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00
301화
점심 장사를 준비하던 강진은 띠링! 하는 풍경 소리와 함께 문이 덜컥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홀로 나왔다.
“나가요!”
그리고 문을 열자, 황민성이 있었다.
“밥 먹으러 오셨어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그를 보다가 침을 삼켰다.
“그…… 강진아.”
“들어오세요.”
뭔가 놀람과 당혹, 그리고 두려움이 어린 황민성의 모습에 강진이 일단 안을 가리켰다.
그에 황민성이 안으로 들어오려다가 멈칫했다. 그리고 가게 안을 이리저리 보다가 침을 삼키고는 들어왔다.
그런 황민성을 보며 강진이 그를 자리에 앉히고는 따뜻한 야관문차를 가지고 왔다.
“왜 그러세요? 무슨 일 있으세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멍하니 있다가 말했다.
“어제…….”
“어제 무슨 일 있으셨어요? 혹시 집에 가다가 사고 나셨어요?”
“아니, 사고는 아닌데…….”
잠시 당황스러운 얼굴로 있던 황민성이 말했다.
“어제 장 사장님 말이야.”
“왜요?”
‘뭐야, 설마 찾아간 거 아냐?’
그에 강진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곧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귀신이니 찾아갈 수는 있다. 하지만 황민성은 귀신의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
시선을 신경 쓴다면 귀신들이 바글거리는 식당에서 밥을 먹을 생각을 하지 못할 테니 말이다.
그럼 장 사장이 황민성을 따라다녀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게다가 장 사장은 귀신이라 황민성이 보지도 못할 테고 말이다.
“장 사장님이 왜요?”
강진의 물음에 황민성이 따뜻한 야관문차가 담긴 잔을 양손으로 쥐고는 침을 삼켰다.
“돌아가셨대.”
황민성은 오늘 회사에 출근해서 비서에게 장 사장에 대해 물었다.
죽지도 않은 사람한테 무슨 조의금이냐고 말이다.
그런데 나온 대답은……
-제가 장례식장에 가서 직접 조의금도 내고 조문하고 왔습니다.
비서가 직접 장례식장에 가서 조문하고 왔다고 하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럼 자신이 어제 본 사람은 뭔가 싶어 혼란스러워하다가 강진에게 온 것이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의 얼굴이 굳어졌다.
“아…….”
“벌써 삼일장까지 치렀다고……. 너 장 사장님 돌아가신 것 알고 있었어?”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그건…….”
강진의 중얼거림에 황민성이 차를 마시고는 말했다.
“너도 놀랐지.”
강진이 말없이 입맛만 다시는 것을 놀래서 그러는 것이라 생각한 황민성이 말했다.
“어제 너하고 내가 본 장 사장님은…….”
더는 말을 잇지 못하고 입술만 달싹이는 황민성의 모습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숨을 골랐다.
“그…… 형, 귀신…….”
“너도 그렇게 생각하니? 나도 믿기 어렵지만 귀신밖에는 답이 없잖아.”
자신의 손을 꽈악 잡는 황민성의 모습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그게…….”
“귀신 아니면 뭐야? 죽은 사람이 나하고 소주를 같이 먹었는데.”
정말 황당하고 당황스럽고 놀란 듯 황민성은 뭔가 감당을 하기 어려워 보였다.
그래서 말도 좀 두서가 없고 말이다.
너무 놀람이 크다 보니 충격도 큰 모양이었다. 전에 말을 했던 것처럼 황민성은 귀신이라는 것 자체를 믿지 않는 사람이니 말이다.
‘우리 식당에 민성 형 아는 사람이 올 수도 있다는 걸 예상했어야 했는데.’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그리고 황민성은 강남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 그들 중 누가 죽는다면 한끼식당에 올 수도 있음이었다.
그리고 어제 황민성의 아는 사람이 죽어 식당에서 만나게 된 것이고 말이다.
그런 황민성을 보던 강진이 잠시 그를 보다가 허공을 보았다.
“…….”
말이 없이 허공을 보는 강진의 모습에 황민성이 그 시선을 따라 허공을 보다가 말했다.
“왜 그래? 뭐 있어?”
황민성이 놀란 눈을 하는 것에 강진이 잠시 허공을 보다가 핸드폰을 보았다.
지금 이 상황을 신수호도 알고 있을 테니 그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것이다.
띠링!
문자 알람에 강진이 핸드폰을 보았다.
간단한 문자에 강진이 턱을 쓰다듬었다.
‘어쩌지?’
신수호의 답은 간단했다. 저승식당에 대해 아는 일반인들도 있다.
