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91
292화
강진과 배용수는 음식을 만들었다. 강진이 콩나물국과 오이 무침을 만들고 배용수가 돼지갈비찜을 만들었다.
돼지갈비찜을 찜닭처럼 만드는 것은 레시피에 없었기에 배용수가 맡기로 한 것이다.
강진의 음식 솜씨가 많이 늘기는 했지만, 레시피에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음식 레벨 차이가 아직 많이 났다.
그래서 갈비찜은 배용수가 만들기로 했다.
콩나물국과 오이 무침을 만든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배용수는 갈비찜을 보며 뭔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당면 넣어야 하지 않아?”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힐끗 옆에 놓인 당면을 보았다. 당면은 차가운 물에 담긴 채 갈비찜 안에 들어갈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서 인대병원까지 얼마나 걸리지?”
“차 안 막히면 이십 분, 막히면 삼십 분에서 사십 분?”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당면을 보다가 말했다.
“거기 주방에 음식을 할 공간이 있을까?”
“장례식장에서는 음식 받아서 쓰지, 직접 하지는 않을걸?”
강진의 답에 배용수가 잠시 생각하다가 당면을 보았다.
“이거 고민되네.”
“왜?”
“찜닭 같은 갈비찜이면 촉촉한 당면이 있어야 하는데…… 여기서 당면을 넣고 조리해 가면 거기 가면 촉촉한 당면이 아니라 푹 퍼진 당면이 되잖아. 게다가 국물도 잔뜩 빨아들여 버릴 텐데.”
배용수의 말에 강진은 그가 무슨 고민을 하는 줄 알았다. 요리사는 늘 자신이 낼 수 있는 최선의 요리를 내야 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먹는다면 지금 만든 음식으로 최선의 요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배송하는 데 30분에서 40분이 걸린다면 그건 이미 최선의 요리가 아니다.
게다가 국물을 쫘악! 쫘악! 빨아들이는 당면이 들어간 음식이라면 더…… 최선이 아니었다.
“넣지 말까?”
배용수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당면을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나는 이런 음식에는 당면이 들어간 것이 더 좋더라.”
찜닭 스타일의 찜 요리라면 당면이 들어가야 맛이 좋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지.”
“그리고 우리한테는 푸드 트럭이 있잖아. 가서 음식 마무리하자. 그러면 되잖아.”
“아!”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그대로 불을 꺼 버렸다.
“다 만들어진 거야?”
“5분 정도 더 끓여야 해. 그리고 그 5분은 푸드 트럭에서 하자.”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조금 큰 냄비에 돼지갈비찜을 담고는 당면을 챙겼다.
그리고 도시락 통까지 챙긴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가자.”
뒷문으로 나온 강진이 배용수를 푸드 트럭에 태우고는 인대병원으로 차를 몰았다.
***
인대병원 주차장에서 강진은 배용수가 만드는 갈비찜을 보고 있었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갈비찜에 배용수가 당면을 넣고는 비비기 시작했다.
맛있는 냄새가 퍼지는 것을 느끼며 강진이 입맛을 다시자 배용수가 갈비를 하나 집어 내밀었다.
“아영 씨 부모님 드실 건데 내가 먼저 먹기가 좀 그러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저었다.
“해 놓은 음식 먹는 건 문제지만, 요리사가 간을 보려고 먹는 건 당연한 거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갈비찜을 입에 넣고는 씹었다.
갈비찜은 부드럽고 야들야들했다. 야들야들하면서도 식감이 살아 있는 것이 일품이었다.
게다가 살짝 단맛과 함께 짠맛이 같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단짠단짠이라고 할까?
“맛있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물었다.
“찜닭과 갈비찜의 차이가 뭔지 알겠어?”
“불 조절하고 익히는 시간?”
“오! 이제 좀 아네.”
“나도 몇 달 동안 요리 열심히 했으니까.”
“챙겨.”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음식을 담을 때, 푸드 트럭 벽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톡톡톡!
“저기요! 저기요!”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강진이 캡을 열었다. 푸드 트럭 앞에는 경비원 한 명이 서 있었다.
“음식 하는 것 같은데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음식 냄새가 나자 경비원이 온 것이다. 경비원의 말에 강진이 서둘러 차 밑으로 내려오며 고개를 숙였다.
“여기서 음식 하면 안 되는 것 아는데 죄송합니다.”
“아시는 분이 이러세요? 차 빼세요.”
신경질적인 경비원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저는 오늘 친구를 잃었습니다.”
강진의 말에 경비원이 그를 보았다.
“누가…… 죽었어요?”
“장례식장에 오는 사람들은 누군가를 잃은 사람들이죠.”
강진의 말에 경비원이 힐긋 장례식장을 보고는 말했다.
“그래도 여기서 음식 하는 건 안 됩니다.”
“친구 부모님이 음식을 드시지 않으세요.”
