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8
28화
바닥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남자를 보던 강진에게 아줌마 귀신이 소리쳤다.
“빨리 도와줘요!”
강하게 외치는 아줌마 귀신의 머리카락이 순간 솟구쳤다.
‘히익!’
방금까지만 해도 그녀는 평범해 보이는 아줌마였다. 귀신이기는 해도 잘 죽은 듯, 모습만은 평범했다.
그런데 지금 아줌마 귀신의 머리카락이 솟구치자 강진은 소름이 쫙 돋았다.
마치 차가운 얼음이 가득한 냉수를 온몸에 끼얹은 것처럼 말이다.
그에 강진이 급히 떨고 있는 남자의 옆에 앉았다. 하지만 그 자신의 몸도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아줌마 귀신의 살벌한 기세에 떨리는 것이다. 그에 강진이 숨을 고르고는 근처에 있는 사람 중 한 명을 손으로 가리켰다.
“당신! 119에 전화하세요.”
“저…… 저요?”
“빨리요!”
강진의 외침에 남자가 급히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누군가 사람이 다치면, 정말 나쁜 놈이 아닌 이상은 도와주려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만이 도와줄 수 있을 때뿐이다. 지금처럼 주위에 사람들이 많으면 사람은 쉽게 나서지 않는다.
나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내가 뭐라고 나서서 남을 돕나 하는 생각과 자신 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돕겠지 하는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강진도 아줌마 귀신이 잡아당기기 전까지는 방관자 입장으로 구경만 하고 있었다.
하지만 도움을 직접적으로 청하면 다르다. 방관자에서 참여자가 되는 것이다.
119에 전화를 한 남자가 다가왔다. 그러고는 몸을 떨어대는 남자의 어깨를 눌렀다.
“입에 뭐라도 끼워야 하지 않을까요?”
이렇게 말이다.
남자의 말에 강진이 몸을 떠는 사람을 보았다.
“혀라도 깨물면 다치니…….”
“아닙니다. 오히려 안 좋아요.”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그 시선을 받으며 허연욱은 남자를 보다가 말했다.
“뇌전증입니다. 이럴 때 입에 뭔가를 끼우려고 하면 벌리려던 손가락이 잘릴 수 있습니다. 게다가 입에 끼운 것이 깨지거나 부러지면서 입안을 상하게 해서 목 안으로 피가 넘어가 기도를 막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혀라도 깨물면……?”
“이렇게 이빨을 꽉 다물고 있는데 혀가 어떻게 이빨 사이로 들어가겠습니까?”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강진의 물음에 허연욱이 말했다.
“일단 고개를 옆으로 하고 허리춤을 풀어주세요.”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사내의 목을 옆으로 틀려고 했지만 뻣뻣하게 힘이 들어간 통에 틀어지지 않았다.
그에 강진이 119에 전화를 한 남자를 보았다.
“목을 옆으로 해 주세요.”
“입에 뭐 넣어야 하지 않을까요? 영화 보면 그렇게 하던데?”
다시 입에 뭘 넣어야 하지 않냐는 남자의 말에 강진이 허연욱이 해 준 말을 그대로 해 주었다.
“……지금은 이렇게 해 두는 것이 낫습니다.”
“그럼 수건이라도 넣을까요?”
남자가 손수건을 꺼내는 것에 허연욱이 말했다.
“입안에 손수건을 물고는 숨쉬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금은 고개를 옆으로 젖혀 침이 입 밖으로 흐르게 하는 것이 낫습니다. 그럼 기도로 침이 넘어가 숨이 막히지는 않습니다.”
허연욱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한 강진이 사내를 보았다. 허연욱의 말대로 사내의 침이 질질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사이 허리춤을 풀고 상의도 위로 끌어올려 놓은 강진이 허연욱을 보았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신발도 벗기세요.”
강진이 신발을 벗기자, 허연욱이 사내의 발에 손을 가져갔다.
화아악! 화아악!
하지만 허연욱의 손은 사내의 발을 통과했다. 그에 허연욱이 눈을 찡그렸다.
“안 되는군요.”
“저는 잡으셨잖아요?”
“이 사장이야 식당 기운이 몸에 쌓여서 그 기운에 잡히는 것이라…….”
그 모습에 아줌마 귀신이 소리쳤다.
“빙의해요!”
“빙의?”
아줌마 귀신의 말에 허연욱이 당황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해 본 적이 없는데…….”
“무슨 귀신이 빙의 한 번 해 본 적이 없어요?”
“빙의하면 큰일 난다고 했습니다.”
허연욱의 말에 아줌마 귀신이 강진을 보았다.
