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02
303화
“좋은 분이네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서 장 사장님이 나한테 하려는 부탁이 뭐야?”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잠시 그를 보다가 말했다.
“한이 있어서 승천을 못 하면 귀신이 됩니다.”
“한?”
“생전에 하지 못한 것이나 남겨 둔 것이 한이 돼서 이렇게 남아 계신 겁니다.”
“그럼…… 장 사장님은 그 하지 못한 것이나 남겨 둔 것에 대한 부탁을 하고 싶은 거군.”
“저도 이야기를 듣지는 못 해서 잘 모르지만 그러실 겁니다.”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낮 사람이 밤 사람의 부탁을 들어줘도 되는 건가?”
“그건 상관없어요.”
“상관이 없어?”
“음…….”
강진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사람이 나쁜 일을 하든 착한 일을 하든 그 선택은 그 자신이 하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그가 져야 하는 거잖아요.”
“하든 말든 그건 그 사람의 마음이라는 거군.”
“맞아요.”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황민성이 물었다.
“그런데 장 사장님은?”
“오늘은 안 오신 모양이에요.”
“매일 오는 거 아냐?”
“매일 오는 귀신도 있는데 보통은 며칠 텀 두고 와요.”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귀신들을 보다가 작게 한숨을 토했다.
“복잡하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그의 잔에 소주를 따라주었다.
“귀신이라고 무서워할 필요 없어요. 사람하고 별다를 게 없거든요.”
“말이 쉽지.”
입맛을 다신 황민성이 배용수를 보았다.
“고생이 많았다.”
“아니에요. 형도 보고 좋았어요.”
“가족은 괜찮아?”
배용수의 가족이 있고, 그들의 삶이 힘들다면 도와줄 생각이었다.
금전적으로는 아니더라도 취업 정도는 황민성이 도와줄 수 있으니 말이다.
“혼자였어요.”
배용수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이 말했다.
“용수, 운암정 숙수였어요.”
“운암정?”
“네.”
“그럼 김 숙수님 알겠네.”
“김 숙수님에게 용수는 아들과 같았어요.”
“그렇구나.”
“김 숙수님에게는 용수에 대한 이야기 하지 말아주세요.”
“아들과 같다면 귀신이라도 보고 싶으실 텐데?”
“형이 어쩌다 알게 되기는 했지만…… 사람이 귀신에 대해 알아서 좋을 것이 없어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입맛을 다셨다. 그 말대로다. 자신도 이렇게 놀라운데…….
황민성이 그러냐는 듯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장 사장님 오면 날짜 잡아서 이야기하자.”
“이야기 들어 주시려고요?”
“장 사장님 나쁜 분은 아니니…… 부탁이라는 것 일단 들어 보려고.”
이야기를 나눌 때 김소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지.”
김소희의 말에 처녀귀신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에 황민성이 그녀들을 보다가 힐끗 시간을 보았다.
“한 시 되기 전에 나가시는구나.”
“네.”
김소희가 가게를 나서다가 황민성을 보았다.
“저승의 일에 너무 관심을 주지 말게나.”
“그리하겠습니다.”
황민성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김소희가 문득 옥난을 보았다. 옥난을 보던 김소희가 강진을 보았다.
“난의 향이 좋군.”
“강두치 씨가 푸드 트럭 오픈했다고 선물해 주셨습니다.”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슬쩍 황민성을 보고는 몸을 돌려 가게를 나섰다.
그에 귀신들도 그 뒤를 따라 나가기 시작했다.
귀신들이 모두 나간 뒤, 슬며시 가게 밖을 본 황민성의 얼굴이 굳어졌다.
문을 나선 귀신들이 어느새 사라지고 안 보이는 것이다.
“가게에서만 현신을 하고 나가면 다시 귀신이 되세요.”
“듣기는 했지만…….”
아까 술을 마실 때 강진이 저승식당 룰에 대해 이야기를 해 준 것이다.
길가를 보던 황민성이 고개를 저으며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어? 용수는?”
“시간이 지났으니까요.”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지금 배용수는 귀신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럼 여기 있기는 한 거야?”
“여기 있어요.”
