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92
293화
강진은 한숨을 쉬며 장례식장을 나서고 있었고, 이아영이 그를 배웅해 주고 있었다.
“고맙습니다.”
이아영의 말에 강진이 영정 앞에 주저앉아 있는 부모님을 보다가 말했다.
“두 분이 좋아하는 음식 뭐예요?”
“해 주시겠어요?”
이아영의 물음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VIP 서비스라고 생각해 주세요.”
“고맙습니다. 아! 계산은 이걸로 해 주세요.”
이아영이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내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계산은 후불입니다.”
“후불?”
“저한테 계산하지 않으셔도 나중에 계산할 수 있을 겁니다.”
이아영이 저승으로 가게 되면 귀신들이 승천했을 때처럼 그쪽에서 알아서 계산해서 보내 줄 것이다.
‘돈이야 많으실 테고.’
속으로 중얼거리는 강진에게 이아영이 고개를 숙였다.
“그럼…… 부탁 좀 드릴게요.”
이아영이 부모님이 좋아하는 음식들을 말하자 강진이 그것을 메모장에 적었다.
“아빠는 견과류 넣은 멸치볶음에 소주 드시는 것 좋아해요.”
“멸치볶음 달기는 어느 정도인가요?”
“강정처럼 좀 달달하게 드시는 것 좋아하세요.”
이아영의 말에 강진이 메모지에 음식 특색을 적고는 그녀를 보았다.
“그럼 저녁에 또 올게요.”
“감사합니다.”
이아영의 말에 고개를 숙인 강진이 몸을 돌렸다.
장례식장을 나온 강진은 최호철을 불렀다.
화아악!
최호철이 모습을 드러내자 강진이 물었다.
“외과 의사 귀신은 찾았어요?”
“의사라고 하면 잘 먹고 잘 살 줄 알았는데 과로사로 죽은 의사들이 꽤 있더라.”
그러고는 최호철이 말을 해 주었다.
“그리고 수술실 근처에 돌아다니는 외과 의사 귀신 찾았어.”
“그래요? 그럼 이야기는 어떻게 되셨어요? 알고 있던가요?”
“다행히 기억하고 있더라고. 여기에서 장기 적출해서 이식 수술을 네 건 했고, 다른 병원으로 장기 셋이 이동한 모양이야. 그건 다른 병원 가서 확인해야 할 것 같아.”
“그럼 여기에서 이식된 네 건은 주소 확인하셨어요?”
“장기 이식 받은 환자들 있던 병실에 가서 거기 있는 귀신한테 확인했어.”
“잘 됐네요.”
“주소는…….”
최호철이 주소를 이야기해 주자 강진이 메모장에 받아 적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분은 서울인데 두 분은 지방이네요.”
“한 명은 부산이고, 한 명은 전주야.”
수술은 서울에서 했지만 주소는 지방이었다. 그러고는 최호철이 강진을 보았다.
“그 처녀귀신, 작년에 죽었지?”
“네.”
“그럼 지방에 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네.”
“거리가 멀어서요?”
강진의 물음에 최호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처녀귀신은 어떻게 되는지 모르지만, 일반 귀신들은 죽은 지 얼마 안 되면 멀리 못 가거든.”
최호철이 푸드 트럭을 보는 것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멀리 못 가는 귀신들을 위해 출장 서비스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전에 들어보니 처녀귀신들도 먼 곳은 못 간다고 하던데…….”
“그럼 처녀귀신도 어리면 멀리 못 가는 모양이군.”
최호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허연욱을 불렀다. 허연욱이 오자 강진이 고개를 숙였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일 하신 분인데 이 정도는 의사된 도리로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오늘 좋은 음식 해 드려야겠네요. 뭐 드시고 싶으세요?”
강진의 말에 허연욱이 웃다가 슬며시 말했다.
“그 강원도에서 가져온 도라지, 아직도 있습니까?”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저녁에는 도라지무침 해 드리면 되겠네요.”
“고맙습니다.”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푸드 트럭으로 향했다.
***
강진은 고추와 마늘을 볶고 있었다. 매운 냄새가 퍼지기 시작하자 강진이 마스크를 쓰고는 콜록거렸다.
“냄새 죽이네.”
강진의 중얼거림에 배용수가 그를 보았다.
“내가 할까?”