이건 강진도 아는 것이었다.
연화사의 다현 스님도 저승식당에 대해 알고 있었고, 옆 핸드폰 가게 소월향 사장님도 저승식당에 대해 알고 있었다.
이런 것을 볼 때, 저승식당에 대해 아는 일반인도 꽤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곳이 귀신들 전용 식당인 것은 모르지만, 강진이 귀신을 본다는 것은 임상옥 교수와 최광현도 알고 말이다.
다만 조금 망설이는 이유는…….
‘감당이 되시려나?’
귀신이 있다는 것…… 그건 저승도 있다는 의미이니 이를 알게 되면 그의 삶에 영향이 끼칠 것이다.
게다가 장 사장이 귀신이라는 것에 이렇게 충격을 받았는데…….
그래서 망설이는 것이다.
“강진아, 왜 말이 없어?”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그러다가 입을 열었다.
“형이 어두운 길을 걷고 있어요.”
“어두운 길? 갑자기 왜 어두운 길이야?”
황민성의 물음에 강진이 그를 보면서 말을 이었다.
“중요한 이야기니까 일단 들어보세요. 그리고 차도 좀 드시고.”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숨을 고르고는 차를 입에 가져가 마셨다.
후루룹!
그런 황민성을 보며 강진이 말을 했다.
“형이 어두운 길을 가는데 옆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요. 그런데 옆을 보니 어두워서 아무것도 안 보이는 거예요.”
“귀신 아냐?”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젓고는 말을 이었다.
“일단 귀신 아닌 걸로 하겠습니다.”
“다행이네.”
한숨을 쉬는 황민성을 보던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말했다.
“그럼 형은 어두운 곳으로 다가가서 그게 뭔지 보겠어요, 아니면 갈 길 가겠어요?”
강진의 물음에 황민성이 잠시 생각을 했다. 그리고 생각을 하는 황민성의 표정에서 뭔가 안정된 느낌이 흘러나왔다.
뭔가 집중을 하면서 생각을 하다 보니 귀신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 가신 것 같았다.
‘집중력이 대단하시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하며 황민성을 볼 때 그가 끄덕였다.
“난 어둠 속에 가서 확인하겠어.”
“확인하시겠어요?”
“맞는 것이 왜 무서운 줄 알아?”
황민성의 물음에 강진이 말했다.
“아파서요?”
“맞아. 근데 사실 맞아 보면 죽을 정도로 아프지는 않아. 그냥 ‘에이! 제기랄!’ 할 정도의 통증이랄까? 그리고 맞다 보면 머리가 돌아서 고통도 안 느껴지고.”
황민성이 자신의 머리를 손으로 두들기는 것에 강진이 말했다.
“많이 맞아 보셨나 보네요.”
“내가 첫방으로 끝내지 않는 이상은 한 대도 안 맞고 싸움을 끝내지는 못해. 그리고 아무리 싸움 못 하는 놈이라도 그놈이 휘두르는 주먹까지 안 아픈 것은 아니야.”
“하긴, 애가 때리는 주먹도 아프기는 하죠.”
“애한테 맞아 봤어?”
“키즈 카페에서 일했거든요. 좀 장난 심한 애들은 날아차기도 하고 막 그래요.”
“너를? 그걸 그냥 둬?”
“그거 뭐라고 하면 애들 장난친 것 가지고 뭐라고 한다고 항의들 하시거든요.”
“무슨 그런 사람들이 다 있어?”
“다 그런 것은 아니에요. 수고한다고 음료수도 주고 가시는 분들도 있는데…… 가끔 이상한 분들이 한두 분 있을 뿐이에요.”
“너도 참 고생 많이 했다.
강진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조금 긴장이 풀린 듯 한숨을 쉰 황민성이 말을 이었다.
“어쨌든 그 고통을 알면 더 이상 맞는 것이 무섭지 않아. 모르는 것이 무섭지 아는 것은 그냥 통증일 뿐이지.”
“그거 형이라서 그런 것 아니에요. 보통은 그 고통을 알아서 더 두려울 것 같은데.”
“그럴 수도 있지.”
황민성이야 학창 시절부터 주먹으로 사고를 많이 친 사람이니 말이다.
잔을 잡은 황민성이 한숨을 토했다. 다시 장 사장을 생각하니 다시 긴장이 되고 두근거렸다.
“그래서 형은 지금 무섭다. 장 사장…… 어떻게 된 건지 몰라서.”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어쨌든 형은 두려움의 정체를 아는 것이 좋다 생각하는군요.”