강진의 말에 경비원이 말을 잇지 못하곤 시선을 딴 데로 돌렸다. 그런 경비원을 보며 강진이 음식이 담긴 도시락 통을 가리켰다.
“자식 잃은 슬픔에 허기를 채우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 싶겠지만……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그 와중에 제가 할 수 있는 건 부모님 드실 만한 음식을 해 드리는 것밖에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강진의 말에 경비원이 푸드 트럭을 보다가 말했다.
“음식 장사 하시는 것 같은데 차라리 밖에서 해서 가져오지 그랬어요.”
“차갑게 식은 음식 말고 따뜻한 음식을 드시게 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강진의 사과에 경비원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음식 냄새 나면 사람들이 싫어합니다.”
“알겠습니다.”
경비원이 몸을 돌리자 강진이 한숨을 쉬고는 배용수를 보았다. 배용수는 경비원이 나타난 순간 양손을 밑으로 축 늘어뜨려 비닐장갑을 숨기고 있었다.
그에 강진이 웃었다.
“동작 빠르네.”
“걸려서 좋을 것 없으니까.”
말을 하며 배용수가 도시락 통에 갈비찜을 담기 시작했다. 국물을 자작하게 담은 배용수가 통을 쇼핑백에 담자 강진이 손을 내밀어 그것을 받았다.
“너도 갈래?”
“나도?”
“장례식장 음식도 한번 먹어 봐.”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장례식장을 보다가 슬며시 푸드 트럭에서 내렸다.
“장례식장 음식도 오랜만이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육개장은 좀 짜다고 하더라.”
“먹어 봤어?”
“나는 전만 좀 먹었어. 밥 먹으러 온 귀신들이 투덜거리면서 가더라.”
이야기를 나누며 가던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JS 시설 관리국이라고 본 적 있냐?”
“나 장례식장에 있을 때 본 적 있지.”
“너도 알고 있었구나.”
“나도 장례식은 치렀으니까.”
이야기를 나누며 장례식장 안으로 들어가던 강진이 강마루에게 택배 잘 받았다는 말을 하고는 2층으로 올라갔다.
5호실에 들어간 강진은 자신을 반겨주는 이아영에게 작게 목례를 하고는 영정이 있는 곳을 보았다.
그곳에는 부모님이 처음 봤던 그 자세 그대로 영정 사진을 보며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강진이 슬며시 쇼핑백을 빈 식탁에 올려놓고는 그 둘에게 다가갔다.
“어머니, 아버님.”
강진의 부름에 두 사람이 그를 보았다.
“아까 가시는 것 같더니?”
어머니의 말에 강진이 말했다.
“갔다가 다시 왔습니다.”
“감사해요.”
“식사 안 하신 것 같은데.”
“입맛이…… 없네요.”
“제가 아영 씨 좋아하는 음식들을 좀 해 왔습니다.”
“아영이가 좋아하는 음식요?”
어머니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영 씨 잘 보내시려면 두 분도 식사를 하고 힘을 내셔야 할 것 같아서 좀 해 왔습니다.”
강진의 말에 아버님이 어머니를 보았다.
“당신 가서 먹고 와요.”
“당신은?”
“나는…….”
말을 하던 아버님이 한숨을 쉬며 눈가를 손으로 눌렀다가 입을 열었다.
“물이나 한 잔 가져다줘요.”
“그럼 저도 생각이 없어요.”
“사장님이 아영이 생각해서 가져온 음식인데 누구라도 먹어야지요.”
아버님의 말에 어머니가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일으켰다.
“생각해 줘서 고마워요.”
“아닙니다.”
강진이 어머니를 모시고 식탁으로 가자, 나이 든 아주머니가 다가왔다.
“언니.”
아주머니의 말에 어머니가 강진의 손을 잡았다.
“아영이 다니던 음식점 사장님인데 음식을 해 왔다고 해서.”
“그래요. 뭐라도 좀 먹어야죠. 이러다가 언니하고 오빠 쓰러지겠어요.”
“고마워요.”
“일단 앉아요. 내가 금방 음식 좀 차릴게요.”
어머니가 자리에 앉자 아영의 고모가 서둘러 음식들을 가지고 와서 깔았다.
그것을 멍하니 보는 어머니를 보며 강진이 쇼핑백을 열어 음식들을 꺼냈다.
달칵! 달칵!
도시락 뚜껑을 열은 강진이 말했다.
“아영 씨가 좋아하던 음식들입니다.”
강진의 말에 어머니가 가만히 콩나물국과 오이 무침, 그리고 돼지갈비찜을 보다가 피식 웃었다.
“정말…… 우리 아영이가 좋아하는 음식이네요.”
“좀 드셔 보세요.”
강진의 말에 어머니가 음식을 보다가 고모를 보았다.
“아영이 아빠 좀 불러 주세요.”
“알았어요.”