“우리 애…… 우리 애 좀 살려줘요.”
아줌마 귀신의 말에 강진이 허연욱을 보았다.
“어떻게 해야 돼요?”
“용천, 수구, 간사…… 혈을 취해야 합니다.”
“침을 놔야 한다는 건가요?”
고개를 끄덕이는 허연욱이 혈자리를 손으로 가리켰다.
“여기에 침을 놔야 합니다.”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빠르게 주위 사람들을 살폈다.
주위에는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지켜보고 있었다.
“119 왜 이렇게 안 와?”
“저러다 죽는 것 아냐?”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것을 보던 강진의 시선이 한 청년에게 향했다.
‘손을 움직이고, 발 한 쪽은 이쪽, 한 쪽은 다른 곳…….’
청년의 몸에서 나오는 시그널은 돕고는 싶지만 망설여진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손의 움직임은 적극적인 반응이었다.
그에 강진이 그 청년을 손으로 지목했다.
“이리 오세요!”
강진은 부탁이 아닌 지시를 했다. 망설이는 사람에게는 요청보다는 지시가 오히려 빠르다.
“네? 저요?”
“오세요!”
강진의 단호한 외침에 청년이 급히 다가왔다. 그러고는 손으로 쓰러진 사람의 손목을 쥐었다.
허연욱이 청년의 움직임을 보고는 빠르게 말했다.
“한의사네요. 제가 말을 한 곳에 시침을 하라고 하세요.”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청년을 보았다.
“한의사면 빨리 나서시지 왜 이제야 나섭니까?”
“제가 면허를 딴 지 얼마 안 돼서…….”
“침 놓을 줄 알아요?”
침이라는 말에 청년이 주머니에서 은색 철통을 꺼내 침을 쥐었다.
하지만 곧 청년이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몸을 떨어서는…….”
올해 면허를 딴 한의사라 실력에 자신이 없었다. 게다가 지금 시침을 해야 할 대상은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는 상대가 아닌가.
가만히 있어도 자신이 없는데 이런 사람에게 침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 모습에 강진이 허연욱을 보았다.
“제가 이 사람 손을 잡을 테니, 제 손을 잡고 시침할 수 있겠어요?”
강진의 생각은 이랬다. 허연욱이 자신의 몸을 터치할 수 있으니, 허연욱이 자신의 손을 잡는다.
그리고 자신이 한의사 손을 잡아 시침을 하는 것이다.
강진의 물음에 허연욱이 자신의 손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해보겠습니다.”
허연욱의 답에 강진이 한의사의 손을 잡았다.
“어디부터 합니까?”
“용천입니다.”
허연욱이 발바닥을 가리키자, 강진이 한의사를 보았다.
“발바닥 용천혈에 찌르세요.”
강진의 말에 한의사가 그를 보다가 옆을 보았다.
“그런데…… 누구하고 계속 이야기하세요?”
한의사의 말에 강진이 힐끗 허연욱을 보았다.
‘귀신하고 이야기하는 것도 조심해야겠네. 미친놈 소리 듣기 딱 좋겠어.’
그런 생각을 할 때 아줌마 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빨리 해!”
아줌마 귀신의 고함과 함께 온몸에 한기가 드는 것을 느낀 강진이 한의사의 손을 잡았다.
덥석!
한의사의 손을 쥔 강진이 허연욱을 보자, 그가 강진의 손을 쥐었다.
화아악!
차가운 감각과 함께 강진의 손이 움직였다.
그리고 강진의 손에 쥐어진 한의사의 손이 움직였다.
스윽!
단숨에 용천혈에 시침을 한 한의사가 놀라 강진을 보았다.
‘정확하다.’
자신의 손으로 놓은 침이지만, 자신이 했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깔끔한 시침이었다.
“오른쪽으로 두 바퀴 돌리라고 하세요.”
허연욱의 말을 그대로 받아 말을 하자 한의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침을 두 바퀴 돌렸다.
“그리고…….”
뭔가 더 말을 하려던 허연욱이 강진의 손을 움직여 한의사의 손을 떼어내고는 침을 잡았다.
투욱!
그리고 허연욱이 침을 손가락 사이에 두고는 살짝 튕겼다.
그 모습에 한의사가 놀란 눈으로 강진을 보았다.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제가요? 뭘요?”
“침을 튕기셨잖습니까?”
“잘못 보신 겁니다. 일단 다음 혈 침 놓으시죠.”
강진의 말에 한의사가 그를 보다가 다음 혈자리를 보자, 강진이 다시 그 손을 잡았다.
“제가 잘 잡을 테니 잘 놓으세요.”