“심리 테스트 하는 거야?”
강진이 심리학과 출신인 것을 아는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두려움의 정체를 알면 무섭지 않다면서요.”
“장 사장님이 죽었다니까.”
“사람은 죽어요.”
“그야 당연하지. 하지만 귀신이라니까.”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귀신이 왜 무서워요?”
“그야…… 귀신이니까.”
너 왜 그러냐는 듯 쳐다보는 황민성을 보던 강진이 말했다.
“형 저희 밤에 오시는 손님들 어떠세요?”
“그야 손님이지.”
“용수는요?”
“용수야 착한 동생이지.”
배용수 이야기에 웃는 황민성을 보며 강진이 슬쩍 옆을 보았다. 옆에는 어느새 배용수가 와서 굳은 얼굴로 황민성을 보고 있었다.
“소희 아가씨는요?”
“그분이야…… 좀 불편하지만 좋으신 분이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귀신이라고 무서워할 것 없어요. 그냥 살아 있지 않은 사람일 뿐이에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눈을 찡그렸다.
“살아 있지 않은 것이 중요한 거 아니냐?”
황민성의 말에 그를 보던 강진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용수가 무서워요?”
“용수가 왜 무서…….”
말을 하던 황민성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리고는 멍하니 강진을 보았다.
“너…… 그 말은…….”
“용수도 소희 아가씨도…… 어제 오신 손님들도 모두 귀신이에요.”
덜컥! 콰당!
깜짝 놀라 의자가 넘어질 정도로 벌떡 일어난 황민성의 모습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무서워요?”
강진의 말에 멍하니 그를 보던 황민성이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강…… 강진아.”
“네.”
“너는…….”
꿀꺽!
침을 삼킨 황민성이 강진을 보며 말했다.
“사, 사람……이지?”
그렇다고 말을 해 달라는 듯한 황민성의 모습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저는 사람입니다.”
황민성이 한숨을 크게 토했다.
“하아!”
한숨을 크게 토하는 황민성의 모습에 강진이 일어나 의자를 잡아 세웠다.
“형도 아시죠?”
“뭐가?”
“사람이 사람을 해치는 거지, 귀신은 사람을 해치지 않아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멍하니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지.”
“일단 앉으세요.”
황민성이 자리에 앉자 강진이 입을 열었다.
“저희 가게는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
잠시 말을 멈춘 강진이 황민성을 보았다.
“귀신 손님을 받습니다.”
“강진아…… 장난하지 마.”
살짝 떨리는 황민성의 목소릴 들으며 강진이 말했다.
“아침에는 사람 손님을 받지만, 저녁에는 귀신 손님을 받아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그를 멍하니 보았다.
“진짜…… 귀신 손님을 받아?”
“네.”
“너…… 장난하는 것 아니지?”
“제가 장난이라면 어제 장 사장님을 해명할 수가 없죠.”
강진의 말에 멍하니 그를 보던 황민성이 잠시 있다가 몸을 일으켰다.
“일단…… 형 갈게.”
“다른 사람들한테는 비밀로 해 주세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힘이 없는 몸으로 걸음을 옮겨 문을 열고 나섰다.
그 모습을 보던 배용수가 한숨을 쉬다가 강진을 보았다.
“저승식당 이야기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몰라서 두려운 것보다는 알아서 이겨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말을 하던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너에 대한 이야기 내가 해서 미안하다.”
“그건 괜찮아…….”
그러고는 배용수가 닫힌 문을 보았다.
“감당이 되실까?”
“모르겠다.”
“또…… 봤으면 좋겠는데.”
배용수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문을 보았다.
“오실 거야.”
“그럴까?”
“형은 형이잖아.”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형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
강진의 가게에는 귀신 손님들이 북적거렸다. 손님들에게 음식을 내어 주던 강진은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새로 오는 귀신 손님에게 강진이 말했다.
“아무 데나 앉을 수 있는 곳에 앉으세요.”
강진의 말에 귀신이 말했다.
“사장님, 밖에 그 사람 있던데요?”
“사람?”
“여기 가끔 와서 밥 먹는 사람요.”
귀신의 말에 강진이 문을 보았다. 그러고는 슬며시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문 앞에는 황민성이 가게를 멍하니 보고 있었다.
“형.”
강진의 부름에 황민성이 그를 보았다.
“안에…… 용수 있어?”
“네.”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잠시 있다가 한숨을 토했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어깨를 비틀었다.
우두둑! 우두둑!
몸을 이완시킨 황민성이 가게 문을 잡고는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