“됐어. 내가 할게.”
마늘과 고추를 볶을 때 배용수가 말했다.
“온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귀신들을 보았다. 귀신들은 하나둘씩 일어나 뒷문으로 향하고 있었다.
처녀귀신들 오는 것을 느끼고 나가는 것이다.
“멀리 가지 말고 뒤에 있어요.”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뒷문으로 나가자, 강진이 시간을 보았다.
11시가 되기까지 10분 정도 남아 있었다.
그에 강진이 프라이팬의 불을 끄고는 카운터 서랍에서 향수를 꺼내 가게 문을 나섰다.
향수를 손에 쥐고 주위를 둘러볼 때, 한쪽에서 사람들이 양쪽으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 사이로 처녀귀신들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어? 다 같이 오네?’
처녀귀신은 한둘이 아니었다. 김소희가 가장 앞에서 걷고 그 뒤를 이지선과 이혜선 패밀리가 따르고 있었다.
강진이 그녀들을 볼 때, 김소희가 앞에 와서 섰다. 김소희가 걸음을 멈추자 강진이 고개를 숙였다.
“어서 오십시오.”
“맛있는 냄새가 나는군.”
김소희가 가게를 보며 하는 말에 강진이 처녀귀신들을 보며 말했다.
“그런데 다 같이 오시는군요.”
“새로운 아이가 인사를 하러 왔더구나.”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오신혜를 보았다. 오신혜는 귀신들 가장 뒤에 서 있었다.
오신혜가 최가은과 이예림보다 생전 나이는 많지만, 두 여고생 귀신보다 더 늦게 죽었기에 처녀귀신 서열은 뒤인 모양이었다.
강진이 작게 고개를 숙이자 오신혜도 인사를 했다.
그런 귀신들을 보며 강진이 슬며시 향수를 들어 보였다.
“저기, 제가 향수를 준비했는데요.”
강진의 목소리에는 살짝 긴장감이 어려 있었다. 강마루는 귀신들 중에는 자신의 귀기가 지워지는 것을 싫어하는 이들도 있다 했었다.
혹시라도 김소희가 향수를 싫어하고 기분 나빠하면 어쩌나 싶은 것이었다.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그가 들고 있는 향수를 보았다.
“JS 시설 관리국 애들이 사용하는 것이군.”
“아십니까?”
“전에는 부적을 품에 가지고 다녔는데 지금은 향수인가?”
김소희가 향수를 보는 것에 강진이 물었다.
“부적요?”
“부적을 가지고 다니면 네 시간 정도는 귀기를 지울 수가 있었다.”
“시대가 변하니 이런 것도 많이 변하는 모양입니다.”
“그런 듯하군.”
“그런데 이게 부적하고 비슷한 효과를 가진 것은 어떻게 아셨습니까?”
“시계의 모양이 다르다 해도 시간을 본다는 기능은 같지 않겠나?”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며 슬며시 향수를 들었다.
“한번 뿌려 보시겠습니까?”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향수를 보다가 말했다.
“우리가 자주 왔으면 한다는 이야기는 신혜에게 들었다.”
“자주 오셔서 식사도 하시고 편히 계시다 가셨으면 해서요.”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그를 보았다.
“나는 원래 이런 것을 좋아하지 않네.”
“그러십니까?”
“내가 원한 죽음도 아니었고, 내가 원한 처녀귀신의 삶도 아니었네. 또한 이 귀기 역시 내가 원한 것은 아니나…… 이 모든 것이 나의 삶이고 나의 존재다. 그렇기에 내 귀기를 가리는 그 향수는 내 존재를 부인하는 것과도 같지.”
작게 중얼거리는 김소희 옆으로 검이 다가왔다.
우우웅! 우우웅!
작게 진동을 하는 검은 마치 당장이라도 자신을 뽑아 달라는 듯했다.
‘갑자기 왜 무협 공포로 가냐.’
강진이 마른침을 삼키고는 입을 열었다.
“뿌리지…… 말까요?”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그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자네의 마음은 우리에 대한 진심이고 호의이니…… 뿌려 보게나.”
스윽!
김소희가 한복 소매를 걷어 내밀자 강진이 슬며시 그녀의 손목에 향수를 뿌렸다.
치익!
