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73
274화
푸드 트럭 앞에는 아이들이 몰려 있었다. 걷지 못하는 아이들을 제외하고 나올 수 있는 아이들은 모두 푸드 트럭 앞에 모여서 컵 떡볶이와 포장지에 싸인 닭튀김을 먹고 있었다.
확실히 아이들이라 그런지 따뜻한 곳에서 먹는 것보다 추워도 푸드 트럭 앞에서 먹는 것이 더 좋은 모양이었다.
그런 아이들을 보며 강진이 힐끗 학생의 뒤에 있던 남자 귀신을 보았다.
남자 귀신은 배용수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야기를 하면서 남자 귀신이 연신 분통을 터뜨리며 땅을 발로 차는 것에 강진이 슬쩍 그쪽으로 다가갔다.
음식이야 다 해 놨으니 아이들이 알아서 떠먹으면 될 일이다. 그리고 튀김 쪽에는 보육원의 여고생 한 명이 자리까지 잡고 튀김을 튀기고 있었다.
튀김이야 다 튀겨진 상태라 아이들이 먹고 싶다고 하면 살짝 넣고 따뜻하게만 하면 되는 것이라 강진이 여고생에게 맡긴 것이었다.
물론 여고생이 자신의 꿈이 푸드 트럭을 하는 것이라고 해서 맡긴 것도 있고 말이다.
여고생이 잘하는 것을 한 번 더 확인하고 주의를 준 강진이 배용수에게 다가갔다.
강진이 다가오자 배용수가 말했다.
“저 학생 아버지인 장대강 씨.”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
“악수라도 하고 싶지만 사람들 시선이 있어서요.”
“이야기 들었습니다. 귀신한테 밥을 주는 식당 운영하신다면서요.”
장대강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손에 들린 닭다리를 슬쩍 내밀었다.
“드세요.”
강진의 말에 장대강이 손을 내밀어 닭다리를 쥐었다.
스으윽!
반투명하게 손에 들리는 닭다리를 신기한 듯 보던 장대강이 그것을 맛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맛있네요.”
장대강의 말에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무슨 이야기 한 거야?”
강진의 물음에 배용수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학생이 장희섭인데 축구를 잘한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장희섭을 보았다. 장희섭은 아이들과 함께 축구공을 차며 놀고 있었다.
물론 논다고 해도 장희섭은 아이들이 축구를 차는 것을 보면서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알려주고 있었다.
“디딤발 강하게 딛어야지. 잘 봐.”
말을 하며 장희섭이 축구공을 발로 뻥하고 차는 것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해 보인다.”
장희섭이 공을 강하게 찰 때마다 축구공이 펑 소리를 내며 골대에 빨려 들어갔다.
“잘하는 애면 시합도 뛰게 해 주고 해야 하는데…… 축구부에서 후보만 시키는 모양이야.”
“왜?”
강진이 의아한 듯 보는 것에 장대강이 한숨을 쉬었다.
“아빠가 도움이 못 돼서 그렇네요. 썩어빠진 놈들!”
욕을 하는 장대강의 모습에 강진이 무슨 말이냐는 듯 배용수를 보았다.
“축구도 돈이 있어야 한대.”
“그야 운동 용품은 비싸니까.”
축구공이야 그렇다 쳐도 축구화와 유니폼들은 다 돈이 들 테니 말이다.
“근데 그게 그렇게 비싸?”
강진이 의아해하자 배용수가 고개를 젓고는 손가락으로 원을 그리고는 말했다.
“실력 좋아도 축구부에 기부나 후원 같은 것 안 하면 시합을 못 나간대.”
“왜?”
강진의 말에 배용수도 장대강을 보았다.
“그러게 왜요?”
두 사람의 시선에 장대강이 한숨을 쉬었다.
“공 잘 차는 애가 있어야 시합에 나가서 이기고, 성적 좋으면 축구부에도 좋은 것 아닙니까?”
강진의 말에 장대강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프로 정도 가면 그게 현실이 되지만, 이런 학원 축구는 돈이 실력이고 돈 많은 애가 시합 나갑니다. 실력 없으면 교내 연습 시합일 때나 시합 나가는 애들 연습 상대 하는 거고…….”
장대강이 장희섭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내가 살았으면 우리 희섭이 뒷바라지해서 박지상처럼 만들었을 텐데.”
장대강의 말에 배용수가 말했다.
“장대강 씨도 축구 선수였대.”
“그러세요?”
강진의 말에 장대강이 머리를 긁었다.
“선수 시절에는 좀 그랬는데…… 그래도 중학교 축구 쪽에서는 명장이라고 소문도 나고 그랬습니다.”