고모가 아버님에게 가서 말을 하자 그가 어머니를 보고는 주섬주섬 몸을 일으켜 다가왔다.
“왜요.”
“식사하세요.”
“나는 생각이 없는데…….”
“드세요. 우리…… 아영이가 좋아하던 음식이에요.”
어머니의 말에 아버님이 음식을 보다가 돼지갈비찜을 보고는 잠시 시선이 고정되었다.
“아영이가…… 좋아하는 음식이네.”
그도 음식을 보고는 딸이 좋아하던 음식이라는 것을 알았다.
음식을 물끄러미 보던 그는 눈가를 훔치며 자리에 앉았다.
“아영이가 오이 무침만 해 주면 그렇게 좋아했는데.”
“당신도 아네요.”
“아영이가 잘 먹으니까.”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의 앞에 고모가 육개장과 밥을 가져다주었다.
“일단 좀 드세요.”
고모의 말에 아버님과 어머니가 밥을 물끄러미 보자, 강진이 젓가락을 꺼내 내밀었다.
“이아영 씨가 콩나물국도 좋아했습니다.”
강진의 말에 어머니가 미소를 지었다.
“우리 아영이가 콩나물국을 차갑게 해서 먹는 것을 좋아했지요.”
“드셔 보세요.”
강진의 말에 어머니가 콩나물국이 든 통을 들어서는 입에 가져갔다.
후룹! 후루룹!
시원하게 콩나물국을 마신 어머니의 눈에 강진의 옆자리에 놓인 밥과 국이 보였다.
“그 밥은?”
“음…….”
잠시 말을 멈춘 강진이 입을 열었다.
“아영 씨 좋은 곳으로 가기 전에 식사하라고 마련했습니다.”
“아영이가?”
강진의 말에 어머니가 음식이 놓인 빈자리를 보았다. 그리고 그 빈자리에 앉아 있던 이아영이 숟가락을 들었다.
“엄마, 밥 먹자.”
이아영이 생긋 웃으며 하는 말에 어머니가 멍하니 그 빈자리를 보았다.
아버지 역시 이아영의 빈자리를 보다가 강진을 보았다.
“아영이가…… 밥을 먹겠습니까?”
“제삿밥을 차리잖아요.”
“제삿밥이라…….”
강진의 말에 아버지가 잠시 있다가 이아영이 있는 곳을 보았다.
그리고는 슬며시 돼지갈비찜을 하나 집어서는 이아영의 밥그릇 위에 올렸다.
“우리 착한 딸…….”
주루룩!
한 줄기 눈물을 흘리던 아버지가 손으로 눈을 닦았다. 그리고는 이아영이 있는 곳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어디 가서 굶지 말고…… 밥 잘 먹고 다녀.”
“알았어.”
이아영도 눈물을 흘리며 아빠를 보았다.
“아빠도 밥 잘 먹고 다녀. 나 없다고 매일 술 마시고 그러지 말고.”
들리지 않을 당부를 남기며 이아영이 돼지갈비를 집어 입에 넣었다.
뼈에서 부드럽게 떨어져 나오는 돼지갈비의 달콤하고도 짭짤한 맛에 이아영이 미소를 지었다.
“너무 맛이 좋아요.”
이아영의 말에 강진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부모님을 보았다.
부모님들은 이아영의 음식이 놓여 있는 곳을 보며 천천히 밥을 먹고 있었다.
이아영을 볼 수는 없지만…… 지금 이 자리가 이아영과 할 수 있는 마지막 식사라는 듯이 천천히 그녀와의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아영 부모님은 천천히, 하지만 음식을 꼭꼭 씹어 먹었다. 그리고 이아영 역시 부모님과의 식사에 집중하며 천천히 밥을 먹었다.
마지막 남은 밥 한 숟가락을 입에 넣은 아버지가 이아영이 있는 곳을 보았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이아영의 밥그릇에 닿았다. 자신이 놓아 준 오이 무침과 어머니가 올린 돼지갈비가 그대로 놓여 있었다.
그것을 보던 아버지가 자신의 밥그릇을 보았다. 깨끗이 비어져 있는 자신의 밥그릇…….
자신의 밥그릇을 본 아버지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흑! 흑! 흑!”
눈물과 함께 그의 입에서 씹던 밥알이 떨어졌다.
툭! 툭! 주욱!
씹던 밥알이 침과 함께 떨어지는데도 아버지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텅 빈 자신의 밥그릇과 음식이 남아 있는 딸의 밥그릇…… 비어 있고 차 있는 두 개의 밥그릇을 보는 순간 다시는 딸과 같이 밥을 먹을 수 없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그간 잊고 살았던, 사소한 일상의 행복을 잃어버린 걸 자각하자 너무 가슴이 아팠다. 소리 없는 울음을 토하던 아버지가 가슴을 쥐어뜯었다.
다시는 딸과 밥을 먹지 못하는 아버지의 슬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