“그쪽도 한의사신 것 같은데…… 그쪽이 놓으시지 그러세요?”
한의사가 멍청할 일이 없다. 그러니 자신이 놓기는 했지만 침을 놓은 것은 강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저 자신의 손을 잡아 강진이 놓은 것이다.
한의사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저는 한의사가 아닙니다.”
“그럼? 어떻게 용천혈에 시침하라고 한 겁니까?”
한의사의 물음은 당연했다. 침을 놓은 손은 자신이나 자신의 손을 움직인 것은 강진이니 말이다.
그것도 자신이 했다고 믿기 어려운 정확한 시침을 한 것이다.
하지만 강진은 제대로 된 답을 주기 어려웠다. 귀신이 해 줬다고 말을 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공부 좀 했습니다. 일단 어서 하세요.”
강진의 말에 한의사가 그를 보았다. 공부 좀 했다고 이런 것을 알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한의사가 다음 혈자리에 침을 가져다댔다.
하지만 다시 침은 머뭇거렸다. 환자가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으니 말이다.
그에 강진이 다시 그 손을 잡고는 그대로 침을 찔렀다.
스윽!
다시 부드럽게 시침이 되는 것과 함께 한의사의 얼굴에 놀람이 어렸다.
다시 제대로 시침이 된 것이다.
‘이 사람 대체 뭐야?’
놀란 눈으로 한의사가 강진을 볼 때, 강진이 다음 혈자리를 가리켰다.
“어서 하세요.”
강진의 말에 한의사가 다른 침을 꺼낼 때, 강진이 시침을 한 침을 잡고는 손가락으로 튕겼다.
그것을 다시 본 한의사가 힐끗 강진을 보다가 다시 침을 놓았다.
그렇게 다섯 혈자리를 더 취하자 몸을 바들바들 떨던 환자의 몸이 천천히 진정이 되기 시작했다.
떨던 몸이 진정이 되자 강진이 허연욱을 보았다. 그 시선에 허연욱이 강진의 손을 잡아서는 환자의 손목에 대었다.
그러고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됐습니다.”
“괜찮은 겁니까?”
한의사가 자신에게 묻는 것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은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강진이 한의사를 보았다.
“근데 그걸 왜 저에게 물으십니까? 의사는 그쪽이잖아요?”
“저보다 그쪽이 더 실력이 좋은 것 같아서요.”
한의사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제가 한 것이 뭐 있나요. 그쪽이 침도 놓고 다 하셨지.”
말을 한 강진이 아줌마 귀신을 올려다보았다.
“괜찮은 것 같습니다.”
그의 말에 한의사가 허공을 보았다.
‘대체 누구하고 말을 하는 거야?’
아줌마 귀신이 있는 곳을 보던 한의사가 강진을 보았다.
그 시선을 받으며 강진이 처음에 도우러 나온 사람을 보았다.
“119에 얼마나 더 걸릴지 물어 주세요. 그리고 위치가 어디인지도.”
강진의 말에 남자가 119에 전화를 걸었다.
“지금 시장 초입에 도착해서 들어오고 있대요. 그런데 사람이 많아서 차가 못 오고 들것만 들고 온다는…… 아! 저기 오네요.”
남자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드니, 사람들 사이에서 들것을 들고 구조대원들이 오고 있었다.
그에 강진이 구조대원들을 향해 손을 들었다.
“여기요!”
그의 외침에 구조대원들이 급히 다가왔다. 그러고는 바닥에 쓰러진 환자를 살피기 시작했다.
“환자분 정신 드세요?”
환자를 살피는 구조대원들을 보며 허연욱이 말했다.
“침 빼라고 하세요.”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한의사에게 말하자 그가 침을 뺐다. 그리고 허연욱이 강진에게 말을 했다.
그것을 들은 강진이 구조대원들에게 말을 전했다.
“뇌전증 환자입니다. 발작은 대략 5분에서 6분 정도 됐고 산소 주세요. 그리고 가는 길에 다시 발작을 하면 진정제 투여해 주세요.”
강진의 말에 구조대원이 그를 보았다.
“의사세요?”
“아닌데요.”
강진의 말에 그를 잠시 보던 구조대원들이 환자를 들것에 실었다.
“요즘 의학드라마 너무 많아.”
“그러게 말이야.”
구조대원 둘이 중얼거리며 서둘러 환자를 싣고 가는 것을 보던 강진도 몸을 일으켰다.
“저기, 잠시만요.”
그리고 그런 강진을 한의사가 잡았다.
“왜요?”
“방금 침을 튕기던 것…… 허임의 진사법 아닙니까?”
“진사법?”
한의사의 물음에 강진이 허연욱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