장대강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장희섭을 보았다.
“그럼 아버님 입장 말고 감독 입장에서는 어때요? 잘해요?”
강진의 말에 장대강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어릴 때부터 전문적으로 트레이닝을 해서 희섭이는 오른발 왼발 가리지 않고 사용합니다. 이게 얼마나 큰 장점이냐면, 어느 발로도 패스든 슛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이니 수비수가 상대하기 아주 어렵습니다.”
장대강이 액션을 보이며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제가 축구를 잘 몰라서요. 그렇게 자세하게 설명하면 알아듣기 어렵습니다.”
강진의 말에 장대강이 눈을 찡그렸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쉽게 말하면 양발 어느 쪽으로도 슛과 패스 다 가능해서 좌우 어디에 가져다 놔도 실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스피드가 아주 빨라요. 저 녀석이 마음먹고 뛰면 저 녀석 잡을 만한 사람 국내에는 몇 안 됩니다.”
“그렇게 빨라요?”
“학교 육상부 감독이 저 녀석한테 육상해 볼 생각 있냐고 계속 꼬실 정도니 말 다 했지요. 그리고 피지컬 보세요. 저게 이제 고등학교 삼학년입니다. 저런 몸으로 스피드까지 빠르니 충분히 청소년 국대로 뽑아 놔도 충분히 통하고도 남을 실력입니다.”
장희섭을 자랑하는 장대강의 모습에 강진이 물었다.
“엄청 빠르나 보네요.”
“그렇지요.”
“육상도 돈이 많이 드나요?”
“육상은 그렇게 돈이 들지 않아요. 개인 운동이기도 하고 기록으로 답이 나오는 경기니까요. 빠른 놈이 대회 나가고 상 타는 것이 육상입니다.”
“그럼…….”
강진이 장대강을 보았다.
“육상을 시키지 그러세요?”
강진의 말에 장대강이 멈칫한 얼굴로 주저하며 장희섭을 보았다.
“그게 저 애 꿈이 축구 선수라…….”
“아버님 꿈은 아니시고요?”
강진의 물음에 장대강이 눈을 감았다가 한숨을 쉬며 떴다.
“제 꿈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저 아이의 꿈입니다.”
장대강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었다.
아버지가 끝내 이뤄내지 못한 꿈. 그 꿈이 지금은 아들의 꿈이 된 모양이었다.
죽은 아버지를 대신해 장대강의 꿈인 ‘최고의 축구 선수’가 되려는 것이다.
“애가 어깨에 너무 무거운 짐을 짊어졌네요.”
죽은 사람의 기대라는 짐은 산 사람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무겁다.
“제가 살아서 뒷바라지를 했어야 했는데…….”
“축구는 정말 잘합니까?”
강진의 물음에 장대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한국 축구계에서 가장 필요한 실력입니다.”
“가장 필요한 실력? 아드님이라고 너무 좋게 말씀하시는 것 아니세요?”
강진의 말에 장대강이 고개를 저었다.
“외국이나 한국이나 골 잘 넣는 공격수를 최고로 치기는 하지만 그런 공격수가 골을 넣기 위해서는 공을 전방으로 보내 줘야 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희섭이는 후방에서 단숨에 전방으로 골을 보내 줄 수 있는 스피드와 롱 패스 기능을 탑재했습니다. 골 넣는 선수보다 주목은 덜 받겠지만 한국에서는 골 넣는 선수보다 이런 선수가 더 필요합니다.”
장대강의 말에 강진이 장희섭을 보았다. 그 시선에 장대강도 아들 장희섭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빌어먹을 놈…… 애 실력을 보면 최소한 기회라도 줘야지. 보육원 출신이라고 도끼눈을 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나쁜 놈! 학원 축구에서 돈을 그리 밝히고! 애를 경기에 안 쓸 거면 왜 뽑아간 거야!”
분통을 터트리는 장대강의 모습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그 감독이 희섭이를 뽑았어요?”
“나름 명문고에서 희섭이를 뽑아서 기뻐했는데…… 이 자식이 애를 2년 동안 경기에 내보낼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그럼 왜 뽑은 거죠?”
“연습 상대로 뽑은 겁니다.”
“연습요?”
“돈 있는 애들 실력 키워 줄 상대 팀으로 뽑아 놓은 겁니다. 연습을 할 애들이 강해야 실력이 늘어나니까요. 희섭이처럼 실력은 있는데 경기에 못 나가는 1, 2학년 학생들이 꽤 있습니다.”
“와!”