강진이 배용수 어깨를 두들겼다.
“그렇구나.”
“그리고…… 이제 조금 놀라실 모습이 생길 건데 놀라지 마세요.”
“귀신이 오는 식당도 봤는데 여기서 뭘 또 놀래?”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일들 합시다.”
강진의 외침에 부엌에서 비닐장갑을 착용한 직원들이 나왔다. 그리고…….
“어? 뭐야? 어?”
비닐장갑이 허공에 두둥실 떠다니는 것에 황민성의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어렸다.
그리고 비닐장갑들이 알아서 그릇들을 정리하고 음식물들을 모으기까지 하자 황민성이 입을 쩌억 벌렸다.
“이건?”
“저희 직원들이 가게 정리하는 거예요.”
“직원?”
“저희 가게에서는 귀신 직원들이 일을 하거든요.”
황민성이 황당하다는 듯 입을 탄성을 토했다.
“하! 사랑과 영혼에서 귀신이 물건 움직이는 것은 봤는데 그런 거야?”
“그런 것은 아니고요. 직원들이 끼고 있는 비닐장갑이 물건을 잡게 해 주는 겁니다.”
“그런 것이 있어?”
“귀신들이 사용하는 아이템이라고만 생각해 주세요.”
이야기를 할 때 선주가 먼저 치운 식탁을 가리켰다.
“사장님, 여기에서 드세요.”
선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황민성을 보다가 문득 난을 보았다.
-난의 향이 좋군.
김소희가 했던 말을 생각하던 강진이 옥난에 코를 가져갔다.
“흐읍!”
크게 숨을 들이마시자 청아하면서 맑은 옥난의 향이 맡아졌다. 그 순간, 강두치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게 향이 아주 좋습니다. 그리고 정신을 맑게 해 줍니다.
‘정신줄 놓은 귀신들이 다시 잡게 해 준다고 했는데…….’
그런 생각이 들자 강진이 황민성을 보았다.
“왜?”
황민성의 물음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강진이 황민성과 함께 자리에 앉으며 힐끗 다시 옥난을 보았다.
‘귀신 정신줄도 잡아 주는 거면…… 치매에도 좋지 않을까?’
아마 좋을 것이다. JS의 물건들은 이승의 것보다 맛도 품질도 월등히 좋으니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한 강진이 황민성을 보았다.
“술 한 잔 더 하시겠어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저었다.
“나도 이제 가 봐야지.”
황민성이 주위를 한 번 보다가 말했다.
“용수야, 형 간다.”
황민성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숙였다.
“들어가세요.”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들어가라고 인사하네요.”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황민성이 가게를 나섰다. 딱 맞춰 도착한 대리기사와 함께 황민성이 가는 것을 보던 배용수가 작게 한숨을 토했다.
“그래도 어떻게 감당을 하셨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다행이다.”
황민성이 겁을 먹고 다시 안 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강진도 조금은 하고 있었다.
그래서 황민성이 문 앞에 있을 때 반갑고 좋았다.
황민성이 간 자리를 보던 강진이 배용수와 함께 가게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선주 씨, 커피 한 잔 부탁해요.”
“용수 씨도 드릴까요?”
선주의 말에 배용수가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배용수의 말에 선주가 주방에 가서 커피를 타서 가져다주었다. JS 커피와 잔이라 배용수도 컵을 들고 자신이 마실 수 있었다.
커피를 받아 든 강진이 옥난을 보았다.
“옥난의 향을 맡으면 정신줄 놓은 귀신도 정신을 차리잖아.”
갑자기 옥난에 대해 말하는 강진의 모습에 배용수가 난을 보았다.
“그렇지.”
“그래서 옥난을 형한테 선물해 주려고.”
“그거 좋겠다. 어머니 치매에 좋으시겠어.”
“그래서 선물하려고.”
“그럼 아까 주지 그랬어?”
배용수가 옥난을 보며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강두치 씨가 푸드 트럭 오픈했다고 선물해 준 건데, 받은 선물을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는 것은 아니잖아.”
“그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 그럼 어떻게 강두치 씨한테 하나 더 구해 달라고 하게?”
