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81
282화
금요일 오후, 강진은 TV를 보고 있었다.
[금주를 뜨겁게 달군 학원 축구 비리가 결국은 백현덕 감독의 검찰 출두로 정리가 되는 것 같습니다. 현재 검찰 측은 백현덕 감독에게 뇌물 수수와 공갈 협박 혐의가 있다 보고……]뉴스에서는 백현덕 감독이 검찰청에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정장을 입은 채 백현덕은 당당한 얼굴로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돈 없으면 축구하기 어려운 것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안 그래요! 우리 아이들은 제가 열심히 지도했고 후원을 해 줘서 가정 형편이 어려워도 열심히 축구를 할 수 있었습니다. 돈 없는 애들 데리고 훈련시키고 지원해 준 것! 이게 죄라고 한다면! 죗값 받겠습니다!] [백 감독님에게 지도를 받은 학생 중 일부가 고3 때 부상을 입어 축구 생활을 그만뒀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에 대해서는…….] [저에게는 아픈 손가락들입니다. 제자들이 힘든 생활을 하는데 그것을 지켜만 보고 도와주지 못한 스승의 죄입니다.]마지막 말과 함께 검찰청으로 들어가는 백현덕의 모습에 강진이 눈을 찡그렸다.
마지막 말…… 다친 학생들이 자신들을 살펴 주지 않았던 것에 대한 원한 때문에 그런 인터뷰를 했다는 뉘앙스인 것이다.
“와…… 되게 뻔뻔하네.”
배용수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저 정도는 돼야 악마의 스승 아니겠냐?”
“얼굴 두께가 얼마나 되는 거야?”
“엄청 두껍겠지.”
“저 인간 지옥 가면 거기 직원들 바빠지겠다.”
“왜?”
“여기저기 바쁘게 돌아다녀야 할 것 아냐.”
“하긴 그것도 그러네.”
TV를 보던 강진이 핸드폰을 보았다. 핸드폰에는 강상식이 보낸 문자가 한 통 들어와 있었다.
강상식은 장희섭과 아이들의 핸드폰을 모두 바꿔 주었다. 워낙 오래된 기종이기도 했고, 백현덕이나 졸업한 선배들에게 전화로 욕설을 들을 것 같아서 번호까지 바꿔 준 것이다.
백현덕이 실력 있는 애들을 기용하지 않았다는 것은 반대로 실력이 조금 떨어져도 기부금 내고 기용을 받은 아이들이 있다는 말이었다.
언론이나 그런 곳에 직접 나서서 말을 하기에는 자신들의 입장이 난처해질 수도 있으니 하지는 않았지만, 후배들에게 욕을 하고 협박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몇몇 졸업을 한 선배들이 장희섭과 친구들에게 전화를 해서 욕을 하고 앞으로 잘 될 것 같냐는 협박을 했었다.
그래서 강상식이 핸드폰과 번호를 바꿔 준 것이다.
강상식의 문자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사람이 극단적이야.”
“뭐가?”
배용수의 물음에 강진이 핸드폰 문자를 보여주며 말했다.
“강상식 씨 말이야. 처음에는 나쁜 모습, 두 번째는 좋은 모습, 그리고 또 나쁜 모습…… 그리고 다시 좋은 모습. 사람이 중간이 없네.”
처음에는 자신을 하찮게 여겨 기분이 나빴고, 두 번째는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 줘서 요리사로서 기분 좋게 만들었다.
하지만 세 번째는 돈 봉투로 황민성의 환심을 사려 해서 최악이라는 생각을 하게 했고…… 이번에는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었다.
물론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던 것은 아이들이 열심히 훈련을 했기 때문이지만, 어쨌든 그 기회라는 것을 강상식이 주지 않았다면 잡아 보지도 못하고 몸이 갈려 나갔을 것이다.
잠시 강상식에 대한 생각을 하던 강진은 최호철의 말이 이해가 되었다.
‘강상식 같은 사람이 변하면 여러 사람이 혜택을 본다라…….’
“하긴 최소한 갑질만 안 해도 주변 사람이 혜택을 보기는 하겠네.”
“강상식?”
“응.”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도봉구 홍보는 잘 됐지?”
오늘 저녁 저승식당은 도봉구에서 오픈하는 것이다.
“도봉구 근처에 사는 귀신들한테는 계속 홍보해 달라고 했고, 며칠 전에는 직원들 모두 데리고 가서 도봉구와 인근 구까지 모두 알리고 왔으니 올 수 있는 귀신들을 다 올 거야.”
“다행이네. 하는 김에 다음 주에 가는 곳도 알리지 그랬어?”
“다 했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그 손을 잡았다.
“우리 마누라, 생각도 깊네.”
“이 미친놈이…….”
급히 손을 떼어낸 배용수가 눈을 찡그렸다.
“마누라 소리 좀 그만해라. 닭살이 막 올라와.”
