로 오지도 못하는 것이다.
군대로 따지면 신병 훈련소에서 훈련하는 신병이나 이등병이라고 할까?
어쨌든 강진은 귀신에게 소주를 따라주며 말했다.
“강남 논현에 저희 식당이 있습니다.”
“아까 저분들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귀신에게 밥을 주는 식당이라…… 참 믿을 수가 없는 일이네요.”
“귀신도 있는데 식당 정도야.”
웃으며 말을 한 강진이 말을 이었다.
“저 식당 하기 전에는 귀신이 있다는 것도 믿지 않았습니다.”
“그럼 사장님은 어떻게 이런 식당을 하시게 된 겁니까?”
“저승식당 전 주인께서 저에게 물려주셨어요.”
자신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는 귀신들을 보며 강진이 이어 말했다.
“저승식당 맡은 지 몇 달 안 됐어요.”
“이야…… 그럼 그전에는?”
“그냥 평범한 청년처럼 살았죠.”
“그럼 귀신에 대해 안 것은?”
“저승식당 맡으면서 알게 됐죠. 후! 처음에는 기겁을 했습니다.”
“하하하! 정말 놀랐겠네요.”
한 귀신의 말에 옆에 있던 귀신도 웃었다.
“나 같았으면…… 어유! 상상만 해도 무섭다. 식당인 줄 알았는데 귀신이 오는 식당이라니 말이야.”
귀신들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웃으며 소주를 따라주고는 말했다.
“다만 생각을 해 보니…… 귀신이 사람 죽였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는데 사람이 사람 죽이고 해코지했다는 이야기는 TV만 틀면 나오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니 무섭지가 않더라고요.”
“하긴 그것도 그러네요. 그리고 뭐 귀신 되어 보니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도 별로 없더라고요.”
귀신의 말에 옆에 있던 귀신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영화 보면 물건도 움직이고 사람한테 해코지도 하고 하던데…… 뭐 이건 할 것도 없어.”
귀신의 말에 강진이 눈을 찡그리며 그를 보았다.
“아시겠지만 귀신도 나쁜 짓을 하면 JS 금융 잔고가 떨어지고 벌 받으세요.”
“벌 받는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무슨 벌을 받는 겁니까? 혹시 아세요?”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귀신들이라 JS 금융에 끌려가면 어떠한 일을 당하는지 모르는 모양이었다. 그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혹시 관공서 가서 줄 서 보신 적 있으세요?”
“물론 있죠. 월말에 가면 사람들 많이 오니까.”
“거기는 대기표 받고 앉아서 기다리잖아요.”
고개를 끄덕이는 귀신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JS에서는 다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해요. 그것도 줄이 끝도 없이 길고…….”
강진의 말에 귀신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벌이라고요?”
“무슨 그런 벌이 다 있어?”
“별거 없는데?”
귀신들이 별거 아니네, 하는 얼굴로 하는 말에 강진이 웃었다.
“가서 직접 해 보시면 그런 말이 안 나오실 겁니다.”
말 그대로 직접 겪어 보지 않으면 이게 얼마나 힘든지 모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