“JS 금융에 꽃가게 본 적 있거든. 거기 가면 팔지 않을까?”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서 사 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핸드폰을 챙겨서 일어났다.
“아! 그리고 장 사장님 좀 찾아봐.”
“굳이 형이 귀신 사정 들어 줄 이유가 있을까?”
황민성 귀찮지 않을까 하는 듯한 배용수를 보며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들어 보고 들어줄 가치가 있으면 형이 부탁 들어주는 것이 좋지.”
“왜?”
“저승 가서 최소한 밥 한 끼는 드실 돈은 생기시겠지.”
“돈?”
“승천하신 분들이 고맙다고 돈 주시잖아.”
“아!”
배용수가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이 말했다.
“내 생각에 민성 형…… JS 금융에 마이너스 엄청 많으실 거야.”
“좋은 일 많이 하시잖아?”
황민성은 치매라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 많은 자금을 연구비로 사용한다.
그 연구 결과로 수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보고 있으니 좋은 일이다.
거기에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계도하기 위해 학교도 만들고 어둠의 길로 가지 않도록 취업도 알선해 준다. 이것도 좋은 일이다. 하지만…….
“민성 형이 좋은 일을 많이 하기는 하지만 반대로 나쁜 일도 많이 하셨지.”
“젊었을 때?”
“그것도 있고…… 사업이란 건 남의 돈을 내가 가져오는 거니까. 돈이 많다는 건 남의 돈도 많이 가져왔다는 거라, JS 금융에 마이너스 많이 돼 있으실 거야.”
“하긴, 운암정에 오는 부자들 보면 그런 것도 같다.”
이해를 하는 듯한 배용수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그리고…… 일단 들어는 봐야지.”
잠시 말을 멈춘 강진이 말을 이었다.
“장 사장님이 어떤 한이 있는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갔다 와라.”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가게 문을 열고 나섰다.
***
JS 금융의 문을 열고 들어선 강진은 바쁘게 걸음을 옮기는 귀신과 직원들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여기는 밤낮이 없나?’
여기 올 때마다 주위는 밝았다. 어쨌든 걸음을 옮긴 JS 편의점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편의점에 도착한 강진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동안에는 편의점만 왔다 갔기에 다른 곳을 볼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편의점 말고 꽃집을 가야 하기에 온 김에 뭐가 있는지 한 번 보려는 것이다.
“술집도 있고, 밥집도 있고…….”
JS 편의점 주위는 보통 이승의 번화가와 비슷했다. 번화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옷집과 신발 가게와 일반적인 가게들이 모두 있었다.
“확실히 이승이나 저승이나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네.”
길을 다니며 상점에서 쇼핑을 하거나 술을 먹는 이들을 보니 여기가 이승인지 저승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였다.
“여기 맛있으려나?”
한 고깃집 앞에서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것을 보던 강진이 들어가서 맛을 한 번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안에서 나는 냄새도 무척 맛있어 보이고 말이다.
침을 삼키며 고깃집을 보던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다음에 와서 먹어보자, 지금은 살 것 있으니까.”
고깃집을 보던 강진이 몸을 돌려 꽃 가게에 들어섰다.
꽃 가게에 들어서자 향긋하면서 기분이 좋은 향이 맡아졌다.
“흐읍!”
꽃이 과한 것 같지만 과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기분 좋은 향과 상쾌한 향에 머리가 맑아졌다.
“어서 오세요.”
아주머니가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옥난 있나요?”
“옥난 있지요.”
“하나 주시겠어요?”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가 한쪽으로 가서는 가리켰다.
“여기에 있는 것이 옥난이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보세요.”
아주머니의 말에 강진이 옥난을 보았다. 화분에 담겨 있는 옥난을 보던 강진이 그중 하나를 가리켰다.
“이걸로 주세요.”
“문구 적어 드릴까요?”
“아뇨, 괜찮습니다.”
“칠만 원입니다.”
강진이 주는 카드로 계산을 한 아주머니가 난을 싸서 주었다.
“다음에 또 오세요.”
“감사합니다.”
옥난을 들고 꽃 가게를 나온 강진이 기분 좋은 얼굴로 JS 금융을 나왔다.