향을 뿌리자 김소희가 그것으로 손목으로 비비고는 목뒤에 발랐다.
“향수 바르실 줄 아시는군요.”
“여자들이 이렇게 바르더군.”
그러고는 김소희가 이지선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어떠한가?”
“향이 어울리십니다.”
이지선의 아부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시간이 된 듯하군. 들어들 가세.”
김소희가 식당 안으로 들어가자 강진이 뒤를 따르는 처녀귀신들에게도 향수를 뿌려주었다.
그리고 귀신들이 하나둘씩 식당 안으로 들어가자 뒷문에서 배용수와 귀신들이 안으로 들어왔다.
처녀귀신들의 귀기가 사라지자 귀신들이 들어오는 것이다.
들어오던 귀신들은 처녀귀신들을 보고는 주춤거렸다. 처녀귀신의 기운을 가려서 일반 귀신과 다를 바가 없지만 그렇다고 그녀들이 처녀귀신들이 아닌 것은 아니었다.
그러니 긴장이 되는 것이다.
그 모습에 김소희가 고개를 저었다.
“편히들 있으시게. 우리 역시 자네들과 같은 그저 일개 손님에 불과하니.”
귀신들이 자리에 앉으려 하자 김소희가 배용수를 보았다.
“자네가 배용수인가.”
“저를 아십니까?”
배용수가 의아한 듯 보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이다 말했다.
“그동안 내가 먹은 음식 중 많은 것을 자네가 했는데 자네를 모르면 되겠는가.”
“아…….”
“그동안 인사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는데 이번 기회를 빌려 인사하겠네.”
김소희가 자리에서 일어나 배용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간 감사히 잘 먹었네. 고맙네.”
“입에 맞으셨다니 다행입니다.”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김소희가 그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욕심을 버리게나.”
“네?”
“욕심이란 것은 한도 끝도 없는 것이라 하나를 채우면 두 개를 채우고 싶고, 두 개를 채우면 세 개를 채우고 싶지. 그리고 그 채움은 아무리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깨어진 항아리와 같은 것이네.”
“그 말씀은…….”
“초심을 가지게나.”
“초심? 제가 초심을 잃었다는 것인지요?”
공손하게 묻는 배용수를 보며 김소희가 고개를 저었다.
“내가 말을 해 주면 답이 되지 않을 것이니…… 잘 생각해 보게나.”
김소희의 말에 배용수가 그녀를 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식사 준비하겠습니다.”
배용수의 말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자리에 앉으며 옆에 자리를 한 이지선을 보았다.
“오늘은 손님들이 꽤 올 듯하니 자리 비우지 말게나.”
“그리하겠습니다.”
말을 한 김소희가 잠시 그녀를 보았다. 그 시선에 이지선이 그녀를 보며 물었다.
“더 하실 말씀이 있으신지요?”
“나는…… 혼자 앉아 있군.”
“아가씨께서는 혼자 앉으시는 것이…….”
“손님이 많이 오면 내가 모르는 이들과 합석을 해야 할 수도 있네.”
자신을 다른 모르는 사람과 앉게 할 것이냐는 김소희의 말에 이지선이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그녀의 앞에 섰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그렇게 하게.”
이지선이 자리에 앉자 김소희가 슬쩍 다시 주위를 보았다. 그에 처녀귀신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김소희의 귀기가 사라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김소희는 김소희다.
그런 김소희와 합석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편한 이들과 술을 먹는 것이 좋은 것이다.
예를 든다면 부장님이 격의 없이 한잔하자고 부하 직원들의 곁에 앉는 것과 같은 상황이었다.
그 모습에 이지선이 슬쩍 이혜선을 보았다.
“혜선아.”
이지선의 부름에 이혜선이 눈을 찡그리며 작게 한숨을 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에 앉았다.
내리사랑이라는 듯 이혜선이 처녀귀신들을 보자 그들의 고개가 더욱 밑으로 향했다.
그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남은 빈자리는 제가 앉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하게.”
“음식 나왔습니다.”
말을 하며 여자 귀신들이 음식과 술병들을 서빙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띠링!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일반 귀신들이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녀귀신들이 일찍 갔네?”
“그러게. 보통은 12시 넘어서 가는데.”
“일찍 가면 좋지.”
처녀귀신들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자 일반 귀신 손님들이 서둘러 돌아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