장대강의 말에 강진이 자기도 모르게 손뼉을 쳤다.
짝짝짝!
강진이 손뼉을 치는 것에 장대강이 그를 보았다.
“지금…… 뭐하는 겁니까?”
“세상에 이런 나쁜 놈이 있나 싶어서 저도 모르게 박수가 나오네요.”
강진의 말에 배용수도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악마가 박수를 친다는 말이 있는데…… 여기 감독은 악마가 박수를 치며 존경을 할 만한 놈이네. 아주 나쁜 놈이야.”
“그러게. 어떻게 애들을 가르치는 사람이 애들 꿈을 이용해서 이따위 짓을 하지?”
사람을 죽이는 것만이 살인이 아니다. 어린아이들의 꿈을 밟는 것 역시 사람을 죽이는 것처럼 아주 나쁜 행동이었다.
사람의 마음을 다치는 행위이니 말이다.
게다가…… 이 감독이라는 작자는 열심히 운동하며 미래를 꿈꾸는 여러 학생들의 꿈을 밟고 있으니 학살자라고 해야 했다.
황당하다는 듯 중얼거린 강진이 장대강을 보았다.
“왜 애들이 그런 감독 밑에 있는 겁니까?”
“처음에는 그런 감독이라고 생각을 못 했지요. 그리고…… 축구도 돈이 있어야 합니다. 다른 학교를 가면 축구화에 유니폼에…… 공 차는 것도 돈이 들어가는데 최소한 여기는 그런 것을 지원해 주니까요.”
“지원은 해 주나 보네요.”
“용품은 있어야 연습 상대로 뛰기라도 하니까요.”
잠시 있던 장대강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3학년이 되면 실력에 따라 경기에 출전은 시켜 줍니다.”
“응? 출전은 시켜 주나요?”
“아무리 돈에 환장해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은 얻어야 하니…… 대회에 내 보내는 겁니다. 학생 때는 1년, 1년의 기량 차이가 크니 3학년 정도 되고 실력 되는 애들은 시합에 출전시킵니다. 일단 이기기는 해야 하니까요.”
“3학년이 되면 대회를 나가게 해 주니 참고 버틴다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참고 버티다가도 잘려나가는 애들도 있습니다.”
“잘려 나가요?”
“시합을 못 뛰니 선수 기량은 떨어질 수밖에 없죠. 연습 시합 백 번 뛰는 것보다 진짜 시합 한 번 뛰는 것이 훈련도 더 되고 기량 상승도 되니까요.”
“아!”
“그런 상황에서 실력 퇴보 안 하고 3학년까지 살아남은 애들도 입맛에 맞는 쪽으로 내 보내는 거라 시합 한 번 못 뛰고 졸업하는 애들도 있더군요.”
“그런 애들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3년 동안 실전 시합 한 번 못 나간 애들이 뭘 할 수 있겠습니까? 운 좋으면 3부 리그에 테스트 받고 들어가는 것 정도가 최고 베스트일 겁니다. 하지만 3부 리그도 치열한 곳이라 그것도 정말 최상의 베스트입니다.”
장대강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젓는 것에 강진이 그를 보며 마주 한숨을 쉬었다.
“애들 꿈은 무럭무럭 자라게 해야 하는데.”
강진이 장대강과 이야기를 나눌 때 그의 뒤로 강상식이 다가왔다.
“여기 일이 무척 많네요.”
강상식이 한숨을 쉬며 다가오는 것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강상식은 수레에 나무를 싣고 오고 있었다.
“나무는 왜요?”
강진의 물음에 강상식이 뒤를 보았다. 그에 보니 남궁문이 수레에 폐식용유 통을 담아서 오고 있었다.
아이들이 많이 있는 곳이라 식용유도 업소에서 쓰는 커다란 양철 통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애들 춥다고 불 피우신답니다. 그 덕에 이 장작을 다 제가 팬 겁니다.”
“아…….”
강상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강진이 문득 그를 보았다.
“혹시 축구 좋아하십니까?”
“저희 그룹에 구단이 하나 있다 보니 축구장은 꽤 자주 가는 편입니다.”
“그러세요?”
고개를 끄덕이는 강상식의 옆에 있던 장은옥이 말했다.
“회장님께서 축구를 좋아하셔서요. 아! 그리고 우리 도련님 젊으셨을 때는 축구 잘하셨어요.”
장은옥의 말에 강진이 환하게 웃으며 강상식을 보았다.
“축구도 잘하시겠네요.”
“축구장 간다고 축구를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축구를 좋아하기는 합니다.”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축구를 좋아하시는구나. 그럼…… 축구 한판 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