배용수의 말에 작게 웃으며 강진이 몸을 일으켰다.
“장사 준비하자.”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마찬가지로 주방에 들어간 강진은 저녁 음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오늘 저녁 메뉴로는 손님들 몇이 먹고 싶다고 한 메뉴인 닭볶음탕과 육개장을 준비하고 있었다.
“육개장 국수 강상식 씨가 좋아하는 건데…….”
육개장을 준비하던 강진의 중얼거림에 배용수가 말했다.
“오라고 해.”
“너무 친한 척하는 것 아닐까?”
“그냥 애들 일 잘 해 줘서 고맙다고 와서 먹으라고 해. 오면 와서 먹는 거고, 아니면 네가 고마워하고 있다는 표현 정도로 알겠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잠시 있다가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냈다.
간단하게 문자를 보낸 강진이 잠시 답장을 기다리다가 고개를 저었다.
“오면 오겠지.”
작게 중얼거린 강진이 육개장에 들어갈 야채들을 다듬는 사이, 배용수는 육수를 살피고는 고기를 썰기 시작했다.
그 사이 강진의 핸드폰이 울렸다.
띠동!
문자 알람에 핸드폰을 본 강진이 작게 미소를 지었다.
짧은 내용의 문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음식을 마저 하기 시작했다.
***
저녁 손님들로 식당 안이 북적거렸다.
“이야, 이거 맛이 좋네.”
웃으며 육개장 국수를 먹는 오자명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육개장에 국수 넣었는데 맛이 좋더라고요.”
“여의도에 육개장 국수 하는 체인점이 있는데 거기에서 먹는 것보다 맛이 좋습니다.”
오자명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소주를 가져다주었다.
“그런데 오늘은 이유비 의원님하고 같이 안 오셨네요?”
“그 친구야 거대 정당이라 저 같은 무소속하고 놀아 줄 시간이 없다는군요.”
“쉽게 말하면 바쁘신가 보네요.”
“하하하! 간단하게 말하면 그렇습니다.”
오자명이 웃으며 소주잔을 잡자 강진이 병을 들고는 잔을 채워주었다.
“그런데 보좌관님은?”
“오늘은 쉬라고 했습니다.”
“그럼 혼자 오신 건가요?”
“내가 어린애도 아니고 두 발 멀쩡한데 어딘들 못 가겠습니까.”
오자명이 소주를 마시고는 이어 말했다.
“그리고 나도 가끔은 할 일 없이 소주 한잔하고 싶고 해서 왔습니다.”
“가끔은 쉬시는 것이 좋죠.”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 계란 프라이 두 개 부탁해도 될까요?”
“그럼요.”
강진이 웃으며 주방에 들어가 부드러운 계란 프라이를 만들어서 가지고 나왔다.
“서비스입니다.”
“하하하! 고맙습니다.”
오자명이 웃으며 계란 프라이에 입을 대고 노른자를 빨아먹는 것을 보며 강진이 주방으로 갈 때 문이 열렸다.
띠링!
그리고 강상식이 안으로 들어왔다.
“오셨어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육개장 국수 부탁합니다.”
“1인분 내오고 다 드신 후에 1인분 더 내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해 주십시오.”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주방에 들어가며 장은옥에게 눈짓을 주었다.
그 시선에 장은옥이 냉큼 주방에 따라 들어왔다. 장은옥이 웃으며 들어오자 강진도 웃으며 비닐장갑을 내밀었다.
그에 장은옥이 비닐장갑을 끼고는 익숙하게 육개장 국수를 만들기 시작했다.
육개장을 덜어 냄비에 담아 끓이고 국수를 한 번 씻어 전분을 빼냈다.
그리고 냄비에 국수를 넣고 휘저은 장은옥이 계란말이도 만들었다.
강상식에게 음식을 해 주는 것에 기분이 좋은 듯 흥얼거리기까지 하는 장은옥을 보던 강진이 말했다.
“기분이 좋으신가 봐요.”
강진의 말에 장은옥이 웃으며 말했다.
“도련님께서 이번 일에 공을 많이 들이셨어요.”
“애들 축구하는 거요?”
강진의 물음에 장은옥이 고개를 끄덕였다.
“도련님이 생색을 내지 않으셨는데…… 이번에 도련님이 아이들 전학시키고 팀 참여시키느라 일 많이 하셨어요.”
“그래요?”
정몽현이 도와줘서 쉽게 풀렸을 것이라 생각을 했는데? 강진이 의아한 듯 보자 장은옥이 웃으며 말했다.
“고등 축구 협회 사람들도 만나야 했고, 유스 팀 분위기도 다독여야 했어요.”
“유스 팀 분위기요?”
“그게…….”
장은옥이 음식을 만들며 설명을 해 주었다.
다른 팀도 마찬가지겠지만 선수들끼리 주전 경쟁이 치열했다. 그런데 갑자기 실력 좋은 3학년 여섯 명이 팀에 들어왔으니 선수들 입장에서는 낙하산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포지션이 겹치는 선수들 입장에서는 날벼락이었다.
그래서 강상식이 선수들 회식을 시켜주면서 아이들을 다독였다.
물론 회식으로 경쟁을 해야 할 마음이 다 풀리지는 않았지만 강상식이 교묘하게 아이들의 어려운 사정과 선의의 경쟁이라는 것을 말하자 선수들도 어느 정도는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장은옥의 말에 강진이 홀을 한 번 보고는 말했다.
“강상식 씨한테 고맙네요.”
“제가 그랬잖아요. 도련님이 심성은 고우시다고요.”
장은옥은 강상식이 착한 일을 해서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하긴 착하게 자라기를 바랐는데 사람들한테 못 되게 굴고 있었으니…….’
그리고 장은옥이 기분 좋으니 강진도 좋았다. 장은옥이 육개장 국수와 계란말이를 잘라 놓자 강진이 쟁반에 반찬과 함께 올려서는 서빙을 했다.
“음식 나왔습니다.”
강진이 음식들을 놓자 강상식이 젓가락을 들고는 그대로 육개장 국수를 흡입했다.
후루룩! 후루룩!
뜨거운 육개장 국수를 맛있게 먹는 강상식을 보던 강진이 소주를 한 병 가지고 왔다.
“애들 살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건 서비스입니다.”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소주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잘 먹겠습니다.”
강상식이 소주를 잔에 따라 마시는 것을 보던 강진이 손님들의 반찬을 살피고는 부족한 것을 채워주었다.
손님들이 한두 명씩 나가고 가게 안에는 강상식과 오자명만이 앉아서 음식을 먹고 있었다.
강상식은 음식을 많이 먹기에 오래 걸렸고, 오자명은 소주를 마시느라 오래 걸리고 있었다.
“그런데 혼자서도 잘 드시네요. 그리고 이건 단골 전용 서비스입니다.”
강진이 오자명의 앞에 닭볶음탕을 슬며시 놓으며 하는 말에 그가 웃었다.
“닭볶음탕 좋네요.”
“전에 닭보다 감자를 더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 감자를 듬뿍 담았습니다.”
“하하하! 고맙습니다.”
그러다가 오자명이 가게를 둘러보며 말했다.
“손님도 다 빠진 것 같은데 소주 한잔 같이 하시지요.”
“새벽에 나가봐야 할 일이 있어서요.”
“그럼 술은 마시면 안 되죠.”
웃으며 오자명이 TV를 보았다.
“그럼 TV 좀 봐도 되겠습니까?”
“그러세요.”
강진이 TV를 틀어주고는 리모컨을 주자 오자명이 채널을 돌리다가 뉴스에서 멈췄다.
[축구 협회에서는 백현덕 감독에 대한 징계로 영구 제명을 의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축구 협회의 영구 제명이 확정이 되면 대한 축구 협회가 관할하는 모든 직종에서 종사를 할 수 없습니다. 사실적으로 국내 축구계에서는 더 이상……]뉴스에서는 백현덕 감독에 대한 축구 협회의 징계 내용이 올라오고 있었다.
결과는 국내 축구에서 더 이상 종사할 수 없는 수위였다.
“나쁜 놈!”
“나쁜 놈!”
뉴스를 보던 강진의 귀에 목소리 두 개가 동시에 들렸다. 강상식과 오자명이 뉴스를 보며 동시에 말을 한 것이었다.
그 두 사람은 잠시간 말없이 서로를 보았다. 그러다 강상식이 일어나서 고개를 숙였다.
“오성화학의 강상식입니다.”
강상식의 인사에 오자명이 그를 보다가 웃었다.
“오성그룹 청문회 때 한번 본 것 같습니다.”
오자명의 말에 강상식이 입맛을 다셨다. 청문회에 참석할 주제는 되지 못해 그 앞까지만 따라갔지만, 당시 청문회 때 오자명의 공격에 오성그룹 회장이 진땀을 많이 흘렸다고 들었다.
즉 강상식과 오자명은 그리 좋은 인연은 아니었다.
“식사에 방해가 될 것 같아 인사를 하지 못했습니다. 무례하다 생각하지 말아주십시오.”
강상식의 인사에 오자명이 웃었다.
“배려해 준 것인데 무례하다 생각할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그나저나 저놈 나쁜 놈이라 생각하는 것이 같은 것을 보면 그쪽도 축구를 좋아하나 봅니다.”
“좋아합니다.”
“후! 그럼 같이 축구 이야기나 하게 합석할까요?”
오자명의 말에 강상식이 잠시 주저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먹던 그릇을 들고 왔다.
마음 같아서는 거절하고 싶었지만 무소속이라 해도 정치판에 영향력이 큰 오자명의 제안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